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없는 시대의 시 [제1편]
현대 사회는 세속 사회이면서 예언자 없는 사회다. ”서양의 역사에서 예언자prophetr는 일찍이 사라졌다. 동양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고 세속주의가 유령처럼 나타나는 예언자 없는 속화된 사회가 도래한다. 예언자의 부재와 함께 안식일이나 축일들도 감쪽같이 사라진다. 더 많은 무신론자들이 제 시간과 수고를 봉급과 맞바꾸며 세속 세계에서의 삶을 꾸린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은 어딘가에 살지 않고 세상의 무수한 비장소들을 헤맨다. 비장소들은 장소성이 머금은 시와 철학이 없는 곳, 서사가 증발해버린 메마르고 텅 빈 자리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속 사회는 가장 먼저 효용성이 없는 것들, 즉시와 철학을 제거한다. 철학은 “불행한 시인이 명예롭게 피신할 수 있는 병원”이고, “시인의 한탄은 비판적 예언, 즉 철학”이라는 점에서 시와 철학은 한 아버지 아래 두 어머니의 자궁을 빌려 태어난다. 시와 철학은 이복형제다. 그들이 축출된 뒤 세계에는 무엇이 남는가? 예언자 없는 사회에서 누군가는 구원을 약속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 소임을 맡을 적임자는 시인이고 철학자지만 오늘의 시인은 철학을 잃고, 철학자는 시를 잃었다. 이들은 무력하다. 오늘의 시가 가끔씩 찰나의 섬광들로 예언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지만, 대개는 “욕망의 꿈틀거림이고, 불화(不和)의 부르짖음”이다.
장석주 「은유의 힘」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