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7시 10분. 국민은행 명동영업부 앞에 15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렸다. <친일
인명사전> 편찬 모금액 5억 달성 기념행사를 위해서다.
날씨는 비록 쌀쌀했지만 한 손에 든 촛불로 참가자들의 마음은 녹는 듯했다.
8살짜리 아들 손을 꼭 붙잡고 나온 윤형상(38,고양)씨는 "우리는 아직까지 잘못된 과
거를 청산한 역사가 없었다"며 "내 아들을 위해서라도 마땅히 친일 역사를 청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은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텐데 오히려 사회지도층
행세나 하고 있다"며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앞서서 나라를 이끌 자신이 없으
면 잠자코 있기나 하지 괜히 잘 나가는 나라를 뒤에서 잡아채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
다.
멀리 동두천에서 온 학생들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이형주(18,보영여고)양
은 "친일인명사전을 만든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는지
는 몰랐다"며 "역사적인 자리를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
서는 아직도 친일 인사들의 문학 작품을 배우고 있다"며 "친구들에게 친일을 했던 작
가들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평소 민족문제연구소에 매달 1만원씩 후원회비를 내고 있다는 손영주(55,개포
동)씨는 "내 나이가 이미 50대이지만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날인 만큼 고향 친구(이희득,55)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민족
의 비극의 씨앗은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것"이라며 "친일인명사전이 친일파 청산
과 역사 연구 자료 마련의 시금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권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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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윤영진(54)씨 역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때문에 지금까지 허둥댔는데 이제야
우리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됐다"며 활짝 웃었고, 축하공연을 펼친
가수 이지상씨는 "11일만에 5억원을 모아낸 것은 네티즌이 이루어낸 새로운 역사"라
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천리길'을 불러 참석자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부쩍 추워진 날씨와 매서운 바람 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참석자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다.
이번에 대학에 진학한다는 김보라(19,대원외고)양은 "친일행적에 대해 사람들이 '이
제 와서 왜?' 라며 냉소적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열정적이어서 많이 놀랐다"며 "프랑
스는 나치의 지배를 받은 것이 5년 밖에 되지 않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반민족 행
위자들을) 샅샅이 밝혀내어 처단했다. 우리도 그런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며 이
번 행사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부탁했다.
이제 8살이 된 김우빈군도 어머니 손을 잡고 행사에 참석했다. 우빈 군은 "역사가 할
아버지들이 보고싶어서 왔다"고 작은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대천에서 일부러 아들 손을 잡고 올라온 우빈이 어머니는 "이번에 모금 상황을 보면
서 우빈이와 함께 역사책을 찾아가며 공부하고 있다. 과거에 얼마나 끔찍한 일이 있
었는지 이제야 알게됐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불어 "우빈이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같이 참석하게 됐다"면서 더 많이 이들의 관심을 촉구
했다.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행사를 지켜보던 전도진(24,대학생)씨 역시 "이번 일을 보며
우리나라에도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역사
바로 세우기' 시스템 확립을 정부와 시민단체에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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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을 접었습니다"
지금쯤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을 손자 두 놈 이름으로 작은 돈이나마 보태겠습니다.
강지묵, 강승목. 작은 힘이나마 좋은 뜻에 동참할 수 있게 되어 흐뭇합니다. 많은 분
들이 큰 뜻에 동참하시는 것을 보면서 절망을 접었습니다. 우리 모두 희망의 씨앗을
뿌려가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야죠.
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가족으로서 일본과 관련한 일이라면 누구보다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다시금 되돌아 봐야 할 때
입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교훈으로 남길지 곰곰히 생각하면
서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어둡지 않은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하겠지요.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더 늦기 전에 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보
면서, 가슴 찢어지는 아픔이 뜨거운 감격의 눈물로 바뀌었습니다. 만세를 부르고 싶
습니다.
온 국민 가정에 건강과 희망이 샘솟은 그런 가정 만들어 가시기를 진심으로 빌면
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랑을 모든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이글을 올립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가족 이희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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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도 동참합니다. 조회수:291 , 추천:24, 반대:0
대구아줌마(vkfkdto5), 2004/01/18 오전 1:39:03
남편이 제가 카드 결제하는 것을 보고 뭐냐고 묻길래
이런 일이 있다고 설명해줬더니 자기 이름으로도 돈을 보내랍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저희 시아버님이 일제 때 농협 고위직에
계셨다네요.
남편은... 아마도 우리 아버지가 농민들 쥐어짜서 일본 배불리는
일을 하셨을거라고 부끄러운 고백을 합니다.
결혼 14년만에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적극적인 친일이건 소극적인 친일이건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희 부부도 약간의 성금을 보냅니다
책이 나오면 꼭 사서 우리 아이들과 볼겁니다.
수고하시는 분들, 동참해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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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다가올 설명절을 맞아 네티즌 lee yun gi(ymcaman)씨는 "어제 가족회의를 하고 가
족들이 각자 1만원씩 참여하기로 했습니다"라면서 아이들이 세뱃돈을 받아 모금에 참
여할 수 있도록 "설날이 지날 때까지 모금운동이 계속됐으면 합니다"라는 의견을 밝
혀왔다.
멀리 인도네시아에 산다는 남쪽나라(anssoo)씨는 "이 놀라운 사건현장에 도저히 참여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겠기에 두 아이 이름으로 인터넷뱅킹을 했다"는 독자의견을
남기며 "외국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우리민족의 역사를 바로 알고 긍지 속에서 살아
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라는 말로 모금운동의
열기를 흐뭇해했다.
ㅎyoㅈin(cutyhj)씨는 "5억이 모이기 전에 얼른 참여하겠다는 생각에 통장의 잔고를
긁어모아 2만원을 남자친구와 저의 이름으로 냅니다. 곧 백수발령을 받을 이태백 중
한 사람이라 조금밖에 못 하는 것이 아쉽네요"라는 따뜻한 사연을 올리며 "대한민국
힘내세요!"라고 덧붙였다.
"나는 좀 늦게 내겠다"며 그 이유를 밝힌 네티즌도 있었다. 다호(fossilfive)씨
는 "시간이 지나서도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에게 보여주기 위해" 늦
게 모금운동에 참여할 것이라며, "처음 내는 분도 중요하지만 제일 마지막에 내는 분
도 그만큼 중요할 것 같으니 사전 편찬이 완료되는 날까지 구좌를 열어달라"고 부탁
했다.
낮 12시30분경에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차영조(60)씨가 오마이뉴스 사무실을 방문하
기도 했다. 그는 "<친일인명사전> 편찬 모금운동 참여자 명단과 특집기사가 실린 <주
간 오마이뉴스>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 들렀다"며 "이번 모금운동이 한시적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열기 속에 삼일절, 광복절까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법무법인 한강의 최재천 변호사도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며 직원들과 함께 모금한 100만원을 맡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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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좋은나라.... 조회수:52 , 추천:2, 반대:0
준호지부(grevict), 2004/01/16 오전 8:49:04
우리 아들 태어난지 2달째.
아버지가 되니까 세상을 달리 보게되는구나.
그제 아주 작은 돈이나마 기부했다.
내가 바라는건 우리 아들이 좀 더 깨끗하고 정의롭고
그런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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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네티즌의 이러한 열망을 좌익이라거나 김정일지지자, 노사모같은 진부하고 천박
한 사고로 재단하지 마십시오. 도도히 흐르는 민심을 천근의 무게로 받드십시요. 당
속에서 머물며 변화를 왜곡, 무시하지 마시고 정의와 자주의 깃발을 치켜 드시기 바
랍니다.
첫댓글탄관님 명절은 어떻게 고요히(?)잘보내셨는지요 후후~제 큰누이 조카가 박세리나온 공주금성여고2학년에올라가는데 이번에 학교 풍물놀이 써클에서 전교학생들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모금을했다네요.금액이 얼마나 모였는지는 모르나(중요하지도않구요 ^^)참교육을 열망하는 어린학생들이 그런 모습을 보임에......머리가
숙여지더이다.조카말을 빌리자면 자기가 배우고 있는 우리의 역사가 왜곡이 많다는것을 알았고 과목으로 따지면 국어,역사 하물며 대학입시논문에까지 의문투성이들이라구 그러데요.일제를위해서 총칼은못들지언정 자신의 글과명망을 자신의영달을 위해서 쓴 사람들이 어떻게후손들에게 존경받고있느냐구요.
전교조가 공과는 있겠지만 저는 공이 훨씬 더 많다고 봅니다.......교육이 살고 원칙과 상식이 통해야 합니다.......어린조카 분같은 깨우침이 있는 한 나라의 장래는 밝아 지겠지요.....김경선님 같은 분을 뵈면 지쳤다가도 힘이 납니다.....자주 좋은 글 올려주십시요.
첫댓글 탄관님 명절은 어떻게 고요히(?)잘보내셨는지요 후후~제 큰누이 조카가 박세리나온 공주금성여고2학년에올라가는데 이번에 학교 풍물놀이 써클에서 전교학생들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모금을했다네요.금액이 얼마나 모였는지는 모르나(중요하지도않구요 ^^)참교육을 열망하는 어린학생들이 그런 모습을 보임에......머리가
숙여지더이다.조카말을 빌리자면 자기가 배우고 있는 우리의 역사가 왜곡이 많다는것을 알았고 과목으로 따지면 국어,역사 하물며 대학입시논문에까지 의문투성이들이라구 그러데요.일제를위해서 총칼은못들지언정 자신의 글과명망을 자신의영달을 위해서 쓴 사람들이 어떻게후손들에게 존경받고있느냐구요.
참 어린조카의 그런말을 듣고 요즘 어린아이들은 경망스럽고부잡하고 철없는 아이들이라고치부하던 저의관념이와르르 무너지더이다 후후~자라나는 후세대들을 위해서 지금 나는 무엇을해야할까요..? 참 좋은세상인것만은 사실이오나.....알아야하고 고쳐야하는것들에대한 반문과 자조는 언제쯤이나 끝날런지요.......
올 한해 하시는 모든일이 만사형통하게 술술 풀리시길 바라오며 바램이 하나있다면 이제는 모임의 본 취지에걸맞게끔 홍의원님과 홍사연의 발전을 위한 장을 많이 마련하였으면 좋겠습니다.그럼 이만 줄입니다.건강하십시오~
전교조가 공과는 있겠지만 저는 공이 훨씬 더 많다고 봅니다.......교육이 살고 원칙과 상식이 통해야 합니다.......어린조카 분같은 깨우침이 있는 한 나라의 장래는 밝아 지겠지요.....김경선님 같은 분을 뵈면 지쳤다가도 힘이 납니다.....자주 좋은 글 올려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