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여행 포토 에세이>
중국해양대학교 국무과 3학년 민송이
중국에 온지 벌써 4년이 지났다. 하지만 나는 4년 동안 중국을 돌아 다니기는 커녕 칭다오를 한번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 10월 1일부터 7일까지 국경절 황금연휴를 맞아 엄마와 나는 상해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엄마와 나, 둘이 다니기엔 너무 크고 위험한 중국, 게다가 의사소통 문제까지..
엄마와 난 편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중국인 언니에게 연락을 했고 며칠 설득 끝에 언니도 함께 가기로 했다. 여행을 앞서 내가 인터넷 블로그 등을 찾아 여행코스를 짰고 언니는 비행기 표를 사고 호텔을 예약했다. 연휴가 코앞이라 그런지 저가항공 비행기 표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기차를 타고 가기엔 시간도 꽤 걸리는 편이고.. 하지만 인터넷을 뒤지고 또 뒤진 결과 다행히 그나마 싼 비행기 표를 살 수 있게 되었다. 그 다음 문제는 숙박 이였다. 상해라 그런가 호텔숙박비가 만만치 않았다. 시내 중심부에 있는 호텔은 다니기엔 좋지만 숙박비가 어마어마 했고 싼 곳을 중심으로 찾고 또 찾아서 우린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한 작은 호텔을 예약했다.
2012년 10월 1일 상해 여행 첫 번째 날 중국에서의 첫 여행이라 그런지 엄청 설레었다. 국경절 연휴엔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 일부러 일찍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공항은 한산했다. 우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비행기를 탔다. 처음 들어보는 항공사이고 출국장에서 봤을 때 비행기가 너무 작아서 많이 열악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비행기 안엔 사람도 없고 꽤 깨끗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인데도 기내식도 잘 나오고 승무원들도 친절했다. 그렇게 1시간 반이 흐르고 우린 상해 푸동공항에 도착했다. 확실히 청도 류팅공항과 달랐다. 공항시설도 꽤 세련되고 무엇보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시내까지 갈 때 차가 많이 막힐 것을 대비해 우린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면 금방 갈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내가 탄 칸은 깨끗하고 넓었고 무엇보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서 광란루역 에서 환승을 했고 거기서부터 지옥철이 시작되었다. 사람이 진짜 너무 많아서 캐리어 가방을 끌고 겨우겨우 탔고 내릴 땐 그냥 휩쓸려 내렸다.
우린 배가 고파서 쇼핑센터 내 레스토랑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그곳에서 중국향이 곁들여진 스테이크와 치즈튀김, 감자튀김을 시켰는데 ,가격은 좀 비싸긴 했지만 굉장히 맛있었다. 밥을 다 먹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곧바로 상해의 랜드마크 ‘동방명주’로 향했다.
동방명주 역시 엄청난 인파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줄이 길다 못해 동방명주를 빙 둘러 밖에까지 나와있었다. 처음엔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원래 사람 많은 상해이고 맘먹고 온 여행인데 뭔가 되게 아쉬웠다. 우린 그렇게 밖에서부터 줄을 서서 3시간 동안이나 서있었다. 중간 중간에 새치기 하는 중국인들도 많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보살 같은 마음으로 버텼다. 3시간 후, 드디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앞! 심장이 설레다 못해 요동 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밑이 뚫린 스릴 넘치는 엘리베이터는 타지 못했다. 몇 층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엄청 높았다. 정말 상해의 곳곳이 다 보였다. 황포강을 지나다니는 유람선, 상해를 밝히는 마천루들.. 환상의 콜라보레이션 이였다. 기다릴 때는 너무 짜증났었는데 막상 올라오고 보니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IFC, 상해의 쌍둥이빌딩(?)의 위엄은 실로 대단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기념품 몇 가지를 사고 내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내려오는 것도 고역 이였다. 엘리베이터만 몇 십 분을 기다렸다.
내려와서 우린 1층에 있는 기념품가게를 구경했다. 내 얼굴을 똑 닮은 조각상이나 유명브랜드의 미니어처를 만드는 곳, 그림을 그려주는 곳,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를 파는 곳, 귀여운 인형을 파는 곳, 모터쇼 등등 많은 것 들이 있었다. 우린 맞은편의 IFC몰로 들어가 저녁도 먹고 구경도 했다. IFC몰 안은 엄청나게 많은 브랜드들이 있었고 가격대도 엄청 났다. 우린 그렇게 아이쇼핑만 하다가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내려왔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 탓에 너무 피곤해서 택시를 잡으려고 했으나 빈 택시가 하나도 없었고 그나마 몇 십분 기다려서 잡은 택시는 이십 몇 원에 갈 곳을 백 오십 원이나 달라고 했다. 사기꾼도 그런 사기꾼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걸어가기로 했다.
걸어가기에 가까운 거리는 아니였으나 와이탄을 지나가면서 화려한 야경도 구경하기로 했다. 가다가 유람선도 탔었는데 자리를 잘못 차지해 사진도 제대로 못 찍었다. 배에서 내려 와이탄은 지나가는데 동방명주에서 보던 야경과는 또 다른 느낌 이였다. 그리고 낮에 택시를 타고 지나오면서 보던 와이탄의 모습과 밤에 보는 와이탄은 정말 천지차이였다. 화려한 불빛을 머금은 상해의 마천루들! 역시 상해의 야경 이였다.
2012년 10월 2일
여행 두 번째 날
전 날의 피곤이 가시지 않았는지 우린 예정시각보다 늦은 10시에 일어났다. 전 날 갔었던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아점을 해결한 후, 다음 코스인 신천지(新天地)로 향했다.
신천지에 들어가게 되면 양 옆으로 카페와 고급레스토랑 들이 많은데 ,그 중엔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 '커피빈'도 있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야외에서 식사와 커피를 즐기고, 길가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파는 상인들도 많이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유리로 된 분수대(?) 였는데 실제로 보면 굉장히 예쁘다. 그렇게 정처 없이 걸어 다니던 중, 우리는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Francfranc'라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이 곳이 내가 상해여행 중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이다. 2층으로 되어있는 가게였는데, 전 세계에 있는 소품이란 소품은 다 모인 것 같았다.
1층엔 컵, 접시, 우산, 인형 등 조그마한 것 들이 있었고, 2층엔 쇼파, 전등, 벽시계, 의자, 책상 등 큰 것 들이 모여있었다. 정말 돈만 있으면 다 사고 싶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맘에 드는 것들 천지였고 5시간 정도? 구경을 했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하루 종일 거기서 구경하고 싶을 정도였다. 사진도 여기서 제일 많이 찍었다. 나중에 상해에 또 놀러 갈 일이 있으면 또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구경 하다 보니 배도 고프고 해서 한 미국식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페퍼로니 피자와 파스타를 시켜먹고 2층 버스를 타러 갔다.
2층 버스는 한 명 당 30원으로 금무대하, 와이탄 등등 유명한 곳은 다 돌아다닌다. 날씨고 좋고 해서 우린 2층으로 가 앉았고 관광지 설명을 들을 수 있게 이어폰과 노선도팸플릿도 나눠주어서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다. 중간에 가다가 SAMSUNG간판이 걸려있는 건물을 보았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굉장히 뿌듯했다. 비록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유명관광지를 한번에 쭉 이어서 볼 수 있어서 굉장히 편했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예원으로 향했다.
예원은 부모를 위해서 약 20년이 걸려서 만든 대규모의 정원이다. 예원의 야경은 와이탄 만큼이나 아름답다 해서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밤에 가면 정원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던 관광명소 중 하나였는데 너무너무 아쉬웠다. 할 수 없이 우린 예원 상성의 야경만 구경하고 양꼬치나 먹고 왔다.
우린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황포강 유람선을 타러 지하철을 타고 와이탄으로 이동했다. 황포강 에는 많은 유람선들이 있었고 우린 그 중에 꽤 괜찮은 유람선을 탔다. 표 걷을 때 갑자기 많은 중국인들이 뛰기 시작해서 얼떨결에 우리도 뛰었고 좋은 창가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유람을 하다가 안에만 앉아있기 그래서 뱃머리에 나가서 사진도 찍고 야경도 구경했다. 배를 타면서 야경을 구경하니 끝에서부터 쭉 볼 수 있었고 육지에서 놓쳤던 것 들을 더 자세히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AURORA'라는 건물 옆에 있는 건물 외벽에 자동차 바퀴가 굴러가는 광고영상은 꽤 신기했다. 생각보다 짧은 유람선 여행에 조금 아쉬웠지만 상해의 야경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2012년 10월 3일
여행 마지막 날
어느덧 여행 마지막 날이 되었다. 우린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싸고 아침을 거르고 소품 구경하느라 미처 가지 못했던 신천지의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들렀다. 입장권은 20원 이였고 여기 오는 관광객들의 대부분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그곳의 직원들은 거의 다 한국어를 할 줄 안다. 입장권을 사고 옆 골목으로 들어가니 입구가 나오는데 한 나라의 임시정부가 이런 초라한 곳에 있었다는 생각에 그리고, 일제의 핍박을 피해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서 그곳에서 목숨을 바치고 애썼던 분들 생각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그런 경건한 곳 이였다. 안타깝게도 내부촬영금지라 사진은 찍지 못했다. 물론 몰래 몰래 찍는 사람도 있었지만 필자는 워낙 겁도 많고 소심한지라 일찌감치 포기했다. 밖에 나가면 간판이라도 꼭 찍으리라 다짐했건만 시간에 쫓겨 사진 찍는걸 깜빡 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꼭 와봐야 할 굉장히 의미 깊은 곳이다. 다 둘러보고 우린 택시를 타고 다시 호텔로 향했다. 신천지에서 점심도 해결하려고 했으나 그러기엔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서 바로 출발했다. 짐을 끌고 나오면서 뒤를 돌아봤는데 그래도 며칠 묵었다고 정이 들었는지 아쉬웠다. 푸동공항으로 향하는 공항리무진 안, 하나하나 지나쳐가는데 뭐가 그리 아쉽던지... 내겐 너무 짧은 여행 이였다. 하지만 조금 있으면 집에 도착한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좋았다. 피로가 풀리지 않던 상태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싸고 돌아다닌 터라 피곤했던 우리는 비행기에서 꿀잠이 들었고, 무사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포토에세이를 마치며..>
상해여행은 금전적으론 조금 부담스러운 여행 이였으나 여행이 그렇듯 돈 한 푼 안 드는 여행이 어디 있겠는가! 그만한 가치의 돈을 내고 중국의 또 다른 한 면을 보게 해준 뜻 깊은 여행이었다. TV로만 보던, 말로만 듣던, 상해의 야경과 일본식민지시대 때 우리 독립투사들이 세웠던 대한민국상해임시정부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꽤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신인예술가들이 하나 둘 씩 모여 만든 타이캉루, 상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금무대하, 대한민국의 인사동이라 불리는 동타이루 골동품시장, 바로 앞에 가고도 들어가지 못했던 예원 등 많은 곳들을 돌아볼 수 있었을 텐데...아쉬운 부분이 마음속에 많이 남았다. 열 받는 순간도 있었지만 제법 즐거웠던 시간 이였고 나중에 시간이 허락한다면 또 한번 가보고 싶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예술인들이 만든 거리는 지금 관광객으로 넘처나 실상 예술인들은 거기서 좀더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해 생활하고 있다고 하지요^^
그렇군요, 나중에 가게되면 거기도 한번 들러봐야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