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22일
소매믈도 구경을 마치고 오후 3시 조금 지나 배를 내렸다.
여객선터미널옆 여객선 주차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수국꽃을 찍고 스냅사진을 찍는다고 난리다.
20여 년 동안 가꾸어 온 아름다운 수국 꽃을 거제시를 찾는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널리 소개하고자 “두 번에 걸쳐 남부면 수국축제”를 개최하였다고 하는데 금년은 코로나 때문에 축제를 취소하였지만 아름다운 수국꽃을 보려고 전국에서 애호가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바닷가라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고 온도도 높지 않아 구경하기에 좋았으며 수국 상태도 만개는 아니지만 좋아 보였다.
이곳 수국꽃을 보고 싶으면 곧 만개가 될 테니 비 그치면 매물도를 가지 않더라도 구경하러 오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나무 데크 이동 길도 잘 조성해 놓았으니 찬찬히 수국을 구경하며 사진을 담기에 좋은 환경이다.
저구마을에서 고현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가 5시 35분에 있는데 수국꽃밭을 두 바퀴 돌았는데도 엄청 시간이 많이 남아서 어쩔까 하다가 터미널 매점에서 막걸리를 사서 마시면서 시간을 죽였는데 저구막걸리란 상표를 단 막걸리 맛은 별로였다.
버스 탈시간이 되어서 버스정류장으로 가니 다른 사람들은 승용차 타고 가버리고 우리 일행만 달랑 타고 갔다. 자연히 버스 안에서도 거리두기를 했으니 잘했다고 할까나?!!
수국꽃이 피는 날
지난 연서를 들여다 본다.
오래도록 내 속에서 넘쳐나던 말들이
빗방울처럼 꽃잎에 스미던 날이 있었으니
불현듯 찾아온 기억의 숲에서
길을 잃고 만다.
초저녁 하늘빛 같기도 하고
홀로 걷던 강변의 노을빛 같기도 하고
꽃들은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채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서
비를 몰고 오는 구름처럼 피어난다.
계절처럼 사랑은 변한 것일까
다정했던 말들이
해변의 모퉁이처럼 바스라져 갈 때
꽃들은 숲속에 두고 온 속삭임으로
무성해진다.
무장무장 차오르는 보름날
저 사릿물처럼
그대가 수국꽃처럼
내 마음 속에 피어나던 날은
저미는 안개처럼 사라져갔지만
바다에 수장되었던 연모가
종소리처럼 피어오를 때
쓸쓸해진 시간의 경계 위에서
그대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본다.
수국꽃이 필때 / 이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