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기 급랭, 급기야 통장도 줄었다
차갑게 식는 청약시장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한때 ‘로또 판’으로 통하던 아파트 청약 시장도 인기가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다. 곳곳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당첨 후 계약 포기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부동산 청약 시장을 점검했다.
◇청약 당점 커트라인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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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첫 분양 아파트인 강북구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1순위 청약이 평균 34.4대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총 295가구 모집에 1만157명이 신청했다. 여전히 높은 경쟁률이지만 작년 9월 서울 강동구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가 389가구 모집에 13만1447명(337대1)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의 작년 평균 청약 경쟁률(164대1)에도 한참 못 미친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 시세 차익을 챙긴다”던 작년 분위기와 사뭇 다른 것이다.
최근 수도권 당첨 커트라인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경우 올해 분양 아파트의 전용 84㎡ 당첨 커트라인 평균이 24점에 불과하다. 작년 4분기(평균 48점)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최근 분양한 인천 ‘송도럭스 오션SK뷰’는 전용 84㎡에서 청약 가점 17점인 신청자가 당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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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청약 일정에 들어간 경북 경주시 ‘KTX신경주역 더 메트로 줌파크’ 특별 공급에선 345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신청했다. 경주 뿐 아니다. 통계를 보면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 35곳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23곳(65.7%)에 그쳤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집계하는 미분양 물량은 작년 중반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가, 작년 연말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청약 일정을 변경하고, 분양가를 조정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애초 25일이던 1순위 청약 일정을 취소했다. 미분양 사태를 막기 위해 9억원 초과 평형에 대한 중도금 대출 여부를 다시 점검하고, 분양가도 재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청약통장 해지하는 사람이 더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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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677만2724명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2만3756명 늘어난 것으로, 11월 4만6465명 증가한 것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울로 한정하면 더 드라마틱하다. 서울 지역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작년 9월까지만 해도 매달 3500~1만9500명에 달했다. 그러다 10월 1658명 증가에 그치더니, 11월에는 신규 가입자보다 해지한 사람이 더 많아서 646명 감소세로 돌아섰다. 12월엔 7852명이 감소해서 감소폭이 더 커졌다.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통장을 해지한 경우보다, 자발적으로 통장을 없앤 경우가 더 많으면서 전체 통약 숫자가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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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통장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집값이 계속 떨어질 거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분양가는 높아서 청약에 당첨돼도 시세 차익을 노리기 어렵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대출 규제로 분양을 위한 자금 마련이 쉽지 않고, 금리 상승으로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식어버린 청약 시장 분위기가 단기간에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대출 규제와 금리 추가 인상 우려까지 있어 분양 시장에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거나 대출이 쉽지 않은 아파트,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단지에선 무더기 미분양 사태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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