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유산답사 <중앙동 마을여행길> 답사 진행 후기
- 대전약령시 110년, 보약산책
◇언제 : 2023년 9월 2일(토) 10:00 ~ 13:00
◇답사 코스 : 인동네거리 하나은행 앞 집결 - 인동시장 – 중앙철도시장 경유 - 한의약 특화거리 조형물 - 경동건재도매 - 중도한약국 - 우리한약제약제분소 - 점심 - 해산
◇참가자 : 총18명
◇안내자 : 임병희(울림 마을이야기강사)
인동네거리 하나은행 앞, 중앙동 마을여행길 답사가 시작되는 곳이다.
10시가 되어가자 오늘 보약산책을 함께 하실 분들이 모두 모였다. 인사를 한 후 답사의 주제인 <대전약령시 110년, 보약산책>과 관련하여 안내를 시작했다.
원래 충청도의 약령시는 효종 때부터 공주에서 열렸는데 대전이 경부선의 중심이자 호남선의 기점이 되면서 1914년부터 대전에서 약령시가 열리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내내 대전약령시가 열렸던 곳은 인동시장이었다.
오늘 보약산책은 일제강점기 대전약령시의 모습을 일제강점기 신문에 난 기사들을 통해 상상해보고, 이어 중앙시장을 건너 한의약 특화거리를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는 방식으로 두 시대를 이어가기로 했다.
오늘 만남의 장소인 하나은행 길 건너편 신협은 일제강점기 대전약령시를 특정하여 짐작할 수 있는 장소이다. 1920~30년대 대전약령시를 이끌던 성주봉이 운영하던 약국 본정2정목 106번지가 바로 다온신협이 있는 자리다.
장소의 의미를 안내하고 인동시장으로 들어섰다. 인동시장 입구 길 건너편에는 ‘보인당삼대한의원’이 있다. 보인당삼대한의원은 이름이 말해주듯 삼대를 이어온 한의원으로, 지금 대전에서 운영되는 한의원(1~2대는 한약방)으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곳이다. 갚을 보(報), 어질 인(仁) ‘어진 인술로 은혜를 갚는다’ 그야말로 한의원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인동시장에서는 대전약령시가 열리던 어느 때를 상상으로 걸어보았다.
‘전국의 이름난 큰 약국들이 설치한 임시출장소가 자리잡고 있고, 각 약국 앞에는 청홍주단으로 만든 주렴이 드리워져 있다. 길가에는 임시 노점이 즐비한 가운데 약덩이가 산처럼 쌓여 있다. 또 길거리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200촉 전등이 걸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고, 정거장에는 약령시를 알리는 광고판이 설치되어 있다.’
약령시가 아니고서는 볼 수 없는 진기한 장관이다. 이런 시절이 언제였던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중앙시장을 지나 현재의 시간으로 건너왔다.
‘1백근이 넘는 한약재를 옮기는데 편리한 지리적 특성(철도) 때문에 대전역 주변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는 한의약 특화거리 안내 조형물을 확인하고 경동건재한약에 들어섰다.
이현주 원장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한약재가 가득 들어있다는 약장도 살펴보고, 한자로 써서 알아볼 수 없지만 원장님이 한자로 쓴 처방전도 구경하고, 이어진 통로로 경동탕제원으로 건너가 한약을 달여주는 시설들과 약작두도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중도한약국. 젊고 잘 생긴 김재순 원장님이 깔끔한 흰 가운을 입고 문을 열고 기다리셨다. 중도한약국이 1953년 할아버지대부터 시작되었다는 역사 안내와 함께 원장님이 소장하고 있는 옛날 사진들을 여러 장 보여주셨다. 핸드폰으로 미러링하여 커다란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1대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어린 김재순의 모습, 돌아가신 2대 원장님, 건물과 사람의 모습을 다양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원장님이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사진을 보여 주자 한쪽에서는 “역시 배운 사람이여!” 감탄사도 나왔다. 김재순 원장은 이야기를 마친 후, 시원한 제호탕을 한 잔씩 대접해주었다. 제호탕은 단오날 궁중 내의원에서 만들어 진상하면 임금이 신하들에게 하사했다고 한다. ‘갈증과 더위야 썩 물러가라. 나 제호탕 마셨다.’ 제호탕을 시원하게 들이킨 후 인사를 하고 나왔다. 오늘 보약산책에 어울리는 최상의 접대로구나!
보약산책이란 이름에 맞게 준비한 쌍화탕을 한 봉지씩 나누어 드렸는데, 오매! 제호탕 앞에선 기죽어라!!! 기가 좀 죽으면 어때. 쌍화탕도 또 마시면 더 건강해지겠지!
마지막으로 한약재를 가마니째 재던 100근 저울이 있는 우리한약제환제분소로 갔다. 언제나 들러도 청결하다. 약재를 가루내는 제분소, 가루를 풀에 개어 반죽을 한 후 환을 만들어 건조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한쪽 벽에 100근 이상의 한약재를 가마니째 재던 저울이 떡 자리잡고 있다. 할 일없이 벽에 박제된 저 저울은 바쁘고 힘들었던 시절을 기억하려나?
대전 한의약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오늘 한의약 거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본 보약산책.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하루였다.
첫댓글 멋진 답사 함께 못해 아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