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면직', 그 다음 수순은 뭘까?
[권영철의 Why뉴스]
CBS노컷뉴스 권영철 대기자입력 2023. 6. 6. 18:48
한상혁 위원장 면직 직후 감사원 출신 사무처장 임명
여권은 '방통위 정상화', 야권은 '총선 전 방송장악'
한 위원장 면직 집행정지 심문 12일, 인용되면 바로 복귀
후임에 MB정부 홍보수석 이동관 특보 거론, '방송장악 논란' 일 듯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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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면직', 그 다음 수순은 뭘까?[권영철의 why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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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만료 두 달을 앞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했습니다. 한 위원장 면직을 두고 정부 여당은 '방통위의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야당이나 언론단체들에서는 내년 총선 전 방송장악을 위한 정지작업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권영철> 안녕하십니까.
◇정다운> 대통령실이 밝힌 한 위원장 면직 사유는 뭔가요?
◆권영철> 대외적인 이유가 있고, 실질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대외적인 공식 이유는, 지난달 30일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장문의 공지글을 통해 밝혔는데요, 한마디로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면직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불가능한 상황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해 (방통위 국장과 과장,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장) 등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고, 한 위원장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었다는 걸 들었습니다.
◇정다운> 실질적인 이유는 뭔가요?
◆권영철> 여당에서는 '공영방송 정상화'라고 하는데, 야당에서는 방송장악을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당사자인 한상혁 위원장은 지난 1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를 위한 수순이라고 했습니다.
2023.6.1. CBS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 한상혁 방통위원장
"두 달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렇게 급하게 면직 처분을 하려고 한 게 항간에 여러 얘기가 있지만 저는 외부에서 얘기하는 이른바 공영방송 정상화라고 표현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결국은 현재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좀 하루빨리 조속하게 실현하기 위한 목표가 아닌가?" ,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그렇다면 더 큰 문제다. 이런 생각을 하기 때문에 부당하다는 입장이고요."
민주당이나 전국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들도 '총선 전 방송장악'이 목표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다운> 양쪽의 말이 다른데, 어느 쪽이 좀 더 맞다고 보시나요?
◆권영철> 어느 게 옳은지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방통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1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감사원의 공식 고발이 아닌 수사자료 통보라는 어정쩡한 형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해 방통위 국장과 과장,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장 등 3명을 구속기소했습니다.
한상혁 위원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영장전담판사가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 며 기각했죠,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방통위 직원 수십명이 검찰조사를 받았습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윤창원 기자
◇정다운> 지금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권영철> 한상혁 위원장 임기가 7월말까지인데 두 달 앞두고 면직했고요. 대통령 지명 몫인 방통위 상임위원은 임명했지만 민주당 추천 몫인 최민희 전 의원에 대해서는 두 달째 임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방통위 사무처장에 방송통신관련 경력이 전무한 감사원 출신을 임명했습니다. 한 위원장 면직 사흘 만에 내려진 인사인데요, 국가공무원노조는 지난 2일 낸 성명에서 "2008년 출범한 방통위 역사상 외부인 사무처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신임 사무처장 임명을 두고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인사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다운> 공무원 노조의 주장이 앞서 들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비슷한 맥락이네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조성은 신임 사무처장이 부임한 뒤 감사원 출신 인사들로 별도의 감사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얘기가 방통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정다운> 이미 사무처장을 감사원 출신으로 임명했는데, 감사원 출신들이 더 들어온다고요?
◆권영철> 공표된 건 아닙니다만 조성은 사무처장 부임이후에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감사원 출신 과장과 사무관 등을 영입해 별도의 과를 신설한 예정이라고 합니다.
방통위에 감사조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운영지원과 소속의 팀이었는데 별도의 조직을 만든다는 겁니다.
◇정다운> 이건 무슨 목적으로 봐야하나요?
◆권영철> 방통위 내부나 산하조직에 대한 감사 강화보다는 KBS나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그런 전망이 나옵니다.
◇정다운> 방송장악 목적으로 면직됐을 수 있다는 정황에 대해 쭉 말씀해주셨는데, 어쨌든 기소가 됐기 때문에 면직한 건데 너무 과한 의심 아니냐. 이런 반박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권영철> 대통령실에서도 '중대범죄를 저질러 형사소추 됐기 때문'이라고 면직 이유를 내세웠습니다만, 그동안 감사원이나 검찰에서 주장했던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에 점수 조작을 지시했다는 핵심 사유는 기소내용에서 빠졌습니다.
특히 한 위원장에 대해 영장전담판사가 영장을 기각하면서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위원장이 중대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과 배치됩니다.
◇정다운> 중대범죄로 기소됐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빈약하다는 말씀이네요. 특히 임기도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잖아요?
◆권영철> 여권 관계자들에게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냐? 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방통위 업무가 완전히 마비됐다. 인사부터 정책 등 아무것도 안되고 있다. 단 한두 달이라도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가 크다."라고 했습니다. 정부나 여당의 입장에서는 1년 넘게 끌어왔으니 서둘렀다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여권 관계자가 말한 핵심은 '한두 달이라도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데 있는 걸로 보입니다. 시간이 급하다는 겁니다.
절차대로 후임 방통위원장이 임명될 경우 8월부터 임기 시작인데 곧바로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을 해야 할 경우 정부여당에서 말하는 이른바 '공영방송 정상화'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내년 총선 전 '공영방송 정상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방통위 인사부터 정책 아무것도 안 된다고 했는데, 한 위원장을 면직시키자마자 감사원 출신을 사무처장으로 임명했고, 감사조직 강화할거라고 합니다. 그 다음 수순은 공영방송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연합뉴스
◇정다운> 공영방송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은 어떤 걸 말하는 건가요?
◆권영철> 이명박 정부에서 일어났던 방송장악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2008년 2월 25일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3월26일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 6인회 멤버이자 멘토였던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합니다. '최시중씨는 방통대군으로 불렸습니다.
최시중씨는 KBS 김금수 이사장에게 정연주 사장 사퇴를 압박합니다. 결국 김금수 이사장이 사퇴 합니다. 그 다음 수순은 동의대 교수였던 신태섭 이사 교체였습니다. 교육부 감사 압박을 받은 동의대학교 총장과 부총장이 2008년 3~5월, 신 교수에게 학교를 위해 KBS 이사직을 자진 사퇴할 것을 8차례에 걸쳐 요구했지만 거부하자 총장의 승인 없이 KBS 이사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교수직에서 해임했습니다. 교수 신분이 사라지자 KBS 이사직에서 해임했습니다. 그러니까 KBS 이사를 했다는 이유로 교수직에서 해임되고, 교수직에서 해임되었다는 이유로 KBS 이사직에서 해임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진 겁니다. 이듬해인 2009년 11월17일 대법원은 동의대의 신태섭 교수 해임이 부당하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지만 이미 정연주 사장은 해임된 후 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MBC와 KBS 경영진을 교체한 사례가 있습니다. KBS 고대영 사장을 해임하기 전 강규형 이사의 법인카드 사용을 문제 삼아 이사직에서 해임했습니다. 그렇지만 강규형 이사는 해임무효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이미 기차는 떠난 후였습니다.
◇정다운> 윤석열 정부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얘긴가요?
◆권영철>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상혁 위원장 면직 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 기자간담회에서 "윤석년 KBS이사에 대해 다음 주부터 해임 절차 밟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 이사는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장을 맡았다가 점수를 수정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탭니다.
김효재 직무대행은 "그동안 회의참석(불참)내역, 경비지급 내역, 보고 내역 등 살펴볼 것"이라고 했는데 구속된 뒤 아무런 활동이 없는데도 급여나 수당이 지급된 걸 문제삼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그렇지만 한상혁 위원장이 면직된 다음날, KBS 이사회 안건에 윤 이사 해임 건의안이 올랐으나 부결됐습니다. KBS 이사는 11명으로 여당7 야당4 구조인데, 지금 이사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했으니까 야7 여 4의 구조입니다. 윤 이사를 해임해서 새로운 이사를 임명할 경우 야6 여5 구도가 되고, 이사 1명을 더 교체할 경우 야5, 여6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 KBS사장 교체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한 위원장이 면직 취소 청구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이를 인용한다면 한 위원장은 다시 복귀해서 7월말까지 임기를 마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KBS 이사를 해임하겠다는 건 현 KBS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방통위 상임위원 정원이 5명인데 지금은 3명입니다. 해임 건의가 가능한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야당추천인 김현 위원은 "KBS 이사 해임은 방통위 권한 밖"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K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여서, 방통위가 해임을 건의하면 대통령이 해임하는 그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마찬가지로 MBC에 대해서도 방문진 이사 교체를 통한 경영진 교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다운> 한 위원장은 면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법적 절차를 밟고 있잖아요. 집행정지 심문 일정이 다음주 월요일, 12일이네요. 결과는 바로 나오나요?
◆권영철> 이르면 다음 주중 결정될 걸로 보입니다. 통상 집행정지 결정은 1회 심문으로 결과가 나옵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시절 직무집행정지에 불북해 제기했던 집행정지 신청은 두 차례 심문을 한 뒤 인용된 적이 있습니다.
◇정다운>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한 위원장이 복귀하는 건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바로 복귀해서 임기 끝날 때까지 재직하게 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성탄전야에 집행정지 인용이 됐고요 바로 다음날 출근했습니다.
당시 재판부가 밝힌 집행정지 인용이유가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어느 정도 인정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죠.
마찬가지로 한 위원장의 임기가 7월말까지인데 면직처분 취소소송으로 갈 경우 재판이 끝나기 전에 임기가 끝나버립니다.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는 금전으로 회복이 안 되는 걸 말하는 겁니다. 임기 2개월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윤 대통령은 '정직 2개월' 징계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취소소송 1심에서 패소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가 정당했다는 판결이 난 겁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정다운>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지겠네요. 그런데 벌써 후임 방통위원장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동관 특보가 유력하다고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언론마다 보도의 경중이 다르긴 합니다만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 특보가 사실상 내정됐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구요,
이동관 특보가 단수 검증 후보라고 하니까, 기정 사실화 되는 분위깁니다. 이르면 이번 주중 늦어도 다음주에는 지명될 걸로 보입니다.
다만 이동관 특보를 방통위원장 후보로 지명할 경우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입니다.
언론노조는 이 특보를 가리켜 "15년 전 이명박 정권의 대변인, 홍보수석, 언론특보로 변신해가며 KBS, MBC, YTN의 이사들과 사장을 끌어내려 방송 독립성과 언론 자유를 짓밟았던 장본인"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동관 위원장 후보설과 관련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체 방송판을 윤석열 정권의 친위대로 만들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인가?"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동관 위원장 후보설과 관련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체 방송판을 윤석열 정권의 친위대로 만들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인가?"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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