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군의 헤르손 지역 탈환이 우크라이나 전쟁 거의 모든 전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전쟁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해 철수한 군대를 다른 지역에 배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 탈환으로 확보한 군사적 이점을 극대화하려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르손=AP/뉴시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최근 탈환한 헤르손을 방문해 둘러보고 있다. 2022.11.15.© 뉴시스 9개월 동안 점령한 헤르손 지역에서 퇴각한 러시아군은 정예부대를 대부분 유지해 이들을 다른 전선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예상보다 큰 소모를 겪지 않고 헤르손을 탈환할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 주변 지역과 북동부 바흐무트 전선에서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9일 고위 보좌관들과 전투 현황을 점검했다며 “우리 영웅들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는 걸 돕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헤르손 지역의 상당 부분을 탈환한 우크라이나군은 크름반도로 이어지는 러시아군 보급선을 공격하기가 쉬워졌다. 크름반도의 러시아군 기지와 주민들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대치하고 있는 드니프로강에서 물을 공급받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달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잇는 케르치 대교를 폭파함으로써 크름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보급 능력을 약화시켰다. 현재 크름반도는 선박과 러시아 본토에서 연결된 단선 철도를 통해 간신히 보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우크라이나군의 포격과 드론 공격에 취약한 상태다. 영국 국방부는 케르치 대교를 완전히 복구하는데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16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최대로 압박해야한다고 본다. 러시아군의 투지가 우크라이나군에 크게 못 미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포위 2개월 만에 헤르손을 탈환할 수 있었던 것은 고기동다연장로켓(M142 HIMARS) 등 서방 지원 정밀무기 덕분이다. 헤르손을 탈환해 드니프로강 서안을 장악함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동부와 남부 수십 km 지역의 러시아군 진지와 보급선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미 드니프로강 너머로 포격을 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특수 부대를 강 건너로 상륙시켰다.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자문해온 글렌 그랜트 영국 예비역 중령은 러시아군의 작전이 엉망이라며 “우크라이나군 부대가 비록 소수라도 강을 건넜다면 많은 러시아군이 도주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강을 더 많이 건널수록 유리해 진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지휘부는 헤르손 철수를 다른 지역에 군대를 보충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어 사용 주민이 많은 동부 돈바스 지역 점령을 우선시하고 있다. 그러나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동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 공격이 거의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매우 신속하게 이동하면서 매우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18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대대적 공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크름반도 인접 지역과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최전선에서 60km 이상 떨어진 곳에 참호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돈바스 지역 전황은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철수한 부대를 이 지역에 투입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는 헤르손에서 철수한 병력 2만 명에 추가로 최근 징집한 병사들을 추가해 돈바스 지역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에드 아놀드 영국왕립군사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가 간신히 정예부대를 철수했다”면서 그러나 이들을 바흐무트에 투입하는 건 다른 지역을 지키는데 필요한 자원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돈바스 지역에 러시아군 병력이 늘어나면 우크라이나군도 이 지역에 보다 많은 군대를 투입할 수밖에 없게 돼 다른 지역을 공격할 여력이 줄어든다. 그렇지만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에서 승기를 장악할 수 있을 지도 확실하지 않다. 아놀드 연구원은 “이번 전쟁은 병력 수보다 전투 능력이 훨씬 중요함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 본토에서 드니프로강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의 교량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 목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자포리자시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하면 러시아군을 크게 압박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서부의 러시아군을 분산시키고 크름반도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그랜트 예비역 중령은 크름반도가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름반도 주둔 러시아군이 전투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아 크름반도가 러시아 점령지 가운데 “가장 취약하다”는 것이다. 아놀드 중령은 크름반도에 물을 공급하는 운하를 공격하면 현지 주민들 피해가 커져 우크라이나군이 배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헤르손을 탈환하는 과정에서 그랬듯이 우크라이나군이 크름반도를 직접 공략하기보다 서서히 목을 조이는 방식이 보다 쉬운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크름반도로 진격하는데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이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말도록 강조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