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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의 양이나 횟수, 색깔 등에 변화가 생기면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비뇨기과에서는 소변검사나 배뇨 습관을 적는 배뇨일지를 통해 병을 진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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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줌은 우리 몸의 경보기나 마찬가지다. 소변 양이나 횟수, 색깔 등으로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소변만 꼼꼼하게 살펴보아도 질병 유무를 쉽게 점검할 수 있다.
소변 양-많으면 많을수록 위험
소변 양에 변화가 생겼다. 더럭 겁부터 먹어야 할까. 커피나 맥주 같은 음료수를 많이 마시면 소변 양이 늘어난다. 그러나 음료수를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양이 계속 늘어난다면 당뇨병을 의심해야 한다. 당뇨병 초기에는 소변 양이 2~4ℓ 정도 나오고 증세가 심해지면 더욱 늘어나게 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는 하루 배뇨량이 1~1.5ℓ 정도다. 음료수를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전보다 소변 양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면 당뇨병을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갈증이 심하고 체중까지 감소한다면 더욱 더 그렇다.
소변 양이 지속적으로 많이 늘어나면 요붕증이나 신경화증도 의심할 만하다. 요붕증은 신우신염, 선천성 신장질환 등으로 요를 농축하지 못해 소변 양이 증가하는 질환이다. 신경화증은 신장 동맥이 굳으며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서 발생하는 병이다.
화장실 출입은 잦은데,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면 방광신경증일 수 있다. 방광신경증은 자율신경계가 민감해져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이다. 몸에 특별한 이상이 있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므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만으로 회복될 수 있다. 요의가 있는 데도 잘 나오지 않거나 소변 줄기가 지나치게 약해지면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일 가능성이 있다. 하루 소변 양이 5백cc 이하라면 정상으로 보기 어렵다.
소변 횟수-하루 여덟 번 이상 누신다구요?
옛말에 ‘똥은 참으면 약이 되고 오줌은 참으면 병이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간다는 것은 곧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보통 방광은 500㎖ 정도 오줌을 담아둘 수 있지만 한 번 소변을 볼 때 나오는 양은 3백㎖가량 된다. 그러나 요붕증, 당뇨병 등에 걸리면 소변 양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방광에 소변이 금세 차오른다.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방광염처럼 방광에 염증이 있어도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이 경우 소변이 조금이라도 차면 바로 방광을 자극해 요의를 느낀다. 전립선비대증·전립선염·만성신장염도 소변 양은 늘지 않으면서 화장실을 자주 찾게 하는 대표적인 질병이다. 그러나 임신부가 화장실을 자주 찾는 것은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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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 상태에 따라 의심되는 증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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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변 양 증가 당뇨병, 요붕증(신우신염·선천성 신장 질환), 신경화증
▒ 소변 양 감소 방광신경증,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 소변 횟수 증가 전립선비대, 전립선염, 만성신장염, 임신
▒ 소변 혼탁 사구체신염, 세뇨관 질환
▒ 소변 색 황갈색:간장 질환 적색뇨(혈뇨):사구체신염, 요관결석, 방광염, 신장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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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소변을 참지 못하고 하루에 여덟 번 이상 소변을 보는 사람이라면 과민성 방광인지 의심해볼 수 있다(체크리스트 참조). 과민성 방광은 방광 근육이 예민해져 소변을 참을 수 없게 하는 증세다. 정상인은 방광 안에 소변이 4백~5백ml가량 차도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과민성 방광은 소변을 저장하는 방광 근육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수축하면서 갑자기 소변이 나오게 된다.
한국화이자제약이 30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 열 명 중 한 명 이상(14%)은 과민성 방광 증세를 가지고 있다. 50대 이상에서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이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과민성 방광은 중·장년 여성에게 주로 보이는 요실금과 달리 남녀노소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다. 오랫동안 방치하면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이 올 수 있고, 남성의 경우에는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을 부를 수 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줌이 새는 사람이라면 요실금 환자라고 보아야 한다(딸린 기사 참조).
소변의 혼탁-탁한 이유, 분명히 있다
소변이 탁하면 건강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두 건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피곤하거나 고기나 야채 등 인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하면 소변이 탁해지기 쉽다. 우유, 치즈 등 칼슘이 듬뿍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해도 마찬가지다.
소변이 탁해 걱정된다면 간단한 실험으로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소변을 투명한 용기에 담아 약한 불로 가열해 본다. 가열 뒤 소변이 맑아지면 안심해도 된다. 가열해도 여전히 탁하면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려 보라. 그래도 투명해지지 않으면 비뇨기 계통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소변을 볼 때 거품이 심하게 일어나는 것은 괜찮을까.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거품이 많이 생기더라도 99%는 정상이라고 말한다. 다만 지속적으로 거품이 심하게 생긴다면 단백뇨를 의심해 봐야 한다. 사구체에서 단백질이 새어 나오는 사구체신염, 세뇨관에서 재흡수가 안 되는 세뇨관 질환에 걸렸을 때 단백뇨가 나타난다.
소변 색깔-사람마다 왜 다를까
열 사람의 소변을 모아 보면 열 가지 색깔이 나타난다. 소변 색깔은 무색에서부터 진한 호박색(황갈색)까지 백인백색이고, 같은 사람의 소변도 그때 그때 다르다. 소변 농도에 따라 ‘유로크롬’이라는 노란색 색소의 함유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탈수 증상 때문에 소변 절대량이 적어지면 유로크롬의 농도가 높아져 소변 색깔이 진해진다. 무더운 날이나 운동 직후 소변 색이 진하게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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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 방광의 자가 진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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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증상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면 과민 성 방광을 의심할 수 있다.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하루에 8번 이상 소변을 본다. 2. 밤에 잠을 자다가 소변을 보기 위해 2번 이상 일어난다. 3. 소변이 마려우면 자제할 수 없고 때로는 소변이 흘러 속옷을 적신다. 4. 외출했을 때 화장실을 찾는 것이 걱정되 어, 물이나 음료수 마시는 것을 삼가게 된 다. 5. 낯선 장소에 가게 되면 먼저 화장실 있 는 곳을 확인해 둔다. 6. 근처에 화장실이 없을 것 같은 곳에는 가 지 않으려 한다. 7. 자주 갑작스럽게 강한 요의를 느낀다. 8.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려 일을 하는 데 방 해를 받는다. 9. 소변이 흘러 옷이 젖는 것을 대비해 패드 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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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러나 소변색이 갑자기 황갈색으로 변하면 간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간장에 이상이 생겨 담즙 색소가 나오지 않으면 담즙이 소변으로 빠져나와 색을 진하게 하기 때문. 소변에 붉은 빛이 돈다면 혈뇨를 의심해 봐야 한다. 콩팥에서 소변이 만들어져 요관, 방광, 요도를 거쳐 배설되는 과정 어딘가에서 피가 새어 나오는 것일 수 있다. 사구체신염, 요관결석, 신장암 따위 질병도 혈뇨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핵 치료제인 ‘리팜핀’을 복용하거나 혈액 정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트’라는 야채를 먹은 뒤에도 소변이 분홍빛을 띨 수 있다. 비타민이나 진통제를 복용한 뒤에는 종종 청록색 소변이 나오기도 한다. 도움말: 삼성제일병원 서주태 교수(비뇨기과)·대구가톨릭대학병원 김덕윤 교수(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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