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국내 번호도 조심"...'070 변작' 다국적 피싱 조직 검거
입력2025.11.27. 오후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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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1개 시·도서 은닉 중계소 51곳 일제 적발
월 600만원 미끼...일반 시민들 대거 끌어들여
◆…적발된 불법 중계소.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해외 발신 번호 '070'을 '010'으로 변작해 보이스피싱에 악용한 대규모 불법 중계기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20대 여성 관리자 A씨를 비롯한 63명을 검거해 56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중계기로 사용한 휴대전화 1637대와 대포 유심 4299개 등 시가 26억 원 상당의 통신장비를 압수하고, 전국 11개 시·도에 은닉된 중계소 51곳을 적발했다. 070이 이미 스팸 또는 피싱 전화로 많이 인식된 만큼, 010으로 표시되도록 중계기와 유심 등을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일반 휴대전화 단말기에 타인 명의로 개통한 대포 유심을 꽂아 불법 중계기로 쓰고 임대료가 싼 원룸 등을 빌려 한 곳당 30~40대 단말기를 설치해 피싱 전화를 중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활용된 전화번호는 총 4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피해 확대를 막고자 단속 중에도 사용된 010 번호 1213개 회선을 이동통신사에 전부 사용 정지 요청했다.
운영자 대부분은 범죄조직과 무관한 일반 시민이었다. '단말기만 켜두면 월 400만~600만 원을 지급한다'는 텔레그램 광고에 속아 범행에 가담한 것이다.
가족·지인 동반 가담도 적지 않았다. 부부·형제·처남·매부 등 가족 단위는 물론, 20~30대 연인과 친구가 함께 중계소를 운영한 사례도 발견됐다. 경찰은 "대부분 단순 아르바이트 수준으로 생각하고 뛰어든 경우"라고 설명했다.
◆ '한국 번호' 착시…010으로 걸려온 전화에 속아
◆…해외 발신 번호를 010으로 바꾸는 변작 중계기. 사진=경기남부경찰청 제공
변작된 '010' 번호는 피해자들에게 '한국인 번호'라는 착시를 주며 범행에 핵심 역할을 했다. 한 택배기사는 고객 응대를 위해 010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차단할 수 없는 직업 특성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그는 '고객 민원 '으로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가 투자 리딩 사기에 속아 6730만 원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불법 중계기를 거쳐 발신된 번호에 속아 피해를 본 사람은 총 768명, 피해 규모는 354억 원에 달했다. 피해 유형은 △투자리딩 사기 638명 △노쇼(이른바 '예약부도') 사기 76명 △물품 거래 사기 36명 △보이스피싱 12명 △로맨스 스캠 6명 등 다양했다.
경찰은 해외에 체류 중인 총책 B씨와 국내 관리책 2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발부해 추적 중이다. 또한 변작 중계소 운영책들에 대해서는 사기 방조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거점을 둔 콜센터 사기 조직이 070 번호가 차단되자, 국내 이용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010 번호로 변작해 대형 피해를 유발했다"며 "발신 번호가 '010'이라고 해서 안전한 전화는 아니므로, 의심되는 전화나 문자는 반드시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