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쯤 걸어서 엘간소에 도착하니 문을 열어둔 Tienda(가게)가 보인다. 주인 할아버지는 계산기도 없아 종이에 물건 값을 쭉 적어 놓고 계산을 하신다. 사람들은 줄 서서 기다린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다.
바오로씨는 커피 한잔, 나는 과일과 달걀과 구운 빵을 샀다. 달걀을 먹고 있는데 전시해둔 블라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ㅎㅎ 마음애 든다고 했더니 바오로씨가 사 주겠다고 한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라바날 델 까미노로 가는 산길에 들어섰다. 주변 경치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계속 꽃길을 걷고있다.
라바날 델 까미노에서 베네딕도 수도회 성당에 들러 조배하고 김치와 밥을 파는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밥과 라면은 안되고 김치는 있다고 해서 아쉽지만 돼지고기와 김치를 먹고 김치를 포장해서 출발했다.
의자에 앉아서 간식을 먹는 한국 아가씨를 만났다. 서울 명동 성당에 다니는 플로라인데 플룻 전공을 했고 피아노 렛슨을 한다고 했다. 산티아고에 오려고 했는데 코로나로 발이 묶였고 지금 오지 않으면 못 올 것 같아서 출발했다고 한다. 아스또르가에서 출발해서 엘 아세보까지 간다고 한다. 38km쯤 되는 거리인데 참 당찬 아가씨다. 우리보다 일주일쯤 늦게 생장에서 출발했는데 여기서 우리랑 만나다니...
폰세바돈 철의 십자가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만하린으로 내려오니 거기는 마을이 없고 푸드 트럭 만 있다. 태극기가 펄럭이던 Bar는 폐쇄되어 있다. 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부는지. 오렌지 쥬스한잔을 마시고 온통 꽃으로 덮인 산길을 내려왔다.
엘 아세보에 이를 때까지 신부님은 한번도 문자나 영상를 보내지 않으신다.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은근히 걱정된다.
엘 아세보 마을을 다 벗어 날때까지 우리 알베르게가 보이지 않는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설마 없는 것은 아니겠지.
마을이 끝난다는 표지판이 보일 때 우리 알베르게를 찾았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건물에 전망이 얼마나 좋은지 호텔 같다. 침대가 100여개 있는 큰 규모의 알베르게다.
14유로로 순례자 메뉴를 먹고 일몰을 보려고 기다렸다.
플로라가 말톡 안내지를 자세히 읽어보더니 바오로씨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결국 데이터 로밍에 성공했다. 바오로씨가 어찌나 기뻐하는지. 신부님은 로밍해온 데이터를 다 쓰셨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 종일 연락이 없으셨구나. 플로라가 KT에 전화하면 로밍 데이터를 더 받을 수 있다고 가르쳐준다. 역시 젊은 사람은 이런 것을 잘 알고 잘 가르쳐 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