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20분..
요란하게 울리는 객실 모닝콜 소리 덕분에 겨우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소야본선(宗谷本線) 열차를 타고 일본 최북단의 역 왓카나이를 다녀오기로 한 날입니다.
이용할 열차의 출발 시각은 6시 5분..
너무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열차가 몇 대 운행하지 않는 노선이기 때문에
계획대로 움직이려면 이 차를 꼭 타야만 합니다.
외출 준비를 마치고 1층 로비로 내려왔습니다.
로비에서는 조식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공짜(?) 식사도 못하고 기차 시각을 맞추기 위해 역으로 갔습니다.
새벽 공기가 차갑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습니다.
새벽의 아사히카와 거리는 한산했습니다.
아사히카와역에 도착한 시각은 05시 58분..
열차 출발까지는 시간이 몇 분 남았군요.
매표소가 한가한 것을 본 저는 혹시나 하고 창구로 가서
23일 야간급행 하마나스 열차의 노비노비 잔여석이 있나 물었습니다.
직원은 좌석 조회를 해 보더니 잔여석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앗싸!! 가지고 있던 지정석 좌석권을 반납하고 노비노비 좌석을 발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23일 밤에 열차에서 잠 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혹시나 운이 더 따라주지 않을까 하고
어제 특실이 매진되었다던 다른 열차편의 특실 잔여석도 물었습니다만
해당 열차의 특실 잔여석은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일단 노비노비 좌석을 지정받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승강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승강장에는 1량짜리 보통열차가 출발시각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왓카나이까지 가는 열차입니다만
행선판은 <아사히카와(旭川)↔나요로(名奇)>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열차에 승차해서 보니 좌석 구조가 특이하군요.
우리의 KTX식 좌석 구조로 순방향, 역방향이 있으며 심지어는 동반석(?)도 있었습니다.
저는 동반석에 앉아서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좌석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자 열차가 출발했습니다.
첫번쨰 목적지인 오토이넷푸(音威子府)역까지는 2시간 47분이 소요됩니다.
어제도 첫날부터 기차를 7시간 가까이 탔습니다만
오늘도 기차를 8시간 이상 타야 하는 만만치 않은 일정입니다.
아직까지는 여행 초반이라.. 하루 7~8시간 열차 이용이 부담되지는 않습니다.
그나저나 새벽 열차라서 승객이 없을 줄 알고 동반석에 앉았는데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승객들이 승차하더니
몇 정거장 지나자 자리는 다 차고 일부 승객들은 입석으로 갈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사히카와를 출발할 때부터 날이 흐렸었는데 마침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창 밖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빗방울 때문에 사진 찍기가 어렵게 되었군요.
홋카이도가 춥기는 추운 곳인가 봅니다.
보통열차에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달려 있었습니다.
승객들의 대부분이 학생들이라 금방 다 내리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학생들은 나요로역에 도착해서야 다 내렸습니다.
나요로는 아사히카와에서 1시간 40분 거리입니다.
중간역에서 승차한 것을 감안해도 1시간 이상의 거리를 통학하다니.. 대단합니다.
예전에 대학교 다닐 때 경춘선 통일호 타고 통학했던 생각도 납니다.
나요로역에서 기관사가 교대하고 잠시 후 맞은편 선로로 열차가 도착한 후 열차는 다시 출발했습니다.
나요로역에서 학생들이 다 내리자 열차에는 저를 포함해서 달랑 5명만이 남았습니다.
아사히카와역에서 나요로역까지는 구간 수요가 있는 듯 했습니다만
나요로역을 지나자 완전히 우리나라의 정선선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열차가 달리는 선로 주변의 풍경도 비슷하고
역마다 타고 내리는 승객이 거의 없는 것도 비슷합니다.
열차가 정차할 때마다 역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저를
어떤 아주머니가 유심히 보더니 어디까지 가냐고 묻습니다.
오토이넷푸까지 간다고 대답했더니 아주머니는 왓카나이까지 가신다고 합니다.
날씨는 맑아졌다가, 흐려졌다가, 그리고 또 빗방울이 떨어졌다가.. 완전 제 멋대로입니다.
창 밖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계속 감상하고 싶었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났더니 쏟아지는 졸음을 이겨내기가 매우 힘듭니다.
꾸벅꾸벅 졸다가 정차역 안내방송이 나오면 또 깨어서 역 사진을 찍는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열차는 어느덧 오토이넷푸역에 도착했습니다.
왓카나이까지 간다는 아주머니만 남고 나머지는 오토이넷푸역에 모두 내렸습니다.
아주머니와 눈인사로 작별하고 오토이넷푸역 밖으로 나왔습니다.
※ 다음 여행기에서 계속됩니다.
※ 본 여행기는 Naver Blog(http://blog.naver.com/a2237535)와
Cyworld(http://www.cyworld.com/Baechujangsa)에 동시 연재됩니다.
첫댓글 몬호나이 역인가요? 기차처럼 생긴 게 독특하네요...! 왓카나이는 안가본 곳이라 이곳 풍경들이 무척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나요로역도 그렇고, 마치 역명이나 기타 명칭들이 아메리칸/인디안 언어의 관계처럼 신기하기도 하고요...^^
영어로는 momponai로 표기하는군요. 홋카이도 지역에서는 폐객차를 대합실로 이용한 간이역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열차에 선풍기라..새롭네요..이번 여행은 혼자 하셧나요
예~~ 혼자서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