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3월2일 ‘공동주택관리법’과 ‘항공보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동주택 경비원에게 입주민들이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항공기 안에서의 승무원 폭행 등 안전운행 저해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를 ‘갑질퇴출법’이라 부르고 있다. 계약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쪽을 갑이라 하고 약자인 쪽을 을이라 한다. 사회에서는 이를 확장해 관계에 있어 우의를 점하고 있는 사람을 갑이라 지칭한다. 따라서 갑질은 강한 갑이 약한 을에게 가하는 부당 행위를 비하해 부르는 표현이다.
법으로 금지시켜야 할 만큼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유없이 때리거나 심부름을 시키고 욕하는 일이 일상으로 벌어졌다. 억울함을 견디지 못한 경비원이 자살하는 일도 일어났다. 직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행기를 회향시키고 라면이 덜 익었다며 승무원을 폭행하는 일들도 있었다. 한 중소기업 대표 아들은 항공기에서 만취해 난동을 부렸다. 재벌 2세 3세들의 갑질 또한 끊임없이 언론을 탔다. 우리사회를 혼돈으로 몰아넣은 국정농단 사태 또한 우리사회 갑질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갑질은 특정계층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소시민이라고 다르지 않다. 어린 학생들을 부려먹고 월급을 주지 않거나 항의하면 동전으로 지급하며 골탕을 먹이기도 했다. 거래관계에서도 조금만 우위에 있다 싶으면 부당한 향응이나 접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고객은 왕'이라며 협박, 욕설, 금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에, 상담원 같은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언어폭력은 갑질을 넘어 범죄수준이다. 그래서 갑질은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닌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고질적 적폐다.
옛말에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한 말과 행동에 이율배반적 행동을 할때 쓰는 말이다. 경비원과 승무원에 대한 갑질을 법으로 금지해야 할 만큼 우리사회는 비상식적이다.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이다. 삶에서 갑과 을은 수시로 교차한다. 그래서이다. 남의 갑질에 불같이 분노하면서 자기 안의 갑질에는 눈 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젠 스스로 되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