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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의 도발적인 실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버는 '실시간 할증 요금제'를 출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수요가 몰리면 그만큼 가격이 뛰도록 한 것이다. 가령 12월 25일, 12월 31일 등 성수기에는 우버 요금이 6배까지 치솟기도 한다.
―서울은 택시 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우버가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뉴욕에 진출할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택시 요금도 싸고 어디서나 쉽게 탑승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 뉴욕은 우버가 가장 성행하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맥도날드 햄버거도 맛있지만, 매일 먹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날은 외식도 해야 지요. 데이트할 때,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 있을 때 기사 딸린 리무진급 차량을 이용하기 마련입니다."
서울에서 우버 서비스는 리무진 차량만 이용할 수 있는데, 이용 요금은 일반 택시의 1.5~2배 수준이다. 예를 들어 강남역에서 여의도까지 약 3만1000원, 가로수길에서 이태원까지 1만6000원가량 요금이 나올 것으로 우버 앱에 떴다.
구글과의 만남
최근 구글이 우버에 투자한 것을 두고 실리콘밸리에선 여러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 무인자동차를 개발 중인 구글이 우버와 손잡고 '로보 택시(Robo Taxis, 무인 자동차를 이용한 택시 서비스)' 사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구글이 개발 중인 무인 자동차를 우버가 구매해 서비스에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왜 구글로부터 투자를 받았나요?
"구글은 정말 매력적인 투자자입니다. 구글 맵부터 안드로이드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수십억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구글 제품과 우버가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구글의 전 세계 확장 전략도 배울 수 있겠지요. "
'구글은 왜 우버에 투자했을까' 하는 의문을 풀기 위해 며칠 뒤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벤처스를 찾아가 데이비드 크레인 파트너를 났다. 우버에의 투자를 주도한 사람이다. 그는 구글벤처스 사상 최대 투자의 막전막후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우버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2년 이상 됐어요. 직장 동료부터 아내까지 우버를 애용해 눈여겨봤어요. 올여름 테드(TED) 콘퍼런스의 뒤풀이에서 지인의 소개로 그를 만났고 일사천리로 투자가 진행됐습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우버 투자에 대해 모두 찬성했어요. 올 초까지만 해도 우버는 20여개 도시에 진출했는데 지금은 50개가 넘는 도시에 진출했잖아요. 구글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구글벤처스도 우버의 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합니다. "
그는 구글의 무인 자동차 개발과 관련해 우버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선 "제발 날 믿어요. (최근 투자한 건) 수익을 올리기 위한 투자일 뿐이에요. 무인 자동차는 여전히 R&D(연구·개발) 단계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美 벤처캐피털 'DFJ' 창업자 드레이퍼
4代째 벤처투자… “베이징이 제2 실리콘밸리 후보”
지난해 5월, 미국의 대표적 벤처캐피털의 하나인 DFJ의 창업자 겸 대표인 티모시 드레이퍼(Timothy C. Draper)씨가 캘리포니아 산마테오에 위치한 80년 역사의 호텔 하나를 자비로 사들였다. 그러고는 '드레이퍼 대학'이라는 새 간판을 달았다.
그는 '핫메일' '스카이프' '오버추어' '바이두' 등에 투자했고, 2006년 미국 벤처캐피털 전문매체 VCJ는 그를 최고의 벤처 투자가로 꼽으면서 '캡틴 아메리카'라는 별칭을 붙여줬다.
드레이퍼 대학은 그의 28년 벤처 투자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창업 전문 기숙학교. 창업을 꿈꾸는 18~28세 젊은이들을 모아 학기제로 강의한다. 지금까지 총 3기, 기수당 45명의 졸업생이 배출됐다.
"저는 항상 학교를 열고 싶었어요. 평생 기업을 운영하면서 깨닫고 배운 것을 젊은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많은 사람은 기업가는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타고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는 "특별한 것을 하려면 새로운 영웅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가르치는 것은 영웅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산마테오 도심의 호젓한 길가에 자리 잡은 드레이퍼 대학을 찾았을 때 4기 교육이 한창이었다.
―스탠퍼드 같은 대학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보통 대학은 경영의 역사를 가르치지요. 스티브 잡스가 무엇을 했는지, 엘런 머스크(테슬러 창업자)가 어떻게 회사를 키웠는지요. 여기선 미래를 가르칩니다. 예측 분석, 공상 과학 소설, IT 마케팅을 가르치고,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돌리지요. 그런 다음 창업 아이템을 만들어 벤처캐피털 리스트 앞에서 2분간 발표하게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성공할 수 있다는 '헛된 환상'만 심어주는 건 아닐까요.
"노노(No No). 성공은 예약돼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패하게 돼 있지요. 성공할 때까지 계속 실패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기꺼이 도전하고 성공할 때까지 기꺼이 실패를 계속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한국에선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합니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모토로 내걸었지만,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게임이 모두 한국에서 나오지 않았나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한국의 우수한 기술이 한국에서만 쓰인다는 점입니다. 영어는 한마디로 '머니 랭기지(money language·돈이 되는 언어)'인데 한국 기업가 중에선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가능하면 중국어도 배우면 좋겠어요.
글로벌화는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미국인도 글로벌화를 위해 중국어를 배우고, 스페인어를 배워야 합니다. 중국의 샨다가 한국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베껴 게임 업체를 만들지 않았나요? 중국 게임 시장 규모가 70억 달러입니다. 한국이라고 해봐야 인구가 겨우 4000만~5000만명 정도이잖아요."
―한국 창업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요?
"실리콘밸리의 긴 역사를 보십시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가들이 자신의 비즈니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비즈니스를 도와서 시너지를 일으켜요. 실리콘밸리에는 '비트코인(가상 화폐)'을 만든 엔지니어도 있고, 동영상 서비스를 만든 창업가도 있고, 3D 프린터(물건을 찍어내는 프린터)로 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동영상 서비스를 만든 창업가가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고 비트코인 업체가 3D 프린터로 출력한 물건을 사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킵니다. 이것은 강력한 네트워크입니다. 한국 창업가들은 자기 것에 대한 소유 의식(ownership)이 강해요. 자기 것을 가치 있게 만들려면 더 나눠야 해요."
―많은 나라가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려고 하는 데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벤처캐피탈의 글로벌화를 꿈꾸며 전 세계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그때 하나 깨달은 것이 있지요. 전 세계 어디든지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런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면 됩니다.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자꾸 규제하려고 해요. 그것이 기회를 잃게 하지요."
―제2의 실리콘밸리 후보는 어디입니까.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그나마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분위기를 찾으라면 베이징입니다. 그곳에는 10억달러씩 버는 기업들이 널려 있어요. 70억달러 버는 곳도 있고. 그렇게 돈을 많이 벌면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따라 합니다. '어떻게 성공했을까, 나도 할 수 있다'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지요.
실리콘밸리도 처음엔 기업이 몇 개뿐이었어요. 그런데 페어차일드, 인텔, HP 등 성공한 기업이 나타나면서 다른 기업들도 실리콘밸리에 뛰어들게 만든 것입니다. 한국 젊은이들도 '나도 Mr.삼성이 되고 싶다' '구글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도전해야 합니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등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창업가들이 성공담을 후배들과 적극적으로 나누려는 점이 참 부럽습니다. 한국에도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넥슨 등 크게 성공한 기업들이 있는데 창업자들은 약속이나 한듯이 은둔하고 숨어버립니다.
"독일어로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서 기뻐한다는 뜻이죠. 우리에겐 혹시 남의 성공을 보면서 그것을 인정하기보다는 뭉개려는 경향이 있지 않나요? 샤덴프로이데를 '영웅의 문화(culture of heroism)'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숭상합니다. 사람들이 '와, 빌 게이츠다'라고 반기고 빌 게이츠는 '안녕하세요, 여러분. 나는 여러분과 내가 이룬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지요."
―드레이퍼 가문은 4대째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약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집안에 특별한 유전자가 있는 것 아닙니까?
"하하. 올해 스물일곱인 제 아들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창업 지원 기업)를 하고 있어요. 여하튼 아들까지 포함하면 4대째 벤처 투자업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2023년 11월 캘리포니아 벨몬트.
샌프란시스코 시내 금융회사 매니저로 일하는 릭 데커드(43)가 늦잠을 깼다. '토요일인데, 식구들하고 뭐 맛있는 거라도 먹으러 나갈까?'
그는 누운 채로 구글 안경을 쓰고 명령을 내렸다. "우리 집에서 10마일(약 16㎞) 이내, 최근 한 달간 일곱 살 아들과 아빠, 그리고 전업주부인 엄마로 구성된 가족이 가장 즐겨 찾은 음식점 10곳을 보여 줘."
그의 음성을 인식한 안경이 곧바로 모니터 화면에 10곳의 위치와 평가 점수를 보여준다. 이 중 세 곳을 고른 그는 다시 말한다. "아내와 나이가 같은 전업주부의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소비자 리뷰를 한 곳당 한 개씩 보여줄래?" 그는 세 글을 읽고, 가장 인상적이라고 느낀 글이 실린 음식점을 고른다.
30분 뒤 세 가족이 문 앞으로 나오니 집 앞 도로에 '테슬라 모델 S3'가 기다리고 있다. 2분 전 도착한 것이다. 릭은 차가 없다. 10년 전만 해도 이 동네에선 한 집에 2~3대씩 있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은 차가 없거나 한두 대로 줄이는 집이 많다.
이 모든 것이 '우버' 때문이다. 릭의 집 앞에 차가 도착해 있는 것은, 그가 구글 안경으로 가고 싶은 맛집을 선택함과 동시에 화면에 뜬 "우버 서비스를 이용할까요?"라는 메시지에 "예스"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차를 타니 기사가 없다. 무인 전기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목적지까지 남은 시간 20분, 메뉴를 주문하시겠습니까?"라고 차가 음성으로 알려준다. 차 앞 유리에 피자집 메뉴판이 뜨고, 세 식구는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미리 주문한다.
이 이야기는 10년 뒤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상을 가상으로 꾸며 본 것이다.
고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는 것의 위대함
우버의 진정한 가치는 택시나 렌터카 업체 또는 우버와 비슷해 보이는 다른 카셰어링(Car Sharing) 업체처럼 수수료를 받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바로 어떤 소비자가, 어떤 행동 패턴을 통해, 어떤 차를 선택하고, 누구와 함께, 어디로 가서, 무엇을 소비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종합 선물 세트'로 얻어낼 수 있다는 데 있다.
구글의 벤처 투자 자회사인 구글벤처스가 우버에 2억6000만달러를 투자한 것은 벤처 업체에 대한 구글의 연간 평균 투자액의 80%가 넘는다.
앞서 가상 인물 릭의 예를 다시 생각해 보자. 구글 광고 비즈니스의 기존 모델은 릭이 원하는 피자집을 검색하면 해당 피자집에서 광고비를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구글의 고민은 피자집을 검색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 사람이 실제로 검색한 피자집을 방문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릭이 피자집을 검색하고, 우버의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사용하고, 주문을 함으로써 구글은 릭 가족의 구매 패턴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릭의 가족이 토요일 점심을 집에서 얼마나 떨어진 피자집에서 먹었고, 어떤 메뉴를 선택했으며, 릭이 장소 선택을 하는 데 누가 올린 어떤 추천 글을 참고했는지, 또 우버의 무인 주행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무엇을 했는지까지 전부 알 수 있다.
즉 우버는 구글의 마지막 관문, 즉 구글을 검색해서 정보를 얻은 사용자가 실제 구매 행동을 하는 최종 장소까지 가는 이동 과정을 향한 문을 열어준 것이다. 구글이 지난 6월 위치 기반 소셜 서비스인 웨이즈(WAZE)를 10억달러에 사들인 것도 비슷한 이유로 추정된다.
국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SNS 업체 '김기사'의 신명진 CTO는 "결국 구글은 세계 최초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지역 광고를 완벽하게 연결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자동차 업계 흔드는 파괴적 혁신자
만약 주변에 있는 차를 정확히 빠르게 수배해서 탈 수 있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면 벤츠나 BMW를 타기 위해 1억원을 쓸 필요가 없다. 겨우 하루 1~2시간 타기 위해 왜 그 차를 24시간 소유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자꾸 커질 것이다. 거기에 구글의 무인 주행 시스템까지 합쳐진다면?
기존 자동차 업계에서 극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자동차 회사는 신차를 계속해서 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 게다가 우버는 결국 소비자 정보를 돈으로 바꿀 능력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직접 청구하는 차량 사용 요금을 더 낮출 수 있을지 모른다. 결국 소비자가 자동차 사용에 투입하는 총비용 면에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버 쪽에 자동차 업체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
기존 자동차 업체가 아무리 멋지고 잘 달리는 차를 내놓은들, 아무리 무인 주행차 기술을 개발한들, 우버처럼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을 파고드는 파괴적 혁신자에겐 속수무책일 수 있다.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방 전략에 말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오늘날 세계 자동차 업계의 큰 고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