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클리어링
우르르 몰려나간 흥분들핏대와 삿대질이 섞인다목소리 큰 놈이 이겨서야, 엄마는 혀를 찼지만형제 많은 집 골목 싸움에 달려 나온 끈끈한 우애를 내심 부러워했다는 게 맞다참지 못하고 달려나간다는 것은 네 편이야, 은근 힘을 실어주는 것내 편이라는 우쭐함이 어깨를 세우는 것내 편이라는 믿음을 왜 오래도록 갖지 못했을까적당히 점잖고 적당히 절제하는 나에게는 흥분한 공기가 없다간섭할 하늘도 집단 퇴장할 운동장도 없는 기분은무조건 내 편이었던 젊은 엄마마저 없다붉은 잎들 몰려간 쪽에서 바람이 뒹군다갖고 싶은 걸 얻어내려 막무가내 바닥에 드러눕던 아이 같은 바람은 분명 다혈질저 바람, 버릇이 나쁘다고 핀잔깨나 듣지 않았을까일어설까 말까 눈치 보는 벤치의 저녁 햇살은이기적이라 생각할 테지만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편견일지도 모른다진실과 현실 사이, 아무리 그래도 바람의 섭섭함은 어쩔 수 없다- 최연수, 시 ‘벤치 클리어링’ 전문
*******************************************************************************************************스포츠 경기에서 경쟁이 지나쳐 부딪힐 때,
양 팀 소속 선수들이 모두 나와 싸우거나 이를 말리는 행위를 ‘벤치 클리어링’이라 부릅니다실제로 피 튀길 때도 있지만 서로 웃는 얼굴로 싸우는 시늉만 내기도 합니다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살면서 한편이 되어 참견하거나 말리는 일들이 종종 있습니다내 편, 네 편이 갈리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고,
일단 터뜨리고보자는 분노의 표출이기도 합니다그리하여 하나로 묶이기도 하면서, 편견에 사로잡혀 감당하기 아려운 후유증도 낳습니다
이제까지의 우리들 정치는 무조건적인 상대방 탓하기로 일관되어 왔습니다
서로의 정책 경쟁이 아닌 헐뜯기와 편가름으로 지지율 다툼을 이끌어 온 버릇이 주 원인입니다
작금의 대통령 탄핵 찬반의 끝이 보이지만, 갈라진 민심의 향방은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다혈질의 결론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진 실과 현실이 어떻게 융합될지 아슬아슬합니다
오늘 하룻길도 천천히 걸으며 자주 웃으시길 빕니다^*^
출처: 한국문인협회 영주지부 원문보기 글쓴이: 최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