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운명(運命)-21*
61의 반란(叛亂)-21
"여보! 제임스! 어디 계세요?"
금방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혜정아. 나 여기 있어. 이제 일어나 샤워하고 커피 마시자."
"여보. 여기서 어떻게 샤워를 해요?"
"이리 내려와. 내가 찾았다. 모텔 샤워실을 이용 할 수 있어. 돈도 금방 지불했거든."
시각은 오후 1시였다. 샤워를 마치고 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밖에는 사랑하는 그이가 fox 털이 달리고
후드가 붙어있는 케나다 구스 점퍼를 들고 기다렸다. 눈 덮인 사방은 고요하였고 움직이는 것들은
없었다. 오직 제임스와 나 둘이었다. 백색의 나라에 선남선녀같이 우리는 커피를 들고 차로 돌아왔다.
"여보. 나 키스 고퍼요."
"ㅎㅎㅎ 그래. 나의 혜정이 뭐든 고프면 안되지. 이리 와."
맑은 기분에 그이의 입술까지. 나는 혀를 그이의 입술을 열고 들이 밀었다. 입안이 뜨거웠다. 그이는
그만 나를 꼭 안고 내 혀를 흡입하여 그이의 입안에서 가지고 놀았다. 우리는 온 몸이 뜨겁도록
키스만 했다. 이그. 키스만 했다.
나는 커피를 마시며 든든하게 신은 부츠로 눈 장난을 하고 그이는 심각한듯 담배를 피며 멀리
산야를 보다가 나를 보다가 하였다. 나는 저 모습이 참 좋았다. 늘씬하게 커서 보기좋은 몸매에
든든한 듯 보이는 눈 땅을 꽉 밟고 디딘 강건한 다리. 참 잘 생겼다. 왜, 여자들은 저 남자를
지금까지 혼자 살게 내버려 두었을까? 나는 그 생각을 하다 깜짝 놀랐다. 나, 혜정이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맞았다. 나는 너무 기뻐 눈 속을 달려가서 그이의 품에 팍 안겼다.
"왜? 무슨 일이야?"
"이그~ 여자들은 요, 사랑하는 남자 품에 폭 빠져 이러고 싶을 때가 있어요. 지금이 그때여요.
그냥 안아만 줘요. 여보~ 저는 당신의 사랑에 언제나 목이 마르고 고파져 있어요. 아마도 당신의
사랑으로 마시고 채워도 마르고 고플 걸요. 이제 당신 큰일났다. 어떻게 다 퍼붓고 채울 거예요."
"혜정아. 사랑해~ 당신을~ 영원히 사아랑해. 당신은 내 목숨~ 당신은 내 인생~. 내 인생, 당신과
우리 애기 위하여 노력과 애정과 눈물과 인내와 피와 땀, 사랑이란 이름으로 다~ 아~ 바치리라~.
운명의 신이여~ 우리 사랑, 바르게 잘 가게 지켜 주 소서~ 끝."
"으아아앙~ 으흐흑~ 으아앙 흑흑~ 여어보~ 사랑해요. 저는, 이, 김혜정은 너무 행복해서 죽을 것
같아요."
"안되지. 안돼. 혜정아. 사랑한다 혜정아. 너를 나에게 주려고 운명은 이렇게 긴 시간을 시련과
고통과 인내를 시험하였다. 나는 너를 만나려고 다 견디어 내고 이제 이렇게 너를 안고 있는 거야.
너를 놓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사랑한다. 혜정아."
우리는 즉석 신파를 하였다.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사랑의 대화로 운명의 신도 만족하고
행복하도록. 그런데, 나는 정말 놀랐다. 이 남자.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인가? 천재 같은 의사인
나를 옴 짝 달싹 하지 못하게 말과 행동과 목소리와 똑똑함과 순수한 마음을 다 범벅 한 사랑으로
꼭 꼭 싸 안아 버리다니. 냉정하게 생각해도 내 사랑 61살 제임스는 무서운 사랑의 남자이다.
나는 이제 죽었다.
"혜정아!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해. 어서 이 페이지 넘기고 힘차게 출발해 야지."
"참 나 원. 당신은 왜 이렇게 표현 할 수도 없게 큰 산으로 와서 저 혜정이를 사로 잡나요? 왜요?
느슨하게 허점 있게 사랑하면 안되요?"
"ㅎㅎㅎ 혜정아. 나는허점 투성이란다. 이제 나의 혜정이가 그것을 좀 매워 주면 안될까?"
"진짜? 저는 언제나 오케이여요. 제가 의사잖아요. 의사. 당신의 주치의. 와아~ 멋지다아~"
정말로 제임스와 말하는 순간 순간이 재미있고 즐겁고 신났다. 그의 목소리가 나를 감격하게 하고
재치가 나를 웃기고 열정이 나를 피어나게 하였다. 그와 차를 타고 가는 시간이 이렇게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었다. 그이가 말하지 않았으면 나는 끝까지 가는 걸로의 착각 속에서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혜정아. 드디어 무소니에 도착한다. 여기서는 전화도 될 것이다. 40분 정도면 해드무스에 도착
예정입니다."
지금부터 내 삶의 새로운 장은, 사랑하는 남편 제임스와 함께 시작한다. 저곳 가까운 곳에 비행기
불시착으로 죽을 것 같은 시간에서 생생하게 살아나 결혼하여 함께 이곳으로 돌아와 김혜정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제임스와 함께. 저이가 없으면 나도 없는 것이다. 힘내자. 김혜정.
내 육체와 정신을 갈고 닦아 제임스에게 늘 힘이 되는 멋지고 아름답고 싱싱한 세상에서 하나 밖에
둘도 없는 아내. 엄마 김혜정이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하여 모든 것이 있는 것이다. 나는 마음의
맹세를 하고 다짐을 하였다.
"혜정아. 도착한 후 곧 무엇부터 해 줄까?"
저이의 생각은 언제나 저렇다. 저게 나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다. 어찌 고맙고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보. 제임스. 준비된 컨테이너가 있다고 하셨지요? 그 안에서 책상과 의자만 있으면 먼저
백신 접종을 하고 싶어요."
역시 김혜정이었다. 내가 바라는 생각과 같았다. 설사 아니었다 해도 나는 좋았다. 저 아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해 줄 것이니까. 나는 그렇게 남은 삶을 살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는가.
"헤이. 다니엘. 30분 후에 도착한다. 컨테이너 안에 책상과 의자 그리고 벽 쪽에 10여개 기다림용
의자를 준비해 주게. 도착 즉시 코비드-19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물론 확실하지.
옆에 닥터 스쟌나가 함께 있네."
스마트폰을 혜정이에게 넘겨주었다.
"추장님. 지금 말씀하시어도 돼요. 늦어도 지금부터 50분 후에는 접종을 시작합니다. 주민 모두
접종할 수 있어요. 노약자, 어린아이들, 임산부들 그리고 나머지 순서대로 요. 아셨지요?"
다시 내가 건네 받았다.
"다니엘. 자네 와이프 좀 도와줄 수 있겠나?"
"메리는 환영합니다. 뭘 준비할까요?"
"접종이 끝난 사람들은 바로 라면을 먹을 수 있게 큰 냄비 좀 많이 깨스 스토브에 올려 물을 붓고
끓일 준비. 내가 무소니에서 일회용 그릇과 젓가락을 사서 준비하겠네. 오케이?"
추운 겨울에는 뜨거운 국물이 있는 라면이 제격일 것이라 생각했다. 처음이 아니다. 우린 얼음
낚시하며 해 먹어 봤었다.
"햐~ 여보. 제임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저도 먼저 먹어야 겠는데요."
"당연하지. 우리 모두 먹으며 축제같이 접종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아. 당신이 이 모두를 멋지게
해 낼 거야. 피곤한 것이 걱정이지만. 밤새 달려오느라 잠도 부족하고 몸도 힘들테니 당신이
걱정이다. 혜정아."
"예. 걱정 마세요. 저도 신나게 할 거예요. 저는 당신과 같이 하는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해요.
그리고 이런 것들이 의사의 보람이니까요."
고마웠다. 사랑스러웠다. 나는 혜정의 손을 꽉 잡았다. 우리는 무소니에 잠시 들러 코스코에서
라면과 일회용품들을 구입했다. 주로 혜정이 고르고 나는 카트에 집어넣고. 우린 즐거웠다.
드디어 해드무스에 도착했다. 시각은 오전11시였다. 그저께 밤 9시가 가까운 시각에 출발하여
2박 3일을 달려온 것이다. 나는 견딜 수 있지만, 저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 왔다. 빨리 마치고 혜정이를 뜨거운 물에 푹 담아 모든 피로를 풀게 해 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백신접종은 순서대로 잘 되었다. 혜정은 차에서 내려 바로 가운을 입고 백신과 필요 물품들을
임시 진료소인 컨테이너로 옮겼다. 물론 헤드무스 청년들이 그 일을 다 했다. 그들은 혜정이를
깍듯이 의사 선생님으로 모시며, 존경하며 순종하였다. 접종하는 사이 내가 밖에 나가보니
밖에서는 접종을 마친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임시 천막안으로 가서 뜨거운 라면을 훌훌 불며
먹고 있었다. 다니엘과 그의 와이프 메리와 그의 딸 엘리사가 잘 하고 있었다. 아마도 완전하게
접종을 끝내자면 3딜 정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 사이 라벤 마을에서도 60~70명 정도가 올 것이고.
하루에 40 내지 45명 정도 밖에는 더 빠르게 할 수 없었다. 나는 다니엘에게 투앙카 카타와의
일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3일 후 2회에 나눠서 와서 접종할 수 있다고 전하길 부탁했다.
온타리오(Ontario) 북쪽에는 두 종류의 원주민들이 부족을 이루어 살고 있다. 하나는 원래의 주민
즉 (Indigenous or First Nation)이고 1800년대 초반에 건너 온 프랑스인 들과 원주민 사이에서
탄생하여 자란 사람들은 Metis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분류하여 적대시하였지만, 최근에는 동일시
되었고 캐나다 정부에서도 원주민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곳 해드무스에도 10여명 무소니에도
천여명 이상 하여 전체 약 5000여명이 무소니와 해드무스 등 인근 지역에 살고 있다.
나는 이도 저도 아니지만, 서로 악 감정없이 잘 지내고 있다. 이건 내 생각이지만 맞을 것이다.
임시 진료소에 들어가니 혜정이 웃으며 맞아 주었다.
곁에서 이제 18살인 아이야나와 12살인 칠남이 도와주고있었다. 그들 둘은 여자 아이들이다.
혜정을 잘 따르고 있었다.
"혜정아. 피곤해서 어떡하지? 내가 뭘 해줄까?"
"여보. 제임스. 저 신나요. 저 아이야나(Aiyana-영원의꽃)-와 칠남이 잘 도와주고 있어요. 멋진
간호사예요. 그런데 한시간에 5명 정도 접종하고 있어요. 아마도 10여일 정도 필요해요. 오다가
만난 투앙카 카타와나 라벤 마을 주민들을 포함해서요."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 나는 혜정의 얼굴을 잡고 들여 다 보았다. 불그래 상기되어 싱싱하였다.
그 입술에 키스했다. 캐나다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옳은 것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잉~ 여보. 쟤들이 보는데요."
"아니 예요. 보기 너무 좋아요. 의사 선생님."
둘 다 동시에 웃으며 말했다.
"이것 공인 키스이예요 ㅎㅎㅎ."
"지금 5시야. 어두워졌 어. 이제 마치고 쉬어 야지. 내일을 위해."
"네. 그러겠습니다. 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