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양받은 565가구 입주 지연 - 원룸 구하거나 전세 연장 - 내달 새 학기 전학문제 우려
3일 오전 부산 금정구 장전동 '금정산 2차 쌍용예가' 공사현장. 말끔한 아파트 건물과 달리 단지 내 도로와 조경은 마무리되지 못한 채 어수선했다. 공사 인부는 찾아볼 수 없고, 굴착기 등 중장비와 건축자재만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 현장은 공사비 미지불로 유치권 행사 중입니다' 또는 '쌍용건설의 승인 없이 공사장에 출입하면 처벌을 받습니다'는 안내문도 곳곳에 보였다.
애초 예정대로라면 금정산 2차 쌍용예가의 입주일은 지난달 말부터다. 하지만 지난달 9일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공사비가 제때 지급되지 못한 탓에 공정률 93%에서 아파트 공사는 중단됐다. 가장 큰 피해자는 새 아파트에 입주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던 565가구의 입주 예정자들이다. 금정산 2차 쌍용예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입주 예정자들은 급히 원룸을 구하거나 기존에 살던 집의 전세계약을 연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S 부동산 중개인은 "장전초등학교 주변에 원룸을 구해 달라거나 몇 달간 이삿짐을 맡길 만한 곳을 알아보는 입주 예정자들이 더러 있다. 일부는 친척 집에 얹혀사는 것으로 안다. 아직은 폭풍전야 같다. 입주 예정일을 많이 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 3개월 입주가 늦춰진다면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음 달이면 새 학기가 시작되므로 전학 등 학교 문제로 곤란을 겪는 입주예정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주 예정자들은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유치권 행사 현수막이 붙은 현장 사진을 올리며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금정산 2차 쌍용예가는 부산도시철도 장전역 역세권인데다 주변 학군이 좋아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3억400만 원에 분양된 33B형의 경우 프리미엄이 2000만 원까지 붙었으며 일부 고층은 5000만 원가량 오른 가구도 있다.
쌍용건설은 일단 공사 재개를 위해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9일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법원의 승인이 떨어지면 당장에라도 공사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공사비 잔금 집행이다. 60여 하청업체들은 시공사인 쌍용건설로부터 약 100억 원의 공사비를 받지 못했다. 금정구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들의 전자민원이 잇따르고 있어 매일 쌍용건설 측에 준공 이행과 관련해 독촉하고 있다. 법원의 회생계획안에 대한 결정이 나오면 공사 재개 여부와 입주 시기를 점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