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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노삼모 회원님들.. 반갑습니다. ^^
외환과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오늘 미국발 기사로 2개 대형 금융회사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하루만에 주가가 82% 폭락해서 상장폐지절차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앞으로 미국에서 터져나오는 곡소리가 줄을 이을 것으로 예견되고 있습니다. 경기가 이만하면 바닥아닌가..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바닥밑에 지하실로 기어들어갈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하여 환율과 주식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1. 환율
당연한 얘기지만, 환율이 요동치는 것은 어쨌거나 달러의 쏠림 때문이지요.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사상 초유의 악재'로 불리는 데에는 미국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겨져 온 '신용(Credet)의 지축이 흔들려 버렸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것이 미국발 금융대란을 야기하고 전 세계로 쓰나미 되어 번지고 있는 것이지요.
서브(Sub.非) / 프라임(Prime.優良) / 모기지(Mortgage.擔保) / 론(Loan.貸出) = 즉 '비우량담보대출'이라는 용어는 하도 많이 거론되어 모르는 분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무엇을 담보로 한 대출이냐 하면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담보로 받은 대출상품이고, 이러한 주택담보금융상품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 금융시장에서 가장 안전빵인 대출상품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지요.
흔히 우리가 알고 있기로, 미국에서 주택가격의 10~20% 자금만 있으면 나머지를 금융기관에서 장기저리로 대출받아 주택장만이 가능했던 데에는 비교적 안정된 부동산시장, 금융기관의 신용평가, 개인의 신용과 사회적 인식 등에 대한 전반적인 믿음이 확고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근간이 이번에 뿌리째 흔들려버린 것이 문제의 발단입니다.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상품이 워낙 안전하고 인기있는 상품으로 자리 잡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상품 양산에 돌입한 것이 비극의 서막이었고,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평가기준으로는 우량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엔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들에까지 대출을 주는 상품이 마치 새로운 틈새시장인 양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던 겁니다. 물론 이자가 높다는 것이 옵션인 셈이지요.
결국, '비우량' 금융기관이 '비우량' 고객에게 무리한 '고금리' 상품을 팔며 고리대금업을 하다가 '비우량' 고객들의 이자납입 불능으로 연체가 속출하고, 때마침 오랜 세월 누적되어 온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전반적 주택가격을 하락시키자 금융기관들은 채권확보에 나서게 되고, 상환불능-압류-경매-자산가치하락-파산-상환불능의 악순환 고리가 반복되는 늪에 모두가 빠지게 된 것이지요.
결국, 대출원금조차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은행들은 부실과 파산의 길을 걷고, 그 뒤에 큰 자금을 대주던 대형 금융기관들까지 줄줄이 코가 꿰어 뱅커랍(Bankrupt)행 열차에 동승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 서브프라임모기지론 비극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이 사태가 단순히 금융대란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가 97년에 겪었던 IMF시절을 돌이켜 보면, 당시 대출을 끼고 주택을 마련했던 많은 사람들이 IMF 치하 고금리 부담을 견디다 못해 결국 집을 압류당하고 경매로 날리거나 파산된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만, 주택담보대출 상환불능으로 인한 손실과 피해는 직장을 잃는 경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한 가정의 경제에 치명적인 데미지를 남기게 됩니다.
주택담보대출상환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우선 엄청난 고율의 연체이자가 누적되기 시작하면서 부채의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부동산은 압류, 경매를 거치는 과정에서 자산가치마저 형편없이 떨어뜨리며 처분되면서 결국 중요 자산인 부동산(거주할 집)을 잃는 것과 동시에 엄청나게 늘어난 금융채무부담은 여전히 남아있게 되는, 그래서 두고두고 괴롭힘을 당하며 변제해야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거지요.
한 가장의 파산이 자신의 경제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식 세대의 생활과 경제력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보면, 결국 부모와 자식 두 세대에 걸쳐 피해를 나누어지게 하고, 그만큼 복구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허리띠 졸라매고 또 다시 십수 년 고생해서 겨우 빚 갚고 내 집 마련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 것처럼 말이지요.
왜 이렇게 소소하게 설명을 하느냐,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층이 지금 바로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더구나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지난 수십 년간 장기저리 주택할부금융 시대를 마감하고, 줄어든 식구만큼 단촐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집을 팔거나, 아니면 더 크고 럭셔리한 주택으로 옮기면서 더 많은 대출을 일으켜야 하는 시기와도 겹쳐있기에 문제가 심각한 것입니다.
나이브한 경제전문가나 찌라시 경제면에서는 미국의 펀더멘털을 들먹이며 금융대란이 조기에 마무리될 것처럼 설레발 치면서 경제 분위기 띄우기에 혈안이지만, 과거 IMF를 겪으며 혼쭐이 났던 대부분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고 현금보유율을 높이는 땐땐모찌가 된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 경제에서 '신용(Credit)의 뿌리'를 흔들어 놓은 사건의 결과는 지표로 설명할 수 없는 후유증으로 확산되어 갈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오늘, 두 개의 미국 거대 금융기업 주가가 하루 만에 82% 폭락으로 휴지조각이 되면서 상장폐지 전단계로 옮겨가고 주식보유자들이 모두 쪽박 신세가 된 것을 보면, 미국 금융의 위력과 신용 그리고 자존심이라는 것도 시장원리에서는 한 순간에 거덜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기록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러나 죽는 녀석이 있어야 그것을 먹고 '하이에나'들이 살아가듯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데 능한 자들, 어쩌면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 위기를 충분히 조장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는 세력들에겐 또 하나의 먹이일 수 있겠지요. 거대한 자금들이 적재적소를 찾아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달러가 이동하는 것이지요. 달러의 흐름은 파도를 만들고 파고는 높게 때론 깊게 골을 팝니다. 요동치는 거지요.
미 서부를 훑고 북미를 거쳐 극동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선은 모두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 밑을 지나게 됩니다. 최악의 기상상태와 엄청난 파도로 거의 삼박사일은 죽었다 복창하고 항해를 해야 하지요. 선박 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은 묶어야 하고, 심지어 브리지 당직을 서면서도 허리에 줄을 묶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최악의 선장과 항해사들을 탑재한 'MB호'는 거친 파도와 해상상태도 예측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준비도 없이 출항했습니다. 발라스팅과 연료소모조차 계산하지 못한 어수룩한 화물적재와 오락가락 항로설정으로 마치 난파선처럼 갈팡질팡합니다. 성장 우선 어쩌고 하면서 고환율정책으로 시작한 것 하나만 해도 IMF 역적들 삽질 모두를 합친 것을 능가하고도 남습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주무르며 방귀깨나 뀌는 금융의 귀재들이, 면허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초보운전수가 몰고 가는 배에 탑승해서 편안히 잠자고 있으리라 보는 것은 순진한 일이지요.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떠나는 이유입니다. 주식을 팔아치우고 다른 투자처를 찾아 떠나며 달러로 바꾸어 갑니다. 달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냥 놔둬도 오름세를 탈 수밖에 없는 환율시장에, '무슨 수를 쓰든 환율을 잡겠다'며 국민들 금반지 팔아 어렵사리 구축한 외환보유고에서 뭉텅이 달러를 꺼내 도시락 폭탄을 쏟아 붓는 '정책당국의 확고한 의지'를 보며 환투기꾼들마저 꼬여 들었습니다. 밑밥 풍성하게 던져주는 낚시터에 꾼들이 몰리는 이유와 같습니다. 들었다 놨다 요동을 치니 치고 빠지며 달러장사하기 제격입니다.
'달러를 꾸준히 사 모으면 한국정부가 나서서 높은 가격으로 확실하게 매수해 준다'는 믿음만큼 확실한 투자안전보장 가이드는 없습니다. 대단한 '만수팀'입니다. 자선사업도 아니고, 고스톱판에서 자기 패 확실히 까놓고 게임 붙자는 꼴입니다. 말이 이십억 달러지 우리 돈으로 2조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그걸 잠시 후 원상복구될 방어를 위해 쏟아 붓는 짓을 여러 번 했습니다. 외환 꾼들이 외환시장을 떠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2. 주가
스스로 낮아질 줄 아는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했지만, 누구도 우러러보지 않는 사람은 '대통령과의 대화'를 하자고 했습니다. 알맹이 없는 건성대답 일변도의 각본을 그저 한 귀로 듣는 듯 마는 듯했습니다.
'못난 마사지걸은 서비스가 좋은데, 왜 못난 대통령은 서비스가 나쁜지' 누군가 물어주길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멀쩡히 살아있던 경제 죽었다고 진단 내린 건 돌팔이 짓이 아니었는지, 그래서 일단 죽였다가 살리려고 이렇게 죽이고 있는 건지'는 물어봤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아니 다른 건 떠나서 '자칭 경제 전문가로서 당신 같으면 당신 같은 사람이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겠는가?'라는 질문 하나만 생각해 보더라도 지금의 우리 주식시장에 대한 흐름을 충분히 읽고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 같으면 과연 제정신에 지금 주식 사겠습니까?
마치 1,400선이 지지선인 것처럼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곪아 터질 악재투성이인 상황에서 바닥 찍고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생각입니다. 곪은 상처 째고 고름 빼내기 전엔 낫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아물어 봤자 더 큰 수술만 요할 뿐이지요. 기다려야 할 겁니다.
무언가 확실하게 나아질 모티브가 잡히는 시점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나빠질래야 나빠질 것이 없는 상황'이 호재로 작용하는 시점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현명한 상황판단이라고 봅니다. 그 포인트가 어느 정도일까요. 비난받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연적인 흐름으로 시장에 맡긴다면 '1,000포인트 선'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그 선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시점, 1,000포인트에서 공방을 벌이며 바닥을 다지고, 당국에서는 조급한 마음에 여러가지 증시부양책까지 거론하며 아수라장을 치는 상황. 그때까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느껴지는 파동의 흐름이 그렇습니다.
당국에서야 그 꼴까지 내려가는 걸 보지 않으려고 국민연금 등 엄청난 기금의 재원을 마치 뒷주머니 용돈 꺼내쓰듯이 주식투자에 쏟아 부으라며 연기금들을 압박하겠지요. 연기금 뭉텅이 돈이 투입될 때마다 주식은 멈칫거리며 반등하는 듯 할 것이고 개미들은 이게 바닥인가보다 싶어 조급하게 올라타려 할 겁니다.
주식은 '사는 사람 = 파는 사람' 밸런스가 맞아야 거래가 이루어집니다. 누가 사며 누가 팝니까. 연기금과 개미가 사고, 외인이나 투기세력들은 팔아 치웁니다. 그 구도에서는 갈팡질팡하며 주식그래프는 하향선을 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언제 오를까요.
시장에 대한 확신이 서는 시점, 더 이상 손실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서는 시점에 거대한 자본 세력들은 다시 매집에 들어가겠지요. 분명한 것은 떠났던 외인들이 그 주도세력이요 그 위에 올라타는 세력이 될 것이고, 바닥에서 공포심에 팔아치우는 쪽은 개미와 연기금이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참 더러운 시나리오입니다만, 피해갈 수 없을 겁니다.
1,000포인트가 지지선이 되는 것은, 1,000포인트가 무너지면 정권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큰 재앙으로 인식될 것이니 그런 인식 자체가 지지선이 되고, 정권 또한 정권의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될 것이니, 그 시점이 외인 투자세력엔 기지개를 켜고 자금의 흐름을 다시 한국 증시로 옮길 기회가 될 터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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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이 고비네요...
오늘 넘기면 또 추석 끝나고 난리 날듯 합니다.
어려운 상황을 참 쉽게 말씀해주셨네요. 전 더이상 현 정권의 어리석음과 무지를 욕 할 수 없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무지도 죄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걸 알면서도 방관하는 국민들도 죄인이란 생각이 듭니다.. 죄값을 단단히 치려야 정신 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