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가 취미인 인하대 교수들이 모여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기자는 지방에 머물고 있던 상황이라 두 달 뒤인 지난 3월 22일에서야 인하대를 방문하게 되었다. 출간된 책이 작은 문집 정도 일 것이라고 추측했던 기자는 깜짝 놀랐다. 전문 서적 크기의 얼추 46배판 370페이지에 방대한 내용이 실려 놀랐고 옴니버스 형식으로 된 글들이 너무 재미있어 또 한 번 놀랐다. 이 책을 잡으면 4~5시간 정도는 책을 놓지 않고 읽을 정도로 솔직한 경험담들이 공감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최상위 지식인 교수님들도 코트에 서면 일반 주부들과 똑같은 아마추어들이다. 테니스를 배우는 과정에서의 느낌이나 게임을 통한 심리적인 압박, 그리고 파트너와의 심리묘사 등등 테니스 동호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자책해 보았을 섬세한 터치가 친밀감을 느끼게 했다.
그뿐 아니다. 중간중간 ‘테니스 알쓸신잡’(알아두면 쓸 만한 신비로운 잡학사전의 준말) 코너를 마련하여 그동안 애매하거나 혼란스러운 부분들을 정확하게 설명해 놓았으니 배울 것도 많다. 조금 더 깊이 있게 수학적으로나 물리학적으로 분석해 놓은 부분은 학문적인 깊이가 있어 집중이 필요하고 에세이 형식으로 된 글들은 오토매틱으로 술술 잘 넘어가며 즐거움을 선사한다.
전공과목이 다른 25명의 교수들의 글은 각 챕터마다 특색이 있다. 이 책의 제일 첫 글인 사학과 이영호 교수가 철저한 고증을 하면서 쓴 글 ‘테니스는 우리나라에 어떻게 들어왔나’라는 글을 통해 우리나라 테니스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서양의 론 테니스와 일본의 연식 정구 두 계통 중 론 테니스는 1890년 서울 유니온클럽을 통해 서울의 외국인사회에 확산 되었고 인천에 제물포 클럽이 조직되면서 서울과 인천의 친선경기로 발전되었다는 내용이다.
최권진 국제학부 KLC 교수는 유명한 시를 예로 들어 테니스를 풀이했다. 윤동주의 서시로 시작해서 테니스에 매력을 느끼고, 사람을 만나고, 최선을 다 하고, 희망하다로 끝을 맺는다. 마지막 귀결은 늙어서도 테니스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고 죽어서는 신선들이 산다는 봉래도에 테니스장을 만들어 테니스 마니아들과 어울려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테니스 삼매경에 빠지고 싶다고 적었다. 살아갈수록 테니스가 삶의 심연을 견고하게 차지하고 건강과 환희. 그리고 감성적 여유를 보장하는 테니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를 진심으로 권한다고 썼다.
원동준 전기공학과 교수는 메타버스(METAVERSE)를 이용한 테니스 연습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가상의 뜻을 가진 META와 우주라는 UNIVERSE를 합친 메타버스는 증강현실을 말한다. 진입 장벽이 높은 테니스를 어린 시절부터 게임하듯 가상으로 접하고 VR(VIRTUAL REALITY) 오큘러스 퀘스트 2를 이용하는 테니스 게임을 하면 실감나는 테니스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최근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파크에서도 메타버스로 경기관람 및 테니스 연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가상의 세계에서 나달이나 페더러 등과 경기를 할 수 있는 미래를 소개하고 있다.
문화 경영학과 백승국 교수는 사회학에서 말하는 행복을 만드는 제3의 공간을 적었다. 정형화된 공간인 집과 직장을 벗어나 제3의 공간은 취미와 취향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존재하며 자신이 꿈꾸던 자아를 실천하는 공간. 즉 테니스 인들에게는 테니스장이 제3의 공간이고 경기 규칙과 상대선수의 존재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테니스 미학이라는 것. 결론은 테니스 미학이 인생을 아름답게 꾸미는 삶의 미학을 전제하고 있다는 내용에 수긍이 갔다.
현재 인하대 교수테니스회(일명 화목회) 회장을 맡고 있는 물리학과 노재우 교수는 이 책을 만드는 모티브를 제공한 분이다. 화목회는 경쟁을 통해 실력을 키우는 것보다는 여러 분야의 교수들이 만나 교류하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덧붙이는 노 교수는 “외국의 정상급 선수들은 스포츠 과학의 도움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이론적인 것을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아직 절실하지 않은 듯하여 물리학 하는 분들끼리 특집으로 테니스 관련 논문을 쓰게 되었다”고 전했다. 노 교수는 이 책에서 스핀이 걸리면 게임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고 과거와 현재의 플레이가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분석해 놓았다.
최근 베스트셀러인 ‘수학은 우주로 흐른다’라는 책을 출간하고 테니스 구력 50년인 송용진 수학과 교수는 70년대부터 활동했던 세계적인 남녀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의 활동 상황을 꼼꼼하게 적었다. 인하대 테니스회는 전국에 있는 교수테니스회 중에서 전통이 있고 회원 수도 많으며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팀이라고 소개한다. 평균적으로 테니스 치는 교수들이 연구 능력이 탁월하고 특히 인하대 교수 팀의 협동 단결의 파워가 이 책을 출판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전했다.
20대 중반 해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라켓을 잡았다는 스포츠과학과 김우성 교수는 편집위원장을 맡았다. ‘단식 테니스의 경기 매력’에 관한 주제로 글을 썼고 단테매 회장인 서의호 교수와의 인연도 글로 남겼다. 과연 이 책은 어떻게 만들어 진 것인지 김우성 편집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적어본다.
-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에 인하대 교수테니스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의미 있는 일을 구상하던 중에 몇 년 전 물리학과 노재우 교수가 물리학회에서 ‘테니스와 물리학'이라는 주제로 논문을 낸 것이 떠올라 다양한 전공을 가진 교수들이 테니스를 주제로 책을 집필한다면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하고 회원들에게 제안을 하게 되었고, 마침 코로나로 인해 대외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상태여서 책을 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25명의 저자 중에서 정재학 최권진 백승국 민경진 원동준 교수가 헌신적으로 편집위원으로서 활동했고 이종호 교수는 테니스 알쓸신잡의 아이디어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책 제목 ‘테니스 인 & 아웃'의 뜻은?
책 제목은 전체 테니스회 회원들의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 테니스 홀릭이나 유튜브에 없는 테니스 등 수십 가지가 있었지만 투표로 선정이 되었고 테니스 세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인과 아웃은 테니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서 테니스를 통해 맛 볼 수 있는 희노애락을 의미한다. 인은 기쁨과 즐거움, 내면의 기술적인 측면 아웃은 노여움과 슬픔, 그리고 테니스를 둘러싼 외부 환경적인 측면을 의미한다. 학문적으로 말하자면 인은 자연과학과 공학을 뜻하고 아웃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의미한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첫째, 일정이 바쁜 교수들이 많아 마감 때까지 원고가 들어오지 않은 점이다. 대략 1년 정도가 걸렸는데 세 번에 걸쳐 가제본을 준비했고, 편집위원들이 너무 많은 사항들을 지적하여 이를 일일이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반복되어 과연 이 책이 완성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둘째, 실질적으로 대중들이 읽을 만한 대중성을 갖추는 책으로 체질 변화를 주는 과정이었다. 교수들이 다양한 논문을 쓰지만 출판사가 요구하는 형식의 틀에 맞춰 글을 여러 차례 바꿔 써야 했던 점도 있다.
- 책의 내용은 어떻게 분류된 건가요?
4부 2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는 성격에 따라 1부 인문학으로 바라본 테니스 세계, 2부 자연과학으로 바라본 테니스 세계, 3부 사회과학으로 바라본 테니스 세계, 4부 공학으로 바라본 테니스 세계로 구분했다. 그리고 ‘테니스 알쓸신잡’ 코너를 마련해 테니스와 관련된 유익한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그 외에도 수학과 명성 교수가 코트 면 수와 참가 인원에 따라 4경기씩 하는 전제 조건으로 표를 제작. ‘인하대 테니스회 경기방식’이라는 제목으로 부록에 실었다. 일반 동호인들도 실제 대회에서 이 표를 활용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내용이다.
- 책이 출판되고 난 후의 소감은?
보람을 느낀다. 25명의 교수의 글을 받아 교정하고 부제목 '마니아들의 재미있는 테니스 이야기'와 그외 책 표지에 넣는 글의 위치까지 여러 차례 바뀌면서 1년 동안 혼신의 힘을 쏟아 옥동자를 낳은 기분이다. 그런데 과연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바라봐 줄 것인지 걱정이다.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순수하게 테니스를 취미로 하는 동호인들이라면 이 책에 실린 내용 정도는 좀 알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질지 아니면 교수들이 쓸데없이 테니스나 치지 이런 책은 뭐 하러 썼는지 모르겠다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가질지 걱정이다.
이 책을 사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았다는 어떤 코치는 20여 권 사서 레슨자들에게 나눠 주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지금까지 한글로 출시 된 테니스책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외국 원서를 참고로 한 전문적인 글 내용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줄을 그으며 공부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테니스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이 결합되어 있는 이 책이 테니스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에게 훌륭한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한국대학교수테니스 연맹 오유성 회장의 말씀에 공감이 간다.
취재 당시, 현장에서 만났던 교수님들은 테니스를 공통의 취미로 가지고 있고 단순히 책을 함께 쓴 그룹으로만 보였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한 분 한 분이 무척 궁금해졌다. 테니스와 함께 한 세월 동안의 추억과 낭만 그리고 전공 분야별로 테니스를 분석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은 원리 등 학문적 깊이가 있어 독자를 매우 유식하게 만든다. 테니스가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운동 강도로 호르메시스 원리를 듬뿍 담은 건강 친화적인 운동이라고 소개한 교수도 있다. 테니스를 칠 때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치는 것이 좋은 가에 대한 의대 교수님의 글, 호크아이의 영상 기술이 머지않은 미래에 심판을 대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 등 지면이 짧아 다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대한민국 테니스 동호인이라면 누구라도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글 사진 송선순
집필진 소개
체육교육과 강청훈교수, 정보통신공학과 김기창교수 스포츠과학과 김우성교수, 조선해양공학과 김유일 교수, 물리학과 노재우교수, 수학교육과 명 성교수, 생명과학과 민경진교수, 국제통상학과 박민규교수, 스포츠과학과 박찬민 교수, 문화경영학과 백승국 교수, 수학과 송용진교수 한국어문학과 안명철교수, 전기공학과 원동준교수, 법학전문대학원 이경주교수, 물리학과 이기영교수, 의학과 이동주교수, 사학과 이영호교수, 정보통신공학과 이종호교수, 사회교육과 정경호교수, 스포츠과학과 장은욱교수, 교육학과 장기섭교수, 국제통상학과 정승연교수, 전자공학과 정재학교수, KLC학과 최권진교수, 화학과 최영식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