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오늘 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죄를 짓게 하는 몸의 지체들을 지니기보다 그것들을 모두 잃더라도 죄를 짓지 않는 삶, 곧 하느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역설합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이야기하는 복음의 예수님의 논조는 사실 굉장히 무섭고 두려울 정도로 냉혹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 손이 너를 죄 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버려라. [...]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버려라. [...]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만일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죄를 짓는 족족 죄를 지은 그 손과 발과 눈을 모두 없애버린다면 우리 중 제대로 손과 발이 붙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너무도 많은 순간, 죄의 유혹 앞에 던져져 있고 죄를 짓게 되는 나약한 인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이 말씀을 통해 도대체 무슨 그리고 어떤 말씀을 하고자 하셨던 것일까요? 정말로 예수님은 우리 모두가 손과 발이 없는 불구자의 몸으로 살아가기를 원하셨던 것일까요?
한편 오늘 독서의 야고보서의 말씀 역시 복음과 같은 목소리로 그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오늘 독서의 야고보서는 자신이 갖고 있는 부유한 재물을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지 못하고 재물을 통해 온갖 죄를 지으면서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하느님의 자비를 들어 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자 이제, 부자들이여! 그대들에게 닥쳐오는 재난을 생각하며 소리 높여 우십시오. 그대들의 재물은 썩었고 그대들의 옷은 좀먹었습니다. 그대들의 금과 은은 녹슬었으며, 그 녹이 그대들을 고발하는 증거가 되고 불처럼 그대들의 살을 삼켜 버릴 것입니다. 그대들은 이 마지막 때에도 재물을 쌓기만 하였습니다.”(야고 5,1-3)
재물을 통해 부와 명예를 획득한 부자들은 사실 썩고 없어질 재물에 집착한 결과, 하늘의 재화를 쌓으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외면하고 맙니다. 썩고 좀먹어 언젠가는 없어질 헛되고 헛된 세상의 재화에 집착한 결과, 자신의 주위 바로 곁에서 가난으로 울부짖고 있는 이들의 간절한 외침을 듣지 못한 그들, 아니 그 외치는 소리를 애써 외면한 그들은 그 가난한 이들의 외침이 자신을 하늘나라로 부르시는 하느님의 음성임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 결과 그들은 사치와 쾌락에 빠져 살육을 일삼고 그 결과 재물로 인한 지울 수 없는 죄를 짓는 삶을 살고 맙니다. 이 같은 부자들의 행태를 이야기하는 오늘 야고보서의 말씀은 이 세상에서의 삶은 결국 하느님께로 가는 여정 중에 있는 것이며 이 삶 안에서 하느님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것만이 우리 삶의 참된 기쁨, 하느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것입을 이야기합니다.
하느님 뜻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것, 오늘 독서와 복음이 공통되게 이야기하는 이 삶은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만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오늘 복음환호송의 말씀이 그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테살로니카 1서의 말씀을 인용한 오늘 복음환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 말씀을 사람의 말로 받아들이지 말고,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라.”(1테살 2,13)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처럼 하느님의 말씀을 하느님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 사람의 말이 아닌 자비롭고 사랑 넘치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믿음이 있는 사람은 그 말씀의 힘을 믿음으로서 그 말씀 안에 담긴 뜻을 자신의 삶 안에서 실천함으로서 그 모든 것을 이루어낼 수 있습니다. 마치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이야기하는 계속해서 반복하여 같은 죄를 짓는 자신의 눈과 손과 발을 하느님 말씀의 힘으로 또 똑같은 죄를 짓도록 내버려두고 방치하는 것이 아닌, 단호한 의지와 결의로 그리고 하느님의 전능하신 능력에 대한 믿음으로 마치 눈과 손과 발을 떼어낼 그 결의로 뜻을 실천한다면 바로 그것이 우리 삶이 하느님 뜻에 합당한 삶이 되는 비책이자 비결이 되는 것입니다.
성경의 집회서의 말씀은 죄를 짓는 우리의 나약한 본성을 향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죄를 끊어 버리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필요함을 강하게 역설합니다. 집회서 5장 7절의 말씀입니다.
“주님께 돌아가기를 미루지 말고, 하루하루 늦추려 하지 마라. 정녕 주님의 분노가 갑자기 들이닥쳐, 너는 징벌의 날에 완전히 망하리라.”(집회 5,7)
집회서의 이 말씀처럼 죄를 끊기 위해서는 단호한 의지와 굳건한 결의가 필요합니다. 내일해야지, 다음부터는 꼭 이러지 말아야지라고 말하며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 단호한 의지와 결단으로 죄를 끊어버리려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고 오늘 독서의 야고보서의 말씀처럼 내 자신과 나의 힘, 부정한 재산들로 죄인인 나의 모습을 감추려고만 할 때, 하느님의 분노가 우리를 덮쳐버릴 날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바로 이 사실, 곧 하느님의 자비를 감사하며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안에 있는 죄의 경향성을 모두 지워버리려는 단호한 결단을 우리 모두에게 촉구하고 계신 것입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시편은 이렇게 외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하늘나라를 차지할 사람들, 하느님 나라에서 하느님과 함께 진정한 행복과 기쁨의 삶을 살게 될 사람들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주는 재화와 부귀로 현세에서 부를 누리는 이들, 자신이 가진 재물을 가난한 이들과 나눌 줄 모르는 탐욕의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으며 그들이야말로 진정 불행한 이들입니다. 오늘 화답송의 시편 저자의 이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여러분 모두가 죄가 아닌 하느님 그 분을 신뢰하고 그 분이 주시는 계명을 통해 사랑을 실천함으로서 하느님의 참 기쁨 속에서 살아가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