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을 하시는 부모님을 도와드리면서 느끼지만 대한민국에서 제조업하는 사람들은 나를 비롯하여 무슨 생각을 갖고 하는지 모르겠다.
서비스업에 비해 한번 잘만 터지면 대박이라는 말은 말그대로 지나간 추억담일 뿐이다.
업체간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은 오르지 못하고 재료비는 매년 급상승하고 있다. 그뿐이랴 직원들도 매년 임금 상여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이 파업한번하면 우리같은 영세 개미기업들의 직원들도 술렁인다. 뉴스에 임금 몇%인상으로 협상타결이란 말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틀림없이 우리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어 있기 마련이다.
우리라고 왜 대기업같이 임금주기 싫겠나? 그렇게 하려면 마진이 높아야 하는데 요즘 그런 마진을 주는 거래처가 어디 있느냐 말이다. 결국 대기업의 임금협상은 우리같은 영세기업의 희생을 댓가로 치러지는 그네들의 잔치일 뿐이다.
기계나 부품이 고장나 교체하거나 수리할 때 왜 이리 기계, 부품값은 올라 있는지... 대부분 기계 부품은 대기업 제품이라 그런지 가격이 몇년사이에 상당히 뛰어 있다. 아마 그렇게 해서 남은 이윤을 가지고 잔치하겠지 생각한다.
자영업자가 세금을 포탈한다고?
물론 잘되는 사람은 그렇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영세 제조업체는 이것 저것 따지면 사업주 월급따먹기다. 운좋으면 자가 공장일 경우 임대료 정도 건진다. 공장을 임대로 하는 사람의 경우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
실제 아버님의 경우 이것저것 다 따지면 적자이지만 세무서에 적자라고 신고하고 세금 안내면 나와서 자꾸 귀찮게 하니깐 그냥 업종표준신고율보다 좀 적게 해서 세금내는 형편이다.
생각해보면 아버님이 제조업 하면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기계가 말썽을 부리거나 직원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거래처가 문제거리가 생기거나 항시 걱정거리를 머리속에 담아두고 살았다.
저녁 퇴근후에도 휴일에도 맘편히 두발뻗고 쉰적이 거의 없다. 문제가 있으면 집안전체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기에 다른 식구들도 맘편히 있기 어렵다.
명절은 우리에게 또다른 고통의 기간이다.
직원들 상여금과 밀린 외상대금을 맞추느라 허덕여야하고 우리도 미수금을 받아내야 한다.
물건팔고 사정사정 해가며 돈받는 느낌을 직장인들은 알까?
물건 받기전에 돈부터 받고 물건 파는 경우는 대기업이나 하는 영업방식이다. 영세기업은 외상이라도 일감따내기 경쟁이 치열하다.
그나마 간혹가다 떼이는 경우도 있어 거래가 많고 큰 거래처일수록 우리에겐 더 큰 불안거리가 된다.
요즘 세상이 좋아져서 우리나라 각종 제도는 선진국형이다.
문제는 제조장이 제도를 못따라간다.
돈들여 새로 짓고 시설 새로하면 되겠지만 이게 말같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돈도 없지만 돈있다해도 사업성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투자를 하나.
직장인들 무색하리만큼 제조업도 각종세금및 세금성 지출, 준조세가 많다.
토지,재산세는 기본이고 사업장 면적에 따른 사업소세, 이에따른 주민세도 낸다. 년중 부가세 4번 챙기고 소득세 2번 챙기다보면 한달이 멀다하고 세금이다.
4대보험도 근로자입장에서는 보험의 성격이지만 영세사업주입장에서는 또다른 세금으로 다가온다.
그나마 근로자가 자기 몫을 부담하면 다행이지만 우리같은 영세기업은 이또한 사업주가 부담한다.
직원들 소득세도 그렇다. 정부가 근로자들에게 직접걷으면 될 것을 다루기 편한 업주가 미리내고 나중에 직원들 봉급에세 갑근세를 빼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보수가 많은 대기업은 어떨지 몰라도 보수가 적은 영세기업은 차마 직원들 봉급에서 이 돈을 빼지 못한다. 특히나 일용직같은 경우 한달 몇십만원 가져가는데 인정상 못하고 근로자들도 그걸 당연시한다.
이외에도 세무사 기장료와 각종 안전공사의 대행수수료까지 챙기고 나면 가랑비에 옷젖듯이 통장잔고는 마이너스를 향해 달려간다.
간혹 일감이 많아 돈이 좀 될까 하면 직원들이 먼저 알고 그간 미뤄왔던 임금인상을 거론한다. 일의 특성상 납기일까지 맞춰야 되기에 야간작업을 하게되면 이마저도 시간당 평균임금의 두세배씩 쳐서 준다. 웃기는 것은 저녁식사시간까지 작업시간으로 포함되어 계산해야한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일감이 많아도 야간작업하면 우리 손에 떨어지는게 별로 없다. 그래서 납기일이 촉박한 일감은 이제 맡지 않는다.
그냥 매월 꾸준히 일감이 있기만을 바랄뿐이다.
다들 다른 사람들은 우리집 돈 많이 버는 줄 안다. 영세업자가 벌면 얼마를 벌겠냐만 들고 나는 돈이 있으니 직장인들 눈에는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나보다.
솔직히 부모님께 사업 접자고 말씀드려봤지만 딱이 다른 일 할 게 없으니 그냥 운영만 되면 하자신다.
일단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에 일말의 불안감에 이에 수긍하지만 나중에 내가 물려받으면 난 이런 제조업 하기 싫다.
그냥 땅팔고 건물팔아 그 돈 은행에 넣어놓고 이자만 받아도 나 먹고 살 돈은 나온다. 금리가 적지만 그대신 맘편하고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으니 정신건강에 얼마나 좋을까?
더구나 이자는 매월 꼬박꼬박 나오니 월급생활 하는 셈치고 이젠 소비도 할 수 있다. 그간 제조업할때는 내일이 불확실해 솔직히 손님들만 접대하고 선물했지 난 감히 그런거 먹어볼 생각도 써볼 생각도 못했다.
난 앞으로 제조업은 절대 안한다.
내 주변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실제 많은 제조업 사장님들이 수긍하신다.
첫댓글 ㅎㅎ기래도 제조업은 존재해얌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