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름, 가족과 함께 가평에 있는 수동천으로 놀러갔다. 처음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자리를 잡고 놀았는데 물 속에 물고기가 있나 살펴보니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이야 유속이 있는 곳에 사는 물고기들이 주로 돌밑 틈에 숨어 있다는 걸 알지만 그 때는 그런 것도 몰랐다. 그래도 잠자리채를 가지고 가끔씩 눈에 띠는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보려 했는데 물고기가 잠자리도 아닌데 그런 포충망에 걸려 줄 리가 있겠는가? ^^; 그런데 한 아저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족대로 수풀가를 뒤지며 물고기를 잡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들고 다니던 조그만 락앤락 통에는 많지는 않았지만 물고기들이 들어 있었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있던 나는 그 족대가 내심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사람들을 피해 좀 더 위쪽으로 자리를 옮겨 놀았는데 거기는 폭이 좁고 얕은 냇가였다.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면서 물가 수풀이 있는 곳에 잠자리채를 대놓고 발로 쑤셔 보았다. 망 안에 뭔가 꼼지락거리는 게 보였다. 물흐름이 완만한 곳에 있던 2센티 정도 되는 치어들이 몇 마리 잡힌 것이다. 아하~ 이렇게 하니 잡히는구나...아이들을 불러 보여주고 5미터 구간 정도의 물가 수풀지역을 훑어 나갔다. 조금 더 큰 녀석이 잡히기도 했고 잡은 물고기들은 큰 락앤락 통에 담아서 가져가기로 했다.
락앤락 통은 뚜껑을 덮지 않고 운전석 옆 좌석 바닥에 두고 조심조심 가는데 몇 녀석이 점핑을 해서 락앤락 통 바깥으로 튀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운전 중이라 이리저리 뛰는 물고기를 잡아 다시 넣을 수도 없고...그 때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함이란...--; 집에서 살펴보니 열댓마리 채집했던 녀석들 중에 4~5센티 급들은 전부 멸치로 운명을 다했고 쬐그만 녀석들만 몇 마리 살아있었다. 여과기도 없는 열악한 락앤락 통의 환경 속에서 빵이나 과자 부스러기를 먹이로 치어들이 얼마나 살았겠는가? 나의 무지는 어린 시절 호기심 수준에서 한치도 못나갔던 셈이다. 그러나 이 채집의 기억으로 가을 경 놀러 다니던 길에 족대를 구입하게 된다.
족대 사용법을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나는 다음해 2006년 여름이나 돼서야 비로소 족대를 써보게 된다. 휴가 숙박지가 설악 현대I콘도라서 하루는 화진포, 하루는 콘도에서 멀지 않은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겼는데 계곡에서 물놀이를 할 때 발목 정도 깊이의 물가에 꽤 큰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족대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혼자서는 어떻게 할 줄을 몰라 물고기가 움직이는 길을 관찰해 두었다가 한쪽을 족대로 막고 반대편 쪽에서 아이들에게 몰아오도록 했다. 결과는? 꽤 많이 잡았다. ^^; 잡은 물고기들을 데려갈 욕심에 잠깐 페트병에 넣었다가 모두 그대로 풀어주었다. 그 때는 족대를 써서 처음 물고기들을 잡아보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 계곡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잡은 물고기들은 버들치 비슷한 물고기였다. 자세히 보니 생수통 밑부분에 한 마리 들어가 있는게 보인다. >
매년 여름 기일이 되면 개인적으로 남양주 사릉 근방 직장 선배가 잠들어 계신 묘지에 참배를 가는데, 도중 잠시 쉬어가는 가게 근처에 조그만 실개천이 하나 흐른다. 내려다보니 송사리 같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어 며칠 뒤에 잠자리채를 가지고 와서 채집했는데 송사리가 아니라 버들치 치어였다. 집으로 가져온 치어들은 플라스틱 양동이에 두었는데 꽤 오랫동안 살아가는 것을 보자 우리 물고기 기르기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버들치가 적응력이 뛰어난 걸 알게 된 것은 이 때 경험이며 그 후로 우리 민물고기 사육에 입문시 추천어종으로 버들치를 권한다.)
한번은 집 근처 건대에 큰 호수가 있는 것을 생각하고는 쉬는 날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서 보니 역시나 물고기들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다음 날 물고기 잡으러 가자고 둘째를 구슬러서 잠자리채로 채집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아저씨! 거기서 물고기 잡으시면 안돼요.”라고 큰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돌아보니 웬 청년이 채집 단속을 하고 있었다. 가뜩이나 연인들이 많은 호숫가 주변에서 뻘쭘하게 잠자리채로 물고기 잡고 있었는데 큰 소리로 모두의 주목을 받았으니 그 무안함이란...ㅋㅋ 애한테 주려고 잡는 거라 둘러대자 여기는 CCTV로 다 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잡지 말라고 알려주었다. 그래서 몇 마리 건진 걸로 만족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 잡은 것도 치어였는데 꽁치처럼 날렵한 물고기와 망둑류로 보이는 치어 두 종류였다.
건대호수에서 잡은 치어들을 버들치 치어들과 합사해 어항에서 길렀는데 건대호수에서 데려온 날렵한 물고기 몸에 가시같은 것이 생기는 것이었다. 처음엔 뭔지 몰라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다가 자꾸 비실거리고 죽길래 인터넷을 뒤적여 알아보니 닻벌레였다. 물고기 기생충이나 감염, 질병에 대한 첫 경험이었다. 하는 수 없이 치어를 건져 손으로 닻벌레를 떼어주기를 반복하고 물을 조금씩 자주 갈아주니 이후에는 닻벌레가 생기지는 않았다. 닻벌레 사건으로 건대호수의 물이 깨끗한 물은 아니라는 것과 채집을 해오면 바로 그냥 어항에 채집지 물과 물고기들을 넣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지금도 어쩌다 채집을 해오면 플라스틱 양동이나 막어항에 물고기만 옮겨놓고 물을 갈아주며 일주일 정도 관찰했다가 별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어항으로 합사한다.
건대호수 해프닝에 앞서 8월 말에는 양평 대명콘도로 회사에서 2박3일 워크샵을 갔는데 콘도 뒤 큰 개울에 물고기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폭이 넓고 수심이 약간 있는 곳에는 피라미나 납자루 종류로 짐작되는 물고기들이 물반 고기반 보였고 콘도 바로 뒤편에는 나중에야 종개 종류로 알게 된 어린 줄무늬 물뱀들이 많이 보였다. 그러나 그곳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물고기 채집이 금지되어 있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흑천...) 또 물고기를 잡을 만한 도구도 없어 그저 아쉽게 바라만 볼 뿐이었다.
콘도 주변에는 논이 있었는데 콘도 앞쪽 논의 물 고인 곳에 우렁이들이 엄청 많이 있었다. 그래서 워크샵 끝나는 날 페트병을 하나 구해서 우렁이 몇 마리를 데리고 왔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작은 어항에서 이 우렁이가 괴물이었다. --; 닻벌레로 죽은 치어를 우렁이가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힘이 빠져서인지 비실비실 어항 벽면에 붙어 있는 치어를 우렁이가 꿈틀거리는 몸으로 잡는 게 아닌가? @@; 헉! 느림보 우렁이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뿐더러 여지껏 이끼나 유기물만 먹고 사는 줄 알고 있었던 터라 황당한 놀라움과 함께 우렁이를 몽땅 빼서 배수구에 버렸다.
한편 정확히 10월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앞서 언급한 어항이 등장하게 된다. 우리 집은 2층인데 1층이 재활용품을 모아두는 곳이라 평소에 갖가지 재활용품들이 있었다. 어느 날 퇴근 후에 지나가다 한자 정도 크기의 D모양 어항을 발견하고는 집으로 가지고 왔다. 깨끗이 씻고는 플라스틱 양동이에 있던 버들치 치어들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는 닻벌레 사건 이후 인터넷 정보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여과기를 뚝섬 이마트에서 하나 구매했는데 협신 5W 측면여과기였다. 어항에 여과기를 틀자 치어들이 물살을 타고 놀았는데 내 마음도 춤을 추는 것 같았다. ^^; 10월 추석 때 홍천 대명콘도에 놀러가서는 갈겨니 치어들, 강변의 고운 모래와 돌을 가져와 바닥재로 깔아주면서 서서히 물생활에 눈을 떠가기 시작했고 이 무렵 그린피쉬 사이트와 물사 카페를 비롯해 다양한 물고기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 2자 어항을 들이기 전에 기념으로 찍어둔 첫 어항. 갈겨니와 버들치 치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막어항 용도로 쓰고 있다. 그리고 그린피쉬에서 토종수초라고 샀는데 알고 보면 검정말을 제외하고는 자생 토종수초가 아니다. 나사말은 스크류 발리스네리아, 붕어말은 마츠모, 물수세미는 미리오필럼으로 불리는 유사종이다. >
바닥재가 깔리자 수초를 심어볼 요량이 생겼고, 날씨가 많이 추워져 아는 데도 없고 갈만한 물가가 없어지자 그린피쉬에서 수초를 사기로 결정했다. 그린피쉬엔 우리 물고기에 어울릴 만한 토종수초 코너가 있어서 그중에서 검정말, 붕어말, 나사말, 물수세미를 샀다. 배송비도 절약할 겸 먹이까지 샀는데 역시 열대어 사료보다는 민물고기밥 소형을 선택했다. 지금 보면 유치찬란하지만 초록빛 수초를 심자 썰렁했던 어항이 어찌나 멋져 보이던지...ㅋㅋ (계속)
첫댓글 공감 팍팍 갑니다 저도 계곡에서 버들치 4마리 잡아와서 시작했어요 ^^ 이제 거의 두달 되어 갑니다 전 생각없이 이마트에서 세팅되어 있는 1자 어항삿거든요 ^^ 그리고 물채우고 바로 버들치 입수 ㅡ,.ㅡ;; 그점에 공감 팍팍 갑니다
버들치 1급수 청정어종으로 알고 있었다가 어지간한 데 다 있는 거 보고 놀라던 기억이 새롭네요. 하나씩 배우면서 물생활하는 거지요. ^^;
이런 글들이 올라오는걸 보니 올해 채집을 마무리 지을때가 다가옴을 느낍니다 다행히 올해 보고싶었던 어종을 대부분 채집해서 흐뭇하게 마무리 지을수 있겠네요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축하드립니다. 저도 올해 쌀미꾸리 채집이 목표였는데 지난주 화요일에 10마리 채집 성공했답니다. ^^;
아~~~ 이글을 보고 있으니 저의 물생활 초창기... 그러니까 처음 물고기를 알아갈 때의 설레임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모르는 것도 많고 새로운 것에 신기해 하는 걸 보면 아직도 저는 한참 초보입니다. ㅋㅋ...
저는 피라미로 시작~~ 물생활 시작부터 어항으로 피라미 대박을 맞았던 기억이... 그 담부터는 피라미 잡지도 않고... 집에 있던 녀석들도 전부 방류해주었네요.. 물생활 하면 할 수록 취향이 까탈스러워지는 것 같네요.. ^^
피라미, 저는 여울어종 감히 키울 엄두도 못내는데...피라미 혼인색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정말 예술이더군요. ^^;
아...루삥쥔님의 글을 보고 나니 드는 생각.......역사는 흐른다. 한편의 역사를 보는듯^^
고맙습니다. 기억을 정리하다 보니 별 일이 다 있었네요. ㅋㅋ...
한편의 동화를 읽는듯.. 재미있게 잘 쓰셨습니다.^^
재미있게 봐 주신 거지요. 고맙습니다. ^^;
다음 글이 기대됩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랄까요?? ㅎㅎㅎ
별 것도 아닌 제 얘기 장황하게 적어놓으니 좀 쑥스럽습니다. ^^; 열린게시판에 적합하지 않으면 다른 게시판으로 옮겨주십시오.
재미있네요 다음글 기대해 봅니다.
개인적인 경험담 그냥 풀어가는 건데...좀 부담스럽네요. ^^;
누구나 민물생활 시작은 버들치인듯 싶습니다^^ ㅋㅋ 재미난 이야기 잘 보고 있습니다~
서카 님 탐어기에 비하면 재미는 한참 처지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