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기》
귀공은 싸우지도 아니하고
고양성을 나에게 맡기겠다는
말씀이오 ?"
"성주의 사명은 백성들을 편히살 수 있게 해 주는데 있다고
여기옵니다. 장군께서 제가
거느리고 있는 백성들을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해 주시려는데,
제가 무엇때문에 장군과
싸우려고 하겠습니까 ?
바라옵건대 저희 고을에도
친히 입성하셔서, 백성들에게 자애로운 정치를 골고루
베풀어 주시옵소서."
이리하여 유방은 고양성도
무혈 점령하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고양 성주 왕덕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현인이었다.
유방은 고양 성주 왕덕과 의기가 통하는바가 있어서,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중에 이런 부탁을 하였다.
"나는 썩어빠진 진나라를
무찌르고, 백성들을 골고루
잘 살아 갈 수 있는 새 나라를 세워 볼 생각이오. 그러니
이제부터는 귀공이 힘을
보태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왕덕이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한다.
"저같이 무능한 사람을 이처럼 생각해 주시니 영광스럽기
그지없사옵니다. 그러나 저는 고양백성들과 정이 들어서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만약 장군께서 인재를 구하신다면, 저희 고을에 사는 현인
한 분을 소개해 드릴께유."
유방이 그 말을 듣고 물었다.
"이름이 뭐라고 하는 사람이오 ?"
"이름을 진영만이라고 하는
68세의 오삼 모임터 친구로
노인이옵니다.
날마다 술에 취해 고성 방가를 하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술고래 라고
부르옵니다.
외모로 보아서는 롱헤어 를
빼면 형편이 없사오나, 천문도 능통하여 어마어마한 다행시의
대 문장가 입니다
흥망의 천운을 알고 난세의
상황에 통달한 희대의 멋지고
잘나빠진 현인 이여유."
"그처럼 천운에 통달한 사람이 어찌, 날마다 술이나 마시고
고성 방가만 하고 돌아
댕긴단 말이오 ?"
"젊었을 때에는 학문연구에
골몰하며 지냈으나, 시황제가
책을 전부 태워버린 분서갱유 사건이 있고 나서부터는
어느날 느닷없이 술미치광이가 되어 버린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장군께서 거두어
주시면 크게 도움이
되어 불것이랑께요 ..이"
유방은 그 말을 듣고
<진영만> 노인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 그노인을 한번 만나 보고 싶으니 귀공이 그 노인을 나한테 좀 데리고 오시오."
"분부대로 거행하겠습니다."
왕덕이 유방의 부탁을 받고
영만이 집으로 찾아가니,
이날도 술에 취해 노래만 부
르고 있었다. 왕덕은 노인을
붙잡고 간곡하게 말한다.
"선생은 오늘날까지 명군을
만나지 못해 오랫동안
취생몽사(醉生夢死)로 허송
세월을 보내셨습니다. 그러나 관인 후덕 하신 유방장군이 나타나서 왕업을 새로 닦고 있으니, 선생은 심기일전 하시어,
이제부터는 그분을 도와
새로운 세상을 성취하도록
하시옵소서. 저는 그 어른의
부탁을 받고 선생을 모시러
온 것입니다."
그러나 노인은 고개를 가로
흔들며 대답한다.
"유방이 도량이 넓은 사람이란말은 나도 들어 알고 있소.
그러나 그는 현인에 대한 예우를 모르는 사람이오.
그가 나를 예우로 맞아 가지
않는데, 내가 귀공을 호락호락 따라가면 더욱 업신여김을
당하게 될게 아니오.
나는 못가겠소"
왕덕은 노인이 거절하는
심정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래서 얼른 이렇게 말했다.
"선생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선생은 본디 기변에
능하시니까, 그런건 그 어른을 직접 만나셔서 처리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니옵니까 ?"
"허기는 그렇기도 하구려.
그렇다면 한번 만나 보기로
합시다."
노인은 즉석에서 왕덕을 따라 유방을 만나러 왔다.
때마침 유방은 걸상위에 걸터앉아 있었고,
두 명의 여인이 발을 씻겨 주고 있어서, 노인이 방안에
들어와도 일어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노인은 방안에 들어와서도
두 손을 모아 잡고 서있기만
할 뿐,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려고 하지도 않고 유방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유방의 불손한 태도가 비위에 거슬렸던지,
유방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며 대뜸 퍼붓듯이 묻는다.
"귀공은 진나라를 위해서 제후들을 치려는 것인가,
혹은 제후들의 도움을 얻어
진나라를 치려는 것인가.
도데체 그 두 가지 중에
어느 편인가?"
초대면의 유방에게 대한
모욕도 이만저만이 아닌
질문이었다.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제아무리 관인 후덕하다는
유방도 화가 불같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유방은 발을 씻다 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퍼붓듯이 외친다.
"이 썩어빠진 늙은 것아 !
온 천하가 진나라의 가혹한
법령에 시달리고 있기에,
나는 회왕의 명을 받고 진나라를 치러 온 정의의 지사다.
그러한 나를 보고 진나라를
도우러 왔다는 것은 도데체
무슨 소리냐 ?"
그러자 노인은 즉석에서 태연스럽게 꾸짖듯이 말한다.
"귀공이 진을 치러 온 의장
이라면, 만천하의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으로부터 복종
할수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 아닌가 ?
또 귀공은 어른이 나타났는데도 발을 씻으며 예의조차
갖출 줄을 모르니, 이런 무례한 행동이 어디 있단 말인가.
현인들을 이런식으로 모조리 쫒아 내 버리면 귀공은 누구와 더불어 천하를 도모할 생각인가? 귀공이 큰 뜻을 품고
있다면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로다."
유방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리하여 여 노인을 부랴부랴 상좌로 모셔 놓고 새삼스러이 용서를 빌며 말했다.
"실상인즉, 선생께서 이처럼
속히 오실 줄을 모르고
결례(缺禮)가 많았사오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노인은 그제서야 파안 대소
하며 말한다.
"하하하, 패공은 역시 관인
후덕한 사람이 틀림 없소이다. 내 비록 늙은 몸이오나
오늘부터는 패공을 위하여
심명을 다하겠소이다."
그리고 나서 천하 대사에 대한 경륜을 펴는데, 그의 경륜은
장강의 유수와 같이 도도
하였다.
유방은 노인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물어 보았다.
"저는 지금부터 10만 군사를 이끌고 함양으로 쳐들어가고자 하옵는데, 선생은 그 점을
어떻게 생각하시옵니까 ?"
노인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대답한다.
"패공께서 지금 여기저기서
주워모은 10만 군을 이끌고
함양으로 진격 하려고하오나, 그것은 양의 무리를 이끌고
호랑이 굴로 덤벼 들어가는
것과 다름이 없는 일이옵니다. 여기서 얼마를 더 가면
진류성이 있사온데,
그곳은 지리적 군사적 반드시 점령해야 하는 요충입니다.
게다가 성안에는 군수물자도 풍부하게 비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진류 성주 진동은 저하고는 막역한
친구이므로, 제가 그 사람을
만나서 패공의 휘하로 들어오도록 설득을 해 보겠습니다."
"선생께서 애써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선생께서 설득하시면 성주가 들어줄 것 같기는 합니까 ?"
"제가 이해 로써 설득하면
반드시 들어줄 것이옵니다.
이렇게 하여, 진류성을 근거로 사방에서 군마 를 많이 확충한 연후에 기회를 보아 함양으로 쳐들어가면 십중 팔구는
성공할 것이옵니다."
유방은 크게 기뻐하면서
노인을 진류성으로 보냈다.
영만노인과 진류성 성주
진동은 께복쟁 이 친구라,
진동은 영만노인을 반갑게
맞이하여 후당 에서 단둘이
술잔을 나누었다.
진영만 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오자 진동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옛날 부터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살고 어진 선비는 주인을 택해서 돕는다고 하였네.
진시황시절부터 진나라는
무도하기 짝이 없어서,
지금은 각 제후들이 저마다
배반을 하고 있는 중이네.
내가 진시황 시절, 분서갱유
사건 이후로 술미치광이 행세를 하게된 것도 명군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네.
그러다가 내가 어제 유방이라는 사람을 만나 보았는데,
그는 관상부터가 제왕지상
인데 성품이 관인 후덕하여,
그가 가는 곳마다 백성들이
친부처럼 따르더란 말일세.
이제 그 어른이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함양으로 쳐들어
가려고 하는데 그러자면 우선 진류성을 공략하게 될 것이네. 내가 보기에는 유방이 이곳으로 쳐들어 오게 되면 귀공은
그를 당해 낼 길이 없을것이네. 그때에 가서 자네의 군사와
백성이 당할 고통을 상상하니, 차라리 마음을 돌려 먹고
패공에게 진류성을 곱게
내주고 백성도 지키면서
자네의 후일의 영광을 도모해 보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
진동은 너무도 뜻밖의 제안에 오랫동안 삼사묵고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어 대답한다.
"자네의 말씀에 틀린 것이
없네. 그러면 진류성을
패공에게 내드리고,그 어른의
부하가 되기로 하겠네."
"참으로 잘 생각해 주셨네.
그러면 내가 곧 돌아가
패공에게 그 말씀을 전할테니, 친구는 패공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를 서둘러 주시게."
그로부터 며칠 후 유방은 성주 진동의 영접을 받으며, 소하
조참등, 모든 참모를 거느리고 진류성에 무혈 입성하였다.
이로써 유방은 싸우지도 아니하고 창성(昌城), 고양(高陽), 진류(陳留)의 세 고울을 수중에 넣게 되었다.
그리고 진류성에 와서 보니,
노인의 말대로 이곳에는
무기와 군량이 놀랄 만큼 많이 비축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유방은 이곳에서도 약법삼장을 선포하여 백성들을 자유롭게 해방 시켜 주니,
백성들은 감동하여 많은
젊은이들이 유방의 군사가
되겠노라고 자원하여
그 수는 무려 5만여 명에
이르렀다.
유방은 크게 기뻐하며 진 노인에게 말했다.
"오늘날 뜻있는 청년들이
이처럼 많이 모여든 것은
오로지 선생의 덕택입니다.
선생의 은공을 잊을 수가 없어, 선생을 광야군으로 받들어
모시고자 하오니 선생은
금후에도 언제든지 저를
도와주시옵소서."
노인은 사양하며 말한다.
"늙은 몸이 현주를 만나지 못해 오랫동안 백수생활을 해 오다다행히 패공을 만나 뵙게 되어 조그만 조언을 드렸을 뿐인데, 어찌 이렇게 무거운 직위를
주시옵니까 ? 거두어 주소서."
"선생의 고매하신 뜻은 알고도 남음이 있사옵니다.
그러나 나의 조그만 정성만은 물리치지 마시고 받아 주시오"
노인은 마지못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면 직위를 고맙게 받고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유방이 말한다
"고맙소 그리고 앞으로는
선생의 이름을 여이기 로
합시다
그리하여 다음편 부터
진영만은 여이기가 돕니다
합시당 ㅋ
...
다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