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정글

[제일송팀장.]

왕의 정글

마약과 섹스를 제외한 모든 향락이 허용된다. 패션 디자이너 필립 플레인의 여름 별장이자 다음 시즌 패션쇼를 준비하는 디자인 팀의 합숙소인 '왕의 정글'. 화려한 스타일로 치장된 프랑스 남부 칸의 거대 궁전으로 <엘르 데코> 코리아가 초대받았다.

'왕의 정글' 플레이룸.로스 러브그로브(Ross Lovegrove)가 디자인한 물방울 천장 조명은Artemide. 바닥에 놓인 3개의 '아이스 라지 푸프' 스툴은Dk Home. 테이블에 올려놓은 대형 캔들은Baobab Collection.

거실에 놓인 여러 개의 임스 라운지 체어는Vitra.아퀼리알베르그 스튜디오(AquiliAlberg Studio)에서 디자인한 커피 테이블과 사이드 테이블은 모두BaP Stainless Steel Solutions. 카펫은De Dimora. 필립 플레인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무라노 샹들리에는Signoretto Lampadari. 스톤 콘솔은Pibamarmi. 콘솔 위에 놓인 테이블 램프와 데커레이션 오브제는 모두Eichholtz. 꽃병은Asiatides.

프랑스 남부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가벼운 파티를 즐기기에 손색없는 테라스. 그래픽적으로 늘어선 콘스탄틴 그리치치(Konstantin Grcic)의 '체어 원'은Magis.

글래머러스한 시네마 룸. 소파와 선반은 모두Eichholtz.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아르코 램프는Flos. 커스터마이징 테이블은Pibamarmi. 둥근 펜던트 램프는Le Deun Luminaires. 실크 셸 플로 램프와 거대한 화병은Abhika. 가로로 나열된 캔들은 Baobab Collection. 박제된 나비 오브제는Objet de Curiosite′. 뿔 장식은Lodge Collection. 얼룩말 헌팅 트로피는Versmissen. 카펫은De Dimora. 커튼은Nya Nordiska. 미러월은 아퀼리알베르그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했다.

럭셔리한 스파 공간. 욕조와 히팅 시스템을 갖춘 스톤 베드는Pibamarmi. 사이드 테이블과 펜던트 샹들리에, 램프는 모두Eichholtz. 이 집의 어떤 공간에도 빠지지 않는 대형 캔들은Baobab Collection.

필립 플레인의 디자인팀 작업실인 패닉 룸의 무라노 벽등은 왕의 정글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Signoretto Lampadari. 바닥에 놓인 거대한 꽃병과 세라믹 동물 머리 오브제들은 모두Asiatides.

프랑스 남부의 상징인 화이트 컬러 의상을 선택한 패션 디자이너필립 플레인.

아름다운 중정을 가진 '왕의 정글' 외관. 롱 셰즈는MDF Italia. 꽃병은Pierres Terres France.나오토 후카사와(Naoto Fukasawa)가 디자인한 사이드 테이블은B&B Italia. 테이블 위에 놓인 캔들은Baobab Collection.

벌겋게 달아오른 고릴라 조각상 '와일드 콩(Wild Kone)'은 아티스트리처드 오린스키의 작품. 'King of the Jungle'이라는 위엄을 담은 타이틀이 인상적이다. 아웃도어용 화분들은 모두Pierres Terres France.

매일 이탈리아 요리가 세팅되는 아름다운 다이닝 룸. 플라스틱에 다른 재료를 접목시킨 '체어 원'은Magis.

글러머러스한 소재와 퓨어한 컬러가 믹스매치된 필립의 침실. 침구에서 벽등까지 디테일 하나하나에 눈을 뗄 수 없는 곳. 쿠션 커버에까지 '왕의 정글(La Jungle du Roy)'이란 레터링을 새겼다.

황홀한 휴식이 가능한 야외 수영장. 태닝 욕구가 절로 생기는 롱 셰즈는MDF Italia.사이드 테이블은B&B Italia.

"이 별장 스타일이 제 취향이라고 단정짓지는 말아주세요. 이 집을 구입했을 때 풀이 무성해서 그야말로 정글 같았어요. 그 이미지를 프랑스 남부 특유의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한 스타일로 표현했을 뿐이에요." 프랑스 칸에 있는 패션 디자이너필립 플레인(Philiipp Plein)의 별장 입구엔 아티스트 리처드 오린스키(Richard Orlinski)의 거대한 고릴라 조각상 '킹 오브 더 정글(King of the Jungle)'이 남부의 뜨거운 태양 아래 서 있다. 상기된 레드 컬러, 화가 난 듯한 고릴라의 인상이 <엘르 데코> 코리아 팀의 발걸음을 주춤하게 만든 것과는 달리 수영장에서 아들 로메오와 즐겁게 놀고 있는 필립과의 첫 만남은 이 집이 어려울(!) 것이라는 인상을 싹 날려 보냈다. 하지만 방금 긴장을 푼 우리는 다시 이상적인 심장박동에 사로잡혀야 했으니, 왕의 정글(La Jungle du Roi)이란 집의 이름답게 위엄 있는 빌라 내부의 모습이 연신 감탄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왕의 정글은 프랑스 남부의 색감으로 정의할 수 있는 화이트 컬러와 메탈릭한 실버 소재가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게 조우한 공간이다. 먼저 출입문을 들어서면 천장과 바닥의 크고 작은 아트 피스들이 뜨거운 태양을 물리치며 차갑게 시선을 잡아끈다. 하지만 2층 빌라 본채로 올라가는 계단은 금세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수십 개의 헌팅 트로피가 벽을 장식하고 있는 이 계단은 우리가 알고 있던 담담한 화이트가 주는 인상을 단번에 뒤집어버리는 것이 특징.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거실은 잘 길들여진 고급 야구 글러브처럼 안락한 찰스 임스 라운지 체어들과 새가 날아다니는 세라믹 오브제가 데커레이션의 무게중심을 이루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이트와 실버 컬러가 궁극의 밸런스를 이룬 공간임을 알 수 있다.

벽과 창문, 천장과 러그가 화이트로 이뤄져 있는 한편, 커팅된 디자인이 독특한 메탈 테이블과 스툴, 벽과 천장의 몰딩과 꽃병이 서로 싸우지 않고 절묘하게 어우러진 모습이 마법 같다. 이런 컬러 대비는 글래머러스한 분위기의 시네마 룸에서 다소 해소되는데 그 이유는 정글이 가진 터프한 이미지가 이곳에 극대화돼 있기 때문이다. 거울 타일로 벽면을 마감해 눈부신 프랑스 남부의 태양을 반사시키는 압도적인 공간은 가죽과 퍼, 캐시미어 소재의 아이템과 살아서 우리를 응시하는 듯한 쌍둥이 얼룩말 헌팅 트로피, 사슴 뿔 장식, 볼드한 B&B 이탈리아의 아르코(Arco) 플로어 램프, 필립이 가장 좋아한다는 벨기에 캔들 브랜드바오밥(Baobab)컬렉션, 패션 브랜드 필립 플레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해골 모양의 아트 작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강약중강약,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과 공간의 공통된 리듬을 모두 무시한 거실 풍경은 '강강강강'의 오브제들 역시 충분히 완벽하게 어우러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완벽한 공간을 탄생시키고자 했던 필립의 성향이 반영된 공간은 거실만이 아니었다. "게스트 룸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방 하나하나가 정말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이어야 했거든요. 이것이 게스트를 위한 최대한의 배려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자신의 별장을 찾는 모든 손님들이 부족함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필립은 6개의 게스트 룸에 안락함을 깃들인 것은 물론 욕실을 최고급 스파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거대한 대리석 욕조와 결이 같은 의자들은 따로 또 같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거울 타일로 이뤄진 황홀경 속에서 분명 행복한 웃음을 지었을 게 뻔하다. 필립은 바로 옆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는 중인데 이것 역시 더 많은 가족들과 친구들을 초대해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은 이해했지만 지금보다 더 크고 다양한 공간을 설계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했는데 패션 브랜드 필립 플레인의 디자인 팀이 매년 8월 한 달간 이곳에 머문다는 소식을 접했다. 알고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바캉스 시즌인 8월은 필립 플레인에게는 밀란 쇼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시기이자 가장 바쁜 기간이었던 것이다. "너무 바빠서 바캉스를 떠날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전 제 일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일과 휴식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면 두 가지를 동시에 즐기면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방법을 찾았죠. 이 빌라에서 디자인 팀원들과 함께 여름을 나면서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 그의 디자인 팀원들은 '패닉 룸(Panic Room)'으로 명명된 공간에서 업무를 보다가도 중간중간 프랑스 남부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태닝과 수영을 즐기며 스파와 마사지로 힐링도 한다.

드넓은 다이닝 룸에서 이탤리언 요리사가 끼니마다 선사하는 환상적인 이탈리아 요리로 향수를 달래며(대부분 이탤리언이다)모엣 샹동의 아이스 샴페인으로 목을 축인다. 한국에선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워크 스페이스의 기적이 이뤄지는 이 별장에서는 세상의 모든 럭셔리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단 두 가지 '섹스와 마약은 금지'라는 철칙이 있다. "보시다시피 이곳은 필요한 모든 게 갖춰져 있어서 굳이 어딜 나갈 필요가 없어요. 우리에게 시간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그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된 최고의 공간이 바로 '왕의 정글'이니까요." 이곳이 정글인 또 하나의 이유는 디자이너들의 영감이 들끓는 곳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치열한 패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크리에이티브한 투쟁과 달콤한 향락이 함께 공존하는 여름 별장이라니, 패닉 룸의 정체가 어떠하든 이 공간의 마력을 마다할 사람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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