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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市氏旣爲君長(신시씨기위군장) : 신시씨가 임금이 되어
以神設敎(이신설교) : 신(神)으로서 가르침을 베풀며
存其彛性(존기이성) : 타고난 떳떳한 성품을 보존하게 하고
周護飽養(주호포양) : 두루 보살펴 배불리 먹이고 양육하며
聽其繁衍(청기번연) : 무성하게 불어남을 모두 들어주니
天下民物(천하민물) : 천하의 백성과 사물은
於是漸盛(어시점성) : 이에 번성하게 되었다.
但此時(단차시) : 다만 이 때는
開闢不遠(개벽부원) : 개벽한 지 아직 멀지 않은 때라
隨處草木荒茂(수처초목황무) : 곳곳에 초목이 무성하고
鳥獸雜處(조수잡처) : 날짐승이며 들짐승이 어지러이 섞여서
人民艱困殊甚(인민간곤수심) : 사람들의 괴로움이 특별히 심하였고
且猛獸毒蟲不時衝動(차맹수독충부시충동) : 더욱이 사나운 짐승과 독충들도 때를 가리지 않고 다투어
人民被害不少(인민피해부소) : 사람들의 피해를 당함이 또한 적지 않았다.
神市氏(신시씨) : 신시씨는
卽命蚩尤氏治之(즉명치우씨치지) : 곧 치우씨(蚩尤氏)에게 명하여 이를 다스리게 하였다.
蚩尤氏(치우씨) : 치우씨는
實爲萬古强勇之祖(실위만고강용지조) : 진실로 만고에 있어 강인하고 용맹함의 조상이니
有旋乾轉坤之力(유선건전곤지력) : 천지를하늘을 돌리고 땅을 굴리는 힘과
驅使風雷雲霧之能(구사풍뢰운무지능) : 바람·번개·구름·안개를 부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又造刀戟大弩巨斧長槍(우조도극대노거부장창) : 또한 칼·창·큰 활· 큰 도끼·긴 창 등을 만들어
以之而治草木禽獸蟲魚之屬(이지이치초목금수충어지속) : 이를 가지고 초목과 금수며 벌레와 물고기의 무리를 다스렸다.
於是草木開除(어시초목개제) : 이에 초목이 차츰 걷히고
禽獸蟲魚(금수충어) : 금수와 벌레며 물고기들이
僻處深山大澤(벽처심산대택) : 깊은 산 속이나 큰 못 속으로 피하여 달아나 숨어
不復爲民生之害矣(부부위민생지해의) : 다시는 백성들이 살아가는데 해악이 되지 않았다.
是以蚩尤氏(시이치우씨) : 이로서 치우씨는
世掌兵戎制作之職(세장병융제작지직) : 대대로 병기 만드는 일을 맡았으며
時常(시상) : 항상
鎭國討敵(진국토적) : 나라 안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적을 토벌하는 일을
未嘗少懈(미상소해) : 조금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神市氏(신시씨) : 신시씨는
見人居已完蠢物各得其所(견인거이완준물각득기소) : 사람의 거처가 이미 완비되고 살아서 꿈틀거리는 사물들 또한 각기 그 마땅한 처소를 얻었음을 보고,
乃使高矢氏(내사고시씨) : 이에 고시씨(高矢氏)로 하여금
專掌養之務(전장양지무) : 먹여 살리는 일을 맡도록 하였으니,
是爲主穀(시위주곡) : 그것은 곡식을 주관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而時(이시) : 이때에 이르러
稼穡之道不備(가색지도부비) : 곡식을 심고 거두는 일이 아직 갖추어져 있지 않았으며
又無火種(우무화종) : 불씨 또한 없던 때라
民皆就食草蔬木實(민개취식초소목실) : 백성들은 모두 풀의 푸성귀나 나무의 열매를 먹고
鮮血(선혈) : 신선한 피를 마시며
茹生肉(여생육) : 날고기를 먹었으니,
殆不堪其苦(태부감기고) : 그 고초는 참아내기 어려웠다.
高矢氏乃漸敎稼穡之方(고시씨내점교가색지방) : 고시씨가 이에 점차 곡식을 심고 거두는 방법을 가르쳤으나
猶以無火爲憂(유이무화위우) : 여전히 불이 없는 것이 근심이 되었다.
一日(일일) : 하루는
偶入深山(우입심산) : 우연히 깊은 산 속에 들어가니
只看喬林荒落(지간교림황락) : 높이 우뚝 솟은 나무들이 어지럽게 쓰러져 있는 것이 온 사방으로 보였는데,
但遺骨骸老幹枯枝(단유골해노간고지) : 앙상하고 말라버린 체로 메마른 가지들만이 남아
交織亂叉(교직란차) : 서로 어지럽게 얽혀져 있었다.
立住多時(립주다시) : 한참 동안 서서
沈吟無語(침음무어) : 아무 말도 없이 깊이 생각에 잠겼는데
忽然大風吹林(홀연대풍취림) : 홀연히 숲으로 큰 바람이 불어와
萬竅怒號(만규노호) : 모든 구멍들이 성난 목소리를 내뱉고
老幹相逼(로간상핍) : 앙상히 마른 가지들은 서로 비벼댔는데
擦起火光(찰기화광) : 마찰되어 일어나는 불빛이
閃閃(섬섬) : 번쩍이며
乍起旋消乃猛然(사기선소내맹연) : 잠깐 일어나다가 도리어 사그라지는 듯하더니 이내 맹렬해졌다
省悟曰(성오왈) : 깨달음이 있었으니
是哉是哉(시재시재) : 이것이구나, 이것이구나
是乃取火之法也(시내취화지법야) : 이것이 바로 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로구나고 했다
歸取老槐枝(귀취노괴지) : 돌아와서 마른 홰나무 가지를
擦而爲火(찰이위화) : 비벼 불을 일으키려 하였으나
功猶不完(공유부완) : 효과는 완전하지 못했다.
明日(명일) : 다음 날
復至喬林處(부지교림처) : 다시 높은 숲속있는 곳으로 가서
徘徊尋思(배회심사) : 생각에 잠겨 배회하고 있는데
忽然一個條紋大虎(홀연일개조문대호) : 홀연히 한 마리의 줄무늬 큰 호랑이가
咆哮躍來(포효약래) : 으르렁거리며 뛰어드니
高矢氏大叱一聲(고시씨대질일성) : 고시씨가 한 소리로 크게 꾸짖으며
飛石猛打(비석맹타) : 돌을 날려 호되게 내려치니
誤中巖角(오중암각) : 바위 모서리에 빗맞으며
炳然生火(병연생화) : 번쩍이면서 불길이 일어니
乃大喜而歸(내대희이귀) : 이에 크게 기뻐하고 돌아와
復擊石取火(부격석취화) : 다시 돌을 부딪쳐서 불을 얻게 되었다.
從此(종차) : 이로부터
民得火食(민득화식) : 백성들은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게 되고
鑄冶之術始興(주야지술시흥) : 주조하는 기술이 비로소 일어나
而制作之功(이제작지공) : 제작의 공도
亦漸進矣(역점진의) : 점차 나아지게 되었다.
又使神誌氏作書契(우사신지씨작서계) : 또한 신지씨(神誌氏)로 하여금 글을 짓게 하였다.
盖神誌氏(개신지씨) : 무릇 신지씨는
世掌主命之職(세장주명지직) : 대대로 임금의 명을 주관하는 직책을 맡으며
專管出納獻替之務(전관출납헌체지무) : 명령의 출납과 임금을 보좌하는 임무를 관리하였는데,
而只憑唯舌(이지빙유설) : 단지 한낱 혀에만 의지할 뿐,
曾無文字記存之法(증무문자기존지법) : 일찍이 글로서 기록하여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一日(일일) : 하루는
出行狩獵(출행수렵) : 사냥을 나갔는데
忽驚起一隻牝鹿(홀경기일척빈록) : 갑자기 놀라 달아나는 암사슴 한 마리를 보고
彎弓欲射(만궁욕사) : 활을 당겨 쏘려 하였으나
旋失其跡踪(선실기적종) : 순식간에 그 종적을 놓쳐 버렸다.
乃四處搜探(내사처수탐) : 이에 사방을 수색하며
遍過山野(편과산야) : 산과 들을 두루 지나
至平沙處(지평사처) : 평편한 모랫벌에 이르러
始見足印亂鑽(시견족인란찬) : 비로소 어지럽게 찍혀있는 발자국을 보니
向方自明(향방자명) : 달아난 방향이 절로 명백하여
乃俯首沈吟(내부수침음) : 머리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가
旋復猛省曰(선부맹성왈) : 잠시간에 불현듯 깨달아 말하기를
記存之法(기존지법) : 기록하여 두는 방법은
惟如斯而已夫(유여사이이부) : 오직 이와 같구나
如斯而已夫(여사이이부) : 이와 같음이여 하였다.
是日(시일) : 그 날 에
罷獵卽歸(파렵즉귀) : 사냥을 마치고 돌아와
反復審思(반부심사) : 반복하여 깊이 생각하며
廣察萬象(광찰만상) : 널리 만물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不多日(부다일) : 며칠 지나지 않아
悟得成文字(오득성문자) : 깨달음을 얻어 글을 만드니
是爲太古文字之始矣(시위태고문자지시의) : 이것이 태고 문자의 시작이다.
但後世年代邈遠(단후세년대막원) : 그러나 후세에 세월이 까마득히 오래되어
而太古文字泯沒不存(이태고문자민몰부존) : 태고 문자는 사라져 존재하지 않으니
抑亦其組成也(억역기조성야) : 아니면 또한 그 짜임새가
猶有不完而然歟(유유부완이연여) : 완전하지 못해서가 아닌가 한다.
嘗聞(상문) : 듣건대
六鎭之地及先春以外岩石之間(육진지지급선춘이외암석지간) : 육진의 땅이나 선춘 등지의 암벽 사이에
時或發見雕刻文字(시혹발견조각문자) : 때때로 간혹 문자를 조각한 것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非梵非篆(비범비전) : 범자(梵字)도 아니요 전자(篆字)도 아니어서
人莫能曉(인막능효) : 사람들이 능히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하니
豈神誌氏所作古字歟(기신지씨소작고자여) : 어쩌면 그것이 신지씨가 지은 옛 문자가 아닌가
高矢氏(고시씨) : 고시씨
亦世掌主穀之職(역세장주곡지직) : 또한 대대로 곡식을 주관하는 직책을 맡았으며
而後世蚩尤高矢神誌之苗裔(이후세치우고시신지지묘예) : 후세에 치우씨·고시씨·신지씨의 후예들이
繁衍最盛(번연최성) : 가장 번창하여 융성하였다.
蚩尤氏之族(치우씨지족) : 치우씨의 부족은
則占居西南之地(즉점거서남지지) : 서남의 땅에 자리를 잡았고
神誌氏之族(신지씨지족) : 신지씨의 부족은
則繁殖於北東之地(칙번식어북동지지) : 북동의 땅에 많이 정착하였는데
獨高矢氏後裔(독고시씨후예) : 오로지 고시씨의 후예들만이
廣處東南(광처동남) : 동남쪽에 넓게 거처하다가
轉流爲辰弁諸族(전류위진변제족) : 더욱더 이동해 다니다가 변진(辰弁)의 여러 부족이 되었으니,
後之所謂三韓者(후지소위삼한자) : 후에 삼한(三韓)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皆其孫也(개기손야) : 모두 그의 후손들이다.
三氏苗裔(삼씨묘예) : 삼씨(三氏)의 후예들은
又細分九派(우세분구파) : 또한 아홉 갈래로 자세히 나누어지는데
卽夷夷方夷黃夷白夷赤夷玄夷風夷暘夷之屬(즉이이방이황이백이적이) : 곧 견이·우이·방이·황이·백이·적이·현이·풍이·양이의 무리들이
皆異支同祖(개이지동조) : 모두 같은 조상의 다른 가지일 뿐
不甚相遠(부심상원) : 서로 그리 멀지는 않다.
夷之爲言(이지위언) : 이(夷)자의 글자는
大弓之稱也(대궁지칭야) : 큰 활을 지칭하는 것이다.
盖自蚩尤氏作刀戟大弩以後(개자치우씨작도극대노이후) : 치우씨가 칼과 창이며 큰 쇠뇌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로
狩獵征戰(수렵정전) : 사냥하고 전쟁함에 있어서
賴以爲武(뢰이위무) : 이러한 것을 병장기로 삼으니
中土諸族(중토제족) : 중토의 여러 부족들이
甚畏大弓之用(심외대궁지용) : 큰 활의 쓰임을 매우 두려워하였으며 그
聞風膽寒者久矣(문풍담한자구의) : 위풍을 듣고 간담이 서늘하게 된 지가 오래되었기에
故謂我族曰夷(고위아족왈이) : 우리 민족을 일컬어 이(夷)라고 한 것이다.
說文所謂(설문소위) :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이르기를
夷從大從弓(이종대종궁) : 이(夷)는 크다(大)는 것과 '활(弓)'에서 유래하였으며,
東方之人者(동방지인자) : 동방의 사람을 말한다라고 한 것이
是也(시야) : 바로 그것이다.
乃至仲尼春秋之作而(내지중니춘추지작이) : 그러나 중니가<춘추>를 짓기에 이르러
夷之名(이지명) : 이(夷)의 이름을
遂與戎狄幷爲腥之稱(수여융적병위성지칭) : 마침내 융(戎)이나 적(狄) 등과 아울러 비속한 명칭으로 삼아 버리니
憤哉(분재) : 분할 따름이다.
後世夷風夷(후세이풍이) : 뒷날 견이와 풍이는
分遷西南(분천서남) : 따로 서남으로 옮겨가서
恒與中土諸族(항여중토제족) : 항시 중토의 여러 부족들과
互相(호상) : 서로 세력을 다투었는데,
風夷則卽蚩尤氏之一族也(풍이즉즉치우씨지일족야) : 풍이는 바로 치우씨의 일족이다.
先是蚩尤氏(선시치우씨) : 이 보다 앞서 치우씨가
雖然驅除鳥獸魚之屬(수연구제조수어지속) : 비록 날짐승과 들짐승 및 벌레와 물고기 등의 무리를 몰아내긴 하였지만
而人民猶在土穴之中(이인민유재토혈지중) : 사람들은 아직까지 흙굴에서 사는 까닭에
下濕之氣逼人成疾(하습지기핍인성질) : 아래로부터의 습한 기운이 사람에게 해를 끼쳐 질병을 일으켰다.
且禽獸一經窘逐(차금수일경군축) : 게다가 짐승들을 한차례 휘몰아 내쫓으니
漸自退避藏匿(점자퇴피장닉) : 점차 스스로 물러나 피하고 숨어 버린 까닭에
不便於屠食(부편어도식) : 잡아먹기에 불편하였다.
神市氏(신시씨) : 신시씨가
乃使蚩尤氏(내사치우씨) : 이에 치우씨로 하여금
營造人居(영조인거) : 사람이 거처할 만한 것을 짓게 하였으며
高矢氏(고시씨) : 고시씨에게는
生致牛馬狗豚雕虎之獸而牧畜(생치우마구돈조호지수이목축) : 소·말·개·돼지·수리·범 등의 짐승을 사로잡아 데려와서 가두어 기르게 하였으며
又得朱因氏(우득주인씨) : 또 주인씨(朱因氏)를 등용하여
使定男女婚娶之法焉(사정남녀혼취지법언) : 그에게 남녀간에 장가들고 시집가는 법을 정하게 하였다.
盖今之人謂匠師曰智爲者(개금지인위장사왈지위자) : 무릇 지금의 사람들이 힘센 장사를 두고 <지위>라 함은
蚩尤氏之訛也(치우씨지와야) : 치우씨의 이름이 잘못 전하여 진 것이며
耕農樵牧者(경농초목자) : 밭 갈고 농사짓거나 나무를 하고 짐승을 기르는 사람들이
臨飯而祝高矢者(임반이축고시자) : 밥을 먹을 때 <고시례>하며 축원하는 것은
高矢氏之稱也(고시씨지칭야) : 고시씨를 일컫는 것이며
婚娶之主媒者曰朱因者(혼취지주매자왈주인자) : 혼인에서 중매를 서는 것을 <주인 선다>라고 말하는 것
亦朱因氏之遺稱也(역주인씨지유칭야) : 또한 주인씨의 이름에서 남겨진 명칭이다.
此時(차시) : 이때는
神市氏之降世(신시씨지강세) : 신시씨가 세상에 내려온지
已數千載(이수천재) : 이미 수천 년이 되었으니
而民物益衆(이민물익중) : 백성과 사물들은 더욱 많아졌고
地域愈博(지역유박) : 땅의 경계는 더욱 넓어졌다.
於是復置主刑主病(어시부치주형주병) : 이에 다시 형벌과 질병 및 선악을 주관하고
主善惡及監董人民之職(주선악급감동인민지직) : 백성들을 보살펴 이끌 수 있는 직책을 설치하고
以獸畜名官(이수축명관) : 금수와 가축의 이름으로 벼슬을 이름하였으니,
有虎加牛加馬加鷹加鷺加之稱(유호가우가마가응가로가지칭) : 호가(虎加)·우가(牛加)·마가(馬加)·응가(鷹加)·노가(鷺加) 등의 명칭이 있게 되었다.
盖牛馬狗豚之屬(개우마구돈지속) : 무릇 소와 말 그리고 개와 돼지 등의 무리는
皆當時民衆養生之料(개당시민중양생지료) : 모두 당시에 백성들이 기르는 것으로
而賴以爲業者也(이뢰이위업자야) : 이에 의지하여 생업을 삼았던 것이며
虎與鷹鷺者(호여응로자) : 범과 매 및 해오라기 등은
境內棲息之鳥獸(경내서식지조수) : 나라 안에 서식하는 새와 짐승들이니
而以表官職之性也(이이표관직지성야) : 이로서 관직의 성격을 나타낸 것이다.
後世夫餘國(후세부여국) : 후세 부여국(夫餘國)에도
猶傳此俗(유전차속) : 여전히 이러한 풍속이 전해져
亦以獸畜名官(역이수축명관) : 역시 금수와 가축의 이름으로 벼슬을 일컬었다 하는데,
此不可述焉(차부가술언) : 이를 모두 빠짐없이 적을 수는 없다.
神市氏(신시씨) : 신시씨가
旣立敎御民(기립교어민) : 이미 가르침을 세워 백성을 거느리니
民皆協洽(민개협흡) : 백성들은 모두 서로 도우며 흡족히 여겼다.
乃登太白之(내등태백지) : 이에 태백(太白)의 꼭대기에 올라 가서
臨大荒之野(임대황지야) : 대황(大荒)의 들녘에 이르러 천지를 바라보니
觀天地寂然而氣機無息(관천지적연이기기무식) : 쓸쓸하고 고요할지언정 그 기운의 틀은 쉼이 없었다.
日月奔馳而貞明不易(일월분치이정명부이) : 해와 달은 정신없이 달음박질치면서도 곧고 밝음은 변하지 않았으며
春秋代序而萬物循回(춘추대서이만물순회) : 봄과 가을은 차례대로 이어가고 만물은 쉬지 않고 자꾸만 되풀이 되었다.
乃推天地玄妙之理(내추천지현묘지리) : 이에 천지의 깊고도 묘한 이치를
倚數觀變(의수관변) : 숫자에 의지하여 그 변화를 살펴볼 수 있음을 미루어 깨닫고
而創成人民依從之則(이창성인민의종지칙) : 사람들이 의지하여 따를 만한 법칙을 새로 만드니,
是乃易理之原也(시내역리지원야) : 이것이 곧 역리(易理)의 근원이다.
當是之時(당시지시) : 당시에는
遼瀋幽燕之地(요심유연지지) : 요동의 심양 및 유연(幽燕)의 땅이
已爲我族耕農游牧之所(이위아족경농유목지소) : 이미 우리 민족들이 농사짓고 유목하던 곳이었다.
伏犧氏(복희씨) : 복희씨(伏犧氏)가
適以是時(적이시시) : 마침 이때에
生於風族之間(생어풍족지간) : 풍족(風族)에서 태어나서
熟知倚數觀變之道(숙지의수관변지도) : 숫자에 의지하여 변화를 바라보는 이치에 대하여 자세히 익힌 뒤
乃西進中土(내서진중토) : 서쪽으로 중토로 나아가
代燧人之世而爲帝(대수인지세이위제) : 수인씨(燧人氏)의 세상을 이어 황제가 되어
又得史皇之輔河圖之瑞(우득사황지보하도지서) : 사황(史皇)의 도움과 하도(河圖)의 상서러움을 얻어서
畵成八卦(화성팔괘) : 팔괘(八卦)를 그리니
爲中土易理之元祖(위중토역리지원조) : 중토 역리(易理)의 원조가 되었다.
盖陰陽消長之理(개음양소장지리) : 무릇 음과 양이 줄고 늚에 대한 이치는
發源於我(발원어아) : 우리로부터 발원하였으나
而卒爲彼國之用(이졸위피국지용) : 마침내 저들 나라의 쓰임이 되어 버리더니
近世禹倬(근세우탁) : 근세에 와서 우탁(禹倬)이
以傳易之故(이전역지고) : <역(易)>을 전한 까닭으로
反爲偉功(반위위공) : 도리어 위대한 공로자가 되었으니
造翁難測之意(조옹난측지의) : 조물주의 헤아리기 어려운 뜻은
盖亦怪哉(개역괴재) : 또한 괴이하다
伏犧氏(복희씨) : 복희씨는
自能馴伏犧牲(자능순복희생) : 스스로 능히 희생(犧牲)을 잘 길들이고 복종케 하여
威降豺豹(위강시표) : 그 위엄이 승냥이와 표범에까지 이르렀기에
伏犧之名(복희지명) : <복희(伏犧)>라는 이름이
因於是也(인어시야) : 그로 연유한 것이며
生於風族(생어풍족) : 풍족에서 태어난 까닭으로
以風爲故姓也(이풍위고성야) : <풍>을 성씨로 삼았다.
以龍紀官者(이룡기관자) : 용(龍)으로 벼슬을 기록한 것
亦原於虎加馬加之類也(역원어호가마가지류야) : 또한 호가(虎加)나 마가(馬加)라고 일컬음과 같은 유형에 근원한다
神市氏御世愈遠(신시씨어세유원) : 신시씨가 세상을 다스린지 더욱 오래되니
而蚩尤高矢神誌朱因諸氏(이치우고시신지주인제씨) : 치우·고시·신지·주인씨 등이
幷治人間三百六十六事(병치인간삼백육십육사) : 모두 같이 사람간의 삼백예순여섯 가지 일을 다스려
男女父子君臣衣服飮食宮室編髮盖首之制(남녀부자군신의복음식궁실) : 남녀와 부자 및 군신간의 일이며 의복과 음식 및 궁실의 일은 물론
編髮盖首之制(편발개수지제) : 머리카락을 땋고 머리를 덮는 일에 관한 법도를
次第成俗(차제성속) : 차례차례 풍속을 이루게 하여
普天之下(보천지하) : 하늘이 덮고 있는 곳이면
悉化其沾(실화기첨) : 모두 그 교화에 물들어 갔다.
制治漸敷(제치점부) : 제도로서 다스림이 점차 두루 미치고
而政敎禮儀逐漸稍備(이정교례의축점초비) : 다스림과 가르침이며 예절과 의례 등도 점차 따라서 조금씩 갖추어져 가니
初之于于草衣木食者(초지우우초의목식자) : 처음에는 아는 바가 없이 제 멋대로 날뛰며 풀로서 몸을 가리고 나무 열매를 먹던 사람들이
始入人道之倫矣(시입인도지륜의) : 비로소 사람 된 도리로서의 윤리에 접어들게 되었다.
嗚呼偉哉(오호위재) : 오호라, 위대하도다
夫六合之外(부육합지외) : 무릇 우주의 밖은
聖人存而不論(성인존이부론) : 성인이 그대로 간직해 둘 뿐 의론하진 않고
六合之內(육합지내) : 우주의 안은
聖人論而不議(성인론이부의) : 성인이 의론할 뿐 그 근원까지는 논의하지 않는다 하였다.
春秋經世(춘추경세) : <춘추>의 <경세편>에
先王之志(선왕지지) : 앞선 성군의 뜻은
聖人議而不辯(성인의이부변) : 성인이 명분품절만 의론할 뿐 그에 대한 자세한 시비를 논변하진 않았다 하였다.
鴻肇判而萬物滋生(홍조판이만물자생) : 원기가 처음으로 나눠지고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난 것은
則余聞諸耆老(즉여문제기로) : 곧 내가 뭇 노인네들에게 듣기로
神人降世而民物漸繁(신인강세이민물점번) : 신시씨가 세상에 내려옴에 백성과 사물이 점차 번성하고
制治漸敷而政敎始成(제치점부이정교시성) : 제도로서 다스림이 점차 두루 미쳐서 사물을 다스리는 일과 가르쳐 육성하는 일이 비로소 이루어졌다 하였으니
則余徵諸斷簡破編(즉여징제단간파편) : 이것을 내가 어찌 쪼개고 나누어 밝힐 수 있을 것인가.
夫六合之外(부육합지외) : 무릇 우주 밖의
洪荒之世(홍황지세) : 넓고 거친 세상에 대해서는
聖人曾不詳辨區區(성인증부상변구구) : 성인들도 아직 구구하게 상세히 구별하지 않았는데後生安得以窺其一斑哉(후생안득이규기일반재) : 후손이 어찌 그 일부분일지언정 헤아릴 수 있겠는가.
至如唐虞三代秦漢隋唐者(지여당우삼대진한수당자) : 당요(唐堯)와 우순(虞舜) 및 하(夏)·은(殷)·주(周)의 삼대 및 진(秦)·한(漢)·수(隋)·당(唐)과 같은 것은
中國歷代之謂也(중국력대지위야) : 중토의 역대를 말하는 것이며,
荊蠻越裳之屬(형만월상지속) : 형만과 월상 등의 무리는
則上古戎狄之稱也(즉상고융적지칭야) : 상고 시대의 중국 변방 민족을 가리키는 것이다.
漢武之世(한무지세) : 한나라 무제 때
始通西域(시통서역) : 처음으로 서역과 통하여
月氏安息奄蔡焉嗜于賓諸國(월씨안식엄채언기우빈제국) : 월지(月氏)·안식(安息)·엄채(奄蔡)·언기(焉嗜)·우전·계빈 등의 나라들이
始現於載籍中(시현어재적중) : 비로소 서적 가운데 나타나게 되었는데
多民(다민) : 이러한 많은 민족들은
隨畜牧(수축목) : 목축을 하며
逐水草往來者(축수초왕래자) : 물과 풀을 좇아 오가고
及被髮裸身之類(급피발라신지류) : 머리를 풀어 늘어트리거나 벌거숭이 몸을 한 부류들이다.
及若大秦之國(급약대진지국) : 대진(大秦)과 같은 나라는
遠在西海之西(원재서해지서) : 멀리 서해의 서쪽에 있으면서
地方數千里(지방수천리) : 영토는 사방 수천 리에
領四百餘城(령사백여성) : 사백여 성을 거느리고 있으니
小國役屬者數十(소국역속자수십) : 작은 나라로서 지배를 당하는 것이 수십 개나 된다고 한다.
以石爲城郭(이석위성곽) : 돌로 성곽을 쌓고
列置郵亭(열치우정) : 역말의 객사를 줄지어 설치하였으며
人皆頸而衣紋繡(인개경이의문수) : 사람들은 모두 목덜미까지만 머리를 기르고 수놓은 옷을 입으며
乘輜出入所居(승치출입소거) : 덮개가 있는 수레를 타고 거처하는 곳을 출입하며,
城邑周圍百餘里(성읍주위백여리) : 성읍은 그 주위가 백여 리로
宮室皆以水精爲柱(궁실개이수정위주) : 궁실은 모두 수정으로 기둥을 하는 등
以至殊俗珍風奇寶異貨之産(이지수속진풍기보이화지산) : 별스럽고 진귀한 풍속과 기이한 보물과 재화의 산출에 이르기까지
不可述(부가술) : 모두 자세히 말할 수가 없으니
盖想見其殷富盛疆之風矣(개상견기은부성강지풍의) : 그 번성하고 부강한 기풍은 그저 미루어 볼뿐이다.
漢章和中(한장화중) : 한나라 장화(章和) 연간에
班超遣甘英(반초견감영) : 반초가 감영(甘英)을 보내어
由條支欲通大秦而不果(유조지욕통대진이부과) : 조지(條支)를 경유하여 대진과 통교하려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고
及至桓帝延熹中(급지환제연희중) : 환제(桓帝) 연희(延熹) 연간에 이르러
其主安敦遣使始通(기주안돈견사시통) : 그 나라의 주인인 안돈(安敦)이 사신을 파견하자 비로소 통교하게 되었다.
降至唐代(강지당대) : 후세 당나라 시대에 이르러
又有項吐蕃波斯大食之國(우유항토번파사대식지국) : 또한 당항·토번·파사·대식 등의 나라가 있어
或交侵門洛(혹교침문락) : 혹은 번갈아 앙락을 침범하거나
或航通商舶(혹항통상박) : 상선을 보내와 통상을 하였는데
而赤髮綠睛巨幹長軀之徒(이적발록정거간장구지도) : 붉은 머리칼에 푸른 눈을 가진 큰 몸뚱이와 큰 키의 무리들로서
罕至出入宮庭(한지출입궁정) : 드물게는 궁정에까지 출입하였다.
宋代(송대) : 송나라 시대에는
有提擧市舶司之職(유제거시박사지직) : 제거시박사(提擧市舶司)라는 벼슬이 있었는데
專管西域買遷之業(전관서역매천지업) : 오로지 서역과의 교역 업무만을 전담하였다.
近代明萬曆中(근대명만력중) : 명나라 만력(萬曆) 연간에
有利瑪竇者(유리마두자) : 이마두(利瑪竇)라는 자가 있어
自廣東轉入北京(자광동전입북경) : 광동으로부터 북경으로 옮겨왔는데
有數理曆法之書(유수리력법지서) : 수리(數理)와 역법(曆法)에 관한 책을 가지고 있었다고
使行之從燕還者(사행지종연환자) : 사신으로 갔던 무리 가운데 북경에서 돌아온 어떤 사람이
或傳其說(혹전기설) : 간혹 그 예기를 전하였다.
盖其國(개기국) : 대저 그 나라는
與古之大秦同在西域之西(여고지대진동재서역지서) : 옛날의 대진과 같이 서역의 서쪽에 있으나
與古來諸國逈殊云(여고래제국형수운) : 예로부터 내려오는 여러 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하니,
噫天下廣矣(희천하광의) : 오호라! 천하는 넓고도 넓으며
生民之來久矣(생민지래구의) : 사람이 생겨난 지는 오래구나.
未知後世果有巨人一目之國(미지후세과유거인일목지국) : 후세에 과연 외눈박이 거인의 나라가 있어
復自東南來(부자동남래) : 다시 동남쪽으로부터 와서
通於此世否(통어차세부) : 이 세상과 통교를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盖異風殊道之國(개이풍수도지국) : 무릇 풍속이 다르고 법도가 틀린 나라가
星羅碁布於普天之下(성라기포어보천지하) : 하늘 아래의 별처럼 늘어서 있고 바둑돌처럼 포석되어 있다가
時移物換而逐漸交通(시이물환이축점교통) : 시대가 흐르고 사물이 교환되면서 점차 서로 통하게 되는 것이니
想於神市氏之世(상어신시씨지세) : 생각건대 신시씨의 시대에
坐而論之(좌이론지) : 앉아 세상을 얘기하면서
則安知世間有奄蔡安息天竺大秦之國耶(칙안지세간유엄채안식천축대) : 이 세상에 엄채나 안식이며 천축이나 대진과 같은 나라가 있었음을 어찌 알았겠는가.
然則高辛氏之世(연칙고신씨지세) : 그러한 즉 고시씨 세대에
所謂執中而遍天下(집중이편천하) : 이른바 한가운데를 잡아 그 교화가 천하에 두루 미치니,
日月所照(일월소조) : 해와 달이 비치고
風雨所至(풍우소지) : 비와 바람이 닿는 곳마다
莫不服從者(막부복종자) : 복종치 않는 자가 없었다라고 한 것은
盖亦自好之說也(개역자호지설야) : 아마도 스스로를 훌륭하게 여긴 말일 것이다.
余嗤之可惜(여치지가석) : 내가 남몰래 냉소하면서도 애석해 하는 것은
近世學者(근세학자) : 근세의 학자들이
拘於漢籍(구어한적) : 한나라의 서적에 얽매여
溺於儒術(닉어유술) : 유교의 술수에 빠져
然以外夷自甘(연이외이자감) : 그렇게 하여 <바깥 오랑캐(外夷)>라는 말을 스스로 달갑게 받아들여서
動稱華夷之說(동칭화이지설) : 걸핏하면 <화이(華夷)>의 논리를 입에 올리는 일이다.
余於盛筵(여어성연) : 내가 어느 성대한 잔치 자리에서
賓朋齊會(빈붕제회) : 손님이며 벗들과 함께 모였는데
皆雄談峻論之輩(개웅담준론지배) : 모두 뛰어난 말솜씨로 그럴싸한 말들을 하는 무리들이기에
余因醉揚臂而呼曰(여인취양비이호왈) : 내가 취기를 빌어 팔뚝을 걷어올리고 탄식하며 이르기를
君等皆云華夷(군등개운화이) : 그대들이 모두 화이(華夷)를 말하는데
焉知我非華(언지아비화) : 우리가 어찌 중화가 아닐 것이며
而中原之爲夷耶(이중원지위이야) : 중원이 도리어 오랑캐가 됨을 그대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且夷者(차이자) : 또한 이(夷)라고 함은
從大從弓(종대종궁) : '크다'는 것과 '활'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하여
東人之稱(동인지칭) : 동방의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서
太古我朝鮮(태고아조선) : 오랜 옛적 우리 조선이
以武强鳴於世(이무강명어세) : 무예가 강성하여 세상에 이름을 드날린 때문에
故中原之士(고중원지사) : 중원의 선비들이
聞風懼之(문풍구지) : 그 풍문을 듣고 두려워하였으니
夷豈是戎狄之賤名耶(이기시융적지천명야) : 이(夷)가 어찌 융(戎)이나 적(狄)과 같은 천한 이름이겠는가
國自上古(국자상고) :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人皆强勇質直雅(인개강용질직아) : 사람들이 모두 굳세고 날래며 품성 또한 강직하고 올바르기에
好禮讓(호례양) : 평소에도 예의와 양보를 좋아하여
中土有東方君子之國之稱焉(중토유동방군자지국지칭언) : 중원에는 <동방 군자의 나라>라는 말이 있게 되었는데
我國豈本戎狄之類哉(아국기본융적지류재) : 우리나라가 어찌 그 근본이 융·적 등의 무리와 같다는 말인가
鴨水以外(압수이외) : 압록강 바깥
縱橫萬里之地(종횡만리지지) : 사방 1만 리의 땅은
是乃我往聖先民(시내아왕성선민) : 예전에 우리의 성인과 선민들이
艱苦經營之地也(간고경영지지야) : 어려움으로 일구어 온 땅인데
豈本是漢家物耶(기본시한가물야) : 어찌 본시 한나라 놈들의 물건이겠는가
孔子之世(공자지세) : 공자의 시대에
周室旣衰(주실기쇠) : 주(周) 왕실이 이미 쇠퇴하여
外族交侵(외족교침) : 바깥 민족들이 번갈아 침범하니
王敗死於犬戎(왕패사어견융) : 여왕이 견융(犬戎)에게 패하여 죽게 되었고
其他北狄荊蠻山戎無終之屬(기타북적형만산융무종지속) : 그 밖에 북융(北戎)이며 형만(荊蠻)과 산융(山戎) 등 끊임없는 무리들이
侵不已(침부이) : 침략하기를 마지않았으며,
我族亦以是時(아족역이시시) : 우리민족 또한 이때에
威振中土(위진중토) : 위엄을 중토에 떨쳤었다.
故孔子(고공자) : 그래서 공자가
慨王政之不敷(개왕정지부부) : 왕의 다스림이 널리 미치지 못함을 개탄하고
恨列國之交侵(한렬국지교침) : 여러 나라가 번갈아 침범함을 한탄하며
有志而作春秋(유지이작춘추) : 뜻이 있어서 <춘추>를 지었기에
尊華攘夷之說(존화양이지설) : 중화를 받들고 오랑캐를 내친다는 말이
於是乎始立(어시호시립) : 이때 비로소 쓰여지게 되었다.
若使孔子(약사공자) : 만약 공자가
生於我邦(생어아방) :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더라면
則寧不指中土而謂戎狄之地乎(칙녕부지중토이위융적지지호) : 오히려 중토를 가리켜 오랑캐의 땅이라고 어찌 말하지 않았겠는가라고 하니
滿座冷笑或驚怪(만좌랭소혹경괴) : 모든 사람들이 비웃기도 하고 혹은 놀랍게 생각하기도 하였으며
不小縱有然之者(부소종유연지자) : 적지 않게는 사뭇 수긍하는 자도 있었으나
竟不快應(경부쾌응) : 결국에는 모두 쾌히 응하지 않기에
余蹴床而起(여축상이기) : 내가 상을 박차고 일어나니
人皆謂淸狂殊甚(인개위청광수심) : 사람들이 모두 광기가 매우 심하다고 말하였다.
可難歎(가난탄) : 탄식할 만하다
前者(전자) : 예전에
滿洲之有(만주지유) : 만주에 허물이 있다 하여
廟議紛斥和者(묘의분척화자) : 조정에서 화친이니 배척이니 하며 의견이 분분하였는데,
亦以尊周爲重(역이존주위중) : 이 또한 주나라 왕실을 높이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까닭이기에
余不知其可矣(여부지기가의) : 나는 그것이 옳은지 알지 못하겠다.
若余復出此言於輩(약여부출차언어배) : 만일 내가 또 다시 동년배들에게 이 말을 끄집어낸다면
則渠等應必大驚小怪(즉거등응필대경소괴) : 그네들은 응당 반드시 크게 놀라긴 하여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殆將不齒(태장부치) : 아마도 장차 친구로 끼워 주지도 않을 것인데
豈怪彼輩言(기괴피배언) : 그렇다고 어찌 저들의 말만을 이상하다 하겠는가.
箕子之化則信(기자지화즉신) : 기자(箕子)가 교화를 베풀었다는 것은 믿으면서
漢武之討滅則信(한무지토멸즉신) : 한무제가 조선을 쳐서 멸망시켰다는 것은 믿으면서
唐高之平定則信(당고지평정즉신) : 당고종이 고구려를 평정하였다는 것은 믿으면서
而殊不知我先民却有赫赫武勳之有足誇耀者耶(이수부지아선민각유혁혁무훈지유족과요자야) : 우리의 선조들에게 충분히 자부할 만한 빛나는 무훈이 있었음을 특별히 알지 못하는가
余悲(여비) : 은 내가 슬퍼하는 것은
世俗不察其變漫(세속부찰기변만) : 세속에서는 인식이 제멋대로 변한 점은 살피지 않고
以仲尼尊攘之意(이중니존양지의) : 중니가 높이고 깎아 내린 것만을 가지고
自誤焉(자오언) : 스스로를 그르치고 있다는 점이다.
夫神市肇降之世(부신시조강지세) : 무릇 신시씨가 처음 내려온 세상은 山無蹊隧(산무혜수) : 산에는 길이나 굴이 없었고
澤無舟梁(택무주량) : 못에는 배나 다리가 없었으며
禽獸成(금수성) : 날짐승과 들짐승은 무리를 이루고 있었고
草木遂長(초목수장) : 풀과 나무는 무성히 자라났다.
民與禽獸居(민여금수거) : 백성들은 금수와 함께 거처하며
族與萬物幷(족여만물병) : 만물과 더불어 어울리니
禽獸可係而遊(금수가계이유) : 금수는 굴레를 매어 같이 노닐 수 있었고
鳥鵲之巢可攀援(조작지소가반원) : 새나 까치의 보금자리는 기어오를 수 있었고
而飢食渴飮(이기식갈음) : 주리면 먹고 목마르면 마심에
時用其血肉(시용기혈육) : 때때로 그 피와 고기를 이용했으며
織衣耕食(직의경식) : 옷감을 짜서 옷을 해 입고 밭을 갈아 음식을 먹으며
隨便自在(수편자재) : 편함에 따라 있는 그대로 지내니
是謂至德之世也(시위지덕지세야) : 이것이 바로 이른바 덕에 이른 세상이다.
民居不知所爲(민거부지소위) : 백성들은 살아가면서도 그 행하는 바를 느끼지 못하였고
行不知所之(행부지소지) : 나아가면서도 그 가는 곳을 의식하지 않았으니
其行塡塡(기행전전) : 그 행위는 당당하고
其視顚顚(기시전전) : 그 시야는 한결 같았다.
含哺而熙(함포이희) : 배불리 먹고 기뻐하며
鼓腹而遊(고복이유) : 배를 두드리고 노닐며
日出而起(일출이기) : 해가 뜨면 일어나고
日入而息(일입이식) : 해가 지면 쉬니
盖天澤洽化(개천택흡화) : 대저 하늘의 은혜가 널리 미쳐
而不知窘乏者也(이부지군핍자야) : 궁핍함을 알지 못한 것이리라.
降至後世(강지후세) : 후세에 내려와
民物益繁(민물익번) : 백성과 사물이 더욱 번창해지며
素樸漸離(소박점리) : 소박함에서 점차 멀어지고
勞勞孜孜(로로자자) : 힘쓰며 쉬지 않고 노력하니
始以生計爲慮(시이생계위려) : 비로소 생계를 근심거리로 삼게 되었다.
於是焉(어시언) : 이에
耕者爭畝(경자쟁무) : 밭을 가는 자는 이랑을 다투고
漁者爭區(어자쟁구) : 고기를 잡는 자는 구역을 다투는데
非爭而得之(비쟁이득지) : 다투어 얻지 못하면
則將不免窘乏矣(즉장부면군핍의) : 장차 궁핍함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如是而後(여시이후) : 이처럼 된 후에
弓弩作而鳥獸遁(궁노작이조수둔) : 활이며 쇠뇌를 만드니 날짐승과 들짐승은 달아나 버렸고
網設而魚鰕藏(망설이어하장) : 그물을 만들어 설치하니 물고기와 새우들은 숨어 버렸다.
乃至刀戟甲兵(내지도극갑병) : 이에 칼과 창이며 갑옷과 병사가 생기고
爾我相攻(이아상공) : 너와 내가 서로 공격하여
磨牙流血(마아류혈) : 이를 갈고 피를 흘리며
肝腦塗地(간뇌도지) : 간과 뇌를 꺼내어 땅에 바르니
此亦天意之固然而不可怨者也(차역천의지고연이부가원자야) : 이것 또한 하늘의 뜻이라면 원망하지 못할 것이다.
余嘗觀(여상관) : 내가 일찍이 보건대
夫小兒出胎門(부소아출태문) : 어린아이가 막 태문(胎門)을 나서면서
便救我救我者(편구아구아자) : 곧 응애(救我) 응애(救我) 라고 부르짖는 것은
盖求其哺也(개구기포야) : 대개 먹을 것을 구하는 것이며,
至行走(지행주) : 막 걷게 되어
便會打打者(편회타타자) : 곧 서로 토닥거리며 쎄다 쎄다고 할 수 있는 것은
欲其求强也(욕기구강야) : 강함을 추구하고자 하는 까닭이다.
余於是乎(여어시호) : 내가 이로서
知爭戰之不可免也(지쟁전지부가면야) : 다투고 싸우는 것이 면하기 어려운 것인 줄 알게 되었다.
夫月氏大秦之屬(부월씨대진지속) : 무릇 월씨나 대진의 무리에 대해서
余不知其詳(여부지기상) : 내가 그 상세한 바를 알지 못하나,
至若中國與倭(지약중국여왜) : 한(漢)나라와 왜(倭) 같은 것은
接隣之國也(접인지국야) : 인접한 나라로서
翼在左右而我國介處其間(익재좌우이아국개처기간) : 날개와 같이 좌우에 있고 우리나라는 그 가운데에 끼여 있어서
從古交爭最繁(종고교쟁최번) : 예로부터 갈마들어 다툼이 가장 빈번하였으니,
是亦必然之勢也(시역필연지세야) : 이는 필연적인 형세이다.
神市氏之御世已遠(신시씨지어세이원) : 신시씨가 세상을 다스린지 이미 오래되니
而民物之生愈往愈博(이민물지생유왕유박) : 백성과 사물이 번성하여 가면 갈수록 넓게 퍼졌다.
民物之生愈博(민물지생유박) : 백성과 사물이 번성하여 넓게 퍼져
而所以彼服飮食奉生送死之具(이소이피복음식봉생송사지구) : 덮고 입으며 마시고 먹는 일과 생전에 봉양하고 죽은 후에 장사지내는 일 등에서
愈見其耗(유견기모) : 모두 그 소비가 눈에 뛰게 늘었다.
是以始之熙熙者(시이시지희희자) : 이로서 처음에는 화락하기만 하다가
漸至忙忙(점지망망) : 점차 다급하게 되어 가니
夫忙忙求索者(부망망구색자) : 무릇 다급하게 무엇을 구하고 찾다 보면
豈非爭亂之階歟(기비쟁란지계여) : 다투고 싸우는 순서를 어찌 밟지 않겠는가.
及夫有巢燧人者(급부유소수인자) : 대저 유소씨나 수인씨는
西方之君也(서방지군야) : 서방의 임금이요,
神市蚩尤者(신시치우자) : 신시씨와 치우씨는
東方之君臣也(동방지군신야) : 동방의 임금과 신하이다.
御世之初(어세지초) : 세상을 다스리던 초기에는
各據一方(각거일방) : 각각 한쪽에 웅거하고 있었는데,
地域逈殊(지역형수) : 땅의 구역이 사뭇 다르고
人烟不通(인연부통) : 인가(人家)는 서로 통하지 않았으니
民知有我而不識有他(민지유아이부식유타) : 백성들은 자기들만 있는 줄 알고 다른 사람들이 있음을 인식하지 못했던 까닭에
故狩獵採伐之外(고수렵채벌지외) : 수렵하고 채벌하는 일 외에는
曾無險役(증무험역) : 별다른 힘든 일이 없었다.
降至數千載之後(강지수천재지후) : 수천 년을 내려온 뒤
而世局已變(이세국이변) : 세상의 형세는 이미 변화하였으며
且中國者(차중국자) : 또한 중국은
天下之寶庫也(천하지보고야) : 천하의 보고(寶庫)로서
沃野千里(옥야천리) : 기름진 벌판이 천리에 뻗어 있어
風氣恢暢(풍기회창) : 바람은 널리 퍼지고 기온은 화창하니
我族之分遷西南者(아족지분천서남자) : 우리 민족 가운데 서남쪽으로 나누어 옮겨간 자들은
垂涎而轉進(수연이전진) : 대단히 탐을 내어 더욱더 나아갔으며
中土之民(중토지민) : 중토의 백성들
亦湊集而萃會(역주집이췌회) : 역시 꾸역꾸역 모여들게 되었다.
於是焉(어시언) : 이리하여
黨同異而干戈胥動(당동이이간과서동) : 자기편끼리는 도와서 무리를 이루고 다른 편은 원수로 삼아 창과 방패로 서로 충동하니
此實萬古爭戰之始也(차실만고쟁전지시야) : 이것이 바로 오랜 옛날의 전쟁의 시작이다.
初炎帝之世(초염제지세) : 처음 염제(炎帝)의 세대에
中土之漸民至盛阜(중토지점민지성부) : 중토는 점차 백성이 번성하여 많아졌으며
穀麻藥石之術(곡마약석지술) : 곡식을 일구고 삼베를 삼으며 약과 침을 쓰는 기술
亦已稍備(역이초비) : 또한 점차 갖추어져 갔다.
及累傳至於楡罔之世(급루전지어유망지세) : 이로서 여러 세대를 전하여 유망(楡罔)에 이르니
而爲政束急(이위정속급) : 정치에 있어서는 단속하기 급급하고
諸侯携貳(제후휴이) : 제후들은 두 마음을 지녔으며
民心離散(민심리산) : 민심은 흩어져
世道多艱(세도다간) : 세상의 도는 어렵기만 하였다.
我蚩尤氏與其民衆(아치우씨여기민중) : 우리 치우씨는 백성의 무리와 함께
虎踞河朔(호거하삭) : 황하의 이북 땅에 범처럼 앉아서
內養兵勇(내양병용) : 안으로 용맹스러운 병사를 기르고
外觀時變(외관시변) : 밖으로 시대의 변화를 지켜보다가
及觀楡罔之衰政(급관유망지쇠정) : 유망의 정치가 쇠잔하였음을 보고
乃興兵出征(내흥병출정) : 이내 병사를 일으켜 출정하였다.
選兄弟宗黨可將者八十一人(선형제종당가장자팔십일인) : 형제와 종실의 무리 가운데 장군으로 삼을 만한 사람 81명을 선발하여
部領諸軍(부령제군) : 부장(部將)으로써
發葛盧山名之金(발갈로산명지김) : 모든 군사를 통솔케 하고
大制劒鎧矛戟大弓矢(대제검개모극대궁시) : 갈로산(葛盧山)의 쇠를 캐내어 칼이며 갑옷과 중기창과 가닥창, 큰 활과 화살 등을 많이 만들어
一幷齊整(일병제정) : 모두 가지런히 하고는
乃發鹿而登九渾(내발록이등구혼) : 탁록으로 출발하여 구혼(九渾)에 올라
連戰連捷(련전련첩) : 연전연승하니
勢若風雨(세약풍우) : 그 형세가 마치 비바람과 같아서
伏萬民(복만민) : 세상의 만민은 두려워 엎드리고
威振天下(위진천하) : 그 위세는 천하에 떨치게 되었다.
一歲之中(일세지중) : 한 해 만에
凡拔九諸侯之地(범발구제후지지) : 무릇 아홉 제후의 땅을 빼앗고
更就雍狐之山(경취옹호지산) : 다시 옹호산(雍狐山)에 나아가
發水金而制芮戈及雍狐之戟(발수김이제예과급옹호지극) : 수금(水金)을 캐어 끈 달린 방패와 가지창 및 옹호창을 제작하여
再整兵而出洋水(재정병이출양수) : 새로 병사를 정비하고 양수(洋水)를 떠나
殺至空桑(살지공상) : 파죽지세로 공상(空桑)에 이르렀다.
空桑者(공상자) : 공상은
今之陳留(금지진류) : 지금의 진류(陳留)로서
楡罔所都也(유망소도야) : 유망이 도읍하던 곳이다.
一歲之中(일세지중) : 한 해 만에
更兼十二諸侯之國(갱겸십이제후지국) : 다시 열두 제후의 나라를 합치니
殺得伏尸滿野(살득복시만야) : 죽어 엎어진 시체는 들녘에 가득하기에
中土之民(중토지민) : 중토의 백성들은
莫不喪膽奔竄(막부상담분찬) : 간담이 서늘하여 달아나 숨지 않은 자가 없었다.
時楡罔使少顥拒戰(시유망사소호거전) : 이때에 유망이 소호(少顥)로 하여금 막아 싸우게 하니
蚩尤氏揮雍狐之戟(치우씨휘옹호지극) : 치우씨는 옹호창을 휘두르며
大戰少顥(대전소호) : 소호와 크게 싸우면서
又作大霧(우작대무) : 또한 큰 안개를 일으켜
使敵兵昏迷自亂(사적병혼미자란) : 적병으로 하여금 혼미한 가운데 스스로 혼란케 함에
少顥大敗(소호대패) : 소호는 크게 패하고
落荒而走入空桑(락황이주입공상) : 황망히 물러나 공상으로 들어가더니
與楡罔出奔反入鹿(여유망출분반입록) : 유망과 함께 도망 나와서 되돌아 탁록으로 들어갔다.
蚩尤氏乃於空桑卽帝位(치우씨내어공상즉제위) : 치우씨는 이에 공상에서 제위에 오르고
回兵圍攻於鹿之野(회병위공어록지야) : 병사를 되돌려 탁록의 들판을 에워싸고 공격하여
又大破之(우대파지) : 또 크게 패퇴시켰다.
管子所謂天下之君(관자소위천하지군) : <관자(管子)>에 이른바 천하의 임금이
頓戟一怒(돈극일노) : 창을 들고 한번 크게 노하니
伏尸滿野者(복시만야자) : 엎어진 시체는 들판에 가득하였다라고 한 것은
是也(시야) : 바로 이것이다
時有軒轅者(시유헌원자) : 이때에 헌원(軒轅)이란 자가 있어
聞知楡罔敗走而蚩尤氏爲帝(문지유망패주이치우씨위제) : 유망은 패하여 달아나고 치우씨가 제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欲代以爲君(욕대이위군) : 대신 임금이 되고자
乃大興兵(내대흥병) : 크게 군사를 일으켜
與蚩尤氏拒戰(여치우씨거전) : 치우씨에게 대항하여 싸웠다.
蚩尤氏(치우씨) : 치우씨는
大戰軒轅於鹿(대전헌원어록) : 탁록에서 헌원과 크게 싸우며
縱兵四蹙(종병사축) : 병사를 풀어 사방에서 내려치니
斬殺無算(참살무산) : 참살시킨 자는 수도 없었으며
復作大霧(부작대무) : 다시 큰 안개를 일으켜
令敵軍心慌手亂(령적군심황수란) : 적군으로 하여금 마음이 흐려지고 손발이 떨리게 하니
奔竄逃生(분찬도생) : 헌원은 급히 달아나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於是淮岱冀之地(어시회대기지지) : 이리하여 회대(淮岱)와 기연(冀 )의 땅을
盡爲所據(진위소거) : 모두 점거하였으며,
乃城於鹿(내성어록) : 탁록에 성을 쌓고
宅於淮岱(택어회대) : 회대에 자리잡아서
遷徙往來(천사왕래) : 옮겨 왕래하며
號令天下(호령천하) : 천하를 호령하게 되었다.
盖是時(개시시) : 대개 이때의
中土之人(중토지인) : 중토 사람들은
徒憑矢石之力(도빙시석지력) : 단지 화살과 돌의 힘에 만 의지할 뿐
不解鎧甲之用又値(부해개갑지용우치) : 갑옷의 쓰임이나 가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였으며
蚩尤氏法力高强(치우씨법력고강) : 치우씨의 법력이 높고도 강함에
心驚膽寒(심경담한) : 마음이 놀라고 간담이 서늘해져
每戰輒敗(매전첩패) : 매번의 싸움마다 번번이 패하였다.
雲軒轅記之所謂蚩尤始作鎧甲兜(운헌원기지소위치우시작개갑두) : <운급헌원기>에 치우씨가 처음으로 갑옷과 투구를 만들었는데
時人不知(시인부지) : 이때의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以爲銅頭鐵額者(이위동두철액자) : 구리 머리에 쇠로 된 이마로 여겼다고 한 것을 보면
亦可想見其狼狽之甚矣(역가상견기랑패지심의) : 그 낭패가 매우 심하였음을 상상하여 볼 수 있을 것이다.
蚩尤氏益整軍容(치우씨익정군용) : 치우씨가 더욱 군대의 위용을 가다듬고
四面進擊(사면진격) : 사방을 진격하며
十年之間(십년지간) : 십년동안
與軒轅戰七十餘回(여헌원전칠십여회) : 헌원과의 싸움을 칠십여 차례나 하였으나
將無疲色(장무피색) : 장수는 피로한 기색이 없고
兵不退(병부퇴) : 병사는 물러서지 않았다.
後軒轅(후헌원) : 후에 헌원이
旣屢敗(기누패) : 이미 여러 번 패하더니
乃復大興士馬(내부대흥사마) : 이에 다시 병사와 군마를 크게 일으키고
效蚩尤氏而廣造兵甲(효치우씨이광조병갑) : 치우씨를 흉내내어 군사들의 갑옷을 널리 제작하였으며
又制指南之車(우제지남지차) : 또한 지남(指南) 수레를 만들어 놓고
期日會戰(기일회전) : 더불어 싸울 날을 기다렸다.
時蚩尤氏(시치우씨) : 이때 치우씨가
仰觀天乾象(앙관천건상) : 우러러 천체의 형상을 관찰하고
俯察人心(부찰인심) : 굽어 민심을 살펴보니
深知中土旺氣漸盛(심지중토왕기점성) : 중토에 왕성한 기운이 점차 번성해지고
且炎帝之民(차염제지민) : 또한 염제의 백성들이
所在固結(소재고결) : 곳곳에서 굳게 단결하여
不可勝誅(부가승주) : 가볍게 모두 죽여 버릴 수 없으며
各事其主(각사기주) : 더욱이 각각 그들의 군주를 섬기는데
不可漫殺無辜(부가만살무고) : 무고하게 함부로 죽일 수 없음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乃決意退還(내결의퇴환) : 이에 물러나 돌아갈 것을 마음먹고
使兄弟宗黨(사형제종당) : 형제와 종실의 무리에게
務要大戰而立威(무요대전이립위) : 요긴한 일에 힘써 크게 싸워 위세를 세움으로서
使敵不敢生意追襲(사적부감생의추습) : 적이 감히 추격하여 습격할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하여
復與軒轅大戰(부여헌원대전) : 다시 헌원과 크게 싸워
混殺一陣(혼살일진) : 한 진군을 도륙하고
然後方退(연후방퇴) : 그러한 뒤에 비로소 물러나왔다.
此時(차시) : 이때
部將(부장) : 부장 가운데
不幸有急功陣沒者(부행유급공진몰자) : 불행히도 서둘러 공을 세우려다 진중에서 전사한 자가 있었는데
史記所謂遂禽殺蚩尤者(사기소위수금살치우자) : <사기(史記)>에서 이른바 마침내 치우씨를 사로잡아 죽였다고 한 것은
盖謂是也(개위시야) : 아마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蚩尤氏(치우씨) : 치우씨는
乃東據淮岱之地(내동거회대지지) : 이에 동쪽으로 회대의 땅에 할거하고 있으면서
以當軒轅東進之路(이당헌원동진지로) : 이로서 헌원이 동쪽으로 나오는 길을 막고 있었으나
及至其沒(급지기몰) : 그가 죽자
漸至退矣(점지퇴의) : 점차 물러서기에 이르렀다.
今據漢地理誌(금거한지리지) : 지금 <한서지리지(漢書地理誌)>에 의하면
其墓吊平郡壽張縣鄕城(기묘적평군수장현향성) : 그의 묘가 적평군 수장현(壽張縣)의 향성 안에 있다 하며
中高五丈(중고오장) : 그 높이가 다섯 장(丈)이라 한다.
秦漢之際(진한지제) : 진(秦)나라와 한(漢)나라 때
住民猶常以十月祭之(주민유상이십월제지) : 주민들이 한결같이 10월에 제사를 지내면
必有赤氣(필유적기) : 반드시 붉은 기운이 있어
出如疋絳(출여필강) : 한 폭의 진홍빛 비단과도 같이 솟아오른다고 하니
民名謂蚩尤氏旗(민명위치우씨기) : 백성들이 이를 일컬어 <치우씨의 깃발>이라 이름하였다.
豈其英魂雄魄(기기영혼웅백) : 이 어찌 영웅의 혼백이
自與凡人逈異(자여범인형이) : 범상한 사람들과 사뭇 달라
歷千歲而猶不泯者歟(력천세이유부민자여) : 천년이 지나고도 오히려 사라지지 않음이 아니겠는가.
蚩尤氏雖然退歸(치우씨수연퇴귀) : 치우씨가 비록 물러나 돌아왔지만
中土以是蕭然(중토이시소연) : 중토는 이로서 쓸쓸해지고
楡罔亦不得復位(유망역부득복위) : 유망 또한 다시 그 제위(帝位)를 회복하지 못하여
炎帝之業(염제지업) : 염제의 유업은
以是永墜矣(이시영추의) : 이로서 영원히 무너지게 되었다.
自是軒轅代爲中土之主(자시헌원대위중토지주) : 이때부터 헌원이 대신 중토의 주인이 되었으니
是爲黃帝(시위황제) : 곧 황제(黃帝)이다.
而蚩尤氏兄弟諸人(이치우씨형제제인) : 그러나 치우씨의 형제들이
乃永據幽靑(내영거유청) : 유청(幽靑)의 땅에 영원히 거처하며
聲威自是不?(성위자시불?) : 그 명성과 위세가 계속되었기에
黃帝氏亦不得自安(황제씨역부득자안) : 황제는 편안하지 못하고
終其世(종기세) : 세상을 마칠 때까지
未嘗安枕高臥(미상안침고와) : 개를 높여 베고 누운 적이 없었다.
史記所謂披山通道(사기소위피산통도) : <사기>에 이른바 산을 헤쳐서 길을 내어도
未嘗寧居(미상녕거) : 편안하게 기거하지 못하고
邑于鹿之河阿(읍우록지하아) : 탁록 물가 언덕에 도읍만 정하고서
遷徙往來無常處(천사왕래무상처) : 이리저리 옮겨 다니니 항상 거처하는 곳은 없었으며
以師兵爲營衛者(이사병위영위자) : 군사와 병졸들로 진영을 호위하게 하였다고 한 것은
盖其戰競之意(개기전경지의) : 그 전전긍긍해 하는 뜻을
歷歷可觀(력력가관) : 역력히 볼 수 있다.
而尙書呂刑亦云若古有訓(이상서려형역운약고유훈) : <상서(尙書)>의 <여형편(呂刑編)>에 또한 예로부터 내려오는 교훈에
蚩尤惟始作亂(치우유시작란) : 치우씨가 오직 처음으로 난을 일으켰다고 하였다고 말한 것은
彼之畏威(피지외위) : 그들이 위세를 두려워하여
而世傳其訓(이세전기훈) : 대대로 그 교훈을 전하고자 함이
亦甚明矣(역심명의) : 또한 분명하다.
其後(기후) : 그 후
三百餘年無事(삼백여년무사) : 삼백여 년은 아무일 없이 없었고
只與少昊氏戰(지여소호씨전) : 단지 소호씨(少昊氏)와 더불어 싸워
破之(파지) : 이를 격파하였다
以至檀君元年前後(이지단군원년전후) : 단군 원년에 이르기까지 전후하여
凡闕千歲(범궐천세) : 무릇 궐천년(闕千歲)이 된다.
闕者(궐자) : 궐(闕)이란
萬之稱也(만지칭야) : 만(萬)을 가리키는 것이다.
今之稱久遠者(금지칭구원자) : 요즘 아주 오래 되었음을 말할 때는
必曰闕千歲(필왈궐천세) : 반드시 ‘궐천년’이라 말한다.
闕千歲者(궐천세자) : ‘궐천년’이란
盖神市氏之御世(개신시씨지어세) : 아마도 신시씨가 세상을 다스리기 시작한 이후로
至萬千歲(지만천세) : 1만 1천년이 흘렀다는 것이니
寔爲我國最長年代故也(식위아국최장년대고야) : 이는 진실로 우리나라가 가장 긴 연대를 지진 까닭이 된다
或曰神市氏之後(혹왈신시씨지후) : 혹은 신시씨의 뒤로
高矢氏與蚩尤氏(고시씨여치우씨) : 고시씨가 치우씨와 더불어
相繼爲君(상계위군) : 서로 계속하여 임금이 되었으니
前後合算(전후합산) : 그 앞뒤를 합하여 보면
爲闕百歲(위궐백세) : 1만 1백년이 되고
而檀君復立云(이단군복립운) : 단군이 또 다시 나라를 일으킨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此說亦近理(차설역근리) : 이러한 얘기 또한 이치에 가까우나
大抵(대저) : 대저
太古之事(태고지사) : 오랜 옛적의 일은
鴻荒闊遠(홍황활원) : 너무 오래고 멀어서
不可得而詳矣(부가득이상의) : 상세하게 알 수 없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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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고할멈 까지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