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 2년만에 마스터스 우승]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 20세 스피스에 3타차 앞서
아내·아들 부둥켜 안고 눈물
아들은‘그린 셔츠’- 버바 왓슨(미국)이 14일(한국 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끝난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아들 칼렙을 안은 채 기뻐하고 있다. 2012년 마스터스 우승 당시 칼렙의 입양 절차 때문에 곁에 있지 못했던 아내 앤지도 이번에는 왓슨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AP 뉴시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괴력의 장타 쇼를 펼쳤던 버바 왓슨(36·미국)은 챔피언 퍼트를 끝낸 뒤 캐디를 끌어안고 울먹였다. 그리고 18번홀 그린을 향해 아장아장 걸어오는 두 살배기 사내 아이에게 다가가며 세상을 다 얻은 듯한 표정으로 다시 눈물을 글썽였다.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린 왓슨은 잠시 후 아내 앤지와도 뜨거운 포옹을 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14일(한국 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78회 마스터스에서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두 번째 그린 재킷을 차지한 왓슨과 그 가족의 모습은 승부 이상의 감동을 주었다.
2년 전 연장전 끝에 첫 그린 재킷을 입었을 때도 왓슨은 펑펑 울었다. 그때는 어머니 품에 안겨 울었다. 아내 앤지는 태어난 지 6주 된 아이 칼렙의 입양 절차를 밟느라 남편 곁을 지키지 못했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선수 출신인 앤지는 뇌하수체 이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부는 "이는 아이를 입양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4년간 여러 주를 다닌 끝에 대회 직전 입양을 허락받았다.
왓슨의 독특한 골프 인생 스토리는 세상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단 한 번도 스윙 레슨을 받지 않고 어린 시절 솔방울을 치며 익힌 호쾌한 골프, 그가 2010년 PGA투어에서 첫 승을 올린 지 4개월 만에 암으로 숨진 미 육군 특전부대 출신이자 베트남전 참전용사였던 아버지를 추모하는 애틋함, 300야드를 넘기는 샷을 할 때마다 기부금을 모은 기부천사의 이미지, PGA 동료들과 힙합 그룹을 만드는 등 끊임없이 화제를 만들어내는 장난기 등은 그를 뉴스 메이커로 만들었다.
왓슨은 이날 마스터스 사상 최연소 우승을 바라보던 20세 골퍼 조던 스피스를 중반 이후 파워와 경험, 기량에서 압도하며 3타 차 승리를 이뤄냈다. 나란히 5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섰던 둘의 승부는 초반만 해도 스피스의 패기가 앞섰다.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스피스는 4번홀(파3·240야드) 벙커샷을 버디로 연결하는 등 7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2타 차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스피스가 연속 보기로 난조를 보인 7번(파4·450야드)·8번(파5·570야드)홀에서 왓슨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2타를 앞서 나갔다.
왓슨이 10번홀(파4·495야드)에서 보기를 했지만, 스피스는 아멘코너의 파3 홀인 12번홀(155야드)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보기를 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사실상 승부는 13번홀(파5·510야드)에서 갈렸다. 왓슨이 360야드가 넘는 장타에 이어 웨지샷으로 투온에 성공해 버디를 잡은 반면, 티샷을 실수한 스피스는 3온 2퍼트로 파에 그치며 타수 차이가 3타 차로 벌어졌다. 마스터스에서 두 번 이상 우승한 17번째 선수가 되며 상금 162만달러(약 16억8000만원)를 받은 왓슨은 "녹색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지난해 그린 재킷을 아담 스콧에게 넘겨주고서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340야드 안팎의 드라이버 샷과 창의적인 쇼트게임, 퍼팅 능력을 갖춘 왓슨이 앞으로도 '오거스타의 강자'로 군림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오거스타 내셔널에는 긴 러프가 없어 왓슨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데다 다양한 샷 구사 능력으로 그린 적중률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스터스 우승자 아담 스콧(왼쪽)이 버바 왓슨에게 그린 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AP 뉴시스
왓슨이 왼손잡이라는 점도 오거스타 공략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18개 홀 중 6개 홀이 왼쪽으로 굽어 있다. 프로 골퍼들은 거리가 많이 나는 드로보다는 정확하게 공을 보낼 수 있는 페이드샷을 좋아하기 때문에 왼손잡이에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마이크 위어(캐나다·2003년)와 필 미켈슨(미국·2004·2006·2010년), 왓슨(2012·2014년)까지 최근 11년간 왼손잡이 챔피언이 6번 탄생했다.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한 스피스는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와 공동 2위(5언더파)에 올랐다. 50대인 미겔 앙헬 히메네스(50·스페인)가 단독 4위, 베른하르트 랑거(57·독일)가 공동 8위에 오르는 등 베테랑들의 투혼도 돋보였다.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최경주는 공동 34위(6오버파)로 대회를 마쳤다.
조선닷컴 오거스타(미국)-민학수 기자
첫댓글 멋진 선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