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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헬프’(2011) 혹은 ‘이미테이션 게임’(2015)을 흥미롭게 본 관객이라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가 탄생했다. 과거 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숨겨진 흑인 여성 천재들의 실화를 담은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가 한국 관객과 만났다.
영화 ‘히든 피겨스’(감독 데오도르 멜피)는 1960년대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이끌었던 NASA 프로젝트 천재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린 작품이다. 해외 시사회 이후 미국의 영화 정보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95%를 기록한 것은 물론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극찬한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화는 NASA에서 ‘인간 계산기’로 불릴 만큼 천재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졌던 흑인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천부적인 수학적 재능을 지닌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IBM 컴퓨터 실행 기반을 다진 천재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NASA 최초의 흑인여성 엔지니어 메리 잭슨(자넬 모네)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NASA 최초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끈 것은 물론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도 결정적인 공헌을 했지만 인종과 성별의 한계에 부딪혀 주목받지 못했다.
극 중 3인방은 분명 NASA 소속이지만 사실상 조직 내 이방인이다. 여성이라서 중요한 회의에 참석할 수 없고 백인들은 사무실, 화장실, 심지어 커피포트조차 따로 쓰길 강요한다. 하지만 견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에 주인공들은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특유의 성실함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편견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린다.
이 과정에서 터져나오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어마어마하다. 이들은 복잡한 공학기술과 천문학적인 수를 능숙하게 다루는 천재적인 면모부터 한 가정을 책임지는 엄마로서의 푸근함까지 선보이며 혼을 쏙 빼놓는다. 더불어 “남자만 지구를 돌라는 규정은 없어”, “함께 가지 않으면 정상에 갈 수 없어” 등의 명대사들로 깊은 울림까지 전한다.
무엇보다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만큼 영화가 주는 몰입과 감동의 힘은 기대 이상이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옥타비아 스펜서, 타라지 P. 헨슨, 자넬 모네의 완벽한 열연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한다. 여기에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 케빈 코스트너, 커스틴 던스트, 미국 유명 드라마 ‘빅뱅이론’으로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덤을 보유 중인 짐 파슨스의 연기 대결 역시 관전포인트다. 더불어 1960년대 미국의 길거리 풍경과 패션도 시선을 빼앗는다. 특히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레트로 패션, 선명한 컬러와 화려한 아이템으로 개성을 살려낸 인물들의 의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볼거리 뿐 아니라 들을 거리도 푸짐하다. 세계적인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의 음악이 러닝타임 내내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끈다. 더불어 주인공들의 감정이 고조될 때마다 흘러나오는 리드미컬한 멜로디와 희망적인 가사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머릿속을 맴돈다.
냉전시대, 강대국들의 우주경쟁, 인종차별 그리고 성차별이란 주제의식 때문에 자칫 무겁기만 한 영화를 상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곳곳에 살아있는 디테일한 연출과 코믹한 장치들 덕분에 전개는 경쾌하고 캐릭터들은 발랄하다. 스쳐 지나가는 장면 하나, 대사 하나, 곱씹을 거리 역시 많다. 그 시절 NASA의 흑인여성들을 괴롭혔던 수많은 편견과 차별은 2017년 현재 또 다른 형태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그땐 그랬지’ 대신 ‘그때도 그랬구나’를 먼저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마냥 당하기만 하는 영화는 아니다. 마음 한켠이 답답해질 때쯤, 그녀들의 반란이 몰고 오는 시원한 통쾌함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다(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2017. 3. 4).
*출처: NAVER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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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주 재밌는 영화. 😎
강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