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441)... 森林浴 건강법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삼림욕(森林浴)
‘숲’을 주제로 한 노래, 소설, 영화 등이 많다. 예를 들면,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은 영국 가수 4명이 1960년에 결성한 후 1970년에 해체된 록 밴드 비틀스(The Beatles)의 리더 격인 존 레넌(John Lennon, 1940-1980)이 작사하여 1965년에 발표한 비틀스의 히트곡이다.
“I once had a girl,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 She showed me her room, isn't it good? Norwegian Wood.”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젊은 세대들의 원색적인 욕망과 슬픈 상실의 갈등을 노래하고 있다.
한편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떨치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년生)의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한국어판은 ‘상실의 시대’로 번역되어 1989년 출판)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어가는 세계적인 젊은이들의 애독서로 평가받고 있다.
이 소설의 시대적인 배경은 1970년대이며, 작품 속의 주인공 와타나베는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며, 어떻게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필자는 천혜(天惠)의 보약(補藥)인 ‘숲’ 속에서 젊은 대학생들과 함께 며칠을 보냈다. 지난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전라남도 화순군 소재 안양산 자연휴양림에서 개최된 한국파인트리클럽(Pine Tree Club) 주최 ‘PTC Summer Camp’에 참가하여 수도권, 영남 및 호남 지역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100여명을 만나 뜻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안양산(安養山)자연휴양림’은 무등산(無等山)의 동쪽 능선 끝에 위치한 안양산의 기슭 해발 300-400m에 자리를 잡고 있으며, 40년이 넘는 아름드리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으로 운치를 더하고 있다. 30만평의 대자연속에서 사계절을 통하여 싱그러운 무등산의 정기(精氣)를 호흡할 수 있다. 특히 숲 속 공기 중 피톤치드(phytoncide)의 함량은 안양산휴양림의 주수종인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소나무보다 2-3배 많은 피톤치드를 방출하므로 효과적인 삼림욕을 할 수 있다.
파인트리클럽(PTC)은 1958년 11월 서울에 거주한 대학생 12명이 영어회화를 공부할 목적으로 모임을 만들었다. 그 후 필자가 1961년 3월부터 대구, 부산, 광주에 지부를 설립하고, 클럽 목적을 인재양성ㆍ사회봉사ㆍ국제친선으로 설정하였다. 현재까지 클럽회원 1만2천여 명을 배출하였다.
클럽 회원들 중에는 장ㆍ차관, 국회의원, 판ㆍ검사, 변호사, 고위공무원, 대학교수, 교사, 기업인, 의료인, 연구원, 예술인 등 여러 분야에서 지도자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많다. 현재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해외지부가 있으며, 미국 LA Pine Tree Club 회장은 Irvine 시장을 역임한 강석희 시니어회원이 맡고 있다.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광주PTC 시니어회원)은 금년 PTC Camp에 참석하여 강연을 하였다.
우리나라는 한반도(韓半島) 전체가 하나의 산(山)이라 할 수 있다. 산을 이루는 기본 요소인 지질은 같은 시기에 형성된 것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서로 다른 모양의 산을 이루며, 또한 유사한 지질이라도 형성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형상을 가진 산으로 발달한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면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다양한 지질(地質)을 갖고 있다.
산이 지형적으로 딱딱한 표현이라면, 여기에 생명이 들어 있는 표현이 ‘숲’이다. 즉 산이 지표면에 살아 있는 생물적 요소인 나무와 풀이 더해져 풍요롭게 된다. 숲의 구성과 형태는 숲이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이 된다.
우리나라의 숲은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 특성에 적응한 숲으로 주로 낙엽활엽수들이 자라며, 대표적인 나무인 참나무류, 단풍나무류, 시어나무류, 벚나무 등은 웬만한 산에는 다 있다. 그러나 남해안의 섬지역과 제주도에는 상당히 다른 종류의 나무들이 자란다. 또한 북으로 올라가면 북방요소를 지닌 나무인 잣나무, 가문비나무, 전나무, 자작나무 등이 자란다.
숲은 인간의 문명이 시작되면서 그 문명의 흥망성쇠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즉, 숲은 바로 국력이었다. 청동기나 철기문명도 철을 녹이는 주된 연로인 목재의 힘 때문에 가능했다. 고대 로마는 ‘숲의 시민’이라 불릴 정도로 숲의 기능과 혜택을 잘 활용하였다. 오늘날 숲은 목재 이외에 다양한 재료를 제공하고 있다.
숲이 베푸는 또 하나의 혜택은 삼림욕(森林浴)이다. 삼림욕이란 울창한 산림 안으로 들어가 숲의 신선한 공기와 접촉하여 휴양하는 행동이다. 산림욕(山林浴)이라 하지 않고 삼(森)자를 붙인 것은 산(山)이 가지는 단순한 토지로서의 의미보다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행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삼림욕의 역사는 인간이 숲과 더불어 살기 시작했을 때부터라고 볼 수 있다. 1840년 독일의 온천 휴양지인 바덴바덴에서는 높은 지대의 숲을 거닐면서 요양하는 기후요법을 시행했다. 1865년에는 과학자들이 숲이 울창한 경사진 삼림지역을 보행하는 건강법인 삼림지형요법을 주창했다. 삼림지형요법이 더욱 발전하여 1880년대에는 자연건강조양법으로 전개되어 전국의 산간 계곡의 마을에 자연건강요양지가 생겼다.
이와 같은 자연건강요법은 독일뿐만 아니라 산림이 발달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아주 중요한 사회적 보건행위로 인식되었다. 일본에서의 삼림욕은 일본건강개발재단이 자연환경, 온천의학, 삼림보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온천휴양시스템을 연구하였다. 또한 온천휴양의 중요한 요소인 유산소운동(aerobics)으로서 삼립보행운동의 이용프로그램과 시설을 개발하여 설계하면서 구체화하였다. 또한 일본은 연수팀을 독일로 보내 자연건강법을 익히고 이를 연구하였다.
삼림욕은 해수욕(海水浴), 일광욕(日光浴), 공기욕(空氣浴) 등 삼욕(三浴) 중 공기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일본은 온천 휴양지가 발달된 산림에서 온천욕과 더불어 행하는 삼림욕은 건강비결의 요체(要諦)라 할 수 있다. 이에 일본인 72%가 삼림욕이 건강을 증진한다고 생각하여 최고의 건강법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의 국민보건 당국과 임업관련 기관에서 삼림욕에 대한 전문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삼림욕의 목적은 초기에는 숲속의 공기로 병을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었으나 차츰 숲이 일반국민의 여가활동의 주요 대상이 되면서 건강과 휴양(休養)이라는 목적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울창한 숲에 들어가 맑고 신선한 숲의 향기를 가슴 가득히 호흡하고 인간의 오감(五感)을 발현시키며, 마음과 몸의 긴장을 풀고 몸을 움직이면서 심신을 단련하여 일상생황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자연활동의 연장이 되었다. 이에 삼림욕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하는 자연 건강휴양법이다.
수도를 행하는 사찰(寺刹)이나 수도원(修道院) 등은 숲 속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잔병이 없고 피부는 맑고 투명하다. 또한 숲 속에서는 집중이 잘 되고 잡념이 없어지며 머리를 맑게 해 준다. 또한 노인들을 위한 실버타운(silver town)의 가장 좋은 여건을 갖춘 곳으로 산림이 손꼽히고 있다. 즉 산지의 맑은 공기, 아늑한 분위기, 아름다운 자연 풍광은 노인의 건강과 복지에 아주 좋은 입지조건이다. 또한 이런 곳에서의 생활은 삼림욕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숲에서는 수목에서 분비되는 휘발성 물질들로 인하여 다양한 향기가 난다. 우리의 코를 자극하는 향기의 실체는 테르펜(terpene)이라는 화학물질이다. 테르펜은 이소프렌(isoprene)이 모여서 된 탄화수소의 일종이며, 약 140 종류의 테르펜이 있다. 이 중에서 정유, 수지, 카로틴, 스테롤, 라텍스 등은 우리에게 친숙한 것들이다.
테르펜류는 박테리아, 곰팡이, 기생충, 곤충 등을 죽이거나 발육과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므로 살충제, 살균제, 방부제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편 테르펜계 물질의 약리효과는 피부자극제, 소염제, 소독제, 혈압완하제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한 거담제, 항히스타민제, 강장제, 피로회복제 등 복합적 효과도 있다.
이소프렌 2-3개가 모여 만들어진 정유(essential oil)는 초본(草本)이나 수목의 잎, 꽃, 열매에서 독특한 냄새를 유발하는 휘발성 물질로 특히 소나무, 귤나무, 탱자나무 등의 기공을 통해 숲 속의 향기를 만들어낸다. 귤나무의 경우, 70여 가지 휘발성 물질이 발산될 정도로 정유의 종류가 많다. 정유는 향료(香料)로 쓰이며, 소나무과 식물의 잎, 목재, 뿌리 등에서 정제한 정유는 터펜타인(turpentine)이라 하여 경제적 가치가 높다.
숲 속 천연살균제이며 인간에게 생기를 주는 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란 어떤 특정한 화학성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숲의 식물이 만들어내는 정유를 포함한 테르펜 물질과 살균성질을 가진 모든 화합물을 총칭하는 것이다. 피톤치드는 강력한 항균력(抗菌力)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에게 면역력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며 집중력 강화, 심폐기능 강화, 알레르기 및 피부질환 개선 등의 효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는 원래 식물이 가지고 있는 방어 및 치료기술이다. 즉, 식물이 야생동물에게 상처를 받으면 상처 부위로 각종 균(菌)이 침투하게 되므로 식물은 스스로 방어물질을 생산해 위험을 제거한다. 예를 들면, 소나무 줄기에 상처가 나면 소나무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송진을 분비하여 상처 부위를 감싸 침입한 균을 죽인다.
러시아 레닌그라드대학의 생화학자(生化學者) 토킨(B.T. Tokin) 교수는 1936년에 240여 가지 고등식물을 이용하여 테르펜의 항균(抗菌)작용을 실험을 통하여 방향성분의 살균 효과를 입증하였다. 토킨 박사는 이러한 물질을 ‘피톤치드’라고 명명(命名)하였으며, 이것은 희랍어로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다른 생물을 죽인다는 뜻의 치드(cide)의 합성어이다.
최근 일본은 ‘숲’을 질병의 적극적인 치료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즉, 의료진들은 뇌혈관장애 또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놓여 있는 환자들에게 삼림욕을 추천하고 처방까지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림청이 제공하는 ‘숲 태교(胎敎)’가 인기다. 즉, 숲태교를 하면 임산부의 스트레스가 줄고 면역력 세포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숲은 피톤치드 같은 화학물질만 내뿜는 것이 아니라 녹색 자연의 다양함과 엄청난 구조적 다양함으로 인간의 뇌를 긍정적으로 자극한다.
숲을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삼림욕과 더불어 중요한 운동은 걷기운동이다. 보행(步行)은 인간이 평생을 걸쳐 기본적으로 행하는 운동으로 사람에게 가장 이상적인 운동법이다. 삼림욕을 하면서 산책을 할 때는 보행조건과 산책로의 조건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이상적이다. 앞으로 삼림욕의 기능이 보건 및 휴양측면에서 더욱 부각되어야 한다.
<사진> 파인트리클럽 Summer Camp 참가자 단체사진, '고인돌'이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박명윤 前 국제문화대 석좌교수, 김귀석 조선대 영문과 명예교수, 최성훈 송원대 국제교육원장)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청송건강칼럼(441). 2015.8.5. mypark1939@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