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는 부동산이 아니다>의 저자 신명식 전 농정원장은 스스로를 농업계 아웃사이더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저자는 16년간 국내 종합 일간지 기자 생활을 거쳐, 10년 동안 귀농인으로 살았다. 여기에 농업 관련 공공기관장 경험까지 더했다. 언론인, 귀농인, 농업 관련 공공기관장 등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경력의 소유자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당당하게 아웃사이더라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이색적인 경험을 십분 발휘해 ‘농지는 부동산이 아니다’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저자는 가장 먼저 매년 사라지고 있는 농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2020년 한 해에만 농지 5,280만평의 농지가 사라졌다. 그 중에 724만7,760만평이 주택용지로 전환됐다. 때문에 요즘 농민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농산물을 키우거나 파는 것이 아닌 바로 땅 구하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시작부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예 시작을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설사 시작하더라도 농민의 기본 소득은 보장되지 않는다. 공익형직불제,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 논의는 여전히 농업계 내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다른 저소득계층과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 농민 중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부가세나 소득세를 내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등의 이유로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농산물의 유통구조에 대해서도 짚고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 연간 거래규모는 24조원이 넘는다. 이 중 절반이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에서 82개 도매시장법인과 경매사를 통해 거래된다. 6,450명의 중도매인은 거래가 가능한 도매법인이 지정되어 있어서 산지출하자와 직접 접촉할 수 없다. 농산물의 품질보다는 물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경매제를 통해 가격은 결정된다. 즉, 농민은 자신의 농산물의 가격에 대한 결정권이 없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마음 졸이며 자식을 키우듯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를 남들이 결정하는 것을 그저 지켜봐야만 한다. 그런데 더 문제는 농산물 거래를 독점하는 6개 도매회사법인 모두 농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회사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청년농, 스마트팜의 허실, 날로 하락하는 식량자급률, 농민의 직업윤리, 농업통계의 오해와 진실, 연간 귀농인구와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농가소득 통계 등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과 문제점들을 하나씩 설명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을 현장에서 찾아서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농민의 직업윤리에 대해서도 당부의 글을 남긴다. 농민은 국민을 생각하는 농업, 소비자를 생각하는 농업, 사회적 가치가 있는 농업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민은 제 본분을 다하고, 사회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말이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강조한다.
언론인, 귀농인, 공공기관장의 경험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문제들과 해결책이 2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차곡차곡 채우고 있다.
<책 내용에서>
대장동 사건을 보며 필자가 주목한 건 각종 개발명목으로 해마다 사라지는 농지다. 대장동 택지는 고작 27만8,440평 이다. 2020년 한 해에만 농지 5,280만평이 사라졌다. 그 중에 724만7,760평이 주택용지로 전환됐다. 대장동의 26배 규모다. 전국에서 민간개발, 공공개발, 또는 민관공동개발 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 많은 개발이익을 누가 다 먹었을까?
민간주도 개발사업은 시행사가 초기자본을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로부터 개발대출을 받는다. 시행사는 초기 위험부담을 안는 대신 막대한 개발이익을 보장 받는다. 이러니 불가피하게 대규모 농지를 택지로 전환하려면 공공개발을 해야 한다. 그 중 일정 부분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주택만 값싸게 분양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또는 국가가 개발이익으로 다른 지역에 농지를 매입해서 공공임대농지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짜농민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농지법을 정비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줄인 농지를 대규모로 전용해서 생기는 이익을 소수 개발업자와 투자자, 가짜농민들이 차지하게 해서는 안 된다.
-<1-1. 대규모 농지전용은 반드시 공공개발로> 중에서
현장이 이렇게 돌아가는 것을 잘 아는 농지투기꾼들은 매매계약단계에서부터 임차인을 구해놓는다. 농사를 단 하루도 짓지 않아도 이렇게 해서 농지를 소유한다. 윤희숙의 부친은 기존 경작자에게 계속 임차를 하기로 하고, 매매계약이 끝난 후 세종시 전의면 논 3,300평을 농어촌공사에 위탁했다. 5년 후 윤희숙의 부친은 농어촌공사 위탁을 연장하지 않고 농지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사인 간 임대차’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임차인 주소지로 위장전입을 했다. 이렇게 윤희숙 부친은 농지법을 잘 아는 투기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4. 농지투기의 온상, 농지법 제23조 제1항 6호> 중에서
농업이 어렵다고 한다. 농촌에 청년이 없다고 한다.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고 한다. 그런데 청년이나 귀농인들이 농사를 짓고 싶어도 땅이 없다고 한다. 예전에 농민들에게 가장 애로사항이 뭐냐고 하면 농산물을 파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농업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땅 구하기’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1-5. 쌀값 직불금 오르자 농지값 임차료도 껑충> 중에서
3억 원 대출은 턱없이 부족하다. 5억 원으로 늘려 달라. 대출이자 연 2%를 1%로 낮춰 달라.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을 5년 거치 15년 분할상환으로 완화해달라. 2018년, 2019년 선정자는 3년 거치 7년 분할상환인데 사실상 상환하기 어렵다. 최소한 2020년 이후 선정자 기준으로 완화해달라. 농협 시군지부나 지역 농 축협을 찾아가면 청년후계농 지원제도를 잘 모른다. 전문 담당자를 지정해 달라. 대출금은 영농운용자금만이 아니라 일부는 생활자금으로 쓸 수 있게 해달라. 대출금을 본인이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 가공 목적으로는 사용이 가능하지만 사업 확장 개념으로 판매 체험장 설치 등 6차 산업에도 쓸 수 있게 해달라.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받지 못한다. 청년후계농으로 선정이 되면 농신보 보증비율만큼은 담보 없이 대출을 해달라.
-<2-1. 3억 원 신용대출은 꿈 같은 이야기> 중에서
2018년 사업 첫 해에 벌어진 일이다. 농민 출신으로 농식품부 장관까지 지낸 야당 국회의원은 영농비로 쓰라고 줬더니 마트 편의점 식당에서 더 많이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신문은 커피숍에서 과다지출을 한 청년후계농이 있다고 비난을 했다. 사정을 알아보니 어느 청년농이 일과가 끝나면 매일 읍내 커피숍에서 2,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이 청년농은 커피 한 잔으로 하루 피로를 달랬다. 이게 그토록 비난받을 일인가? 농민이 막걸리는 되고 아메리카노는 안되나?
-<2-2. 막걸리는 되고 아메리카노는 안되나> 중에서
농민기본소득이 가능하려면 세 개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첫 번째는 “왜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먼저 지급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두 번째는 농민 내부의 이해관계 조정이다. 세 번째 장벽은 농업예산의 구조조정이다.
-<3-1 농민기본소득, 세 개의 장벽을 넘어야> 중에서
명색이 공익형직불제인데 어떤 농지는 공익에 기여하고, 어떤 농지는 공익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되면 공익형직불제가 농정패러다임의 전환인지, 소득보전수단인지 뒤죽박죽되어 버린다. 국회 농해수위 여야 의원들이 공익형직불제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만 추가 재원 1조 원(추정)에 대한 대책은 없다.
-<3-2. 반쪽 직불제, 누구는 공익에 기여하고 누구는 안하나?> 중에서
2020년 9월3일 가락시장 양배추 8kg 상품 가격은 7,020원, 다음날 1만6,251원으로 131% 급등, 다음날은 8,723원으로 46% 폭락, 전 날 가격정보를 보고 가락시장까지 양배추를 싣고 온 농민은 8,723원을 받아들이든지 이 가격을 수용할 수 없으면 하차했던 양배추를 다시 싣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시기 양배추의 평균 소매 가격은 1만5,597원이었다.
-<4-1. 경매제 말고, 농민에게도 가격결정권을 달라> 중에서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은 2010~2019년 1조8,016억 원을 투입해서 농지 7,181ha를 공공임대용으로 매입했다. 하지만 2017년ᄁᆞ지 1만ha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은 물 건너갔다. 그러자 2027년까지 3만ha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그냥 내지르고 본다.
-<6-1. 국가식량계획, 거짓말을 반복하면 습관된다> 중에서
일본은 2018년 기준 주식용곡물자급률이 59%이고 식량+사료용 곡물자급률이 28%다. 그래도 20년 전과 비교할 때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식량자급률은 고작 45.8%다. 곡물자급률은 20.2%다.
-<6-2. 날로 하락하는 식량자급률> 중에서
농민은 국민을 생각하는 농업, 소비자를 생각하는 농업, 사회적 가치가 있는 농업을 생각해야 한다. 농민은 제 본분을 다하고, 사회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 대우가 시원찮으면 농민은 조직된 힘으로 요구하고 싸워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옛말이 만고불변의 진리다.
-<6-3,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민의 직업윤리> 중에서
“1970년 국민 1인당 쌀 136.4kg을 소비했는데, 2020년에는 57.7kg으로 감소했다.” 해마다 1월이면 언론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국회에서도 농식품부를 질책하는 메뉴로 자주 등장한다. 한마디로 틀린 내용이다.
-<7-1. 농업통계의 오해와 진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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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책 저도 읽어 보았는데 귀농농민 이라라면 필독으로 읽기를 권합니다
왜 귀농후 정착이 어려운지, 어떤 구조로 그많은 농업예산이 흘러 가는지 그래야 농업인도 우리 목소리를 낼수 있습니다
시중에 떠도는 말중에 농업예산을n/1로 나누어 주면 농민들 빛 없이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현실은 이렇읍니다 직불급없음 농민수당없음 농사수입저조 귀농인1년차에 있어 힘빠지는정책 입니다 가짜귀농민보다 진짜귀농인 손해보는정책은 보완해주길 손톱소밍빌어봅니다
친환경, 유기농업을 해도 판로가 없으면 높은 농자재비용으로
빚만 많아지게 되어 다음해에는 농사를 지을수가 없게 됩니다.
여러가지 현실이 뒤엉키어 농사짓는 사람은 힘이들고
자급률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급률을 높이고
질좋은 농산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민에게 맞는 정책이나
유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