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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10
씬1. 준희의 집 전경. 밤.
음악 흐르는.
씬2. 베란다.
준희, 아무런 생각없는 얼굴로 베란다난간을 잡고 서 있다. 바람이 불어, 준희의 머릿카락이 날린다.
씬3. 베란다, 뒤쪽.
은수, 잠옷 입고, 준희(은수 시선 못느끼는) 뒤에 서서 준희 그런 모습 보고 있다. 서운한 원망하는 눈빛이다.
그런 두사람 한화면에 잡히고.
씬4. 성우의 방.
어두운 스탠드 불빛만이 켜져 있다. 성우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낯빛이다.
인써트 - 회상.
도로. (9부에서 있었던 일이다).
성우의 차 서있고, 준희 내려서는 차안에 있는 성우와 얘기하고 있다.
준희 : 전화해요. 잘 들어갔는지 궁금하니까.
성우 : 부인 옆에 있는데, 전화 받을 자신있어?
준희 : (가볍게 고개 끄덕이는)
현실.
성우, 씁쓸하게, 서글프게 웃으며 혼잣말.
성우 : 자신없으면 말을 말지. (작게 한숨 쉬고)
이 때 노크 소리 난다.
성우, 돌아보고.
씬5. 성우네 주방.
성우, 영희 차 마신다. 말이 없다. 영희는 담배를 피운다.
성우 : (차 마시다, 문득 이상해 영희 보며) 하실 말씀 있어요?
영희 : (안보고) 할 말은...무슨 (그러다, 잠깐 생각하더니, 성우 보며, 어렵게) 너, 현철 아저씨 한번 볼래?
성우 : ?!
영희 : (괜시리 머리 긁으며) 그 아저씨가 너 한번 보잰다. 바쁜 애라 안된다그러긴 했는데,
어른이 보채는데, 마냥 안된달 수도 없고...보기 싫음 말고.
성우 : (떠보듯, 그러나 진지하게) 왜 보자시는데요?
영희 : (성우 못보고) 그러게...
성우 : (영희 보는)
영희 : (머리 긁으며, 못보고) 실은 아저씨가... (에라 모르겠단 심정으로, 빠르게) 결혼말을 하드라고.
성우 : (진지한, 묻듯) 그, 래서?
영희 : (성우 차마 못보고, 약간은 자기도 모르게(어림없는 소리란걸, 스스로도 안다) 짜증 섞인, 데면데면) 그래선 뭐가 그래서,
딱 잘라 안된다 그랬지. 호호할마씨랑, 호호할배랑....너 시집이나 보내고나면 친구 삼아 모를까,
딸은 한번을 안했는데, 에미는 뭐가 신나는 일이라고 두번씩이나.. 신경쓰지마.
성우 : (찻잔만 보고, 영희 안보고) 아저씨 (보고) 좋은 분이예요?
영희 : (한숨 작게 쉬고) 몰라. 좋은지 나쁜지, 속을 들여다 봤어야 알지. (하고는 옆에 있는 물따라마시는데)
성우 : (엄마 가엽게 보다가는, 서그픈 웃음 지으며) 엄마, 내가, 짐, 돼?
영희 : (무섭게 보며, 물잔 탁 내려놓으며) 그런 말이 어딨어. 에미한테 짐되는 딸이 세상천지 어딨어. 그런말 다시한번 더해.
성우 : (착찹한, 영희 안보고) .....
영희 : 넌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 뜯어고칠 요량으로라도 결혼을 해야 돼. 결혼해 자식나봐. 세상 보물, 그만한 보물이 없는 거야.
난 이 지구를 준대도 너랑 안바꿔. 그거 알고나 그런 소리해, 이 누무 기집애.
성우 : (서글프게 웃으며, 영희 보는)
영희 : (일어나, 재털이 담배 찬장에 올려놓으며) 괜한 소리로 날 새우고, 들어가, 자라.
(하고, 몸이 아픈지 팔을 주무르며) 몸이 영 찌뿌두둥.... 불을 좀 올려볼까...
성우 : 그러세요.
영희 : 잔다. (하며, 방으로 간다)
성우 : (영희 보다가, 다시 물 한모금 마시고, 씁쓸하게 웃으며) 여기가도 짐, 저기가도 짐, 다 짐이네.
(쓰게 웃는, 그러다 다시 영희 방에 시선 가고)
씬6. 준희의 집 전경. 아침.
준희 : (E,걱정스런) 은수야, 출근 안해?
씬7. 준희의 집, 거실.
은수, 출근차림으로 탁자를 걸레질 하고 있다.
준희, 출근준비하고 현관앞에 서 있다.
은수 : (O. L, 신경질적으로 탁자 닦으며, 준희 안보고) 몇번을 말해, 먼저 가라 그랬잖어!
준희 : (답답한) 탁잘 꼭 출근시간에 닦아야해.
은수 : (화난, 닦는 것 멈추고, 준희 안보고) 여기 얼룩졌댔지. 드러운 거 보면 못 참는 거 알잖아.
(그러다 뒤돌아, 화나 준희 보고) 누가 너 보고 기다려달래?!, 가라구 먼저 가라구!
준희 : (참고) 일엔 순서가 있는거야. 탁자 닦는 게 출근 보다 중요해?
은수 : (닦으며) 중요해.
준희 : (한숨 쉬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거니?
은수 : (돌아보고) 왜 그래? (걸레 놓고, 일어나 팔짱 끼고 준희 뚫어져라 보며, 원망스런, 또박또박 천천히) 잠자리하고 나서,
담배 피는 거, 싫어하는 거 알지?
준희 : (답답한 얼굴로 은수 보는)...
은수 : 꼭 그렇게 티를 내야 돼? 잠자리하자마자 벌떡 일어나서는 베란다로 나가 줄담배 피고.
어젯밤에 내가 무슨 생각했는 줄 알어?
준희 : (답답한, 외면하는)
은수 : (준희 뚫어져라 보며, 원망스런, 가라앉은) 고개 돌리지마.
준희 : (보면)
은수 : (뚫어져라 보며, 노여운) 담부턴 그따위 행동 할려면, 나랑 자는 거 싫다, 차라리 그렇게 말해.
숨기지도 못할 감정 있는대로 드러내, 사람 비참하게 만들지말고. 한번만 더 그래봐, 가만 안 있을거야.
준희 : (답답한, 뭐라 할말이 없다)
은수, 백들고 현관으로 나가 준희에게 '나와'하며 신발 신고, 문 쾅 닫고 나가고.
준희, 은수 나가는 쪽 보며, 답답한.
씬8. 빌라 입구.
은수, 화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나오고 그 뒤를 준희가 뒤쫓아나오며, 은수 팔 잡아챈다.
은수 : (화난 얼굴로 준희 보면)
준희 : (은수 담담하게 보며, 어렵게) 나도 노력하고 있어. 니가 이렇게 삐딱하게 나가면 내 노력이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
니 마음이 불편하면, 내 마음도 불편해, 이러지마.
은수 : (비아냥조) 노력하고 있어? 잠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어이없는, 노여운) 이러지마?
(강조) 협박하는 거니?
준희 : ......
은수 : 자꾸 삐딱하게 굴면, 법적으로 대응해서라도 이혼하겠다고, 협박하는 거야? (비웃음) 하- (가려는데)
준희 : (은수 잡으며, 답답한, 가라앉은) 은수야......
은수 : (눈가 붉어져 돌아보고, 무섭게) 건드리지마. (하고, 거칠게 팔 풀고, 차 있는대로 가서는 차 몰아 간다)
준희 : (가는 은수 보며, 답답한)
씬9. 지하철
준희, 손잡이 잡고 서서는 멍한 얼굴로 가고 있다.
씬10. 도로.
은수, 차 거칠게 멈춰선다.
씬11. 차안.
은수, 운전대 붙잡고 눈가 그렁해 큰 숨을 몰아쉬고는, 잠시 그대로 있다. 눈물이 주룩흐른다.
은수, 담담하게 뒷좌석에 있는 휴지뽑아 눈물 닦고, 이 앙다물고, 운전대 위에 있는 달력 창밖으로 버리고, 차몰아 가고.
은수차, 달력을 밟고 지나간다.
씬12. 생각 많은 얼굴로
육교 오르는 준희.
씬13. 사무실.
미선, 서류보며 컴퓨터로 정리하고 있다.
인부들, 모형 들고, 도면 들고 나가는 것 보여주고,
카메라, 돌아가면 테이블에서 현주, 재석, 성우 서서 모형보며 얘기하고 있다.
성우 : 색깔 이거 괜찮겠어? 칙칙한 거 아니야?
현주 : 발주처에 어제 오후 견본 보냈어요. 오케이 난 거예요.
성우 : 그래? 그럼 착수해. 물건은 윤호꺼 쓸거지?
재석 : 벌써 자재 들어갔어요.
성우 : 좋아, 좋아, 끝. (하며, 자리로 가려는데)
문 열리는 소리나고 준희 들어온다.
성우, 돌아보고.
재석 : (모형들고, 준희에게) 일찍 좀 다녀라. 요즘 젊은애들 어떻게 시간관념들이 없어.
현주 : (재석 툭치고)
준희 : 죄송합니다. (하고, 자리에 앉아, 가방 열고)
재석, 현주 문 열고 나가고.
성우 : (준희 앞에 가 서서, 준희 보는)
준희 : (고개 들어 성우 보고)
성우 : (편하게) 서준희씨 늦었다. 지각하면 벌금 오천원인거 알지?
준희 : (성우 안보고) 저, 오후에 외근 나가는 일 저한테 시켜주세요.
성우 : (걱정) 왜-?
준희 : (다이어리 본다)
성우 : (준희 보다, 미선 보고, 일하느라 못보는 거 알고는 손가락으로 준희 책상 톡톡친다)
준희 : (보면)
성우 : (미선 눈치 보며, 작게) 나와. (나가고)
준희 : (성우쪽 보고)
씬14. 사무실 창가복도.
준희(두손 다 주머니에 넣고, 고개 숙인), 성우 창가쪽에 기대 얘기하고 있다.
성우 : (준희 보며, 걱정스런) 내가 전화해서 바가지 긁혔어?
준희 : (성우 안보고) 성우 선배...
성우 : (눈치 보며) 말해.
준희 : (성우 보며, 마음은 답답하지만, 편하게) 기분이 별로 안좋아요. 아무말도 묻지 말아줄래요.
성우 : ?
준희 : 현장 나갔다 올께요. (하고, 사무실쪽으로 가버린다)
성우 : (준희 들어간 문쪽보다, 작게 한숨 쉬고, 준희가 걱정스럽다)
씬15. 전시실.
하숙(서류 보는)과 은수(성우가 사준 스카프 하고 있는) 얘기중이다.
하숙 : (서류 보며) 깔끔도 하지, 깔끔도 해. 일시작하면 한번에 쫑을 내누만.
언제 가격표에 작품설명까지 일어로 전부 번역해서...대단해.
은수 : 간혹가다 외국에서 주문이 오거든요. 혹시 몰라 각국어로 만들어뒀어요. 전에 만든거에 몇가지 첨부해서...
하숙 : (서류 내려놓으며) 이런건 우리한테 맡기지, 이런 것까지 작가가 다하고 우리가 커미션 받으면 미안한데....
은수 : 별말씀을, 다리 놔주신것만도 고마운데요.
하숙 : 그렇게 이해해주면, 탱큐베리마치고.
은수 : (웃고)
하숙 : 이왕지사, 여깃까지 왔는데 준희씨 보고 가야지?
은수 : 집에서 맨날 보는 사람인데요, 뭐하러요. (하다, 눈치보며) 주실장님 계세요? 계시면, 만나고 갔으면 싶은데....
하숙 : 그럴래? 잠깐만. (하며, 인터폰 누른다)
은수 : (작심한, 이앙다물고 하숙 전화 거는 것 보고)
씬16. 전시실 위에서 보면.
성우, 은수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고 앉고.
씬17. 전시실 안.
은수, 담담한 얼굴로 차를 마시고 있다.
성우, 차 마시며, 은수가 한 머플러를 본다.
은수 : (찻잔 내려놓으며고) 여기까지 왔는데 ,모른척하기가 그래서, 번거롭게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성우 : (어색한 웃음지으며) 작업은 잘되시죠?
은수 : 네. (하고, 생각하는)
성우 : (답답하다)
둘사이에 잠시 어색한 분위기 흐르는.
은수 : (잠시 생각하다, 짐짓 밝은 목소리로, 스카프 만지며) 이 스카프 이쁘죠?
성우 : (은수 보는) ?! (어색한 웃음 지으며) 네, 좋네요.
은수 : (불편한 맘, 숨기며) 어제 저희 부부 결혼기념일이었거든요. 준희씨가 선물했어요. 난 준비도 못했는데.....
성우 : (그랬구나 싶다,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다, 어색한 웃음) 네에.....
은수 : (괜히, 어색하게 웃으며, 성우 안보고) 내가 이런말을 왜 하지?
성우 : (은수 마음 알겠다, 은수가 안타깝다, 자신이 서글프다, 은수 못보고) ....
은수 : (탁자 위에 있는 서류, 가방에 넣으며, 뭐하러 그런 애길했나 싶다, 비참한 기분든다) 이런 깜박했네,
공방에서 손님하고 약속해 놓고... 저 그만 가볼께요. (가방 닫고 일어나고)
성우 : (일어나며) 가시게요?
은수 : (도망치고 싶다, 성우 바로 못보고) 다음에 또 뵈요, 주실장님. (하고, 전시실 도망치듯 가버린다)
성우, 은수 가는 것 보고 답답하고, 미안하고, 머리 쓸어올리며 자리에 앉아 생각이 많다.
씬18. 건물 뒤 주차장.
은수, 화난 얼굴로 성큼 성큼 걸어와 차에타, 클락숀을 있는 힘껏 친다. 비참한 기분드는.
씬19. 전시실 윗층 난간.
하숙, 성우 난간에 기대 편한 자세로 서있다.
하숙 : 바뻐, 바뻐. 아주 개가 되서, 쉬고 싶다.
성우 : (은수 생각에 밝지 않은) 어음 돌아오는 거 막느라, 진 빠졌구나.
하숙 : 아니. 거짓말 하느라 진빠졌다.
성우 : ?
하숙 : 살면서, 난 아주 솔직하게 살고 싶거든. 그런데 그게 맘같이 되질 않더라. 거래처 우는소리하면, 내가 더 앓는소리하게 되고.
잘난 것도 없으면, 일 따낼라고, 이리 포장 저리 포장, 갖은 척을 다하게 되고... (갑자기 웃는다) 하하하.
성우 : ?
하숙 : 거짓말 얘기하니까, 연애할 때 거짓말한거 생각난다.
성우 : (하숙을 보면)
하숙 : 연애할 때, 임과장이 얼만큼 사랑하는지, 말을 해달라는 거야. 그래서 그 때 내가, 별의 별 소릴 다했잖니.
(짐짓 심각하게) 당신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안아깝다. 밤마다 당신 꿈을 꾸겠다, 등등...하하하 (웃고) 말도 안되는 소리.
(성우 보며) 야, 사실 목숨이 왜 안 아까워? (목을 잡으며) 하나 밖에 없는 건데. 밤마다 당신 꿈을 꿔?
(고개 저으며) 꿈이 맘대로 되간?
성우 : (서글프게 웃는다)
하숙 : (쓰게 웃으며) 난 거짓말쟁이야.
성우 : (서글픈 웃음 머금고, 하숙 보며) 건 거짓말이 아니지. 적어도 그 순간엔 진심이었을 거 아니야.
하숙 : 순간은 지나가면, 없어지는 거야. 순간의 진심이란 말짱 황이야.
성우 : (하늘 보고, 씁쓸하게 웃으며) 난 순간이래도, 거짓말이래도 좋아. 맘대로 느끼는대로 속시원히 말이나 해 봤으면 좋겠다.
(혼잣말하듯) 나는 당신 밖에 없어요. 당신도 나밖에 없죠. 바다 건너 도망갈까요. 산 너머 도망 갈까요.
3년만기 적금이야, 어떻게 들어가든말든, 엄마가 속상해 우시든지 마시든지...
하숙 : 사랑은 미쳐야 하는거야. 넌 너무너무 맨정신이야. 도대체 미치질 않잖아. 그래서 머리가 아프고, 인생이 고로운 거야.
성우 : (쓴 웃음) 그럼 거짓말하고 싶단 표현은 잘못된거네. 미치고 싶다 그래야 하는 거네.
하숙 : 암만.
성우 : (하숙 보며, 심각한, 그러나, 장난으로 미친 여자 흉내내는) 언니 나, 미치고 싶다.
하숙, 으이그 하며 웃고. 성우 웃고.
성우, 그러다 고개 외면하고 하숙 시선 트는데, 이내 답답한 얼굴이다.
씬20. 신문사 로비.
은수, 쇼핑백 들고 서서, 무표정하게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카메라, 돌아가면 동진 오는게 보인다.
동진 : (뛰어오며) 은수야!
은수 :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보고)
씬21. 신문사 공원.
은수, 동진 편한 얼굴로 보고, 동진 김밥도시락을 우적우적 먹고 있다, 거의 다 먹었다.
은수 : (짐짓 밝게) 지난번 내가 그러고 가서 속상했지?
동진 : (편하게) 속상하긴, 걱정했지. 근데, 걱정안해도 되겠더라.
은수 : (피식 웃으며) 왜?
동진 : 아버님 말씀이 한번 부부로 엮이면 그 줄은 하늘이 잡고 있다고 하늘이 외면하지 않는 이상은 돌아올거라고 하시드라.
은수 : (서글프게 웃으며) 우리 부부를 하늘이 보증한다? 하느님이 우리 사랑의 담보다, 그 말이야?
(외면하고) 결혼이 인륜지대산줄 알았는데, 천륜지대사였네...
동진 : 잠시잠깐 한눈 파는거야. 알지?
은수 : (동진 보고, 편하게 웃으며) 니 걱정처럼 심각한 상태 아니야. 그리고 오늘 자신이 좀 생겼어.
나랑 한 사랑이 영원할 수 없다면, 성우 그 여자랑 한 사랑도 영원할 수 없겠지. 그럼 누가 더 많이 기다리냐가 문젠데..
(자신있게 웃으며) 난 준희, 아주 많이 기다릴 자신이 있거든.
동진 : (대견하게 웃는데, 주머니에 넣어둔 삐삐가 온다, 동진 삐삐 확인하고)
은수 : 누구야?
동진 : (삐삐 끄고, 주머니에 넣으며) 장어야.
은수 : 장어?
동진 : 세미 얘기했지, 걔랑 다니는 얘야. 등치는 큰데, 귀여운 애지.
은수 : (떠보듯) 너 세미 좋아하지?
동진 : 난 너 이후로 여자 안좋아하기로 했어. 여잔 피곤한 동물이란 걸 알았거든. 가자. (하고, 일어나는데)
은수 : 걔한테 끌려다니는 것 같다.
동진 : ?
은수 : 서두르잖어. 이동진, 끌리면 끌리는 데로, 느낌가면 가는대로 행동해. 감정문제에 있어선 여자보다 남자들이 의외로
더 복잡하드라. 준희도 그래, 부분데 친구라고, 바람피면서 사랑한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넌 걔랑 사귀는거야.
그냥 만난다고? 아니. (일어나고)
동진 : (웃으며, 일어나다가, 뒤에 오는 현철, 영희 일행 보고, 현철에게) 선배님!
은수 : (돌아보고)
현철 : (어색한 웃음) 어, 너냐?
동진 : (은수를 소개시키는) 친구예요. (은수 보고) 인사드려, 내 선생님이셔.
은수 : (밝게) 안녕하세요, 정은수예요.
현철 : 네, 안녕 하십니까.
동진 : 저흰 이만 가볼께요.
현철 : 그래, 사무실에서 보자.
동진 : (영희일행에게 인사하고, 은수와 간다)
영희 : (동진가는 뒷모습보며, 현철에게) 저 남자애 괜찮다. 나이가 몇이야?
현철 : 니 딸 보다 적어. (하며, 선주, 유란 모시고 앞장 서 테이블로 가며) 앉읍시다.
영희 : (동진, 은수 계속 보며, 궁시렁) 저 여자랑 결혼할 사인가? 우리 성우가 난 거 같은데....
시간경과.
현철, 영희, 선주, 유란 앉아있다.
선주 : (노트에 메모하고, 영희에게) 영희 니가 고조선부터 삼국시대까지 조사해. (유란 보며) 넌 고려부터 현재까지 조사하고,
(노트 접으며) 난, 정리할게. 그럼 된거지.
영희 : (어이없는) 얘봐라. 야, 일을 그렇게 분담하면 어떡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뭐는 뭐한다드니, 똑같이 다시 나눠.
현철 : (입가에 웃음 머금고) 내 보기엔 제대로 나눈거 같은데....
영희 : (현철 보는) ?
현철 : 세사람중에 컴퓨터 쓰는 사람이 선주씨밖에 없잖아.
두사람, 굳은 손가락으로 끄적끄적 적어오면 그거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걸.
선주 : (반색하며) 그럼요. 자판 두드리는 거 배울라고, 우리 막내아들놈한테 얼마나 구박을 받았는데,
그 기술 쓰려면 이만한 혜택은 있어야죠. 그렇죠. 오빠?
현철 : (웃으며) 암요.
유란 : (오빠란 소리에 어이없는) .....
영희 : (짜증나는 것 참고, 현철 보며) 선생님, 선생님은 빠지셔요. 선생님이 내준 숙제 도리에 안맞게, 학생이 안하겠다고 버티면,
야단을 쳐야 옳지, 맞장구치면 나머지 학생들 섭하지.
현철 : 아니지. 내 목적은 세사람 다 똑 같이 공부 시키는건데, 선주씨는 두사람이 도서관에서 찾아온거 정리하면서
자연히 공부가 될테고...그럼 난 목적을 달성하는 거지. (선주보며) 안그렇습니까, 선주씨?
선주 : 왜 안그렇겠어요, 오빠.
영희 : (짜증난다, 작게 궁시렁) 꼴갑들을 떠네 증말. (일어나며) 난 이런식으로는 숙제 안해. 못해.
(현철 보며) 선생님까지 껴서 셋이 숙젤 하시든지 마시든지, 알아서 하세요. (하고는 가버린다)
현철 : (놀라) 영희야 (하며, 선주에게 '잠깐만 실례 합니다'하며 따라간다)
유란 : 영희야. (하며, 일어나려는데)
선주 : (짜증스레 유란 손을 잡는다) 놔둬!
유란 : (보면)
선주 : 쟤, 수 쓰는 거야. 주선생이랑 사바사바 데이트 할라구,
(영희 간쪽 보며) 아이고, 윤영희... 꼴갑은 내가 아니라 니가 떤다, 기집애야. 왕재수.
씬22. 신문사 앞길.
영희, 씩씩대며 궁시렁가는.
영희 : 꿍작꿍짝 잘들논다. 잘들놀아.
현철 : (뛰어와 헉헉대며 영희 팔잡아 돌려세운다)
영희 : (밉게 보다, 팔 잡은 현철 손, 자기손으로 떼어네고) 자면 만사오케이야?
내가 오빠랑 못산다니까, 선주나 어떻게 해볼까 그러냐고?
현철 : (웃으며) 질투나냐?
영희 : (어이없는 웃음) 질투?
현철 : 긴말 말고, 내가 한말에 대답이나 해. 아니면 아니다, 기면 기다. 얘기 해.
영희 : 오빠 자식들이 에비 이러고 다니는 거 알우? 부인 죽은지 오년만에, 나랑 새로 만난지 몇번이나 된다고, 살자소리가
쉽게 나오냐구. 난 남편 죽고 20년을 넘게 혼자 살아도 꿈에서라도 그런 생각안나던데, 남자들은 다 그러냐?
현철 : 마누라 죽을 때 유언이 뭔데? 자기 잊고 새장가 들어서 남은 여생 행복하게 살다와라 그거 였어.
난 마누라가 시키는대로 하는 거야.
영희 : 그래서 맘에 꺼릴게 없다?
현철 : 물론 없지. 난 건강하게 진취적으로 도전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이야. 난 너한테 도전하는 거다.
영희 : 내가 참피온이유, 도전을 하게.
현철 : (안 웃고, 정색) 장난하지말고 진지하게 고민해. 자식들도 원하는 거야. 선주씨, 유란씨 보내고 일보러 들어가야 되니까
길게는 말 못한다. 다시 볼땐 대답 들었으면 좋겠다. 가라. (하고 돌아서려는데)
영희 : (팔을 잡는다)
현철 : ?
영희 : (팔 놓고, 어렵게) 선주, 유란이 보고 사무실 들어갈꺼야?
현철 : 그래야지.
영희 : (머뭇대며) 그러지마. 두사람 보지말고 그냥 들어가.
현철 : (그맘 알겠다, 입가에 작은 웃음) 왜?
영희 : (머뭇대는) 선주, 실실대는거... 암튼, 그냥 가.
현철 : (웃음 머금고) 그러면, 나한테 뭐해줄건데?
영희 : (괜히 발끝으로 땅바닥 쓸며, 못보고) 오빠 한말 곰곰 생각해 볼께.
현철 : (영희 양 어깨 잡고, 반색) 정말이냐?
영희 : (고개 끄덕이는)
현철 : (크게 하하하 웃고)
씬23. 허름한 산동네.
세미, 화난 얼굴로 앞장서 가고 있다.
동진(답답한 얼굴), 장어(세미야, 세미야)하며 그 뒤를 따라가고 있다.
동진 : (멈춰서며, 세미 부르는 장어에게) 장어야, 암만 생각해도 내가 같이 갈게 아닌 거 같애.
일도 있고 하니까, 거긴 느이둘만 가라.
장어 : (고개 저으며, 울상) 형, 부탁인데 가지마요. 가지말고 같이 가요, 네?
동진 : 마음은 알겠는데 사람들에겐 저마다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있는거야. 세미도 그런 거 같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하고 돌아서려는데)
장어 : (그 앞을 가로 막으며) 세미 오늘 화낼거예요. 술먹을 거예요. 술먹으며 차와도 찻길 막 건너고, 소리지르고, 형.....
동진 : 그런 일 없을거야. 엄마 만나는데 술을 왜 먹어.
장어 : 엄마가 안좋아요.
동진 : ?
장어 : 소식 전해준 지영이가 그러는데 엄마가 집도 없이 합숙소에서 산대요. 거긴 드런데라 우리도 잘 안가는덴데,
사람도 못알아보고....형 돈 벌어야되는 줄은 아는데 같이 가줘요, 부탁이예요. 세미가 무서워요, 네...
동진 : (세미 간쪽 보고) ......
씬24. 합숙소밖.
문 앞에 지저분한 신발들 즐비하다, 세미 신발들 보며 답답한 얼굴로 한숨 쉬고, 고개만 돌려 동진과 장어에게.
세미 : 들어오지마. 멀리 가 있어.
장어 : (무서운) 세미야...
동진 : (장어, 팔잡고) 가자.
세미 : (앞만 보고)
동진, 세미를 부르는 장어를 끌고 간다.
세미,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연다.
씬25. 합숙소 안.
세간살이 하나 없는 널찍한 방이다. 창에서 한줄기 빛이 가득 들어온다.
군데군데 거지같은 사람들 웅크리고 자거나 빵을 먹거나, 뜨게질을 한다.
세미, 무표정한 얼굴에 눈가가 그렁해 그 사람들을 하나하나 훑어내려간다.
그러나, 등 돌리고 앉아 소주병을 부는 늙은 창녀에게로 눈이 간다.
창녀, 무표정하게 소주병을 빨고 있다.
세미, 어느새 그 여자 옆으로 와서는 눈가 그렁한채 그여자의 어깨를 잡아 천천히 돌려세워 얼굴을 본다.
세미, 순간 이를 앙다무는데 눈물이 주룩흐른다.
창녀, 세미를 멀뚱하니 보다가 다시 고개 돌려 소주를 마신다.
세미,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멍하기만 하다.
씬26. 동네 골목.
세미, 눈물 흘리며, 화난 얼굴로, 이 앙다물고 성큼성큼 걸어간다.
멀찍이 벽에 기대 서 있던 동진과 앉아있던 장어 그런 세미를 보고, 장어는 일어나고.
세미, 둘을 본척만척 가고.
동진, 걱정스런 얼굴로 세미 보고.
장어, 뛰어가 세미 잡으며.
장어 : 세미야...
세미 : (외면하고, 한숨 쉬고, 가라앉은) 놔.
장어 : 엄마, 찾았어?
세미 : 엄마, 죽었어, 없어. 이거 놔 가게. (가려하면)
장어 : (잡으며) 세미야...
세미 : (버럭 소리치며) 놔, 새끼야! 안놔! (하며, 장어를 팬다)
장어 : 세미야! (하며, 안타깝게 부르며 세미를 잡고 안놓고)
동진 : (답답한 마음에 몸부림치는 세미를 잡으며) 이러지마라. 이러지마. (하고, 세미를 잡아 떼어내려하고)
씬27. 한강 고수부지.
장어(훌쩍이고), 세미 눈가 그렁해 술마시고 있다.
그 옆에서 동진 답답한 얼굴로 담배 피우다 세미 본다.
세미 : (눈물나지만, 애써 웃으려하며, 조금 취한 상태로 웃음흘리며) 난, 십오년이 됐는데도...한눈에 알아보겠더라구요.
(맘아픈) 근데, 엄만 나 못 알아 봐. 아니, 알아보는데 아는 척을 안해. (동진 보며, 맘아프게) 아저씨, 나는요.
수세미공장에 양녀로 있을때 구박 엄청 받았거든. 근데 도망 안쳤다. 동네 기집애가 같이 도망치자고 날마다 구워 삶는데도
안했어. (설움 복 받치는, 흐르는 눈물 닦고, 이 앙다물고) 엄마가, 찾아올까봐.
동진 : (맘아프게 세미 보는)
세미 : 노래방에서 자기전까지 나랑 장어 어디서 잤는 줄 알아요? 우리 역안에서 잤어. 엄마가 지나가면서라도 나 보라고.
(울음 터지는, 이 앙다물고) 겨울엔 추웠는데도, 얼굴은 안덮고 잤어. 내가 잠들어 엄마 못봐도,
엄마가 보라고 하면 보여줄라고, 미친 가발까지 쓰고 다녔는데... (강 보며) 장어야, 나 하나도 안변했지, 똑같지.
근데 엄만 날, 왜 못알아 봤을까.... (우는 장어 보며, 비아냥조) 죽어서 엄마 만나 만나고 싶댔지?
웃기지마. 니 엄마 너 못 알봐. 그러니까, 죽을 필요없어.
장어 : (눈물 닦으며) 난, 안 죽고 싶어.
동진 : (맘 아프다)
세미 : (동진 보며, 맘에 없는말, 싸가지 없는 투) 난 엄마가 돈 많이 번줄 알았어요. 돈 벌려고 나 안만나러 올 줄 알았어요.
엄마 만나면 돈 뜯어서 이 나라 뜰려고 했어요. (손으로 눈물 닦아내며, 맘아픈, 혼잣말) 그래도 보고 싶었는데...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 (동진 외면하고, 엉엉운다)
동진 : (그런 세미 안타깝게 보다, 세미 앞으로 가서 세미 안아주고, 맘아프고, 눈가에 힘들어간)
씬28. 사무실.
성우, 컴퓨터 자판치며 모니터 보고 있다. 잠시 그렇게 일하다가.
성우 : (일하며) 미선아. 선화랑에서 온 자료있지, 가져와봐. (자판 두드리고, 대답없자) 내 말 안들려, 미선아.
(하다가, 고개 들어 주위 둘러보면, 아무도 없다) 다들 어디 간거야. (하며, 인터폰 누른다, 신호가고 떨어지면) 여보세요?
미선 : (E) 주실장님 저예요.
성우 : 너 언제 전시실 내려갔어?
미선 : (E) 김대리님이 새 박품 왓다고 보라고해서 좀전에 내려왔어요. 업무중이신 것 같아, 말씀 못드렸는데...
성우 : (모니터 보고, 자판 두드르며) 어, 그랬구나. 선화랑에서 온 자료 어딧니?
미선 : (E) 준희아저씨한테 있는데.
성우 : (한숨 쉬고) 외근나갔잖아.
미선 : (E) 아저씨 책상안에 있을건데.. 아침에 넣어두고 가시더라구요.
성우 : (답답하다) 알았어.
하고, 전화 끊고 준희의 책상쪽을 본다.
성우, 잠시 생각하다 준희의 책상자리로 가서 맨아랫 서랍을 열어본다. 서류가 없다. 닫고.
성우, 다시 윗서랍을 연다. 서류없다. 닫고.
성우, 고개 갸웃하고, 맨 위서랍을 연다. 순간, 성우 얼굴이며, 행동이 굳는다.
인써트-
책상 서랍안에 들어있는 준희에게 사준 스카프.
성우, 그것 잠시 보다가, 짐짓 담담한 얼굴로, 스카프 밑에 있는 서류를 빼내 들고,
잠시 스카프 보다가 서랍 닫고는 자리로 가려는데. 문 열리면서, 준희 들어온다. 준희, 성우 보고.
준희 : 다녀왔습니다.
성우, 준희 한번보고는 무심하게 자리로 가서 앉는다.
준희, 성우 왜 그런가 싶어 본다.
씬29. 사무실 전경. 오후.
씬30. 사무실안.
성우, 퇴근준비한다, 다른 사람들도, 퇴근준비 하는,
성우 : (가방 매고, 문으로 가며) 먼저 퇴근할께. (하고, 가고)
재석 : 같이 가요.
성우 : (대답 않고, 문 닫고 가고)
현주 : (재석에게) 왜 저러셔?
재석 : 몰라.
준희 : (가방 챙기다, 이상하고)
씬31. 주차장안.
성우, 차키로 차문을 여는데, 준희, 어느새와서는 그런 성우의 손을 잡는다.
성우 (담담하게, 준희 보면)
준희 어디가서 차 한잔하고 가요. 외근하느라 사무실에서도 별로 못봤잖아요.
성우 (담담한, 준희가 잡은 손보며) 놔.
준희 (놓고, 짐짓 밝게 웃으며) 생선 매운탕 잘하는 집을 아는데, 갈래요? 아니다, 냉면 먹으러 갈래요?
성우 (준희가 안됐다, 그러나 굳은 얼굴이 풀리진 않는다) 애쓰지마.
준희 ?
성우 애쓰지 않아도 돼.
그때, 그 앞을 누군가 지나가고.
성우, 준희 외면하며, 작게 한숨 쉬고, 사람 자나가는 것 기다렸다가는 가는 다시 준희 보며.
성우 : 사람들 보겠다, 집에 가. 혼자 가고 싶어. (차문 열려하면)
준희 : (차문 잡는)
성우 : (보면)
준희 : 얘기하고 가요. 이렇게 안좋은 얼굴로 가면, 내일도 서먹할테고...
성우 : (말꼬리 끊으며) 난 담백한게 좋아. 니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능력껏 표현해. 장담하지 말라구, 기대하지 않으니까.
준희 : ?
성우 : (가라앉은) 스카프, 책상안에 있더라.
준희 : (답답한) ......
성우 : 하고 다닐 자신 없으면 처음부터 말했어야지. 하고 다닌다고 말해서 사람 설레게 하고 묻어두면,
그건 날 속이는거나 다름없어. 안그래?
준희 : ......
성우 : (작게 한숨 쉬고, 편하게) 일찍가. (머뭇대다) 사무실에 은수씨 왔다갔는데, 예민하더라. (차 타고 가고)
준희 : (가는 성우 보고)
씬32. 무표정하게 거리
걸어가는 준희.
씬33. 차몰고 가는 성우.
씬34. 준희의 작업방. 밤.
스케치하는 은수.
씬35. 주방.
준희, 주방에서 물 마시다가, 문득 드는 생각.
회상 - 인써트.
쇼핑몰에서 스카프 사주며, 좋아하던 성우.
준희, 답답한 얼굴로 생각하고.
씬36. 준희의 침실.
준희, 평상복차림으로 침대맡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고개 틀어 전화기를 본다.
씬37. 성우의 거실.
성우, 벽에 기대 비디오를 보고 있다. 티브이를 보지만, 티브이를 보는게 아니다. 아무 생각없다.
영희, 안경을 쓰고 바짝 티브이 앞에 앉아, 자막을 중얼거리며 본다. 눈이 안 보이는지, 잔뜩 신경을 쓴다.
성우, 아무런 생각도 없고.
그때, 전화벨소리 울린다.
성우, 무심히 전화 받는.
성우 : 네, 응암동입니다.
준희 : (E) 저, 준희예요.
성우, 얼굴 굳어지는.
씬38. 준희의 침실.
준희, 힘들게, 맘아프게 전화하고 있다.
준희 : 거짓말하려고 했던 건, 아니예요. 스카픈... 할 수가 없었어요.
성우 : (E) 이해해.
준희 :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 늦은 줄은 알지만 집앞으로 갈테니까, 나올래요? 사십분정도면 가는데....
성우 : (E, 다독이는) 그러지마. 엄마랑 같이 있어. 얘기하기 거북해. 끊자.
씬39. 성우의 거실.
성우 : 정말이야, 아무렇지 않아, 이해한다고 했잖아. 비디오 보고 있어, 이거 보고 싶어.
영희 : (성우 보는)
성우 : 전화 끊자.
씬40. 준희의 침실.
준희 : 열시니까, 열한시면 충분히 갈거예요.
성우 : (E, 걱정스런) 서준희.
준희 : 끊어요.
전화기에서 '서준희'하는 소리 들리지만, 준희 전화 끊는다.
준희, 일어나 옷장으로 가는데, 문소리나 뒤돌면 은수 어느새 와서는 문가에 서 있다.
은수 : (가라앉은) 어디가?
준희 : (옷꺼내 입으며) 나갔다 올께.
은수 : (화난) 어디가냐고 묻잖아. 사람 무시하니?
준희 : (옷 다 입고, 은수 보고, 할말 없다) 다녀와서 얘기할께. (하고, 방을 나가 버린다)
씬41. 준희의 집, 거실.
준희, 나가려는데, 은수 '가지마'하며 준희팔 거칠게 잡는다.
준희, 은수 보고.
은수 : (눈가 붉어져) 가지마.
준희 : (은수 안타깝지만, 다독이는) 자고 있어. 얼마 안 걸리거야. 곧 올거야.
은수 : (화난) 누구 만나러 가는데?
준희 : 친구... 만나러 가.
은수 : 친구 누구? 너 만나는 친구중에 내가 모르는 친구있어? 누구야? 한기야, 길진씨야?
준희 : (단호한) 길진이야.
은수 : 정말? 전화해도 돼?
준희 : 그래도 돼. (하고, 신발 신고 문소리 꽝내며 나가버린다)
은수, 멍한 채, 준희 가는 것보다가, 쇼파에 천천히 앉아, 어이없는 웃음짓는데 눈물 주룩흐른다.
은수 : (웃으려하는데도, 눈물흐르고, 맘아픈 혼잣말) 이러지마라, 서준희, 나한테... 나한테 이러지마.
(고개 트는데, 참으려해도 눈물흐르고)
씬42. 준희, 차몰고 가는.
씬43. 성우, 답답한 얼굴로 비디오 보는.
씬44. 은수, 거실에서 강아지 안고 술 마시는.
씬45. 성우의 집앞, 전화부스 밖 + 안.
준희, 전화를 걸고 있다.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준희 : 저, 왔어요.
성우 : (E) 돌아가.
준희 : 나올때까지 기다릴거예요.
성우 : (E) 안나갈거야.
준희 : 기다릴께요. (하고, 전화 끊고, 부스 나와, 부스에 기대 담배 피우는)
씬46. 성우의 방
성우, 생각하다가 선인장 보고 한숨쉬는.
씬47. 화장실.
영희, 맨발로 잠옷(원피수하나 바지)차림으로 변기에 앉아 몹시 아픈 얼굴이다.
영희 : 생리도 아닌데, 생리통처럼 배가 왜 이렇게 뒤틀어. (아픈) 아.....
그때, 노크소리 난다.
성우 : (E) 엄마.
영희 : 왜?
성우, 위에 가디건 걸치고 문 연다.
영희 : (아픈것 참고) 나갈라구?
성우 : 문방구 좀 갔다올께요. 다이어릴 다 썼네... (영희 인상 쓰는 것 보고) 어디 아퍼요?
영희 : (아픈) 생리통인가봐.
성우 : 날짜 멀었잖아?
영희 : 할라나보지. 조심해서 다녀와. 그런건 낮에 미리미리 챙기지...꼭 밤에 어두운데...
성우 : 다녀올께요. (하고, 문 닫고 가고)
영희 : 아우, 배야. (진땀 흘리며 몹시 아파하고)
씬48. 전화부스 앞.
준희, 부스에 기대 서 있다.
카메라 돌아가면 조금 떨어진 곳에 성우 준희를 보고 서 있다.
준희, 느낌이 이상해 고개 돌면, 성우와 눈이 부딪친다.
씬49. 공원벤치.
성우, 담담한 얼굴로 팔짱끼고 앉아 앞만 보고있다.
준희, 앞만 보며, 어렵게 얘기하고 있다.
준희 : 결혼, 기념일이었어요. 잊고 있었어요. 선배가 준 선물을 내가, 산 걸로 알로 좋아하는데...
몰랐다, 내꺼 살때, 니것도 하나 덤으로 산거다. (고개 돌려, 성우 보고) 그렇겐 말할 수가 없었어요.
성우 : (안보고, 서글픈) 그랬을거야.
준희 : 나보고 얘기할래요. 얼굴 보고, 가고 싶은데...
성우 : (눈가 그렁해진다, 외면하며, 애써 웃으며) 보고 싶은데....용기가 안난다. (눈물이 왈칵 날것만 같다, 애써 참으며)
부끄러워서 용기가, 안나.
준희 : ......
성우 : (준희 보며, 눈가 그렁해 서글픈 웃음지으며) 난 살면서 왜 이렇게 불란만 만드는지 모르겠어.
준희 : (안타까운)
성우 : (눈물 그렁한채) 난 자신이 있었어. 너랑 이러지 않을... 널 피곤하게 닥달하지 않을...질투하지 않을...
유부남인줄 알았으니까. 경험이 있으니까. 서로 안다치고...추억거리만 만들고, 만나면 만나고 헤어지면 헤어지고... (맘아픈)
첫사랑도 아닌데, 목매지 말자. (눈물 주룩 흐르는, 준희보며) 다 참는다고 했으면서......
준희 : (눈가 그렁해, 성우 못보고, 고개 젖는)
성우 : (울음 참으려하며) 해도 해도 습관이 들지 않는게 있나봐. 사랑이 그런거 같애. 너, 피곤하게 하고 싶지 않은데....
참아줄 수 있다면, 다 참고 싶은데.... (손바닥으로 눈물 닦고, 애써 진정하고) 부인한테 가. 많이 기다리겠다.
다신 신경쓰게 하지 않을께.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달려 오지마라, 버릇 들어. (하고 팔짱낀 채, 일어나가면)
준희 : (어느새 일어나, 성우를 잡는다)
성우 : (눈가 그렁해, 준희 보며, 입술이 떨리는, 애써 안울려하며) 투정, 부린다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난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니가 지레 지치지 않았으면... 날 피곤하게 안 여겼으면...
부인에게 결혼기념일이 소중하듯, 난 널 위해 뭐하나 해는게 소중하다.. 그렇게.. (말 못 잇는다)
준희 : (눈물 그렁해, 성우 보는)
성우 : 미안해. 다 참는다고 하고선... 못했어, 미안해.
준희, 성우를 눈가 그렁해 안타깝게 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성우 눈을 이마에서 아랫쪽으로 감기고는, 천천히 입을 맞춘다.
준희, 눈물 주룩 흐르는.
성우, 팔짱낀 채 떨리는.
그렇게 입맞추는 두사람 가운데 두고, 카메라 돌아가면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