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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1801년의 신유박해와 1839년의 기해박해이다. 『순교자의 나라』는 우리나라에 가톨릭 신앙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피를 흘린 조선 순교자들의 거룩한 삶과 희생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역사소설로, 신유박해와 기해박해를 관통하는 가톨릭사와 함께 조선 팔도에서 붉게 피어나는 조선 천주교인들의 열정적인 신앙이 장중하고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참혹한 종교 박해 속에서도 사그라지지 않는 신앙에 의지하여 삶을 충실히 꾸려갔던 인간의 진실한 이야기가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단한 마음에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신유박해와 기해박해, 두 번의 박해는 자생하던 조선 천주교를 뒷걸음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서학(西學)’으로 불리던 근대 문명과의 접촉도 차단했다. 유교 전통과 서학으로 대변되는 근대 문명이 정면으로 부딪친 현장까지 생생하게 재현한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19세기 초 조선 사회를 휩쓸었던 서학과 천주교의 실체와 함께 그것들이 조선 사회의 완고한 벽에 산산이 부서지는 현장을 목도할 수 있다.
『순교자의 나라』는 전체 4권의 장편 가톨릭 역사소설로 1권과 2권은 신유박해를, 3권과 4권은 기해박해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매우 특수하다. 다른 나라들과 달리 선교사들 없이 자생적으로 가톨릭 신앙이 싹텄던 것이다. 조선 선비들은 처음에 ‘서학’이라는 학문으로 교리를 연구했다가 점차 감화되어 신앙으로 삼게 되었다. 이 소설에는, 조선 선비들의 폐쇄적인 가치관에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와 박제화된 성리학을 대신할 수 있는 새 사상으로서 대두된 ‘서학’이 ‘천주교’라는 신앙으로 굳건히 뿌리내리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또한 새로운 사상을 받아들이려는 시대의 필연적 욕구를 거스르고자 하는 집권층의 참혹한 박해 속에서도 죽음으로써 항거한 진정한 승리자, 조선 천주교인들의 파란만장한 궤적을 따라 아름다운 드라마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1권과 2권은 1801년에 일어났던 신유박해 이야기를 담고 있다. 1800년 정조의 돌연한 죽음 이후 남인 시파와 노론 벽파의 정쟁에 휘말려 조선 천주교인들은 정치적 희생양이 된다.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관대했던 남인은 ‘서학’ 혹은 ‘천주학’이라는 학문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였다. 남인을 두호했던 정조가 죽자 노론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천주교를 사교(邪敎)로 매도하고 무수한 천주교인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는데…….
주요 등장인물
김갑녕 : 한국 가톨릭사에서 ‘김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만 남은 인물. 실제로는 행적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가 ‘김갑녕’이라는 매력적인 인물로 재탄생한다. 양반집 노비였던 갑녕은 정약종과의 인연으로 천주교에 입문하지만, 그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은 완고한 조선 사회 속에서 천주교가 참혹하게 수난당하는 시대의 비극이다.
정약종 : 정 아우구스티노. 정약용의 셋째 형으로 이벽을 통해 천주교에 깊이 감화한다. 정약종은 높은 학식을 지녔음에도 조정에 출사하지 않고, 재야에서 학문을 닦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조선 천주교 회장으로 신앙생활에 전념한다.
황사영 : 황 알렉산데르. 유복자로 태어나 어린 나이로 장원급제한 소년 진사로 이름 높은 황사영은 스승 정약종의 가르침으로 천주교에 입교한 후 주문모 신부를 보필한다. 그는 신유박해를 피해 제천 배론으로 피신하여, 조선 교난을 북경 주교에게 알리기 위한 ‘백서’를 작성한다.
강완숙 : 강 골롬바. 강완숙은 황사영과 함께 주문모 신부를 보필한 조선의 여걸이다. 남존여비로 남성이 절대 우위에 있던 남성 중심 세계에서, 그녀는 자기 집에 주문모 신부를 맞이하여 온갖 고난을 겪고 남성 회장들을 보좌하면서 당당하게 조선 천주교를 이끈다.
문영인 : 문 비비안나. 아기 궁녀로 궁에 입궐했던 문영인은 정조의 후궁이 될 뻔했다가 원인 모를 병으로 퇴궐한다. 그 후 강완숙을 보좌하면서 주문모 신부의 시중을 들고, 강완숙이 개설한 여성 교리 학교의 선생으로 신앙생활에 전념한다. 김갑녕과는 의남매를 맺는다.
주문모 : 중국인 신부. 북경 구베아 주교의 명을 받고 조선에 들어온 주문모는 강완숙의 집에 은신하면서 조선 조정의 끊임없는 박해 속에도 조선에 천주교의 반석을 다지기 위해 애쓴다. 신유박해 때 무수한 신자들이 순교하자 자수하여 군문 효시로 순교한다.
3권과 4권은 1839년에 일어났던 기해박해 이야기를 담고 있다. 1801년의 신유박해 속에서도 살아남은 천주교인들이 조선 교회를 재건하지만, 조정을 장악하기 위한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의 알력 다툼에 또다시 희생되고 만다. 풍양 조씨 세력이 그동안 천주교에 관대한 정책을 펴왔던 안동 김씨 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천주교를 빌미로 삼는데…….
주요 등장인물
김갑녕 : 한국 가톨릭사에서 ‘김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만 남은 인물. 실제로는 행적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가 ‘김갑녕’이라는 매력적인 인물로 재탄생한다. 1801년의 신유박해와 1839년의 기해박해를 거치고도 끝까지 살아남은 갑녕의 눈을 통해 조선의 서학과 천주교는 참모습을 드러낸다.
한량목 : 가공의 인물. 명문대가의 서자로 태어난 한량목은 적서 차별의 울분을 풀기 위해 장안의 무뢰배와 어울리면서 기생집을 전전한다. 그런 그가 첫눈에 김효임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조선에서 독실한 천주교인인 김효임을 사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정하상 : 정 바오로. 정하상은 신유박해 때 순교한 정약종의 아들로, 신유박해 이후 폐허가 된 조선 천주교를 재건하는 데 주춧돌이 된다. 이십 년에 걸친 오랜 세월 동안 머나먼 중원의 북경을 수없이 왕복하여, 마침내 프랑스 신부들을 조선으로 모셔 오는 데 성공한다.
박희순 : 박 루치아. 박희순은 어린 왕을 대신하여 섭정했던 순원왕후의 지밀상궁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궁중 생활을 했지만, 천주교를 알고 나서 퇴궐하여 풍요와 사치 속에 허송세월한 지난날을 깊이 참회하면서 천주교 집안의 딸들을 모아 교리를 가르친다.
김효임 : 김 골롬바. 동정서원한 김효임은 박희순을 도와 천주교 집안의 딸들에게 교리와 예절, 수예 등을 가르친다. 『순교자의 나라』에서 아름다운 미모와 청초한 기품으로 한량목의 마음을 빼앗기도 한 그녀는 형조판서에게 자신의 신앙을 당당히 밝히는 당찬 여인이다.
앵베르, 모방, 샤스탕 : 프랑스인 신부. 조선에 최초로 들어온 서양인 신부들로 조선 신자들과 함께 순교의 길을 걷는다.
1811년, 가혹한 종교 박해에 살아남은 조선 천주교인들은 로마 교황청에 탄원서를 보낸다. 권기인이 쓴 이 편지는 이여진에 의해 북경 주교에게 전달되는데, 여기에 낯선 이름이 하나 더 등장한다. 편지를 보낸 이의 이름이 ‘김 프란치스코’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프란치스코는 오직 이 편지 속에서 자신의 이름만으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할 뿐, 그가 어디에서 태어나 어떻게 살았는지, 천주교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등등은 그 어느 자료에도 나와 있지 않다.
작가는 젊은 시절에 처음 ‘김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마주한 이후로 그의 숨겨진 생의 이력을 재현함으로써 가톨릭 박해사를 본격적으로 조명하고자 했다. 『순교자의 나라』는 1권과 2권이 1801년의 신유박해를, 3권과 4권이 1839년의 기해박해를 더듬고 있는데,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김 프란치스코’의 화신 ‘김갑녕’이 두 번의 종교 박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목도한다. 그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참혹한 천주교 수난 현장 속에서 한 떨기 붉은 꽃으로 산화한 순교자들을 만나게 된다.
로마 교황청에 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이름으로 등장할 만큼, 김 프란치스코는 조선 천주교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어떤 행적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그가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을 겸손히 낮춘 채 성실하고 진실하며 헌신적으로 조선에 천주교가 굳건히 뿌리내리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 소설은 ‘김갑녕’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통해 그런 ‘김 프란치스코’와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첫댓글 가져갈께요. ^^
이런 나라 팔아먹는 소설을 왜 추천하셨는지? 종교를 통한 정신적 침투부터 시작해서 침략하는 건데.. 가톨릭에 세뇌된 중남미 원주민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읽어보고 짧은 감상이라도 올려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