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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영농포인트-녹비작물 ‘헤어리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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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에서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유기자재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까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축산분뇨 퇴비는 구입해다가 논밭에 뿌리기까지 노력과 경비가 많이 들고 일부 성분이 의심스러운 부분도 있으며, 결정적으로 내년부터는 유기농업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대안 중 하나가 헤어리베치다. 이것만으로 질소질 화학비료 없이 거뜬히 농사지을 수 있다.
콩과 녹비작물(풋베기해서 비료로 쓰는 작물)인 헤어리베치는 1920년대 우리나라에 도입된 이래 논밭 녹비 및 사료용, 과수원 피복용 등으로 널리 재배되었다. 특히 내한성이 강해 자운영이 월동하기 어려운 중북부지방에서 많이 활용했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화학비료가 본격 보급되면서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친환경농업이 대두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헤어리베치의 우수성=벼과와 콩과 녹비작물 중 토양개량 효과와 활용편의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내한성이 강해 대관령 고지에서도 겨울을 날 수 있고 함경도에서도 재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월동 후에는 재생 속도가 빠르고 땅을 기어다니면서 토양을 완전히 뒤덮어 다른 잡초가 침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다른 콩과작물보다 질소함량이 월등히 높아(질소질 4%, C/N율 10) 토양에 쉽게 분해된다. 또한 토양에 혼입할 때 기계에 의해 잘 절단돼 작업이 편리하다. 그러나 물빠짐이 좋지 않은 점질토양에서는 생육이 불량한 단점이 있다.
◆활용 범위=질소 생산능력이 뛰어나 녹비로 재배하면 뒷그루 작물에 필요한 대부분의 질소를 공급한다. 화학비료와는 달리 토양의 유효태 질소를 증가시키고 토양 유실량을 줄일 수 있다. 인산함량이 높은 가축분뇨와 섞어 쓰면 아예 화학비료 없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콩과-벼과작물 돌려짓기 측면에서 논에서 벼, 밭에서는 옥수수와 조합하여 재배하는 것이 가능하고, 시설하우스에서는 열매채소류와 짧은 돌려짓기, 과수원에서는 초생재배, 경사진 고랭지에서는 피복작물, 일년생 벼과 사료작물과 섞어뿌리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벼와 돌려짓기=헤어리베치는 호기성 균인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중질소를 고정하기 때문에 배수가 불량하여 습해가 발생하기 쉬운 논에서는 생육이 나빠질 우려가 있으므로 배수관리를 잘 해야 한다. 밭에서보다 조금 많은 양의 씨앗을 파종하는데, 10a(300평)에 6㎏을 뿌리면 2t 정도의 녹비(말리기 전)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가장 문제 되는 점은 벼를 수확하고 나서 파종하면 너무 늦다는 것이다. 보통 10월 초순 이전 벼베기 10일 전쯤 헤어리베치 씨앗을 뿌리는데 이보다 늦어지면 초기생육이 나빠 동해를 입고, 겨울을 지낸 다음에도 생육 부진이 이어진다. 안전하게 기르려면 9월 말까지는 파종을 마쳐야 한다.
◆밭에서 활용하기=8월 하순 또는 9월 초순에 10a에 3㎏을 파종하면 이듬해 4월 10a당 녹비(말린 것) 600~900㎏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질소량으로 환산하면 20~30㎏에 해당하는 많은 양이다. 밭에서는 습해 또는 파종기가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옥수수는 비료분을 많이 빨아들이는 작물로, 이어짓기를 하면 수량이 크게 떨어지는데 헤어리베치와 돌려지으면 이를 막을 수 있다. 4월 초순 헤어리베치를 갈아엎고 일주일쯤 지나 분해가 거의 마무리되면 옥수수를 파종한다. 옥수수와 귀리를 이모작할 때도 8월 하순 귀리 씨앗과 헤어리베치 씨앗을 섞어 뿌리고, 10월 하순 또는 11월 초순 귀리를 수확한 다음 헤어리베치는 겨울을 나는 방법으로 이어짓기를 해도 된다. 헤어리베치는 가축들이 매우 좋아하므로 사료로 활용해도 된다.
◆경사지 피복재배·과수원 초생재배=피복작물로 호밀을 많이 활용하나 이듬해 채소 파종작업이 어렵고, 토양 분해가 더뎌 뒷작물의 초기 생육에 지장을 줄 수 있다. 반면 헤어리베치는 분해가 빠르고 질소공급 효과가 커 뒷작물에 이익이 많다. 호밀은 초생재배작물로도 널리 쓰이는데 비료분을 많이 빨아들여 계속 재배하면 과수에 나쁜 영향을 준다. 헤어리베치는 토양을 뒤덮어 잡초 억제력이 좋고, 토양과 유효성분의 유실을 막는다. 호밀과 섞어 뿌리면 호밀의 역효과를 막을 수도 있다. 또한 헤어리베치의 꽃은 벌을 끌어들여 과수의 수정을 돕는다.
◆씨앗 구입시 유의점=현재 헤어리베치 씨앗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수입된 일부 종자가 조생종이어서 생육량(녹비량)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씨앗을 살 때 종자의 특성(특히 조만성)을 잘 살펴야 한다.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은 외래종 20가지와 국내수집종 36가지의 특성시험을 거쳐 10개의 우량종을 선발, 이들 우량종을 국내 증식 또는 해외 채종하여 보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