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탄방동에 위치한 어느 회사 창고에 보관 중이던 폐 자동차 부품이 도난당하였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2013년 10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신고를 접수받은 대전둔산서 형사들은 수사에 착수했고, 현장주변에 있던 CCTV를 확인하여 곧 범인을 검거하였습니다. 하지만 82세나 되는 고령인데다가 피해자 역시 처벌 불원의사를 밝혀 할아버지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사건은 이렇게 손쉽게 종결 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했던 형사들은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었습니다. 창고식 단칸방에 거주하면서 구걸한 음식을 냉장고가 아닌 방 이곳저곳에 방치하여 놓고, 그것으로 하루하루 끼니를 때우며 겨우 목숨부지하며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생활상을 보니 가슴이 너무 짠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형사들은 고민 끝에 용문동 주민 센터를 찾아가 복지담당 공무원과 혹시 도움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지 상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 그 할아버지요? 가족도 없이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인데, 워낙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해서 남의 도움이라면 일체 받으려 하지 않아요!”
이에 형사들은 약간의 돈을 모아 쌀과 부식을 구입하여 할아버지 댁에 놓아두고 나왔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냥 받는 것에 부담을 느꼈는지 현금 2만원을 형사차량에 몰래 놓고 내렸습니다.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형사들은 다음날 할아버지를 찾아가 2만원을 다시 돌려드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사과 두 봉지를 사서 자전거를 타고 경찰서에 주고 가셨습니다.
“그럼 수고들 하는데 이거라도 나눠 드시구려!”
그 후로 마치 누가 더 착한 사람들인지 내기라도 하듯 할아버지와 형사들 간에 아름다운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형사들이 다음날 오리털이 들어간 겨울 잠바를 구입하여 할아버지께 전달하자, 할아버지는 이에 질세라 돼지갈비 15근을 구입하여 경찰서로 보내왔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고되고 험한 일들을 하는데 고기를 먹어야 힘내서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고 하면서…….
형사들은 탐문수사 끝에 구입처를 찾아가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환불하였습니다. 정육점 주인으로부터 돼지갈비 값이라고 돌려받은 돈은 천원 권 60매를 포함하여 모두 12만원이었습니다. 형사들의 가슴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엇으로 인해 한없이 뜨거워졌습니다. 12만원이라는 돈이 보통 사람들에겐 하루 외식비 정도에 불과한 대수롭지 않은 돈일지 모르지만 할아버지에겐 자신의 전 재산일지도 모르기에…….
“아, 이 고집불통 노친네를 어쩐다냐!!”
돈을 돌려줄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형사들은 결국 대전경찰청 내부망에 지혜를 구했습니다.
“그럼 내가 한 번 어르신께 점심을 대접하며 설득 해보는 것은 어떻겠소?”
대전경찰청장의 제안에 형사들은 동의하였고, 할아버지께 연락하여 어떤 음식을 드시고 싶은 지 먼저 물었습니다.
“겨우 자장면요? 우리 청장님이 쏘신다고 하니 더 비싼 거 한번 말씀해 보세요.”
할아버지는 정 사주시고 싶으면 자장면이나 한 그릇 사달라고 했습니다. 자신은 그거면 족하다고……. 하지만 형사들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장면이 가장 값싸기 때문에 부담 주는 것이 싫어서 그리 말씀 하셨다는 것을…….
“영감님! 왜 벌써 오셨어요? 그리고 이건 또 뭐구요?”
수능시험이 치러지던 11월 7일 오전 10시 반이 되자 할아버지는 사과 1박스를 사서 경찰서 형사계로 찾아오셨습니다. 집에서 점심 때 까지 기다리고 있으려니 도저히 답답해서 미리 왔노라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얼굴엔 엷은 미소가 붉은 노을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그날 정오에 대전경찰청장은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 두 명과 함께 중국집에서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그는 남이 입던 군복을 입은 상태에서 다리를 저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잠시 후,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앉자 대뜸 소주 한 잔 해도 되느냐고 물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5남매를 두었는데 내가 돌이 지나면서 돌아가셨어요. 어머니가 식모살이 하면서 그나마 날 초등핵교까지 가르쳤지요.”
할아버지는 소주를 주문 해드렸더니 두어 잔 마신 후 회한에 잠긴 표정으로 당신의 옛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형제들과도 모두 소원한 관계이고 조카들조차도 찾아오지 않아요.” “결혼은요?” “어머니가 식모살이를 하면서 뒷바라지 해주시는 바람에 초등핵교를 졸업했으나, 이후 머슴살이를 시작했지요. 그러다가 27살 되던 해에 다른 집에서 식모살이 하던 청송 심씨 성을 가진 22살의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결혼식 후 재산도, 직장도 없는 것을 알고는 같이 살 수 없다며 혼인신고용 서류들을 달라고 하여 줬더니 그대로 집을 나가버리더군요…….”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그 때문에 아직도 호적상 애들이라고 하시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그건 그렇고 혹시…….”
잠시 후, 할아버지는 망설이듯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칼국수와 동치미 국물이 있으면 좋겠는데?”
주인에게 물었지만 중국집엔 그런 것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할 수없이 맑은 물에 면만 넣어 끓여다 달라고 부탁했는데도 할아버진 거의 드시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늘 외롭게 혼자 지내다가 사람들과 같이 식사도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거운지 연신 입을 열었습니다.
“난 음식은 썩어 냄새가 나서 먹지 못할 정도만 아니면 다시 끓여서 먹곤 해요. 그리고 또 개 기르는 사람을 미워하는데 그건…….” “왜죠?” “개에게 비싼 사료나 음식을 주기 때문이지요.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얼마나 좋아요.”
그러면서 당신은 개가 먹는 만큼도 못 먹는 개만도 못한 존재라고 자책하듯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청장은 홍삼정 한 병과 함께 형사들이 마련한 돼지갈비 값을 할아버지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예상대로 할아버지가 거부의사를 밝히자 청장은 고집불통 아버지를 설득하듯 차분하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어르신! 만약 오늘 아침에 선물한 과일을 형사들이 받지 않으면 기분이 어떠하시겠어요? 난 그저 신경 써줘 고맙고 감사해서 작은 성의로 드리는 것인데 상대가 받지 않으면 기분이 좀 그렇잖아요.” “그야 당연하지요.” “마찬가지로 저희들도 할아버님이 저희 아버님 같고 좋으신 분 같아서 지금 그저 마음을 나눠가지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마음을 나눠요?” “예, 마음을…… 서로 배려해주고 사랑해주는 그 마음을…….” “난 그동안 꼴이 사나운 날 동정하는 줄로만 알고 …….” “할아버지께서 선물한 그 과일, 저도 오늘 세 개를 가져오라고 해서 먹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르신도 저희들이 드리는 선물과 형사들이 환불해서 가져온 돈을 이제 받으시는 것이 어떠세요?”
할아버지는 그제야 비로소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집을 내려놓으셨습니다. 헤어지면서 술 많이 드시지 마시고 식사 잘 챙겨 드시라는 부탁을 드렸더니 눈물까지 글썽였습니다. 아마도 그건 그동안 늘 버려진 듯 쓸쓸하고 외롭게 살아왔던 이 원망 가득하고 삭막한 세상이 그래도 아직까진 살만하다는,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주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는 그런 의미의 눈물 같았습니다.
“어이쿠, 영감님!”
다음 날 할아버지는 돼지고기 30근을 사서 형사계를 찾았습니다. 형사들은 할 수 없이 그 돼지고기를 할아버지가 다니는 인근 노인복지회관에 전달하고 무료급식 봉사까지 했습니다. 그날, 노인복지회관에 모인 300여명의 어르신들은 할아버지가 주신 돼지고기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행복한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아~~할아버지!’ ========후 기============
이 소식을 들은 대전사랑시민협의회 이상윤 회장님과 대전경찰청장의 고향 친구들이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황 할아버지는 아직은 도움받을 때가 아니므로 더 어려운 형편에 있는 분들을 도와주라며 한사코 도움받기를 거절 하셨습니다.
첫댓글 추천!!!!!!!!!!!
퍼가여
잘읽었읍니다...추천!!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3.11.21 12:06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쩝
훈훈한 이야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미권스에도 이런 글이 많이 올라오길 바랍니다
대단한 할아버지세요
가슴이 저려서 눈물이 줄줄.
스크랩해갑니다 감사합니다..
무아를 행하시는 도인이시군요.
아 눈물나네요ㅠㅠㅠㅠ
좋은얘기 감사합니다.
추천 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