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한다. 게임사 넥슨코리아(이하 넥슨)는 최근 가상의 게임 세계관을 실제 세계로 확장 및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새 게임의 타이틀은 대안사실 속 페미니스트 때려잡기다.
이 세계관의 주요 설정은 다음과 같다. 세상엔 혐오하고 차별하는 악랄한 여성우월주의자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이름은 페미니스트다. 이들 페미니스트는 사회 곳곳에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암약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하 컬트 조직으로서의 페미니스트는 혐오의 상징인 ‘집게손’ 모양을 세계 곳곳에 은밀히 심어놓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즐거워한다. 이 세계관 안에서 유저들은 숨어 있는 ‘집게손’의 흔적을 집요하게 찾아내 그걸 만든 페미니스트를 색출해 징벌한다. 실제로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을 만든 외주업체 스튜디오 뿌리 측은 담당 직원 제작물을 삭제하고 직원을 배제하겠다고 사과했다.
이 게임 세계관을 현실 세계와 연결하기 위해선 당위가 필요하다. ‘메이플스토리’의 김창섭 디렉터는 긴급 라이브 방송을 통해 “맹목적으로 타인을 혐오하는 것에 있어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고, 그런 문화를 몰래 드러내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저와 ‘메이플스토리’가 얼마나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는지 입장을 말씀드리는 것이 오늘 방송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 밝혔다. 도덕적으로 타당하며 거대 게임사 디렉터로서의 책임감과 직업윤리까지 돋보이는 발언이다. 다만 하나의 작은 문제가 있다. 그가 단호하게 반대하겠다던 그 모든 일이 그와 일부 남성 유저의 머릿속에서만 벌어진 일이라는 거다.
그들의 대안세계는 두 개의 층위로 왜곡되어 있다. 메갈리아는 극우 커뮤니티 일베나 다름없으며 메갈리아로 대표되는 한국의 페미니즘 역시 혐오를 조장하는 차별주의라는 왜곡, 자신들의 눈에 띄는 수상한 엄지와 집게 이미지는 모두 페미니스트들이 몰래 숨겨놓은 혐오표현이라는 왜곡. 첫 번째 왜곡은 거짓말이고 두 번째 왜곡은 증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주장에 가깝다.
암약 중인 메갈리아 일당이 여기저기 ‘집게손’ 상징을 심어놓는다는 음모론은 반박하기 쉽지 않다. 그들의 주장이 타당해서가 아니라 그냥 반증 가능하지 않은 가설이기 때문이다. 신비의 동물 추파카브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어렵다.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세상 곳곳에 혐오표현을 남기는 음흉한 페미니스트 집단이라는 상상의 동물도 마찬가지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넥슨 직원이 “혼자만의 사상을 은근슬쩍 끼워놓고 (중략) 그거 하나 때문에 관련 유관부서, 담당 인력이 고생”하는 상황에 분노했는데, 손가락 이미지가 있다는 것이 페미니스트가 공사 구분 못하고 자기 사상을 몰래 표현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가축의 사체가 추파카브라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듯. 하지만 그들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는 대신, 그런 페미니스트가 없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으니 자신들의 믿음이 옳다는 종교적 맹신의 차원으로 퇴행한다.
만약 이 사건이 추파카브라와 네스호의 괴물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라면 차라리 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믿는 상상 속 페미니스트에 대한 분노와 미움은 고스란히 현실 속 페미니스트, 그리고 여성 일반을 향한 감시와 폭력이 된다. 논란과 압박이 계속되자 스튜디오 뿌리의 해당 직원은 퇴사를 결정했다.
앞선 사과문에서도 뿌리 측에선 애니메이터가 손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지만, 어느 순간 그의 퇴사는 그가 몰래 혐오 표식을 남겼다는 증거처럼 받아들여졌다. 자신들의 억측으로 한 여성 노동자의 권리가 침해되었음에도 자신들이 옳으며 승리했다고 환호하는 무리를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까. 별로 가망 없는 시나리오다.
가능한 건 과거 가수 타블로의 학력에 대한 음모론을 믿고 퍼뜨리던 ‘타진요’에 그러했듯 상식의 마지노선을 그어 포위하고 철저한 소수 의견으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거대 게임사인 넥슨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성민원에 동조해주며 그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안겨주는 중이다. 이것은 단순히 기업과 소비자 간 합의 혹은 거래의 영역이 아니다. 이 승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온갖 시각 매체에서 ‘집게손’의 흔적을 찾아내 여성 창작자를 차별주의자로 몰아 압박하고 밥줄을 끊으려는 게임은 계속될 텐데, 말하자면 넥슨은 자신들과 상관없는 수많은 현실의 여성들을 이 게임의 NPC로 가져다 바치는 셈이다.
이번 사건을 남초 커뮤니티 유저들은 생각 없는 여성 페미니스트 하나가 공적 작업에 자기 사상을 기입했다가 회사와 발주처 모두가 고생한 민폐의 서사로 해석 중이지만, 진실은 넥슨이 유저 일부의 비위를 맞춰준 대신 그 후과를 앞으로 사회 전반이 감당해야 하는 것에 가깝다. 민폐의 주체는 넥슨이다.
악성 소비자로서의 남성 게이머들이 사악한 페미니스트들과의 성전이라는 자기들만의 게임에 빠지고, 국내 굴지의 게임사가 그들의 망상을 유지해줄 세계관을 제공해주는 동안 실제 세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김창섭 디렉터는 “타인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문화와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우리들이 사랑하는 ‘메이플스토리’를 유린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고 비장하게 말했지만, 국내 최대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인벤 ‘메이플스토리’ 게시판에선 나이든 여성 비하표현인 닭장(어원은 너무 더러워서 밝히지 않겠다), 여성 월경을 비하한 피싸개에서 파생된 바싸개 따위의 표현을 일상처럼 사용해왔다.
이미 폐쇄되고 없는 메갈리아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이들은 메갈리아가 일베와 동급인 존재이기에 비판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11월 중순 KBS 내부 인사가 ‘짤린 극좌 기자XX들 명단’이라며 실제 인사발령문을 일베에 올려 인증하고 해당 직원들에 대한 비난과 혐오를 유도한 일에 대해선 더없이 조용하다. 엄지와 검지가 달린 손 모양으로부터 조금도 가시적이거나 명시적이지 않은 혐오와 차별의 메시지를 읽어내고 난리를 치는 동안 네이버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 같은 작품에선 “착한 오크는 죽은 오크일 뿐”이라는 대사와 함께 레이시스트로서의 주인공을 코믹하게 연출하고 ‘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뿐이다 메모’라는 인종차별 발언이 버젓이 베스트댓글이 되어 게시된다. 존재하지도 않는 혐오의 메시지를 읽어내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지만, 정작 남성들이 주도하는 명백히 가시적인 혐오의 폐해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현실. 이토록 불평등하고 불합리하게 설계된 게임을 개선하려면 패치가 필요하다. 우린 그 패치를 페미니즘이라 부르기로 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혐오의 메시지를 읽어내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지만, 정작 남성들이 주도하는 명백히 가시적인 혐오의 폐해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현실. 이토록 불평등하고 불합리하게 설계된 게임을 개선하려면 패치가 필요하다. 우린 그 패치를 페미니즘이라 부르기로 했다.
김창섭 디렉터는 “타인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문화와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우리들이 사랑하는 ‘메이플스토리’를 유린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고 비장하게 말했지만, 국내 최대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인벤 ‘메이플스토리’ 게시판에선 나이든 여성 비하표현인 닭장(어원은 너무 더러워서 밝히지 않겠다), 여성 월경을 비하한 피싸개에서 파생된 바싸개 따위의 표현을 일상처럼 사용해왔다.
이래놓고 남성혐오가 만연한 시대라고? 🤏🏻 이게 뭐가 글케 무섭다고 ㅋㅋ 여성혐오단어는 판치는 와중에 살해협박까지 하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남성혐오 메세지를 꾸역꾸역 찾아내 우기며 페미니스트의 남성 혐오라고 뒤집어 쓰위며 철퇴를 내리는 행위자체가 비틀린 남성우월주위를 보여주는 행위 아닌가? 오히려 남성 스스로가 남혐에 더 힘쓰며 그저 오락인 게임에서 조차 남성파워 보여주기에 연연하고 있다는걸 증명해주는 꼴.
첫댓글 글 너무 잘쓴다... 정작 이런 명문을 제대로 읽고 받아들여야할 대다수의 남자들은 그럴만한 지능수준이 못 된다는 현실도 참 괴롭네ㅋㅋ
존재하지도 않는 혐오의 메시지를 읽어내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를 정당화하지만, 정작 남성들이 주도하는 명백히 가시적인 혐오의 폐해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현실. 이토록 불평등하고 불합리하게 설계된 게임을 개선하려면 패치가 필요하다. 우린 그 패치를 페미니즘이라 부르기로 했다.
정말로...
김창섭 디렉터는 “타인에 대한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문화와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우리들이 사랑하는 ‘메이플스토리’를 유린하도록 허락하지 않겠다”고 비장하게 말했지만, 국내 최대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인 인벤 ‘메이플스토리’ 게시판에선 나이든 여성 비하표현인 닭장(어원은 너무 더러워서 밝히지 않겠다), 여성 월경을 비하한 피싸개에서 파생된 바싸개 따위의 표현을 일상처럼 사용해왔다.
이래놓고 남성혐오가 만연한 시대라고? 🤏🏻 이게 뭐가 글케 무섭다고 ㅋㅋ
여성혐오단어는 판치는 와중에 살해협박까지 하면서
명문이고 현실이 씁쓸하며 쓸데없는 일에 쓰이는 시간이 아깝다
맞말
명문
여성들은 진짜 세상에서 목숨을 위협받는다고ㅌㅋ
여기저기 ‘집게손’ 상징을 심어놓는다는 음모론은 반박하기 쉽지 않다. 그들의 주장이 타당해서가 아니라 그냥 반증 가능하지 않은 가설이기 때문이다. 신비의 동물 추파카브라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란 어렵다.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ㄹㅇ 없다는 증거를 내놓기가 제일 어려워 이게 바로 선동이지..ㅋㅋ
진짜 명문이다..
그남논리:오ㅑ왜왜 페페페미가 우우리한테 지랄인데에ㅔㅔㅔ손손손가락가지고오오 왜오ㅑ왜남혐하는데에에ㅔㅔㅔ
맞지 ㅋㅋㅋㅋㅋ
어떤 페미가 남자 고추 크기에 집착해. 지들이나 하는 거지. 맨날 지들끼리 물고 빨고 드러워 죽겠어 진짜
누가 썼을까 했는데 위근우였구나… 글을 너무 잘쓰시네 잘 읽었습니다
글 진짜 잘쓴다...
존재하지도 않는 남성혐오 메세지를 꾸역꾸역 찾아내 우기며 페미니스트의 남성 혐오라고 뒤집어 쓰위며 철퇴를 내리는 행위자체가 비틀린 남성우월주위를 보여주는 행위 아닌가?
오히려 남성 스스로가 남혐에 더 힘쓰며 그저 오락인 게임에서 조차 남성파워 보여주기에 연연하고 있다는걸 증명해주는 꼴.
맞아 진짜 증명할 수 없는걸 증명하라고 하는거임.. 이런건 주변에서 먹금해줘야 하는 건데 기업들이 들어주고 있으니 개빡치지
와 잘썼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위근우
어우 속시원해
하지만 한남들은 이거 안읽겠지 개열받네
와 ... 진짜 글 잘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