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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은 대표적인 걸림돌 중 하나다.
내 지역에 '혐오시설'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나쁘게만 보기는 어렵다. 환경권, 재산권, 인권에 대한 인식은 점점 커지고 있고, 주민들이 정책 입안 과정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때로는 선의의 공공정책이라도 구시대적인 행정 결정 절차가 불필요한 갈등을 키우기도 한다.
민주적 정책 결정 절차를 원하는 시민들의 요구와 달리, 정책을 추진하는 주체가 평일 낮에 몇몇 주민 단체를 불러 형식적인 주민 설명회를 열고는 '주민에게 모두 설명했다'고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경우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갈등을 더 증폭시켜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인천에서도 이러한 공공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 8년째 개통 못 하는 중·동구 관통 도로
= 인천시는 2001년부터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동구 송현동 동국제강을 잇는 길이 2.92㎞, 폭 50~70m(8~12차선) 규모의 도로 개설 공사에 착수, 2011년 대부분 완공했다.
그러나 경인전철 동인천역과 도원역 중간에 위치한 배다리를 지하로 관통하는 일부 구간에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지금까지 개통하지 못하고 있다.
이 도로가 지역 단절과 소음·분진 피해를 유발하고, 고가 도로에서 지하차도로 급강하하는 '롤러코스터'처럼 설계돼 위험이 크다는 이유다.
지난해 민선 7기 정부는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중·동구 관통 도로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열고 여기에 갈등 조정 전문가인 조성배 공생기반연구소장을 투입했다.
지역 주민 대표, 각계 전문가, 관계 기관 공무원 등과 함께 처음 머리를 맞댄 것이지만 여전히 입장 차는 크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논란
= 인천시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은 '깜깜이' 정책 추진으로 인한 공공갈등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39.6MW급 발전소를 건립하려는 인천연료전지(주)는 2017년 8월에 산업통상자원부에 사업허가를 받아 2018년 12월 동구의 건축허가를 받은 상태이다.
그러나 이 과정까지 이를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은 극히 일부였다.
건축 허가 과정에서 뒤늦게 알려지면서 공사를 강행하려는 사업자와 사업 백지화를 주장하는 주민들이 갈등을 빚는 상황인 것이다.
갈등 해결을 위해 인천시가 부랴부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수차례 머리를 맞댔으나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 이해관계 얽힌 송도 9공구 화물주차장 건립
= 인천항만공사가 내놓은 송도 9공구 내 700여대 규모 화물차 주차장 건립 사업 계획은 화물차 차주와 송도 주민들의 입장이 엇갈린다.
주거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주민들과 6·8공구 입주 예정자들은 사업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화물차 차주들에게 화물차 주차장 건립 사업은 절실하기 때문이다.
화물차 노조는 최근 인천시청에서 '화물차 주차장 조속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인천지역 화물차주차장은 3천여면에 불과해 등록 화물차(2.5t 이상) 2만6천여대를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여기에는 애초에 물류단지와 거주시설을 근거리에 둔 도시 계획이 갈등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크다.
항만공사는 주민과 물류업계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 쓰레기 대란과 청라 소각장 증설 반대
= 인천시의 청라 자원환경시설 현대화 사업은 지난해 주민들의 큰 반발에 부딪혔다. 사실상 대표적인 혐오시설인 소각장을 증설하겠다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서구 로봇랜드 인근에 있는 청라 소각장은 2001년 12월부터 인천 중구와 동구, 부평구, 계양구, 서구, 강화군 등 6개 지역에서 배출한 생활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일일 처리용량 500t 규모(250t×2기)로 조성됐으나 내구연한(15년)이 지나 처리 용량이 하루 410t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반입 폐기물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현 추세라면 하루 처리용량 250t의 소각로 1기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청라 주민들은 '환경권'을 주장하며 '청라 아닌 다른 곳을 검토하라'는 입장까지 내놓으며 시를 압박했다.
시는 청라 소각장 증설 문제를 원점에서 들여다보기로 했지만 증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은 자칫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시는 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등의 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을 찾고 있다.
또한 갈등 없이 혐오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 님비·핌피 섞인 각종 신도시 민원
= 입주민 연합회의 목소리가 강한 신도시는 '님비'와 함께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yard)' 현상도 짙다.
집값은 타 지역에 비교해 비싼 것에 비해 미완성 상태인 데다가 개발의 여지가 많이 남은 도시라는 특성 때문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잘 활용하는 젊은 층이 많은 것도 한 이유다.
조성배 공생기반연구소장은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지만 인천의 경우 여전히 윗선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거나 갈등이 불거진 후에 이를 수습하려 하고 모면하려고 하는 식의 옛날식 결정 구조가 남아 있는 편"이라며 "갈등이 커지기 전에 앞서 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점을 사전에 해결하고 예방하고 갈등이 일어났을 때도 진정성 있게 소통을 하려는 행정가의 자세가 공공갈등 해결에 가장 필요한 자세"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
기사 출처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190530010012726
기사 날짜 : 2019.05.31
나의 의견
공공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내 지역에 혐오시설은 안 된다는 것은 대표적인 걸림돌 중 하나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현상을 나쁘게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에게 득이 되는 일을 좋아한다. 나 역시 나의 건강권, 환경권, 재산적 이익을 고려했을 때 우리 지역에 건강을 해치거나 지역 미화에 악영향을 주는 쓰레기 소각장이 건설된다 하면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이다. 주민들이 정책 입안 과정에 목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다. 이를 님비현상이라고 비판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거나 갈등이 불거진 후에 이를 수습하고 모면하려고 하는 식이 아닌, 상호 간의 이해관계를 배려하여 협력하는 자세로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적절한 보상이 있다면 조금 더 긍정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저학년 시절 님비현상을 배웠을 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기사를 통해 제 생각이 짧았음을 느낍니다. 글쓴이님의 의견대로 협력을 통해 지역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길 바랍니다.
님비현상에 대해 좋은 의견 잘 봤습니다.
한 국가 안에서 발생하는 지역주민들 간의 이러한 님비현상이 결코 긍정적인 양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글 작성자 분의 의견처럼 자신이 그 현상 안에 포함이 돼 있다면, 누구나 이기적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기성과 이타성은 불가분하다고 생각하며, 이는 연속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이기성을 가진 상태에서 약간의 사고 전환만 있다면, 이타성을 띠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글쓴이 분의 말처럼 상호 간 존중 및 이해를 바탕으로 배려하고 협력한다면 어느 정도 해소될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 또한 글쓴이 분처럼 이 사건이 긍정적으로 마무리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맞습니다. 본인에게 이익이 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내 이익으로 상대방이 피해가 간다면 갈등의 소지가 될 수는 있습니다. 내 이익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주장해야하며, 방법이 만약 없을 경우에는 보상이나 대화로서 풀어나가려고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무조건적인 천사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작성자 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님비현상이라고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주민의 권리이며 앞으로의 사회가 발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님비현상을 마주하는 현 시점에 있어서 주민과 국가 간에 협의의 과정을 통해 양측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