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5 연중 제1주간 금요일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심을 잊고 사는 우리와 세상
하느님이신 예수님
“사람아, 너의 죄는 용서받았다.” 오늘 중풍병자를 치유하시면서 예수님께서는 마비가 된 그의 몸 뿐만 아니라 그의 영혼도 치유해 주십니다. 죄의 용서가 예수님의 신성을 상징한다면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는 말씀으로 이루어진 중풍병자의 치유는 예수님의 인성을 보여줍니다. 미사를 봉헌하기에 앞서 오늘날 우리 교회가, 그리고 우리 공동체가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잊고 모든 일을 인간적인 눈으로만 보려고 하지 않은 지 반성하며 하늘의 힘에 의탁하며 그분의 섭리에 우리를 내어 맡겨 드리도록 합시다.
미국 시사 주간지 time이 1982년에 선정한 “올해의 인물”이 누구이신지 아십니까? 그 당시 경쟁자는 베긴 이스라엘 총리, 대처 영국 총리, 영화 주인공 ‘이티’(ET)였다고 합니다. 2020년의 인물로 모르는데 어찌 아시겠습니까? 1982년에 선정된 올해의 인물은 바로 “컴퓨터”입니다.
“사람이 아니 무니다.”
오늘 제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가 하면, 오늘 복음에서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을 향해 “당신은 하느님이 아니 무니다”라고 말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예수님께서 중풍병자에게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바리사이들이 생각하기에는 죄는 하느님만이 용서하실 수 있는데 사람인 예수님이 죄를 용서한다고 하니 신성모독으로 여긴 것이지요!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이심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느님이셨기 때문이 죄를 용서해 주실 수 있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육신의 치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죄의 용서를 통한 영혼의 구원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예수님께서 중풍으로 마비된 병자의 육신을 치유하지 않으신 것이 아닙니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는 말씀을 통해 당신께서 눈에 보이는 우리 육신의 치유를 선물로 주시는 분이심을 드러내십니다.
사랑하는 수녀님 여러분, 예수님은 우리의 필요를 외면하고 하늘만 바라보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우리의 일용할 영적 육적 양식을 주시고, 우리의 상처와 아픔을 낫게 하시며, 우리가 진정 사람들 한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가장 인간적인 필요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을 체험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완전한 인간이셨으며 우리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셔서 우리를 용서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온전히 봉헌한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와 우리 시대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으로서 우리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죄를 용서하시고 인간의 선을 넘어 더 큰 선으로 인도해 주시고자 한다는 것을 무시하며 살 때가 많습니다. 영적인 일과 세상의 일을 분리시켜 인간의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인간의 논리로 세상을 판단하고 해결하려고 들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마련해 놓으신 크신 사랑의 섭리를 다시금 믿고 그분께 의탁해야 합니다.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하실 수 있도록 우리를 내어 맡겨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진정 살아 계신 나의 하느님이심을 깨닫기 위해서는 하느님이신 그분께 무디어진 우리의 마음, 마비된 우리 마음의 중풍을 내어 보여 드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의 중풍으로 움직일 수 없는 우리의 이웃과 전염병으로 소외되고 절망에 빠진 세상의 지붕을 뚫고 하느님이신 예수님께로 그들을 인도할 주님의 사랑의 도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병든 이웃을 예수님께로 인도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주님 이제 제가 저를 위한 당신을 넘어 하느님을 위한 제가 될 수 있게 하소서. 아멘.
분도 명상의 집에서
(성베네딕도회 수도원 박재찬 안셀모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