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철 요한 세례자 보좌주교 서품식이 인천교구 최기산 주교의 주례로 6월 16일 오후 2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있었다. 새 주교의 탄생은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이하는 인천교구의 큰 경사이다.
서품식에는 인천교구의 본당 신자들, 수도자뿐 아니라 물론 250여 명의 사제와 27명의 주교, 그리고 교황 대사가 참석했다.
서품식 시작 전에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영상물에서 정신철 주교의 어머니는 ‘항상 겸손하라.’라는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고, 아버지는 ‘예수님, 당신 아들이니 알아서 보살펴 주세요.’라며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긴다고 말했다.
정신철 보좌주교는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요한 4,16)의 성경 말씀을 사목 표어로 삼았다. 사제 수품 때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30)라는 사목 표어로 ‘겸손’의 덕을 선택했고, 이번 주교 서품에는 ‘하느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했다.
말씀의 전례가 끝나자, 이준희 총대리 신부가 정신철 신부의 보좌주교 서품 청원을 하면서 서품식이 진행되었다. 정신철 보좌주교의 탄생은 최기산 주교가 교황 베네딕토 16세에게 요청하여 이뤄졌다.
최기산 주교는 강론 중에, 주교는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고 주교의 지혜와 성령의 이끄심으로 지상교회를 이끌어야’ 하며, ‘사람들의 일, 하느님의 일을 위해 서품된 봉사자’임을 강조하였다. 더불어 ‘자기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주교가 되기’를 당부했다.
‘주교 직무에 대한 서약’과 ‘성인 호칭 기도’에 이어 ‘안수와 주교 서품 기도’, ‘도유와 복음서 수여’가 있었다. 복음서를 머리 위에 놓음으로써 항상 복음의 빛으로 나 자신과 세상을 보고, 내 뜻대로가 아니라 복음 말씀에 따라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주교 표지 수여’ 후에는 정신철 새 보좌주교가 주교서품식에 참여한 일반 신자들, 수도자, 사제 그리고 주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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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호칭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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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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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 표지인 지팡이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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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의 전례 후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교황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Osvarldo Padilla)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의 축사와 정신철 새 보좌주교의 답사가 있었다.
정진석 추기경은 “인천교구가 49년 전에 신자가 23,169명이었는데, 2009년 겨울 통계표에는 437,621명으로 22배가 늘었다.”라면서, 이는 “성직자, 수도자가 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이 모범을 보여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교구 초대교구장이었던 나길모 굴리엘모 주교가 초기에 중국인 신부 한 명과 메리놀 수도회 18명의 사제와 함께 41년 동안 열성적으로 활동할 결과, 이제는 260명 사제와 34명의 수도회 소속 사제들이 교구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9개 성당으로 시작한 인천교구가 50주년을 맞이한 현재 113개 성당으로 확장되었으며, “이 모든 것은 신자들의 덕분”이라고 했다. 이렇게 양적으로 성장한 것은, “메리놀회가 인천교구에서 대성공한” 것인데 나 굴리엘모 주교가 몸이 불편하여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정신철 보좌주교에게 축복을 전하신다.”라는 말을 전했다. ‘많은 신자, 사제 그리고 113개 본당이 세워진 것은 성령이 이 교회에 활동하고 계심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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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일 주교 |
강우일 주교는 ‘과연 천국에 누가 가느냐?’로 축사를 시작했다. “어떤 교우가 명이 다해서 천국에 가게 되었다. 천국 문을 지키고 있던 베드로 성인이 ‘너는 누구냐?’라고 묻자, 그 교우는 ‘아무개입니다.’라고 하자 다른 질문 없이 ‘통과’하며 바로 천국으로 들여보냈다. 그 교우는 천당 입성 절차가 너무 간단해서 참으로 싱겁다고 생각했다. 한 주 후에 수녀님이 천당에 오자 꽃다발이 수여되었다. 한 달 후에는 오케스트라가 천당 문에서 연주되고 주교님 한 분이 들어왔다. 그래서 그 교우는 베드로 성인에게 따졌다. ‘제가 들어올 때는 통과 한 마디로 끝내시더니 수녀님이 오시니까 꽃다발을 주고, 주교님이 오시니까 오케스트라까지 동원되니, 여기서도 사람 차별하십니까?’하고 따졌다. 베드로 성인은 ‘모르면 가만있게’라며, ‘이 주교는 백 년 만에 한 명 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군대에서 장군이 되면 80여 가지가 달라지고, 교회에서 사제가 되면 수십 가지가 달라지고, 주교도 마찬가지라며 "주교가 되면 ‘빨간 수단’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쓰고 모자로 부족하여 그 위에 ‘꼬리 달린 주교관’을 얹고,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그 위에 ‘장갑’을 끼고, 손이 심심하다고 ‘지팡이’를 준다"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신자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손뼉을 쳤고 사제와 주교들도 긍정하는 눈치였다. 사제일 때는 ‘손수 운전’을 하는데, 주교가 되면 ‘운전기사를 두어야’ 하고 ‘비서실이 생기고 비서가 붙는다.’라고 했다. 본당 재정을 관리하다가 교구 재정을 취급하다 보면 ‘통이 커지고 간덩이가 붓는다.’라고 말했다. 어느 자리에 가거나 ‘상석’에 앉고 그러다 보니 ‘상석에서 밀리면 기분이 나빠진다.’라고 했다.
강우일 주교는 얼마 전에 ‘이냐시오 영성 수련’이라는 주제로 제주교구 사제피정을 했었다며, 이냐시오 성인의 영적 식별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들판에 두 진영의 군대가 있다. 한쪽 진영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군대가, 맞은 편 진영에는 마귀 군대가 자리 잡고 있다. 예수 군대 깃발에는 '가난, 업신여김 당함, 겸손'이, 마귀 깃발에는 '부, 명예, 교만'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자신도 처음에는 내내 그리스도 진영에서 싸웠다고 생각했는데, 혼전을 거듭하다 보면 한참 후에 마귀 진영에 속해 싸우는 모습을 종종 발견한다고 했다. 강 주교는 "그러니 주교가 되면, 수시로 자기가 있는 진영의 깃발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우일 주교는 축사를 마치면서 정신철 보좌주교를 주님께서 교회의 초석으로 삼아주심을 축하한다며, "20년 주교생활을 한 사람이 덕담한 것"이라며 "백 년마다 주교가 천당에 들어가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말해, 한때 좌중에 앉은 주교들과 사제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인천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정진철 회장은 신자들을 대표로 “43만 전 신자의 기쁜 마음을 하나로 모아” 축하하며, “예수님을 닮은 큰 목자가 되도록” 기도할 것이며, “주교님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축사에 이어 정신철 새 보좌주교의 답사가 이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합니다.”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보좌주교 임명이 발표되자 당신 가슴에 꼭 안아주셨던 최기산 주교, 신학교 은사이신 최창무 주교, 강우일 주교 등 그리고 교구 신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경험, 경륜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라며 답사를 마쳤다.
보좌주교 서품식 끝에, 정신철 보좌주교의 모교인 박문초등학교 챔버오케스트라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정 주교는 자신이 즐겨 듣는 안드레아 보첼리의 ‘Con te partirὸ’곡이 연주되자 가슴이 뭉클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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