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일주일 후.
어느덧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그 일주일 동안 경은과 승규는 많이 가까워졌다. 둘이 남매가 아니냐는 소문이 들릴 정도
로. 그리고,
"엄마.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예전에 우리 집에 왔던 오빠 생각나?"
"조금 무서운 오빠?"
약간 겁 먹은 표정으로 말하는 슬기. 경은은 웃으면서 슬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하나도 안 무서워. 정말 착한… 오빠야."
아빠라고 말하려는 걸 꾹 참고 오빠라고 말한 경은이었다.
"정말?"
"그럼! 오늘 그 오빠 집으로 놀러가는 거야!"
주말인 오늘. 아침부터 승규에게 전화가 왔었다. 자신의 집으로 놀러 오라고. 안 오면 학교에서 쌩깐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
어버렸다. 전화기만 멍하니 보고 있던 경은은 정신을 차리고 얼른 준비를 했었다.
"으음. B동 307호라고 했는데."
"엄마! B동이 어떻게 생겼어?"
슬기의 물음에 경은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가 경은의 눈에 보인 'B'
"슬기야. 바로 앞에 있는 저 아파트 글씨 있지?"
"…배 나오고 가슴 나온 이상한 글자?"
슬기 눈에는 'B'가 이상한 글자로 보이나보다. 경은은 순간 생각했다. 슬기가 국어를 다 깨우치면 수학이랑 영어를 가르치기
로.
"엄마. 여긴 엘리베이터 없어?"
"여긴 빌라라서 걸어서 3층까지 가야돼."
"히잉. 다리 아픈데!"
투정을 부리는 슬기. 경은은 슬기를 보다가 슬기의 눈높이를 맞춰 쭈그려앉는다.
"그럼 엄마가 3층까지 업고 가줘?"
"응! 하지만 엄마 짐 많잖아!"
경은의 양 손에 들고 있는 슈퍼마켓 봉지를 보며 말하는 슬기. 양 손에 있는 터라 슬기를 업기는 무리였다.
"어쩌지? 슬기 그냥 엄마랑 걸어갈까?"
"난 튼튼하니까 3층까지 걸어갈 수 있어!!"
슬기의 씩씩한 대답에 경은은 싱긋 웃는다. 그리고 둘은 통로 안으로 들어가서 3층까지 올라갔다.
"여기야?"
"307호니까 여기가 맞아."
경은의 말을 들은 슬기는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경은은 그런 슬기를 막는다.
"슬기야. 지금부터 엄마 말 잘 들어."
"응?"
"지난 번처럼 엄마라 부르지 말고 언니라고 불러야 돼. 알았지?"
"꼭 언니라고 불러야돼?"
"…이 집에 있는 오빠 앞에서면 그러면 돼, 응?"
슬기는 가만히 있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경은이 슬기에게 초인종을 누르라는 신호를 보낸다. 문 앞에 붙어있는 초인종이
라서 키가 작은 슬기라도 쉽게 누를 수 있었다.
딩- 동♪
"누구세요?"
"오빠! 언니랑 놀러왔어요!!"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초록색 추리닝 바지를 입은 승규가 보였다.
"용케 찾아왔네?"
"우리 집이랑 멀지도 않은데, 뭐!"
"손에 든 건 뭐냐?"
"오빠 집 냉장고 비어있을 것 같아서 반찬 거리 좀 사왔어!"
승규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거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낸다. 신이 나서 먼저 들어가는 슬기. 하지만 얼마 안 가 그 자리에 멈
추었다.
"오빠네 집 지저분해요!!!"
슬기의 말에 승규는 얼굴이 욹어지고, 경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을 본 순간 손에 쥐고 있는 봉지를
떨어트릴 뻔 했다.
"흠흠. 피아노에만 열중하다보니 청소할 시간이 없었어. 그래도 소파는 깨끗하니까 앉아."
경은이 알고 있는 승규는 깔끔한 남자였다. 더러운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승규의 집을 보니 그
런 생각이 확 깨지는 순간이었다.
"지금 몇 시지?"
"음. 열 두시 오분."
시계를 본 승규가 시간을 알려준다. 경은은 뭔가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봉지를 소파 위에 놓는다.
"우선 청소부터 하자!"
"뭐?"
"에-? 청소?!"
경은의 말에 승규는 놀라고, 슬기는 질색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먼저 잔뜩 있는 곳에서 밥 먹을래? 먼지랑 같이 밥 먹고 싶어?"
"그건 싫어!"
"동감이야."
두 사람의 말에 경은은 씨익 웃으며 맡을 구역을 정해준다.
"오빠는 쓰레기 치우고, 슬기는 걸레질 해."
"그럼 너는?"
"나는 빗자루로 쓸어야지!!"
근처에 있던 빗자루를 들며 말하는 경은. 승규는 경은을 보다가 쓰레기통을 가져와 쓰레기를 버린다.
"슬기는 나 끝나면 걸레질 해야된다?"
"유치원에서 걸레 닦는 거 배웠어!"
"요즘 그런 것도 가르쳐줘?"
"우리 유치원은 그래!"
슬기의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쓰레기를 치우는 승규를 본다. 투덜거리지만 그래도 열심히 치우는 승규였다.
"나 뚫어지겠다. 그만 봐라."
경은의 시선을 느낀 승규가 말했다. 승규의 말에 경은은 움찔거리다가 고개를 돌린다.
"보, 본 적 없어! 엉뚱한 데 신경쓰지 말고 쓰레기 치워!"
"야. 니가 집 주인도 아니면서 왜 부려먹냐?"
쓰레기통을 들고 숙이고 있던 허리를 피며 말하는 승규. 경은은 승규를 보다가 갑자기 마트 봉지를 뒤적거린다. 그리고 그 안
에서 물만두를 꺼낸다.
"빨리 안 하면 물만두 안 해줘!"
"치사하게. 먹을 거 가지고 협박이냐?"
"어? 물만두 먹기 싫어?"
"쳇. 궁시렁. 궁시렁."
궁시렁거리면서 쓰레기를 치우는 승규. 물만두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승규에게는 물만두가 선물이자 무기였다. 부탁할 때 쓰
는 무기와 선물. 그게 물만두였다.
"저기, 언니."
경은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경은을 부르는 슬기.
"나도 청소 안 하면 물만두 안 줄 거야?"
'물만두 안 준다고 하면 울어버릴 거야.'라는 표정으로 경은에게 묻는 슬기. 승규의 유전 때문인지 슬기도 물만두를 엄청 좋아
한다.
"열심히 하면 물만두 많이 해줄게."
"진짜? 얼마나 많이 해줄 거야?"
"그건 내 마음이다-"
"에? 그런 게 어딨어!"
"여기 있지롱-"
혀까지 보여주며 슬기를 놀리고 있는데 경은의 머리로 무언가가 날아왔다.
"아!"
경은의 머리를 맞고 떨어진 것은 종이 뭉치였다. 종이 뭉치가 날아온 근원지는 바로 승규였다.
"잘- 하는 짓이다. 네 살 짜리랑 뭐하는 거냐?"
"놀아주고 있는 건데, 왜!"
"으앙. 오빠! 언니가 물만두 가지고 나 놀려요!!"
우는 연기를 하며 승규에게 달려가는 슬기. 승규는 그런 슬기의 눈높이를 맞추어 앉아 슬기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저 부녀
(父女)가 같이 있으니 아주 쏙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 넌 놀릴 게 없어서 물만두 가지고 놀리냐?"
"엇쭈. 같은 물만두파라고 편 드는 거야? 너무하다! 몇 년 간의 정보다 물만두가 먼저야?!"
"헛소리 말고 쓸기나 해. 나 쓰레기 다 치웠어."
경은은 승규를 째려보다가 소파에서 일어나 빗자루로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승규와 슬기는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 중이다.
"언니가 잘해주디?"
"잘해줘요! 그런데 간식 안 줄 때가 싫어요!"
"허허. 한참 자랄 어린이한테 간식을 안 주다니. 나쁜 언니네!"
"그쵸? 그러니까 오늘 오빠가 많이 혼내주세요!!"
둘의 얘기를 엿듣고 있던 경은이 헛기침을 두어번 한다. 그러자,
"언니가 먼지 마셔서 이상한가봐요!"
"아니야. 청소하기 싫다고 우리한테 구조 요청 하는 거야."
"그럼 어떡하죠?"
"어떡하긴. 무시해야지. 쎄쎄쎄 할래?"
"네네!!"
둘이서 아주 쿵짝이 맞았다. 마음까지 통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왠지 가슴이 찡해지는 경은이었다.
"어이. 아줌마. 빨리 청소 안 해?"
쎄쎄쎄를 하다가 가만히 서있는 경은을 보며 말하는 승규. 경은은 움찔거리다가 계속 청소를 했다.
10분 후,
"언니가 밥 할 동안 슬기는 걸레질 하는 거다?"
"응! 반짝반짝하게 하면 물만두 많이 해줘!!"
슬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슬기의 손에 걸레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경은은 부엌으로 갔다. 슬기는 유치원에서 배운 동요를
부르며 열심히 걸레질을 했다. 거실을 다 하고 방을 닦으려고 들어갔는데,
"어? 피아노다!!"
첫댓글 꺄 일빠원튜다 ㅋㅋㅋㅋㅋㅋㅋ 저 마지막말 슬기의 대사 ? ㅠㅠㅠㅠㅠㅠㅠ 잉 정말 슬기랑 승규랑 닮은듯한 ? 경은이가 망설이지말고 바로 그냥 빨리 말햇으면 좋겟어요 ㅠㅠㅠㅠㅠ ..
일빠축하드려요!! 슬기의대사라고할수있죠 ㅋㅋㅋ 부녀지간이라서슬기랑승규가많이닮은거랍니다 ㅋㅋㅋ 얼른말하도록만들게요 ㅜ0ㅜ
ㅠㅠ 빨리 승규가 알아줬음 조켔어여!!>< 다음편도 기대여~~ 으으음.. 슬기야!! 엄마라고 실수해 버렷!
저도그랬으면좋겠어!! 담편얼른올려드릴게요!! 실수하면경은이가난감해지잖아요 ㅜㅜ
삭제된 댓글 입니다.
멀리어디로가셨나요?ㅋㅋ 저도님이가고싶은곳에가고싶네요 ㅋㅋㅋ 좋은곳인가요?? 암튼기쁘다고하니저도기쁘네요> < 나쁜기집애곧나오는데... 그때막화내시지마세요ㅜㅜㅋㅋㅋ
후냥냥~~<<또 귀여운척 ㅜㅜ -_- 언냐 미안 요즘 셤 기간이라 성적 올려야되서 내신의 압박땜에 난 글도 못쓰는데 ㅜㅜㅜ 진짜 언니꺼는 꼭 읽어야 돼 ㅜㅜ
나도셤기간인데성적올려야혀 ㅜㅜ 근데공부하기는싫다 ㅋㅋㅋ 우리공부하지말구놀쟈 ㅋㅋㅋㅋ
흐으...경은아~ 프리님 소설에서는 여주가 쫌 불쌍해~ㅠ_-
그런가요?? 생각해보니까... 그런것같기도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