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걱정

[서희-모니카]

2011.02.13 - 서영남

고마운 은인들의 도움으로 이제는 손님이 많이 오신다고 해도 밥과 반찬 떨어질 걱정을 안 해도 됩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이제는 추운 날씨에 손님들이 벌벌 떨면서 밖에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오십니다.  이젠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가슴 아픈 일도 간혹 일어납니다.  걱정입니다.

지난 2008년 11월에 MBC 사회봉사대상 본상을 받았습니다.  그 상금으로 민들레국수집 옆집인 쌀가게를 월세로 얻었습니다.  네 사람씩 앉아 식사하실 수 있는 식탁 여섯 개를 마련하고 흐뭇했던 때가 엊그제같습니다.  이제 식탁 여섯 개가 모자라게 되었습니다.

걱정이 하나 생겼습니다.  집 주인이 월세를 25%나 올려달라고 합니다.  10% 정도 를 올린다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시지가가 올라서 세가 너무 올랐다면서 매달 받는 월세를 한꺼번에 25%나 올리겠다고 통보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몇 번 사정을 해 보았지만 소용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번 달부터 월세를 25%나 올려서 드려야 합니다.

광회(가명)씨가 위암수술이 잘 되어서 회복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곧 퇴원해도 될 것 같았는데 큰일났습니다.  그제 다시 수술을 했습니다.  어제 병원에 가 봤습니다.  절대금식!  물도 안됩니다.  상태가 아주 나빠졌습니다.  간병을 해 주는 성민(가명)씨도 아주 힘들게 되었습니다.  위낙 몸상태가 좋지 않기에 치료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걱정거리보다는 기분 좋은 일이 더 많습니다.  민들레식구들이 살고 있는 민들레의 집들은 옥련동 민들레집만 빼곤 전부 월세를 내고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하고나서 민들레 식구들에게 방을 마련해 드리면서도 아직 한 번도 어느 집에서도 월세 올려달라고 한 곳이 한 곳도 없었습니다.  어떤 고마운 집주인은 오히려 깍아주기도 했답니다.  

사족 - 보증금 백만원을 떼인 경우가 딱 한 번 있습니다.  집주인은 칠십이 넘은 할머니입니다.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폐지를 줍는 등 옷갖 허드렛 일을 마다하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한탄을 합니다.  "이렇게 매일 힘들게 일해도 세금 낼 돈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집을 몇 채나 소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세상에 믿을 것이라곤 자식도 아니고 오로지 돈 뿐이라고 합니다.  이런 할머니에게 보증금 백만원을 돌려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아쉽지만 포기했습니다. 

어제는 포항 죽도시장의  "금비네 가게"에서 완자전과 명태전을 보내주셨습니다.  프라이팬에 다시 데워서 손님들께 드렸습니다.  그 많은 손님들이 서너 개 씩 맛을 보았습니다.  참 맛있다고 합니다.

우리 손님들이 식사를 하면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합니다.  세상에 사골국물에, 간장게장에...  희한하다고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께 대접하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은 청국장에 배추김치, 무생채, 멸치볶음, 시금치나물, 간장게장, 계란 프라이입니다.  후식으로는 맛있는 사과 사분의 일 쪽 씩 드립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는 손님들이 사용한 그릇을 깨끗하게 설거지 한 다음에 면행주로 물기를 딱아서 사용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손님들이 너무 많이 오시니까 면행주가 마를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좁은 식당 난로 옆에다 놓고 말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희한하게도 걱정거리가 해결되었습니다.

"월풀 건조기" 8Kg용 가스 건조기를 선물받았습니다.  전기로 구동해서 가스로 열풍을 내어 건조하는 아주 좋은 빨래 건조기입니다.  이제는 면행주가 많이 젖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간단하게 뽀송뽀송하게 말라버립니다.  고맙습니다.

어제는 민들레국수집에 자원봉사자 분들이 참 많이 오셨습니다.  오늘은 어제에 비하면 한가합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와서 잘 도와주었습니다.

"민들레가게"에서는 오늘은 화수시장에서 노상에서 장사를 하시는 아주머니들께 옷을 선물해드렸습니다. 

요즘은 손님들 중에 안전화를 찾는 분이 계십니다.  안전화가 없으면 우리 손님들이 인력시장에 나가더라도 일하러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 컬레에 4-5만원이나 하는 안전화를 살 형편도 안되는 것이 우리 손님들 처지입니다.  헌 안전화라도 있으면 참 좋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어쩔 수 없이 길에서 잠 잘 때도 신고 있는 안전화를 벗고 잘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랬다가는 벗어놓은 안전화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입니다.  안전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손님들의 이야기는 심사숙고 들어봐야 합니다.  꼭 필요한 분일 것 같으면 큰 맘 먹고 사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에는 다섯 분에게 안전화를 마련해 드렸습니다.

기쁜 소식이  또 있습니다.  민들레 식구인 재찬씨가(재찬씨는 2010년 1월달에 방영된 인간극장 이야기에서 고구마장사를 했던 식구입니다.  요즘은 민들레희망지원센터에서 사무를 보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다음 달에 좋은 곳에 취직이 되어서 떠나게 되었습니다.  참 좋습니다.

[콩콩이]

나는 그렇게 큰일은 못하지만 시간나는 대로 부지런히 민들레 국수집을 통해 작지만 소박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자 오늘 약속합니다. 우리 가족모두 민들레 수사님을 힘차게 응원합니다! 인천주보 '빛과 소금'에 쓰시는 글 감동으로 읽고 있습니다.

[우리두리]

사랑은 머물러 있지 않고 먼저 다가가고 움직이는 것임을 새삼 느낍니다. 수사님의 나누는 모습을 따라 우리도 가난한 이웃에게 먼저 다가가길 빌어봅니다^^ 사랑이 꽃피는 민들레 국수집을 힘차게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