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 되는 폭염이다. 지난 주말이 입추 이기는 하나 서늘한 바람이 불기는 아직 이르다.
그래도 지난밤 새벽 한줄기 소나기가 내린 탓에 아침 공기는 제법 시원해 졌는데 방송에는 오늘도 여전히 더을 것이란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에는 밀양의 얼음골 어디메 쯤이나 아니면 표충사 계곡물 좋고 그늘진 곳에 앉아 흐르는 물에 수박 담가 놓고 평상위에 앉아 더위를 식혀봄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이다
臨溪茅屋獨閑居(임계모옥독한거) 시내가 오두막에 홀로 한가로이 사니 月白風淸興有餘(월백풍청흥유여) 달은 밝고 바람은 맑아 흥취가 많아라. 外客不來山鳥語(외객불래산조어) 외부 손님은 아니 오고 산새는 지저귀는데 移床竹塢臥看書(이상죽오와간서) 대밭에 평상 옮겨 누워서 책을 보노라.
그리고 실제 경함을 해 보니 더위로 체온이 올라가 땀이 흐를때 시원한 먹꺼리를 먹으면 순간적인지는 몰라도 체온이 내려 간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이열치열이라 했지만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이 때로는 달리할 때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 또래의 시골 출신 친구들 만나면 요즘 같이 더위가 지속되고 심신이 지쳐갈 즈음 보리밥에 냉국 이야기를 많이 하며 그때가 좋았노라고 이야기들 한다.
먹을 것이 귀했던 폭염의 여름 날 한참 성장을 하는 나이 이니 밥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팠던 때라 요즘 처럼 먹꺼리나 간식이 풍족하지도 않았고 하니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곳이 실겅위에 보리쌀 삶아 놓은 소쿠리로 손이 가는 것인데 ...
그 이야기가 나오면 너나 할 것없이 친구들 공통적인 추억 꺼리고 이야기 꺼리가 되어 저마다 하나 쯤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옛날에 보리밥을 하는 과정은 지금 처럼 간단치가 않아 1차 보릿쌀을 삶아 실겅위에 보관을 했다가 2차로 다시 솥에 넣어 밥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보리쌀이 퍼져서 밥도 부드러우며 식감도 좋고 양도 많아지니 보족한 식량에 양에 대한 시각적인 만족감을 줄수 있었을 것이다.
실겅위의 보리 밥이란 안방 대청앞 처밑에 설치 해 놓은 실겅위에다 1차로 보릿쌀을 삶아 퍼지기 전 단계의 상태에서 임시로 보관 해놓은 삶은 보릿쌀을 말 하는 것으로
그때만 해도 쥐가 많을 때 이니 사람의 눈길이 있는 곳이라야 쥐가 오지 않으니 쥐도 피하고 통풍이 좋으니 쉽게 변하지도 않은 곳이라 음식을 보관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 였을 것이다.
보릿고개에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들의 공통적인 이야기가 꽁보리밥에 대한 추억이다.
성장기의 어린 시절 배는 출츨하고 하니 실겅위의 보리쌀 삶아놓은 것에 손이 자주 갔다는데 그 거치른 식감에 모래알 처럼 입안에서 돌고도는 보리쌀의 무덤덤한 맛
달콤한 것도 아니고 구수한 것도 아닌데 그 것이 그렇게 맛이 있있다는 친구들 이야기는 한결 같은데 아마도 그 것이 그리운 것은 아팠던 지난 날의 추억 때문일 것이다
망각의 곡선이 시사 하는 바는 평범하지 않은 아팠던 만큼의 기억들이 그만큼 더 오래 간다는 것이다.
오늘 같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날 오후 하루 해는 길어 활동 시간은 많고 배는 쉬이 고파오니 본능적으로 손이 간 곳이 실겅위에 보릿쌀 삶아 올려 놓은 소쿠리 였을 것인데 뒤돌아 보면 그 것이 아픔이 었고 추억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 또래들은 보리밥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지만 우리 보다 나이를 더한 세대들은 정말 배고픈 시절을 살아 내셨던 모양이다.
毋曰麥硬 前村未炊(무왈맥경 전촌미취) 보리밥을 단단하여 맛없다 마라 앞마을에는 밥을 짓지 못한 집도 있다. 毋曰麻麤 視彼赤肌(무왈마추 시피적기) 삼베옷을 거칠다 마라 저 사람은 그것도 없어 붉은 살이 보인다. -奢箴/丁若鏞-
가뭄에 연이은 흉년 그렇다 보니 다음 해는 보리 수확을 하기돞 전인 봄이 되면 식량이 떨어져 춘궁기를 맞이 하고 초근목피를 구해다 끼니를 연명해야 했고
또 아직 채익지도 않은 푸른 보리를 베어다 삶고 말려 끼니를 이었다 해서 꽃피는 봄날의 낭만은 돌아볼 겨를도 없이 그 시절의 배고팠던 해마다의 봄 날을 보릿고개 라고 했단다
한 닞의 열기는 더위를 더해 가고 매미 소리 향수를 불러 올 때면 나는 가끔 유년기 그 시절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다.
식은 보리밥 한 그릇에 풋고추와 돤장 그리고 시원한 오이냉국 한 그릇이 전부였던 점심 이였지만 풍족한 오늘 날의 밥상보다 그 옛날이 꽁보리밥의 간결함 더 그립다
또 저녁 나절 서산에 해가 기울고 땅거미가 내려 앉으면 소먹이고 집으로 돌아와 우물가에서 등목을 치고 나면 마당 한켠에선 모깃불이 피어 오른다.
어둑어둑 어둠이 내려 앉은 평상에 앉아 강된장 긇여 호박잎에 보리밥 쌈사먹던 그 추억들....
寓形宇內復幾時 (우형우내복기시) 이 몸이 세상에 남아 있을 날이 그 얼마이리. 曷不委心任去留 (갈불위심임거류) 어찌 마음을 대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으며. 胡爲乎遑遑欲何之 (호위호황황욕하지) 이제 새삼 초조하고 황망스런 마음으로 무엇을 욕심낼 것인가 富貴非吾願 (부귀비오원) 돈도 지위도 바라지 않고, 帝鄕不可期 (제향불가기) 죽어 신선이 사는 나라에 태어날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懷良辰以孤往 (회양진이고왕) 좋은 때라 생각되면 혼자 거닐고, 或植杖而耘 (혹식장이운자) 때로 는지팡이 세워 놓고 김을 매기도 한다. 登東皐以舒嘯 (등동고이서소) 동쪽 언덕에 올라 조용히 읊조리고, 臨淸流而賦詩 (임청류이부시)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는다. - 도연명의 귀.궈래사 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