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씀바귀꽃
사흘째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사월 중순이다. 어제와 그제 대기가 희뿌연 가운데도 근교 들녘과 강둑으로 걷는 탐방을 나섰더랬다. 주천강 냇물엔 어리연이 잎을 펼쳐 자랐고 우암리 비닐하우스에는 농부가 땀 흘러 가꾼 멜론이 영글었다. 화훼재배 단지는 카네이션과 장미가 꽃봉오리를 맺어갔다. 한림 술뫼 강둑은 무성히 자란 야생 갓이 화사한 꽃을 피우니 유채꽃을 보는 듯했다.
금요일도 황사가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아 산책을 대신해 자연 학교는 실내 학습으로 대체해야 할 상황이었다. 가끔 비가 오는 날이면 도서관으로 나가 머물렀는데 황사로 인해 도서관을 찾기는 드문 경우다. 아침밥은 일찍 먹었지만 사서가 출근할 시각에 맞춰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로 내려서면 습관이다시피 꽃대감과 밀양댁이 가꾸는 꽃밭을 둘러봄으로써 일과를 시작했다.
황사 때문인지 시간이 일러선지 주인장 친구와 안 씨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 꽃밭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제각각 모습으로 피어나 있었다. 그 가운데 금낭화는 등차 수열을 보여주듯 원호를 그려가며 휘어지는 꽃대에서 분홍색 꽃송이를 달았다. 매발톱꽃은 꽃잎이 활짝 피어도 오므라져 있는 모습이 매 발톱을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었는데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움이 특성이었다.
꽃밭을 둘러본 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외동반림로를 따라 반송 소하천 곁을 따라 걸었다. 높이 솟구쳐 자라는 메타스퀘이아 나무는 연초록 잎이 돋는 즈음이라 싱그러워 보였다. 원이대로로 나가자 간선도로 급행버스 운행을 위한 선형 개선 공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어수선했던 작업 환경은 정리되고 중앙분리대 조경과 재포장을 마친 노면은 차선을 긋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롤러스케이트장과 인접한 창원레포츠파크 동문 앞을 지나자 향나무가 선 울타리 아래 우레탄이 깔린 보도 틈새 싹을 틔워 자란 씀바귀가 노란 꽃을 피워 눈길을 끌었다. 들녘 논두렁이나 밭둑에 자란 씀바귀라면 나물로 채집되어 저잣거리에서도 볼 수 있을 씀바귀가 도심 거리 보도 틈새 꽃을 피워 기특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피사체로 삼아 폰 카메라에 사진으로 담아 놓았다.
운동장 사거리 폴리텍대학 후문에서 캠퍼스를 관통해 교육단지로 드니 벚꽃이 저문 가로수는 잎이 무성해 녹음을 드리워갔다. 전문계 공업고등학교와 맞닿은 창원도서관으로 들어 출근길 사서와 같이 2층 열람실로 올라 집에서 못다 읽고 가져온 이기동의 ‘유학 오천 년’ 제2권 ‘중국 유학의 전개’ 편을 마저 읽어내렸다. 중국 역대 왕조별 명멸한 유수의 대학자들을 대면하게 되었다.
평일이라 열람자가 적어 조용한 도서관에서 펼쳤던 책은 독파하고 집에서 읽고 가져갔던 시집과 함께 반납시키고 신간 코너로 가 ‘유학 오천 년’ 제3권 ‘한국의 유학’을 골랐다. 책의 두께가 두터워 읽기에 시간이 제법 걸릴 듯했다. 시집이 꽂힌 서가에서 ‘문학공간’과 ‘시인동네’ 출판사에서 펴낸 이름이 낯선 젊은 시인 시집 두 권도 뽑아내 사서를 찾아가 대출받아 도서관을 나왔다.
오후에 내게 부여된 과제를 수행하려고 대산 들녘으로 나가기 위해 창원대로로 나가 창원역을 거쳐 가는 버스를 탔다. 역전에서 내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니 종교 단체에서 자원봉사를 나서 이들이 해양오염 방지를 위한 캠페인을 벌여 설문 스티커 부착에 동참해 주었더니 접란이 심긴 화분을 주어 받아왔다. 해양오염은 우수관으로 떠내려간 담배꽁초도 원인이 됨을 알게 되었다.
창원역에서 들녘으로 나가는 1번 마을버스로 가술에서 내려 식당을 찾아 점심을 해결했다. 식후 국도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도심 씀바귀’를 남겼다. “우레탄 보도 틈새 씀바귀 싹이 터서 / 스며든 빗물만도 잎줄기 불리더니 / 점점이 노란 꽃 피워 허리 굽혀 살폈다 // 들녘에 자랐다면 식탁에 오를 수도 / 자투리 쌈지공원 심어둔 화초보다 / 더더욱 기특해 보여 눈높이를 맞췄다” 24.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