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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중국집 주방을 속속들이 보고도 짜장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비위 좋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예 모르거나 모르는 척하는 것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다. 한때 유행했던 '너무 알려고 하지 마. 알면 다쳐'라는 말이 있지만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의 비밀을 다 알면 상처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등지고 살 수도 있다. '완벽한 타인'은 부부와 친구의 '판도라 상자'는 가급적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그 '판도라 상자의 열쇠'는 ‘사생활 블랙박스’인 스마트폰이다.
2016년 이탈리아에서 개봉했던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Perfect Strangers)'를 리메이크한 '완벽한 타인'이라는 제목은 메타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침대를 같이 쓰는 부부와 40년 죽마고우(竹馬故友)는 서로 상대를 꿰뚫고 생각하지만 실은 반에 반도 모르는 '타인'이었다는 것을 유쾌하고도 비수처럼 서늘하고 공포스럽게 펼쳐 보인다.
부부의사로 나름 성공한 친구가 한강이 보이는 고급빌라 펜트하우스에 집들이 겸 친구 넷을 부부동반으로 초대한다. 아마 은근히 부를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인 이집 안주인이 절대 해서는 안 될 게임을 제안한다. "다들 핸드폰(식탁에)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유쾌한 만찬은 단순한 게임 때문에 공포영화로 치닫는다. 7명의 휴대폰을 모두 스피커폰 모드로 전환하면서 관객들이 배꼽을 잡을 만큼 웃기는 상황도 연출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당초 게임 의도와 달리 성적 취향, 불륜, 부동산 사기, 뒤 담화 등 혼자만 몰래 간직했던 사생활 자연스레 폭로된다.
공간 배경이 주로 팬트하우스이다 보니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윤경호, 송하윤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스토리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거의 식탁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많아 얼굴이 클로즈업되는데 쫄깃쫄깃한 대사로 맞받아치거나 난감한 상황에서의 표정이 폭소를 유발해 잘 만든 액션 스릴러 못지않게 몰입도가 높다. 언니^동생 하면서 겉으론 친한 척하지만 뒤로는 온갖 흉을 다 본 것을 스피커폰 전화 상대를 통해 들켰을 때의 당혹스러운 상황은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 이럴때 금속성의 첨단 IT기기는 괴물로 변한다.
식탁에 앉은 7명의 직업과 성격을 비교적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다만 전업주부만 순종적인 캐릭터로 설정한 것은 다소 도식적이다. 영화를 관람한 뒤 새삼 스마트폰을 보며 뜨끔할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코미디 영화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은밀한 내면이 드러나면 실망과 슬픔이 밀려올 것이다. 그래서 완벽한 타인은 웃기고 씁쓸하고 불편한 '웃픈'영화다.
첫댓글 이 영화 웃으며 봤어요
핸펀이 주는 편리함도 있지만 간혹 사생활 노출이 되어 당혹스러울수도 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