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오후 세시쯤 갑작스런 전화에 당황했다.
수요일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홈인스펙션을 한다고 신집사님이 지금이라도 나서서 오라고 하시네...
남편은 화를 내며 니가 가서 결과듣고 싸인하고 수표를 주고 오라고 한다.
어떻게 집의 가장이 집도 안둘러보고 집을 산단 말인가 싶어서
학교에서 돌아온 태현이에게 가게를 맡겨두고 다녀왔다.
코를 훌쩍이며 감기에 시달리면서도 배드민턴까지 치고 와서
잔뜩 지친 녀석에게 정말 너무 미안했다.
은행에서 안좋은 결과가 있었는지 입을 다물고 지쳐하는
남편보고 내가 운전할테니 쉬라고 했건만 굳이 자신이 차를 몬다.
도착하니 홈인스펙터는 부엌에서 아직도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방해될까봐 우선 남편과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세들어있는 총각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인사도 안받고 퉁명스럽게 앉아있다.
대충 둘러보는데 "집이 왜 이렇게 누추해?" 하면서 남편은 실망한 눈치다.
게라쥐(차고)를 둘러보면서 벽의 아래쪽이 너무 낡았다고
더럽기 그지없다면서 이거 다 내가 손봐야 하는 거 아냐 하며 또 실망.
위층을 둘러보면서 부엌도 새것이 아니라고 실망...
절대 이 집 안산다는 말부터 한다.
이 집 위치랑 구조가 좋으니까 다른 건 고치면 돼고
다른 집은 몽땅 고쳐야할 정도로 낡았다고 해도
말도 못꺼내게 하면서 넌 누구말만 듣냐고 화를 낸다.
신집사님도 나중에 두고두고 원망하면 어쩌냐고
두 사람의 애정이 젤 중요한 거라면서 이 집을 못사더라도
남편의 뜻에 따르는 게 좋겠다고 하신다.
처음 이 집을 보자마자 집의 위치,가격,구조,분위기같은 게 좋아서
마치 하나님이 선물하는 집으로 느껴졌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남편이 저렇게 길길이 뛰는 게
참 미워보이지만 무슨 뜻이 있나 싶어 가만히 있었다.
값을 더 깎게 되든지 더 좋은 집을 주시려나...
그게 아니더라도 나중에 집 고치면서 두고두고 불평하면 어째 싶기도 했다.
지붕이 곧 낡아서 샐텐데 고치려면 사천불이 든다고 한다.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금액은 사천사백불이다.
집에 중대한 결점이 있으면 계약을 했어도
철회하거나 값을 깍을 수 있는 홈인스펙션 제도이다.
가격이라도 삼천오백에서 사천불이상 깎아주면
몰라도 아니면 안사겠다고 하고 인스펙터에게
삼백불을 지불하고 싸인하고 돌아왔다.
목요일 저녁에야 연락이 왔다.
집주인이 오천불을 깎아주기로 했다한다.
이제부터 모든 진행은 시작된다.
나의 리얼드림도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