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커피박(찌꺼기)을 100% 재활용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 12월 17일, 커피 한잔이 생각나는 비 오는 화요일 오전 위워크여의도역점에서 커피큐브 임병걸 대표를 만났다.
커피큐브는 버려지는 커피박으로 화분이나 점토, 파벽돌, 볼펜 등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기업이다. 임대표는 최근 일본의 인테리어 업체에서 커피 파벽돌 2만4천개를 주문 받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12년 전 우연히 카페에서 커피찌꺼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것을 보고 재활용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사업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업사이클링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업력이다. 환경을 위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시작하지만 성공한 케이스는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내년 초쯤 이제야 사업이 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것 같아요.”
커피큐브는 이미 사회적기업 사이에서는 명성이 자자하다. 2019년 위워크 크리에이터 어워즈 파이날리스트 5인 수상, 2018년 환경부 혁신형 에코디자인 사업 공모전에서 커피벽돌로 대상을, 2013년도에는 서울사회적경제 아이디어 대회에서 커피찌꺼기 재활용 방안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나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기업과 같은 공식 타이틀은 없다.
임 대표는 “지원금이 끊기면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장에서 인정받고 싶었다.”고 소신을 밝혔다.
커피박을 재활용하는 것 뿐 아니라 사람들이 커피큐브에 주목하는 이유는 생산 방식이다.
커피큐브의 제품은 지역자활센터에서 만들어진다. 주로 장애인들이 작업을 하다 보니, 대량으로 주문이 들어와도 납품이 어려워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수익이 아닌 파급력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생산 공장을 두고 싸게 많이 만들면 수익이 많이 남겠죠. 하지만, 제 목표는 커피박의 재활용을 높이는 것에 있습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본사는 제품 판매가 아닌 커피박과 같은 식물성 재료로 누구나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장비인 일명 ‘커피트레인’ 보급을 시작했다. 이 장비만 있으면 누구나 지역의 커피박을 모아 점토를 만들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다. 커피트레인으로 만들어진 점토는 기존의 플라스틱, 나무, 도자기를 대체 할 수 있는 친환경 재료이다.
임 대표는 “누구나 커피박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면 혼자 할 때보다 더 많은 커피박이 재활용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커피트레인을 개발한 이유를 말했다.
현재 서울시는 커피찌꺼기를 일부 수거해 비료를 만들어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다. 이런 사업은 예산이 끊기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커피큐브처럼 커피박으로 부가가치가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다면, 수거 비용도 들지 않을 뿐더러 일자리 창출 효과에 업사이클링까지 선순환이 가능하다.
임 대표는 “앞으로는 커피트레인을 소형화해서 가정과 작은 카페에서도 커피박을 바로 점토로 만들어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고 각오 밝혔다.
매일 커피 3잔 이상을 마시는 애호가로서 전 세계 모든 커피박이 재활용되는 날까지 커피큐브의 활약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