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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비별인(神仙非別人)
신선은 별다른 사람이 아니다
神 : 귀신 신(示/5)
仙 : 신선 선(亻/3)
非 : 아닐 비(非/0)
別 : 헤어질 별(刂/5)
人 : 사람 인(人/0)
청장관전서 제63권 /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神仙非別人.
신선은 별다른 사람이 아니다.
澹然無累時, 道果已圓, 金丹垂成.
마음속에 한 점의 누도 없어 도가 이미 원숙한 지경에 이르고 금단술(金丹術)이 거의 이루어졌을 때를 말한 것이다.
彼飛昇蛻化, 勉強語耳.
매미처럼 껍질을 벗고 날아서 하늘에 오른다는 것은 억지 말이다.
如我一刻無累, 是一刻神仙; 半日如許, 爲神仙半日矣.
만약 내 마음에 잠깐이라도 누가 없으면 이는 잠깐 동안 신선이 된 것이고, 반나절 동안 누가 없으면 반나절 동안 신선이 된 것이다.
我則雖不能耐久爲神仙, 一日之中, 幾三四番爲之.
나는 비록 오랫동안 신선이 되지는 못하지만 하루에 두세 번쯤은 신선이 된다.
夫腳下軟紅塵勃勃起者, 一生不得爲一番神仙.
세상을 발밑에 두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신선이 되려 하는 사람은 일생 동안 한 번도 될 수 없을 것이다.
선귤당농소(蟬橘堂濃笑)
- 이덕무 / 청장관전서 63권
● 세속에 초연한 선생이 깊은 산중의 설옥(雪屋)에서 등불을 밝히고, 주묵(朱墨)을 갈아 주역(周易)에 권점(圈點)을 치는데, 낡은 화로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향연(香煙)이 하늘하늘 허공으로 오르면서 오색빛 찬란한 공[毬]모양을 짓는다.
조용히 한두 시간쯤 그 모양을 구경하다가 오묘한 이치를 깨닫고 문득 웃었다. 오른편에는 일제히 꽃봉오리를 터뜨린 매화가 보이고, 왼편에는 솔바람과 회화나무에 듣는 빗소리와 보글보글 차 끓는 소리가 들린다.
● 일찍이 주염계(周濂溪) 선생처럼 제월광풍(霽月光風) 속에 노닐면서 태극도(太極圖)를 펴놓고 고요히 완상하지 못할진대, 어찌 상자평(向子平)처럼 오방모(烏方帽), 홍초의(紅蕉衣), 흑서대(黑犀帶)에 흰 나귀를 타고 더벅머리 동자에게 육각선(六角扇), 수운립(垂雲笠), 철여의(鐵如意)를 지워 오악(五嶽)을 유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쇠똥구리는 스스로 쇠똥굴리기를 즐겨하여 여룡(驪龍)의 여의주(如意珠)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룡도 여의주를 가졌다는 것을 스스로 뽐내어 저 쇠똥구리가 쇠똥굴리는 것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
● 화가(畫家)가 옷을 벗고 걸터앉는 것은 시조리(始條理)이고, 백정(白丁)이 칼날을 다치지 않은 채 그대로 잘 보관하는 것은 종조리(終條理)이다.
● 한점의 누(累)도 없는 맑은 마음을 지니면 성내지 않고 경동하지 않을 수 있으며, 팽택령(彭澤令) 도잠(陶潛.도연명)의 문집(文集)을 잘 읽는다면 아마 명사(名士)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어옹(漁翁)이 긴 낚싯대에 가는 낚싯줄을 거울 같은 물에 드리우고 말도 않고 웃지도 않으면서 간들거리는 낚싯대와 낚싯줄에만 마음을 붙이고 있을 때는, 빠른 우뢰소리가 산을 부수어도 들리지 않고 날씬한 아름다운 여인이 한들한들 춤을 추어도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달마대사(達磨大師)가 벽을 향해 앉아 참선할 때와 같다.
● 따스한 봄날, 물가의 오리는 삼춘(三春)을 즐기면서 깃을 아끼고, 먼 산의 날랜 매는 만 리를 내려다보면서 발톱과 부리를 가다듬는다.
● 콩깍지 같은 작은 배에 어망(漁網)을 싣고 석양의 맑은 강에 두 폭 돛을 달고 갈대 속을 헤치며 가니, 배 속의 사람은 비록 모두 엉킨 수염에 더벅머리를 하고 있었지만, 물가로 나가 바라보면 고사(高士)인 육노망(陸魯望. 육귀몽) 선생처럼 느끼게 된다.
● 용모에 은연중 맑은 물이나 먼 산의 기색을 띤 사람은 바야흐로 함께 고아한 운치를 얘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의 마음에는 돈을 탐하는 속태(俗態)가 없다.
● 밥먹고 잠자는 것만을 좋아해서 털구멍이 모두 막히면 대나무 숲에 들어가 맑은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와도 전혀 상쾌함을 깨닫지 못할 것이니, 이런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
● 눈 속의 고각(古閣)은 단청(丹靑)이 더욱 밝고, 강 가운데서는 가는 피리소리의 곡조가 갑자기 높아진다. 밝은 빛과 높은 곡조에 구애되지 말고 흰 눈과 맑은 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혜강(嵇康)의 단야(鍛冶)와 완부(阮孚)의 나막신에 호걸스러운 뜻을 붙인 것을 기롱하고 꾸짖는다면 조금도 일을 모르는 사람이니, 이런 사람이 과연 단야(세상일 잊고 자신의 취미를 즐김)와 나막신(자기의 분수를 편히 여김)에 붙인 뜻을 알겠는가?
● 내 평생 동안 자취를 살피건대, 남의 잘된 글을 읽을 때면 미친 듯이 외치고 크게 손뼉치며 내멋대로 평필(評筆)하였으니, 이 또한 우주간의 한 가지 유희(遊戱)이다.
● 호수(濠水) 다리 위에서 물고기를 구경하며 혜자(惠子)와 장자(莊子)가 서로 힐난한 것(약간의 세속적인 마음이 있음)은 도리어 기심(機心)이 있는 것이니 말이 없는 것만 못하다.
● 4~5월경, 동산에 숲이 우거지고 과일이 열리기 시작하고 새들이 지저귀면 부드럽고 푸른 파초 잎새를 따서 미원장(米元章. 미불)의 아집도서첩(雅集圖序帖)을 모방, 왕마힐(王摩詰. 왕유)의 망천절구(輞川絶句) 옆 줄에 써놓으면 글 배우는 동자가 가지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면 선뜻 주고, 동자를 시켜 호랑나비를 잡아오게 하여 머리, 수염, 눈, 날개의 금빛을 세밀히 살펴본 다음 산들바람 부는 꽃밭 사이로 날려 보낼 것이다.
바둑은 두지 않는 것으로 고아함을 삼고, 거문고는 타지 않는 것으로 신묘함을 삼고, 시는 읊지 않는 것으로 기이함을 삼고, 술은 마시지 않는 것으로 흥취를 삼는다. 매양 두지 않고, 타지 않고, 읊지 않고, 마시지 않는 의사가 어떤 것인가를 상상해 본다.
● 만약 내가 지기(知己)를 얻는다면 이렇게 하겠다. 10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1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오색실을 물들인다. 10일에 한 가지 빛깔을 물들인다면 50일이면 다섯 가지 빛깔을 물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따뜻한 봄, 햇볕에 말려서 아내로 하여금 강한 바늘로 내 친구의 얼굴을 수놓게 한 다음, 고운 비단으로 장식하고 옥으로 축을 만들 것이다. 이것을 가지고 높은 산과 흐르는 물이 있는 곳에다 걸어놓고 말없이 바라보다가 저물녘에 돌아오리라.
● 흰 좀벌레 한 마리가 내 이소경(離騷經)의 '추국(秋菊), 목란(木蘭), 강리(江蘺), 게거(揭車)' 등의 글자를 갉아 먹어 버렸다. 내가 처음에는 크게 노해서 잡아 죽이려 했었다. 그러나 조금 지나자 또한 그 벌레가 능히 향기로운 풀만 갉아먹은 것을 기특히 여겼고, 따라서 특이한 향내가 그 벌레의 머리와 수염에 넘칠 것을 조사하고 싶어서 돈을 주고 동자를 사서 대대적으로 수색하게 했다. 반나절 만에 갑자기 좀벌레 한 마리가 말없이 기어나오는 것을 보고 손으로 잡으려 했더니 흐르는 물같이 빠르게 달아나 버렸다. 번쩍거리는 분가루만 종이에 떨어졌을 뿐 좀벌레는 끝내 나를 저버렸다.
● 3월의 푸른 시내에 비가 처음 개고 햇빛은 화사한데 복숭아꽃의 붉은 물결이 언덕에 넘쳐흐른다. 이때 오색빛 작은 붕어가 지느러미를 빨리 움직이지 못한 채 마름 사이를 헤엄치다가 거꾸로 서기도 하고 가로누워 있기도 하고, 주둥이를 물 밖으로 내놓기도 하면서 아가미를 벌름거리고 있으니, 이야말로 지극한 진기(眞機)로 자연 그대로다.
따스한 모래는 깨끗한데 온갖 물새들이 둘둘 혹은 넷넷씩 짝을 지어 금석(錦石)에 앉기도 하고 꽃나무에서 지저귀기도 하고, 날개를 문지르기도 하고 모래를 몸에 끼얹기도 하고, 물에 그림자를 비춰보기도 하면서 스스로 천연한 태도의 목목(穆穆)함을 사랑하니 요순 시대의 기상과 다를 것이 없다.
이를 보노라면 웃음 속의 칼과 마음속에 모여 있는 많은 화살과 가슴 속에 가득한 가시가 일시에 깨끗이 없어져 한 가닥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늘 내 의사를 3월의 도화꽃 물결이 되게 하면 활발한 물고기와 새들처럼 자연 나의 순탄한 마음을 돕는 것이 있을 것이다.
● 서재(書齋)가 조금 서늘하고 술 기운이 뺨에 오를 때 오른편 벽에는 문장원(文壯元.문천상)의 상(像)을 걸어놓고, 왼편 벽에는 도징군(陶徵君.도잠)의 상을 걸어놓은 다음 치성(徵聲)으로 정기가(正氣歌)를 외고, 상성(商聲)으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외면서 좌우를 돌아보면 열렬함과 슬픔이 교차된다. 바야흐로 촛불 빛이 모두 무지개를 이룰 적에 칼 등을 거꾸로 잡고 연적을 두드리면 쟁그랑거리는 구리북 소리가 난다.
● 봄비는 윤택해서 풀 싹이 돋고 가을 서리는 엄숙해서 모든 나무에 낙엽이 진다.
● 동방삭(東方朔)은 세상을 조롱했고 영균(靈均.굴원)은 세상을 개탄했다. 그러나 그들의 고심은 모두 눈물겨운 바가 있다.
● 해가 서산으로 질 때 첩첩 구름이 가리면 구름빛이 갑자기 침향색(沈香色)으로 변한다. 그때 햇빛이 옆으로 넘쳐 반쪽 하늘에 붉은 빛이 질탕하게 되고 구름 가에는 자금선(紫金線)으로 선을 두른 것같이 된다.
● 선비라도 한 꿰미 돈을 아끼게 되면 앞뒤가 꽉 막히게 되고, 시정(市井) 사람이라도 마음속에 수천 자의 글을 지니게 되면 눈동자가 영롱하게 빛난다.
● 가난해서 반 꿰미의 돈도 저축하지 못한 주제에 천하의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은택을 베풀려 하고, 노둔해서 한 부(部)의 책도 통독하지 못한 주제에 만고의 경사(經史)와 총패(叢稗)를 다 보려 하니, 이는 오활한 자가 아니면 바로 어리석은 사람이다. 아, 이덕무야! 아, 이덕무야! 바로 네가 그렇다.
● 낙숫물을 맞으면서 헌 우산을 깁고, 섬돌 아래 헌 약구(藥臼)를 안정시키고, 새들을 문생(門生)으로 삼고 구름을 친구로 삼는다. 이런 형암(炯菴)의 일생을 편한 생활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 우습기 짝이 없다.
● 가는 모시[苧]의 실로 호박(琥珀)을 끊을 수 있고 엷은 판자 조각으로 쇠뿔을 벨 수 있는 것이니, 군자가 화(禍)를 예방함에 있어 소홀히 여기는 것을 삼가야 한다.
● 동이를 묻어놓고 물고기를 기를 때 열흘이 되도록 물을 갈지 않으면 이끼가 청동(靑銅)처럼 푸르러 사람의 옷을 물들일 수 있을 정도다. 금붕어는 온 몸이 연록색이 되어 비틀비틀 머리를 늘어뜨리고 헤엄친다. 이때 시험삼아 새 샘물로 갈아주고 붉은 벌레를 던져 넣어주면 매가 토끼를 쫓는 것처럼 생기가 일어 반신을 물 위에 내놓고 서서 사람을 향해 말을 하려 한다.
● 다정한 좋은 친구가 있는데도 그를 오래도록 머물게 하지 못할 경우에는 꽃술의 가루를 옮기는 나비가 꽃에 오는 것과 같아서 나비가 오면 너무 늦게 온 듯 여기고, 조금 머무르면 안스러워하고, 날아가면 못잊어하는 꽃의 심정과 같게 된다.
● 약한 아내는 길쌈을 잘하고, 어린 아들은 글을 잘 읽고, 여윈 황소는 묵은 밭을 잘 갈아서 집안이 비로소 살아가기가 편안해지면 글을 저술해서 명산(名山)에 동굴을 파고 보관하려 한다.
● 글을 읽음에 있어 공명에만 유의하고 정신을 들여 분명하게 살피지 않고, 게다가 자기의 처지에 만족할 줄도 모른다면 시장에 가서 거간꾼이 되는 것이 낫다.
● 마음에 맞는 계절에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며 마음에 맞는 시문(詩文)을 읽으면, 이는 최상의 즐거움이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지극히 드문 것이어서 일생을 통틀어도 모두 몇 번에 불과하다.
● 세계는 큰 화판이고 조화옹(造化翁)은 큰 화가(畫家)이다. 오구목(烏舅木)의 꽃이 요염하게 주황색으로 붉었는데, 누가 은주(銀硃), 자석(赭石), 산호(珊瑚)의 가루를 만들어 그려놓았는가? 매화꽃 잎에는 연지(臙脂)같이 붉은 즙(汁)이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고, 추국(秋菊)의 꽃빛은 등황색(藤黃色)을 곱게 바른 듯하고, 눈이 갠 뒤에는 피어오르는 남기(嵐氣)에 푸른 빛깔이 이리저리 엇갈려 원근에 고루 나뉘었다. 소나기가 강 위를 달리면서 수묵(水墨)을 가득히 뿌리면 바림할 틈이 없게 되기도 하고, 잠자리의 눈은 푸르고 훨훨 나는 나비의 날개는 금빛으로 물들었다. 생각건대 이는 하늘 위에 채색을 맡은 성관(星官)이 있어 풀, 꽃, 돌, 금의 정영(精英)을 수집해다 조화옹에게 제공하여 만물에게 빛깔을 입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노을이 깔린 가을 강의 화판이 가장 좋은데, 이는 조화옹의 그림 가운데 제일 잘된 것이다.
● 그림을 그리면서 시의 뜻을 모르면 색칠의 조화를 잃게 되고, 시를 읊으면서 그림의 뜻을 모르면 시의 맥락이 막히게 된다. 더운 여름날에 파초원(芭蕉院)에 앉았노라면 졸음이 구름처럼 몰려온다. 이때 소나기가 좍좍 파초잎을 치면 물방울이 흐름에 따라 잎이 까닥까닥거리고, 세찬 빗발로 이는 안개 같은 물방울 때문에 얼굴이 서늘해져서 졸음을 쫓기에는 안성맞춤이다.
● 아름답게 빼어난 푸른 봉우리와 선명하고 짙은 흰 구름을 한참 동안 부러워하다가 마음속으로 한 손에 움켜다 모두 먹으려 했더니 어금니에서 벌써 군침이 도는 소리가 들렸다. 천하에 가장 먹음직스러운 것치고는 이와 같은 것이 없다.
● 신선은 별다른 사람이 아니다. 마음속에 한 점의 누도 없어 도가 이미 원숙한 지경에 이르고 금단술(金丹術)이 거의 이루어졌을 때를 말한 것이다. 매미처럼 껍질을 벗고 날아서 하늘에 오른다는 것은 억지 말이다. 만약 내 마음에 잠깐이라도 누가 없으면 이는 잠깐 동안 신선이 된 것이고 반나절 동안 누가 없으면 반나절 동안 신선이 된 것이다. 나는 비록 오랫동안 신선이 되지는 못하지만 하루에 두세 번쯤은 신선이 된다. 세상을 발밑에 두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신선이 되려 하는 사람은 일생 동안 한 번도 될 수 없을 것이다.
● 가을 날 검은 두건과 흰 겹옷으로 녹침필(綠沈筆)을 휘두르면서 해어도(海魚圖)를 평론할 때 흰 문종이로 바른 명쾌한 창문에 흰 국화 그림자가 비쳤다. 먹을 옅게 갈아서 향기를 따라 꽃에 와 앉아 있는 큰 나비 한 쌍을 그렸다. 나비의 수염이 동선(銅線)과 같아 역력히 셀 수 있었다. 이어 가지를 잡고 거꾸로 매달려 있는 참새 한 마리를 그렸다. 그 모양이 더욱 기이했으나 놀라 날아갈까봐 급히 그리고 나서 쟁그렁 붓을 던졌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이미 나비를 얻었고 또 참새도 얻었으니까.’ 하였다.
● 눈 오는 밤이나 비 오는 밤에 다정한 친구가 오지 않으니, 누구와 얘기를 나눌까? 시험삼아 내 입으로 글을 읽으니 듣는 것은 나의 귀요, 내 손으로 글씨를 쓰니 구경하는 것은 나의 눈이었다. 내가 나를 친구로 삼았으니 다시 무슨 원망이 있으랴?
● 상농부(上農夫)가 새벽에 봄비를 맞으면서 밭을 갈 때 왼손으로 쟁기를 잡고 오른손으로 고삐를 쥐고서 검은 소의 등을 때리며 크게 고함을 지른다. 그 소리는 산이 찢어지는 듯, 물이 소용돌이쳐 흐르는 듯 찌렁찌렁 울렸다. 검은 소는 발굽을 날리며 부드러운 흙을 구름덩이처럼, 물고기 비늘을 나란히 겹쳐놓은 것처럼 손쉽게 갈아제쳤다. 이 또한 이 세상의 한 가지 장쾌한 일이라 하겠다.
● 하지장(賀知章)은 경호(鏡湖)를 빌어 얻었고(處士치고는 너무 떠들썩했다는 뜻),부재(符載)는 산을 사려 했으니(처사답게 조용하지 못했다는 뜻), 이들은 떠들썩한 처사(處士)이다. 이곳에 푸른 봉우리가 무수하고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니 어딘들 몇 간 초옥(草屋)을 짓기에 적당하지 않으랴? 차마 돌아가지 못하고 혀를 차면서 탄식하기를, "조서(詔書)를 내리는 황제(皇帝)도 없고, 돈을 기부할 자사(刺史)도 사귀지 못한 채 홍진(紅塵) 속에서 살면서 머리만 허옇게 세었으니 참으로 박복한 사람이다" 하였다.
● 시문을 볼 때는 먼저 지은 사람의 정경(情境)을 알아야 하고, 서화(書畫)를 평할 때는 먼저 자신의 기우(器宇)를 반성해 보아야 한다.
● 두예(杜預)는 유아(儒雅)해서 공명심이 작은 것 같았으나 살았을 때 자기의 공적비(功績碑)를 새겨 물 속에 넣어 두었고, 두목(杜牧)은 경준(輕俊)해서 공명심이 많은 것 같았으나 죽을 때 자기가 지은 글을 불살랐다. 물 속의 한 조각 비석은 어디로 갔는지 망망했지만 오(吳)를 정벌한 훈업(勳業)은 그대로였으며, 불 속에 타버린 시는 다시 나와서 번천(樊川. 두목)의 풍류가 그대로 전해온다.
● 산장(山莊)의 목동이 화원(畫員)의 구도(構圖)를 알아서 옥수수 잎으로 더부룩한 머리를 감싸고, 소의 등마루 하단에 앉아서 소의 두 뿔을 바라보면 먼 산 봉우리가 출몰하는 것 같을 것이고, 목동은 주먹만하고 소는 집채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등마루 한중앙에 탄다면 이는 운치를 모르는 속된 목동일 것이다.
● 해조(海潮)를 그린 작은 그림 폭을 펴고 한참 동안 바라보면 물결이 이는 곳은 수없이 많은 물고기 비늘이 움직이는 것 같고, 파도가 치는 곳은 수많은 손이 움켜잡는 것 같아서 잠깐 사이에 바다에 떠 있는 빈 배가 출몰하듯 몸이 굽어졌다 펴졌다 한다. 그래서 그림 폭을 걷어치우니 마음이 가라앉았다.
● 친구가 없다고 한탄할 필요가 없이 책과 함께 노닐면 된다. 책이 없으면 운하(雲霞)가 내 친구고, 운하가 없으면 하늘 가를 나는 갈매기에 내 마음을 의탁할 것이다. 나는 갈매기가 없으면 남쪽 마을의 회화나무를 친구삼아 바라보아도 되고 원추리 잎새 사이의 귀뚜라미도 구경하며 즐길 수 있다. 무릇 내가 사랑해도 상대가 시기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것은 모두 나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 생계가 군색하니 새가 깃든 뒤에 저녁 식사하고 방이 썰렁하니 새가 둥우리에서 나간 뒤에 잠을 깬다. 선생은 어째서 새가 깃들고 나가고 하는 것에 따라 아침과 저녁의 기준을 삼는가? 나는 새 울음으로 자명종(自鳴鍾)과 연화루(蓮花漏)를 삼고 있기 때문이다.
● 나보다 훌륭한 사람은 우러러 사모하고, 나와 동일한 사람은 아껴주어 교제하면서 서로 격려하고, 나만 못한 사람은 딱하게 여겨 가르쳐 준다면 천하가 태평하게 될 것이다.
● 예처사(禰處士)가 북을 치며 조조(曹操)를 꾸짖을 때 끓어오르는 분노를 터뜨려 매도했으니, 이는 너무 지나치게 미워한 것이다. 곽영공(郭令公. 곽자의)이 첩을 물리치고 노기(盧杞)를 만나, 눈에는 냉소를 띠면서도 억지로 웃으면서 담소했으니, 이는 몸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다.
● 어떤 사람이 고인(古人) 만나보지 못한 것을 매우 탄식하다가 이어 눈물을 흘렸다. 그래서 시험삼아 먼저 왕마힐(王摩詰. 왕유)의 문집을 주고 그에게 10일 간 재계하고 나서 정결한 방에서 읽게 했다. 그 사람이 뒤에 와서 환히 웃으면서, "내가 옛사람 왕마힐을 보았습니다.” 하기에, 묻기를, “눈썹과 눈은 어떻게 생겼고 살쩍은 어떻게 생겼던가?" 하니, 답하기를, "이미 잊었습니다" 하더니, 조금 있다가, "그러나 마음속에는 분명히 남아 있습니다" 하였다. 그래서 나는 손을 저으면서, "자꾸 말하지 말라. 나는 이미 이해하고 있다. 서수(犀首.공손연) 같은 언변이 있더라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고, 호두(虎頭.고개지) 같은 재주가 있더라도 그림으로 그려내지 못할 것이다" 하였다.
● 봄 산은 산뜻하고 여름 산은 물방울이 듣는 듯하고 가을 산은 수척해 보이고 겨울 산은 싸늘해 보인다. 천고(天鼓.별이름)가 어느 산 어느 물의 기운을 모아 팽연촌(彭淵村), 미원장(米元章)을 출생시켜 오활의 종주와 전광(顚狂)의 괴수가 되게 했는지 모르겠다. 당세 사람들이 그들의 용모를 접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입에 든 밥을 날아다니는 벌떼처럼 내쏟고 갓끈이 썩은 새끼줄처럼 끊어지도록 깔깔대며 웃었고, 그 이야기가 수 천년 동안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등불을 밝히고 그들의 저서를 읽으면서 허리를 잡고 크게 웃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차라리 웃을 수는 있을지언정 차마 해칠 수는 없다. 돌아보건대, 그 사람들은 닭 한 마리 잡을 힘도 없었으니, 이는 쓸데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와 같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는 그들에게 기심(機心)이 없었던 까닭이다.
● 당인(唐寅. 명나라 화가이며 문장가)의 글은 봄 숲인가 아니면 가을 나무인가? 사람마다 태어나면 꾀꼬리나 매미처럼 그의 글을 읊조린다. 무릇 3백년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아름다운 여음(餘音)은 들을 만하다.
● 밖으로 점잖은 체 꾸미면서 속에 시기심이 꽉 찬 사람은 사랑하려 해도 한 푼의 값어치가 없고 미워하려 해도 또한 때릴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다. 단지 그가 거짓을 꾸미느라 매우 노고하는 것을 가엾게 여길 뿐이다. 만약 그가 잘못을 뉘우치면 한 번 가르쳐볼 만은 하다.
● 어린애가 거울을 보고 빙그레 웃는 것은 분명히 저 뒤쪽까지 탁 트인 줄 알고 그러는 것이다. 그러나 급히 거울의 뒤쪽을 보면 거울의 등은 검을 뿐인데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할 뿐 어째서 어두운가에 대해 묻지 않는다. 묘하구나, 구애됨이 없음이여! 본보기로 삼을 만한 일이다.
● 하늘을 바라보면 별빛이 반짝이고 땅에 귀를 기울이면 벌레 소리가 꽉 찼다. 내가 별빛과 벌레 소리 속에서 등불을 켜고 '이소경(離騷經)'을 읽으면서 가을 기운을 잊는다.
● 여름 저녁에 팥꽃이 핀 울타리 가를 거닐다가 거무죽죽한 거미가 실을 뽑아 망을 얽는 것을 보니, 그 오묘함이 부처와도 일맥 상통하는 것 같았다. 실을 뽑고 이것을 끌고 가면서 다리를 움직이는 법이 매우 기묘했다. 때로는 멈추기도 하고 때로는 빨리 얽기도 했다. 그것은 흡사 보리를 심느라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과, 거문고를 퉁기느라 움직이는 손가락과도 같았다.
● 간사한 사람의 가슴속에는 마름쇠 1곡(斛)이 들어 있고, 속인(俗人)의 가슴속에는 때 1곡이 들어 있고, 청사(淸士)의 가슴속에는 얼음 1곡이 들어 있으며, 강개한 선비의 가슴속은 모두 가을 빛 속의 눈물이고, 기사(奇士)의 가슴속에는 여러 개의 가지처럼 뻗어난 마음이 모두 대나무와 돌을 이루고 있다. 대인(大人)의 가슴속은 평탄해서 아무런 물건도 없다.
● 미불(米芾)은 돌에 절했고 반곡(潘谷.송나라의 묵공)은 이정규(李廷珪)의 먹[墨]에 절했으며, 역생(酈生)은 패공(沛公)에게 절하지 않았고 도연명(陶淵明)은 관장(官長)에게 절하지 않았다. 절해서는 안 될 경우에 절하면 이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람이고, 당연히 절해야 될 경우에 절하지 않으면 이는 거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 고금(古今)도 따지고 보면 잠깐일 수 있고 잠깐도 따지고 보면 조그만 고금이 될 수 있다. 잠깐이 쌓이면 거연(居然)히 고금이 되기 때문이다. 또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수레바퀴처럼 수없이 교대하면서 돌아가지만 늘 새롭기만 하다. 이 가운데서 낳고 이 가운데서 늙으므로 군자는 이 '3일'에 유념한다.
● 눈썹은 한 움큼의 털이다. 듣는 기능이나 말하는 기능이 없이 사람의 눈 위에 붙어 있으면서 사람을 위해서 얼굴의 조화만 이룰 뿐이다. 꼬리는 한줌의 고깃덩이이다. 뛰는 기능이나 씹는 기능도 없이 짐승의 꽁무니에 드리워있으면서 짐승을 위해서 치부를 가리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조물주도 점철법(點綴法)과 미봉법(彌縫法)에 일가견이 있다 하겠다.
● 글이나 시를 하나씩 지을 적마다 때로는 사랑스러워 부처의 배에 보관하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아 쥐의 오줌을 받는 데 쓰고 싶은 생각도 든다. 이 모두가 망상의 탓이 아닌 것이 없다.
● 일이 뜻대로 되어도 그렇게 넘길 뿐이고 일이 뜻대로 안 되어도 그대로 넘길 뿐이다. 그러나 언짢게 넘기는 것과 즐겁게 넘기는 것이 있다.
● 망령된 사람과 논쟁하느니보다는 얼음물 한 그릇 마시는 것이 낫다.
● 글을 읽고도 시정배(市井輩)의 마음이 있다면, 시정배로서 글을 잘 읽은 사람이 낫다.
● 끼니마다 밥 먹고 밤마다 잠자며, 껄껄대고 웃으면서 나무를 팔고 보리밭을 매느라 얼굴이 구리빛인 사람이라도, 천성(天性)이 천단(淺短)하지 않으면 그와 교제를 맺으려 한다.
● 분수를 지켜 편안히 여기고 처해진 형편대로 즐기고 모욕을 참고 관대함을 지니면, 이것이 대완(大完)이다.
● 조정에 출사(出仕)하여 임금의 계책을 돕지 못할진대, 초가집에 앉아 십삼경(十三經) 주소의 이론을 열람하고 이십일사(二十一史) 기전(紀傳)의 잘잘못을 평론하는 것이, 차라리 헛되이 살다 헛되이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두 그릇 밥을 먹는 데에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마음을 닦고 성령을 배양하는 것만은 못하다.
▶️ 神(귀신 신)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보일 시(示=礻; 보이다, 신)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申(신)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申(신)과 만물을 주재하는 신(示)의 뜻을 합(合)하여 정신을 뜻한다. 申(신)은 번갯불의 모양이고, 示(시)변은 신이나 제사에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神(신)은 천체(天體)의 여러 가지 변화를 부리는 신, 아주 옛날 사람은 천체의 변화를 큰 신비한 힘을 가진 신의 행위라 생각하고 그것을 번갯불로 대표시켜 神(신)자로 삼았다. ❷회의문자로 神자는 '귀신'이나 '신령', '정신'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神자는 示(보일 시)자와 申(펼 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申자는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옛사람들은 번개는 신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을 그린 申자는 '하늘의 신'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申자가 '펴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여기에 示자를 더한 神자가 '신'이나 '신령'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神(신)은 (1)인간의 종교심(宗敎心)의 대상이 되는, 초인간적 위력을 가지고 세계를 지배한다고 하는 존재. 명명(冥冥)한 중에 존재하며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능력을 가지고 인류에게 화복(禍福)을 내린다고 믿어지는 신령(神靈). 곧 종교 상 귀의(歸依)하고 또 두려움을 받는 대상 (2)하느님 (3)귀신(鬼神) (4)신명(神明) (5)삼신(三神) (6)영묘 불가사의(靈妙不可思議)하여 인지(人智)로써는 헤아릴 수 없는 것 (7)거룩하여 감히 침범할 수 없는 것. 신성(神聖) 등의 뜻으로 ①귀신(鬼神) ②신령(神靈) ③정신(精神), 혼(魂) ④마음 ⑤덕이 높은 사람 ⑥해박한 사람 ⑦초상(肖像) ⑧표정(表情) ⑨불가사의(不可思議)한 것 ⑩신품(神品) ⑪신운(神韻: 고상하고 신비스러운 운치) ⑫영묘(靈妙)하다, 신기하다 ⑬화하다 ⑭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⑮소중히 여기다 ⑯영험이 있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신령 령/영(靈), 귀신 귀(鬼), 넋 혼(魂), 넋 백(魄)이다. 용례로는 선도를 닦아서 도에 통한 사람을 신선(神仙), 신과 사람 또는 신과 같은 만능의 사람을 신인(神人), 죽은 사람 위(位)를 베푸는 나무 패를 신주(神主), 신의 종복이란 뜻으로 기독교 신도가 스스로 낮추는 말을 신복(神僕), 신령의 자리로서 설치된 것이나 장소를 신위(神位), 영성의 생명 또는 신의 명령을 신명(神命), 신묘하고 기이함을 신기(神奇), 신령을 모신 집을 신당(神堂), 신기하고 영묘함을 신묘(神妙), 신의 공덕을 신덕(神德), 귀신이 몸에 접함을 신접(神接), 마음이나 생각을 정신(精神), 사람의 죽은 넋으로 어떤 일을 유난히 잘하는 사람을 귀신(鬼神), 본 정신을 잃음을 실신(失神), 땅을 맡은 신령을 지신(地神), 신을 받들어 공경함을 경신(敬神), 비밀에 속하는 일을 누설함을 일컫는 말을 신기누설(神機漏泄), 신이 행하는 뛰어난 계략을 일컫는 말을 신기묘산(神機妙算), 큰 일을 당해도 냉정하여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이 변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신색자약(神色自若), 예술작품 따위에서 신비한 기운이 어렴풋이 피어 오름을 일컫는 말을 신운표묘(神韻縹渺), 신과 사람이 함께 노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럽거나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음을 일컫는 말을 신인공노(神人共怒), 비밀에 속하는 일을 누설함을 이르는 말을 신기누설(神機漏泄), 큰 일을 당해도 냉정하여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이 변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신색자약(神色自若), 헤아릴 수 없는 변화의 재주를 가진 힘을 일컫는 말을 신통지력(神通之力), 귀신처럼 자유자재로 나타나기도 하고 숨기도 한다는 뜻으로 날쌔게 나타났다 숨었다 하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신출귀몰(神出鬼沒) 등에 쓰인다.
▶️ 仙(신선 선)은 ❶회의문자로 屳(선)의 본자(本字), 僊(선), 僲(선)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山(산)으로 이루어졌다. 산에 사는 사람, 신선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仙자는 '신선'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仙자는 人(사람 인)자와 山(뫼 산)자가 결합한 것이니 '신선'의 이미지와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人자와 䙴(오를 천)자가 결합한 僊(신선 선)자가 '신선'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䙴자는 새집을 옮기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옮기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에 人자가 더해진 僊자는 '산으로 터전을 옮긴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해서에서부터는 글자가 간략화되면서 山자가 들어간 仙자가 '신선'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仙(선)은 (1)사람의 성명(姓名)에 붙이어 높임을 나타내는 말. 이제는 별로 쓰이지 않음 (2)신선(神仙) (3)센트(cent) 등의 뜻으로 ①신선(神仙) ②센트(미국 화폐 단위) ③선교(仙敎: 신선이 되기 위한 도를 닦는 종교) ④날 듯하다 ⑤신선(神仙)이 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세속을 떠나 외도의 수행자로서 산 속에서 여러 도의 법을 닦은 바라문의 현자를 선인(仙人), 하늘에 산다는 여자 신선을 선녀(仙女), 신선을 배우는 도를 선도(仙道), 신선이 산다는 산골을 선동(仙洞), 신선이 산다는 집 또는 선도를 닦는 사람이나 선인이 되는 길을 가르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선가(仙家), 왕릉을 달리 이르는 말을 선침(仙寢), 신선이 만든다고 하는 장생불사의 영약 또는 먹으면 신선이 된다는 약을 선단(仙丹), 신선 나라에 있다는 복숭아로 지난날 헌선도를 출 때 올리던 나무로 만들어 구리로 잎사귀를 단 복숭아를 선도(仙桃), 신선과 같은 모습 또는 뜻이 바뀌어 속세를 떠난 모습을 비유한 말을 선자(仙姿), 임금이나 신선이 타는 수레를 선가(仙駕), 신선이 사는 곳이라는 뜻으로 속세를 떠난 거처를 이르는 말을 선굴(仙窟), 신선이 산다는 곳으로 속세를 떠난 조용한 곳을 이르는 말을 선거(仙居), 선경에 산다는 아이를 선동(仙童), 선인과 같은 풍채를 선풍(仙風), 신선이 되어 자유로이 놀러 다님 또는 사람의 죽음을 미화한 말을 선유(仙遊), 허망된 생각으로 행을 닦아 생각을 보존하고 몸을 견고하게 하여 산림 사이로 다니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선취(仙趣), 신선이 산다는 곳으로 경치가 신비스럽고 그윽한 곳을 이르는 말을 선경(仙境), 신선의 세계를 일컫는 말을 선계(仙界), 신선과 같은 재능이란 뜻으로 뛰어난 재주를 일컫는 말을 선재(仙才), 신선이 된다는 뜻으로 늙어서 병이나 탈이 없이 곱게 죽음을 일컫는 말을 선화(仙化), 선도를 닦아서 도에 통한 사람을 신선(神仙), 선풍이 있는 위대한 천재 시인 또는 세상일을 잊고 시 짓기에만 몰두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시선(詩仙),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감으로 귀인의 죽음을 가리키는 말을 등선(登仙), 하늘에 올라 선인이 됨으로 귀인의 죽음을 일컫는 말을 상선(上仙), 물 속에 산다는 신선으로 수선화를 일컫는 말을 수선(水仙), 하늘에 있다는 신선을 천선(天仙), 뛰어나고 존귀한 신선을 대선(大仙), 세속에 구애됨이 없이 두주로써 낙을 삼는 사람을 주선(酒仙), 꽃 중의 신선이라는 뜻으로 해당화를 달리 일컫는 말을 화선(花仙), 검술에 뛰어난 사람을 검선(劍仙), 여우가 여러 천년 동안 도를 닦아서 되었다고 이르는 신선을 호선(胡仙), 금빛나는 신선의 뜻으로 불타의 다른 이름을 금선(金仙), 매우 뛰어난 솜씨를 가진 화가를 높이는 말을 화선(畫仙), 두 발을 가진 사람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 또는 복과 지를 원만하게 갖추었다는 뜻으로 부처의 높임말을 양족선(兩足仙), 신선의 자태와 옥 같은 바탕이라는 뜻으로 용모도 아름다운데다가 기품도 뛰어난 사람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선자옥질(仙姿玉質), 평범하고 속된 것을 초월한 재주를 일컫는 말을 선재귀재(仙才鬼才), 선인의 풍모와 도사의 골격이라는 뜻으로 남달리 뛰어난 풍채를 이르는 말을 선풍도골(仙風道骨), 선인이 내려 주는 이슬과 아름다운 구슬이라는 뜻으로 서법의 원활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선로명주(仙露明珠), 선녀가 속계를 그리워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선녀사범(仙女思凡),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는 뜻으로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기분이 좋음을 이르는 말을 우화등선(羽化登仙), 신선과 신령의 그림도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음을 이르는 말을 화채선령(畫彩仙靈), 꽃 중의 신선이라는 뜻으로 깨끗하고 고상한 해당화를 이르는 말을 화중신선(花中神仙), 빛이 썩 희고 고결하여 신선과 같은 뛰어난 풍채와 골격을 일컫는 말을 옥골선풍(玉骨仙風) 등에 쓰인다.
▶️ 非(아닐 비, 비방할 비)는 ❶상형문자로 새의 좌우로 벌린 날개 모양으로, 나중에 배반하다, ~은 아니다 따위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非자는 '아니다'나 '그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非자를 보면 새의 양 날개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非자의 본래 의미는 '날다'였다. 하지만 후에 새의 날개가 서로 엇갈려 있는 모습에서 '등지다'라는 뜻이 파생되면서 지금은 '배반하다'나 '아니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飛(날 비)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非(비)는 (1)잘못, 그름 (2)한자로 된 명사(名詞) 앞에 붙이어 잘못, 아님, 그름 따위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그르다 ③나쁘다, 옳지 않다 ④등지다, 배반하다 ⑤어긋나다 ⑥벌(罰)하다 ⑦나무라다, 꾸짖다 ⑧비방(誹謗)하다 ⑨헐뜯다 ⑩아닌가, 아니한가 ⑪없다 ⑫원망(怨望)하다 ⑬숨다 ⑭거짓 ⑮허물, 잘못 ⑯사악(邪惡)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不),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남의 잘못이나 흠 따위를 책잡아서 나쁘게 말함을 비난(非難), 옳은 이치에 어그러짐을 비리(非理), 예사롭지 않고 특별함을 비상(非常), 부정의 뜻을 가진 문맥 속에서 다만 또는 오직의 뜻을 나타냄을 비단(非但), 제 명대로 살지 못하는 목숨을 비명(非命), 보통이 아니고 아주 뛰어남을 비범(非凡), 법이나 도리에 어긋남을 비법(非法), 번을 설 차례가 아님을 비번(非番), 사람답지 아니한 사람을 비인(非人), 잘못되거나 그릇된 행위를 비행(非行), 불편함 또는 거북함을 비편(非便), 결정하지 아니함을 비결(非決), 사람으로서의 따뜻한 정이 없음을 비정(非情),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말다툼을 시비(是非), 옳음과 그름을 이비(理非), 간사하고 나쁨을 간비(姦非), 아닌게 아니라를 막비(莫非), 그릇된 것을 뉘우침을 회비(悔非), 이전에 저지른 잘못을 선비(先非), 교묘한 말과 수단으로 잘못을 얼버무리는 일을 식비(飾非), 음란하고 바르지 아니함을 음비(淫非), 같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님이란 뜻으로 한둘이 아님을 일컫는 말을 비일비재(非一非再), 중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라는 뜻으로 어중간한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을 비승비속(非僧非俗), 꿈인지 생시인지 어렴풋한 상태를 일컫는 말을 비몽사몽(非夢似夢),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라는 말을 비례물시(非禮勿視), 모든 법의 실상은 있지도 없지도 아니함으로 유와 무의 중도를 일컫는 말을 비유비공(非有非空) 또는 비유비무(非有非無), 일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운수가 글러서 성공 못함을 탄식하는 말을 비전지죄(非戰之罪), 뜻밖의 재앙이나 사고 따위로 제 수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을 일컫는 말을 비명횡사(非命橫死), 자기의 몸을 돌보지 않고 임금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의 도리를 일컫는 말을 비궁지절(非躬之節), 고기가 아니면 배가 부르지 않다는 뜻으로 나이가 든 노인의 쇠약해진 몸의 상태를 이르는 말을 비육불포(非肉不飽), 책잡아 나쁘게 말하여 공격함을 일컫는 말을 비난공격(非難攻擊), 비단옷을 입어야 따뜻하다는 뜻으로 노인의 쇠약해진 때를 이르는 말을 비백불난(非帛不煖),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늘 그러함을 일컫는 말을 비금비석(非今非昔), 어려울 것이 없는 일을 일컫는 말을 비난지사(非難之事), 예가 아니면 행동으로 옮기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을 비례물동(非禮勿動), 예가 아니면 말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을 비례물언(非禮勿言),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아야 한다는 말을 비례물청(非禮勿聽), 얼핏 보기에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은 듯이 보이나 실제로는 예에 어긋나는 예의를 이르는 말을 비례지례(非禮之禮), 들어서 말할 거리가 못됨을 일컫는 말을 비소가론(非所可論), 아무런 까닭도 없이 하는 책망을 일컫는 말을 비정지책(非情之責), 아침이 아니면 곧 저녁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의 시기가 임박했음을 이르는 말을 비조즉석(非朝卽夕), 꼭 그것이라야만 될 것이라는 말을 비차막가(非此莫可), 제 분수에 넘치는 직책을 일컫는 말을 비분지직(非分之職), 아직 일에 숙달하지 못한 직공을 일컫는 말을 비숙련공(非熟練工), 제때가 아닌 때에 먹는 것을 금한 계율을 일컫는 말을 비시식계(非時食戒), 용이 때를 만나면 못을 벗어나 하늘로 오르듯이 영웅도 때를 만나면 세상에 나와 큰 뜻을 편다는 뜻으로 비범한 인물이나 장차 대성할 사람을 이르는 말을 비지중물(非池中物), 사물을 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이를 행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말을 비지지간(非知之艱) 등에 쓰인다.
▶️ 別(나눌 별/다를 별)은 ❶회의문자로 冎(과; 另령)와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의 합자(合字)이다. 살과 뼈를 나누는 일, 나중에 살에 한하지 않고 사물을 구분하는 뜻으로 쓰였다. ❷회의문자로 別자는 '나누다'나 '헤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別자는 另(헤어질 령)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另자는 冎(뼈 발라낼 과)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뼈와 살을 발라낸다는 뜻이 있다. 別자의 갑골문을 보면 뼛조각과 칼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뼈와 살이 나누어졌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뼈와 살이 나누어졌다는 것은 사람이 죽었다는 뜻이기 때문에 別자는 '헤어지다'나 '나누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別(별)은 (1)어떤 말 앞에 붙어서 보통과 달리 독특함을 나타내는 말 (2)별의 별의 뜻을 나타내는 말 (3)명사(名詞) 다음에 붙어서 그 명사를 같은 종류로 구별(區別)할 때에 쓰는 말 등의 뜻으로 ①나누다 ②몇 부분(部分)으로 가르다 ③헤어지다 ④따로 떨어지다 ⑤떠나다 ⑥다르다 ⑦틀리다 ⑧갈래, 계통(系統) ⑨구별(區別) ⑩차별(差別) ⑪이별, 헤어짐 ⑫따로 달리 ⑬특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 구분할 구(區), 다를 차(差), 다를 수(殊), 다를 리(異), 떠날 리(離)이다. 용례로는 딴 방면이나 방도를 별도(別途), 세상을 떠난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죽음을 별세(別世), 관련성이 없어서 구별되는 딴 것을 별개(別個), 살림집 밖에 경치 좋은 곳에 따로 지어 놓고 때때로 묵으면서 쉬는 집을 별장(別莊), 본관 밖에 따로 지어 놓은 건물을 별관(別館), 유달리 좋은 맛으로 늘 먹는 것과는 다르게 만든 좋은 음식을 별미(別味), 달리 일컫는 이름을 별칭(別稱), 두드러진 다른 차이를 별차(別差), 따로 떨어져서 살음을 별거(別居), 보통의 것과는 달리함을 별반(別般), 보통과 다름을 특별(特別), 차등이 있게 구별함을 차별(差別), 하나 하나 낱낱이 따로 나눔을 개별(個別), 특별함을 각별(各別), 종류에 따라 갈라 놓음 구별(區別), 서로 구별을 지어 가르는 것을 분별(分別), 서로 갈려 떼어짐을 이별(離別), 기약 없는 이별을 결별(訣別), 서로 헤어짐을 작별(作別), 서로 떨어지기를 서운하게 여김을 석별(惜別), 이별을 알림을 고별(告別), 헤어지거나 멀리 떠나는 사람을 보냄을 송별(送別), 가려서 따로 나눔을 선별(選別), 속계를 떠난 특별한 경지에 있다는 뜻으로 별세계를 이르는 말을 별유천지(別有天地),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아주 좋은 세상 또는 딴 세상을 일컫는 말을 별유건곤(別有乾坤), 보통 볼 수 없는 특별히 좋은 풍경을 일컫는 말을 별유풍경(別有風景), 별로 볼 만한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별무가관(別無可觀), 별로 신통할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별무신통(別無神通), 필요한 것 이외에는 갖지 않음으로 검소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별무장물(別無長物), 경전 바깥의 특별한 전승이라는 뜻으로 마음과 마음으로 뜻을 전함을 일컫는 말을 교외별전(敎外別傳), 남자와 여자와는 분별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남녀유별(男女有別), 오륜의 하나로 남편과 아내는 분별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부부 사이에는 인륜상 각각 직분이 있어 서로 침범하지 못할 구별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부부유별(夫婦有別), 여러 가지 사물이 모두 차이가 있고 구별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천차만별(千差萬別), 어른과 아이와의 구별을 일컫는 말을 관동지별(冠童之別), 우레처럼 만났다가 번개처럼 헤어진다는 뜻으로 잠깐 만났다가 곧 이별함을 이르는 말을 뇌봉전별(雷逢電別), 한 번 헤어진 후 3년이 된다는 뜻으로 보고 싶은 그리운 정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별삼춘(一別三春), 집집마다 찾아 다닌다는 뜻으로 마마媽媽를 일컫는 말을 호구별성(戶口別星), 서로 소매를 나누고 헤어짐이란 뜻으로 이별을 뜻하는 말을 분수작별(分手作別), 네 마리 새의 이별이라는 뜻으로 모자의 이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사조지별(四鳥之別), 상례에 따르지 아니하고 특별히 논하여야 마땅하다는 말을 당이별론(當以別論), 여러 가지 일에 대한 생각과 사물을 제 분수대로 각각 나누어서 가름을 일컫는 말을 사려분별(思慮分別), 정당한 이유 없이 남보다 나쁜 대우를 함 또는 그 차별을 두고 하는 대우를 일컫는 말을 차별대우(差別待遇), 서로 소매를 나누고 헤어짐이란 말로 곧 서로 이별함을 일컫는 말을 분수상별(分袖相別), 술을 마시는 사람은 장이 따로 있다는 뜻으로 주량은 체구의 대소에 관계 없음을 이르는 말을 주유별장(酒有別腸) 등에 쓰인다.
▶️ 人(사람 인)은 ❶상형문자로 亻(인)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 옛날에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썼으나 뜻의 구별은 없었다. ❷상형문자로 人자는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人자는 한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기도 하다. 상용한자에서 人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만 해도 88자가 있을 정도로 고대 중국인들은 人자를 응용해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人자가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을 했었지만, 갑골문에 나온 人자를 보면 팔을 지긋이 내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었다. 소전에서는 팔이 좀 더 늘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人자가 되었다. 이처럼 人자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사람의 행동이나 신체의 모습, 성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人(인)은 (1)사람 (2)어떤 명사(名詞) 아래 쓰이어, 그러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사람, 인간(人間) ②다른 사람, 타인(他人), 남 ③딴 사람 ④그 사람 ⑤남자(男子) ⑥어른, 성인(成人) ⑦백성(百姓) ⑧인격(人格) ⑨낯, 체면(體面), 명예(名譽) ⑩사람의 품성(稟性), 사람됨 ⑪몸, 건강(健康), 의식(意識) ⑫아랫사람, 부하(部下), 동류(同類)의 사람 ⑬어떤 특정한 일에 종사(從事)하는 사람 ⑭일손, 인재(人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진 사람 인(儿),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짐승 수(兽), 짐승 수(獣), 짐승 수(獸),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뛰어난 사람이나 인재를 인물(人物), 안부를 묻거나 공경의 뜻을 표하는 일을 인사(人事),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권(人權), 한 나라 또는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의 총수를 인구(人口), 세상 사람의 좋은 평판을 인기(人氣),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을 인류(人類), 사람의 힘이나 사람의 능력을 인력(人力),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材), 사람의 수효를 인원(人員),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나 사람의 품격을 인격(人格), 사람에 관한 것을 인적(人的), 사람을 가리어 뽑음을 인선(人選),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을 인위(人爲), 사람의 몸을 인체(人體),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한 사람 한 사람이나 각자를 개인(個人),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남의 아내의 높임말을 부인(夫人), 결혼한 여자를 부인(婦人), 죽은 사람을 고인(故人), 한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商人), 다른 사람을 타인(他人), 널리 세상 사람의 이야깃거리가 됨을 일컫는 말을 인구회자(人口膾炙), 인간 생활에 있어서 겪는 중대한 일을 이르는 말을 인륜대사(人倫大事), 사람은 죽고 집은 결딴남 아주 망해 버림을 이르는 말을 인망가폐(人亡家廢),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있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이나 오래 살고 못 살고 하는 것이 다 하늘에 달려 있어 사람으로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명재천(人命在天), 사람의 산과 사람의 바다라는 뜻으로 사람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모인 모양을 이르는 말을 인산인해(人山人海), 사람마다 마음이 다 다른 것은 얼굴 모양이 저마다 다른 것과 같음을 이르는 말을 인심여면(人心如面), 여러 사람 중에 뛰어나게 잘난 사람을 두고 이르는 말을 인중사자(人中獅子), 여러 사람 중에 가장 못난 사람을 이르는 말을 인중지말(人中之末),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금지탄(人琴之歎),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이 헛되지 아니하면 그 이름이 길이 남음을 이르는 말을 인사유명(人死留名), 사람은 곤궁하면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사람은 궁해지면 부모를 생각하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인궁반본(人窮反本),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의 도리를 벗어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인비인(人非人),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사람의 근본은 부지런함에 있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재근(人生在勤),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남의 신상에 관한 일을 들어 비난함을 이르는 말을 인신공격(人身攻擊), 아주 못된 사람의 씨알머리라는 뜻으로 태도나 행실이 사람답지 아니하고 막된 사람을 욕하는 말을 인종지말(人種之末), 남이 굶주리면 자기가 굶주리게 한 것과 같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함을 이르는 말을 인기기기(人飢己飢), 인마의 왕래가 빈번하여 잇닿았다는 뜻으로 번화한 도시를 이르는 말을 인마낙역(人馬絡繹),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남의 은혜를 모름 또는 마음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을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은 목석이 아니라는 뜻으로 사람은 모두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목석과 같이 무정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인비목석(人非木石), 정신을 잃고 의식을 모름이란 뜻으로 사람으로서의 예절을 차릴 줄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인사불성(人事不省)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