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단편소설이 괜찮아서 2020년에 출판된
따끈따근한 최신 장편소설를 찾아 읽었다.
소설 제목에 저렇게 멋없는 이름을 붙이기란 쉽게
않을 것 같다. 순자 미자 선자도 아니고 복자에게
아버지의 사업 파산으로 의사인 고모가 살고있는
제주도옆 작은 섬 고고리섬의 초등학교로 전학간
이 영초롱은 섬에서 고복자를 만난다. 판사가 된
이 영초롱은 서른살에 제주도 법원으로 내려가면서
자기를 짝사랑한 고오세를 만나고 복자도 재회한다.
작가의 이름도 그렇고 소설 속 이름도 촌스럽다.
서면과 씨름해야만 하는 판사의 고단한 삶은 잘 묘사한
반면에 고고리섬에서 겪은 복자와의 어린시절 사연은
너무나 빈약했다. 즉 제목처럼 서정적인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었으나 이지적인 소설을 만난 셈이다.
< 볼테르의 관용론은 꽤 지루한 책이었지만 제주에서
서울에서 그리고 여기에서 반복해 읽었다. 그건 장칼
라스 사건에 대한 이런 물음 때문이었다. ...중략...
내가 놀라웠던 건 볼테르의 마지막 물음이었다.
'이렇듯 가장 거룩한 신앙심도 지나치면 범죄를 낳는다.
해서 어떤 이들은 자비나 관용, 그리고 신앙의 자유란
사실상 기만이라고 냉소하지만, 그러나 진정으로
반문하건데 자비나 관용, 신앙의 자유 자체가 그같은
재앙을 초래한 적이 있었던가?' 23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