“우하하하~” 공간을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호탕하고 우렁찬 웃음소리,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색깔과 문구가 프린트된 티셔츠. 활동가 난설헌이다. 기자회견 참석부터 행사 기획 및 홍보, 회계 처리, 시위 현장에 찾아가 음악을 틀고 그에 맞춰 율동도 한다.
‘활동가 난설헌’에게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보험설계사’. 평일에는 회사에 출근해 고객에게 전화를 돌리고 보험설계 대면 상담 약속을 잡는다. 영업을 뛰며 고객을 만나 알맞은 보험상품을 추천해 판매한다.
보험설계사 일을 하고 있지만, 난설헌에게는 ‘날 때부터 활동가’라는 이름표가 꼭 달려야 할 것만 같다. 그는 어릴 적부터 남성 양육자의 특공대 무용담을 들어왔지만 ‘군인’이 되기보다 군 개혁을 먼저 떠올렸던 사람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희망 직업란에 ‘인권운동가’를 적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시민단체에서 뭐 하냐?”, “활동가는 무얼 하는 직업이냐?”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어떤 답이 적절할지 몰라 어색한 표정으로 굳어지곤 한단다. 난설헌은 “돈 안 되는 투쟁 현장을 따라다니는 사람, 그리고 엄마한테 혼나는 사람”이라며 농담조로 말하기도 하고, “활동가만이 유일하게 사회적 돌봄이 가능한 직업”이라고 정의를 내리기도 한다. “활동판을 버리는 방법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진심이면서, 여전히 활동가로서 부족하다고 고민하는 사람이다.
난설헌은 친구와 같이 일을 하다 프로젝트가 어그러진 뒤,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활동가 노동’과 ‘보험설계 노동’은 그에게 차별의 구체적인 얼굴을 만나는 경험이자, 교집합 하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 노동에서 ‘닮은 점’을 발견하는 경험이었다. 시민단체 활동과 보험설계, 한없이 멀어 보이는 이름 사이에서 난설헌이 찾은 건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