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때 창건된 마곡사의 유구한 역사와 근대기 불화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특별전 ‘마곡사, 근대불화를 만나다’가 9월 27일부터 12월 9일까지 국립공주박물관(관장 김승희)에서 열린다.
국립공주박물관과 마곡사(주지 원혜 스님), 공주시(시장 이준원)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번 특별전은 마곡사의 소장 문화재를 통해 사찰의 역사를 살피고, 마곡사 출신 화승(畵僧)들의 근대기 계보의 형성과 활동상을 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표충사 천수천안관음도.
고려시대 제작 감지은니묘법연화경(1338, 보물 제269호)
공주 신원사 신중도.
흥천사 감로도.
석가설법도.
전시에는 고려시대에 제작된 ‘감지은니묘법연화경’(1388, 보물 제269호)을 비롯한 문화재와 마곡사 계보의 화승들이 참여하여 제작한 신원사 ‘신중도’(1907), 표충사 ‘천수천안관음도’(1930), 흥천사 ‘감로도’(1939) 등 100여 점이 소개된다.
이번 특별전은 ‘마곡사의 역사와 문화’, ‘근대불화를 만나다’ 두 주제로 꾸며진다.
첫 번째 주제에서는 세조의 어필로 알려진 ‘영산전(靈山殿)’ 편액과 정조 때의 명필 조윤형(曺允亨, 1725-1799)의 ‘심검당(尋劍堂)’ 편액, 범종(충남 유형문화재 제62호), 향완(충남 유형문화재 제20호), 과거칠불 중 구류손불(拘留孫佛)로 알려진 17세기 목조여래좌상 등 많은 문화재가 최초로 절 문 밖을 나와 공개된다.
마곡사 영산전 편액
마곡사 범종.
두 번째 주제에서는 주로 마곡사에 주재하며 활동한 화승 약효(若效)(1846-1928)와 그의 제자들로 현재까지 가장 왕성하게 이어지고 있는 계보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근․현대기의 문성(文性, 1867-1954)과 일섭(日燮, 1900-1975)은 서구문물의 유입과 함께 증폭된 새로운 시각문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부응하는 새로운 요소들을 불화에 적용시켰던 화승들로 유명하다.
특히 이들 문하 중에 문성과 병문(秉文)은 서양화법을 잘 구사하여 근․현대기 불화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데, 전시에서는 그들의 대표작과 함께 전국에 흩어져 있는 관련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런데 공주 마곡사와 ‘근대불화’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살펴보면 연유는 이렇다.
조선시대 불교교단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파괴된 사찰을 정비하기 위해 재건불사를 수행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게 되는데, 그런 가운데 그림을 담당하는 화승(畵僧)들이 늘어나 한 불화에 적게는 두어 명 많게는 수십 명이 무리를 지어 제작하기 시작했다. 불화를 그리는데 많은 화승들이 참여한 것은 화폭이 큰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수의 불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분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 화승들을 이끈 우두머리 화승의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했으며, 그들을 중심으로 불화 제작이 활발해졌다.
18세기 대표적인 화승인 전라도의 의겸(義謙), 경상도의 의균(義均)과 임한(任閑) 등을 비롯하여 19세기 신겸(信謙), 응상(應祥) 등 많은 화승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는 화승들의 활동이 지역적인 연고를 중심으로 폭이 넓어졌다. 서울․경기 남양주 흥국사(興國寺)를 중심으로 활동한 응석(應釋), 강원도 금강산을 무대로 활동한 철유(喆侑)와 축연(竺衍), 그리고 마곡사와 계룡산 일대에 많은 불화를 남긴 약효와 그의 제자 문성, 정연(定淵), 만총(萬聰) 등을 들 수 있다.
근대기 마곡사에는 일제강점기의 고승 만공월면(滿空月面, 1871-1946)이 주지로 있었고, 항일독립운동가인 백범 김구(金九, 1876-1949)가 한때 출가하여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을 받고 승려로 생활했던 절이다.
-미디어붓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