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에 물고기들이 살아갈 만한 환경을 만들어 주자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면서 많은 걸 알게 되었다. 물사 카페는 2006년 말 경에 알게 되었는데 그 때는 비회원도 본문 글을 읽을 수 있어 회원 가입은 하지 않고 눈팅을 많이 했다. 여지껏 이름도 몰랐던 우리 물고기의 이름과 모습을 알아가는 재미 속에 물생활의 궁금했던 점들을 배워갔다. 탐어와 관련한 게시물들은 재미난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했고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 경우엔 마치 나도 현장을 함께 하는 것처럼 생생한 느낌을 주었다. 특히 서카 님이 본격적으로 탐어기를 올리기 시작하셨는데 피쉬맨 님, 깨비유령 님, 박준형 님, realdog 님 등등등 여러 회원님들이 가세하시면서 탐어기 읽는 재미로 거의 매일 카페에 접속하였다.
당시 물사 카페의 게시물은 거의 다 읽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이 조등표 회원님의 『1년 동안의 물생활을 되돌아 보며...』였다. 짧은 시간 동안 열성적으로 하셨던 물생활의 시행착오와 생각을 정리해서 올리신 글이었는데 지금 다시 보아도 공감의 울림이 크고 이로 인해 물생활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시각과 방향이 잡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어항의 세팅은 narcinark 님의 『[Update]민물고기어항 레이아웃 팁』과 비단강여울각시 님의 『민물고기 수조 셋팅법』이라는 게시물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는데 어항을 처음 꾸미는 회원님들께 필독을 권한다. 물사 게시물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어종을 물살 선호어종(여울어종)과 비선호어종(농수로어종)으로 분류하고 초보인 내가 일단 기르기 쉬워 보이는 농수로어종을 기르기로 했다.
2007년 새해 들어서 이런 생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두 가지 계기가 마련되었는데, 하나는 60어항을 들여 놓은 것, 또 하나는 농수로어종 채집지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먼저 60어항을 들여 놓는 데는 마눌님의 눈치를 상당히 살피고 설득해야 했다. 집이 좁아 집안에는 60어항을 둘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었으며 설령 있어도 아이들 책장을 배치하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더 이상 어항을 늘이지 않고 거실 쪽 베란다에 두는 조건으로 60어항을 구매하게 되었다. 나에게 물생활의 최대 적으로 마눌님이 인식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그런데 작년 여름 강원도 계곡에서 풀어준 물고기들의 보답인지, 계획하지도 않은 셋째가 4월에 태어나는 바람에 마눌님의 온 관심이 아기에게로 가며 물생활에 대한 감시의 눈길이 소홀해졌다. 그러나 60어항을 넋 놓고 들여다보고 있을 때면 들리는 마눌님의 거룩한 말씀...“그러다 어항 속에 들어가겠다.” ㅋㅋ...
내 결혼 이후 사업을 접으시고 인천으로 가신 부모님을 해마다 찾아뵈는데 2007년 설 연휴는 예년과 달리 물고기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나섰다. 인천 서구는 외곽 쪽으로 논과 들 그리고 청라지구와 같이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아 어딘가 물고기를 잡을 만한 곳이 있으리라는 판단이었다. 아버지께서 강화 가는 길에 사람들이 낚시하는 곳이 있다고 알려 주셔서 가보니 마치 망둥어 낚는 곳 같아 포기하고 돌아오다 물웅덩이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비탈을 내려가 뭐가 있나 살펴보니 물가에 얼어 죽은 물고기 두 마리가 보였다. 모양을 보니 물사 카페에서 보았던 버들붕어?
< 전에 탐어 후기란에 올렸던 물웅덩이 사진이다. 여기서 채집했던 것은 대륙송사리, 왜몰개, 참붕어, 토종붕어, 버들붕어, 버들매치, 미꾸리, 줄새우였으며 이외에도 게아재비를 비롯한 수서곤충과 붕어마름, 부들 같은 수초가 있었다. 이런 물웅덩이들을 매립하지 말고 유지했으면 좋으련만 개발이 이루어지면 틀림없이 다시보지 못하게 되리라. >
설레는 맘을 안고 날이 풀리기만 기다리며 꽤 많이 자란 갈겨니와 버들치를 양평 문호천 근처 개울에 풀어 주었는데, 지금은 채집지로 돌려보내지만 그 땐 서식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풀어 줄 경우 이입종이 그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몇 개월 동안 정든 물고기들이 꼬리를 흔들며 가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에 금방 그 자리를 뜨지 못했다. 날이 풀리자 보아두었던 서인천 웅덩이로 달려갔는데 실망스럽게도 물고기를 채집하기에 여건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물 속을 보니 깊이는 1미터가 넘어 보였는데 바닥은 뻘처럼 보였고 물가의 흙은 물기를 머금고 있어 족대를 쓸만한 여건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다 웅덩이로 유입되는 물줄기를 확인하고 물이 얕게 고인 곳을 보니 대륙송사리 떼의 군영...차로 돌아가 잠자리채를 꺼내 채집하려는데 어찌나 신이 나던지 “야호!” 소리가 절로 나왔다. ^^; 일단 스무 마리 정도만 잡았다. (물사 카페를 통해 대륙송사리와 송사리 구분도 알게 되었다.) 다시 물웅덩이로 돌아와 가만히 보니 접근이 어려운 수면 아래 빠르게 움직이는 물고기들이 보였는데 잠자리채로는 잡기에 역부족...결국 며칠 뒤 집 근처 낚시가게에서 새우망과 떡밥을 구입하게 되었고 인터넷으로 가슴장화도 구입하게 된다.
이후엔 이 웅덩이에서 새우망으로 귀여운 왜몰개를 비롯해 참붕어도 잡아보게 된다. 재미있는 건 30분 정도 새우망을 두었다가 꺼냈는데 놓는 위치를 달리할 때마다 우점어종이 달라지는 것이었다. 한번은 왜몰개가 다수, 한번은 참붕어가 다수...아무튼 아담한 크기로 여섯 마리씩만 데려다 베란다에 둔 어항에 입수하였다. 참고로 농수로처럼 돌이나 자갈 바닥이 아닌 뻘인 지역에서는 가슴장화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번은 “까짓 거 얼마나 빠지겠어” 하고 족대 들고 물웅덩이에 들어 가다가 초입부터 무릎 가까이 쑥 빠져 깜짝 놀라 기어 나오는데 뻘바닥이 얼마나 붙들고 안 놓아 주던지...ㅋㅋ 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새우망의 활약으로 여름에는 포천에 있는 조그만 연못에서 금빛이 도는 어린 토종붕어 두 마리를 데려왔는데 어찌나 쩝쩝대며 어항을 휘젓고 돌아다니는지 결국 집으로 돌려보내고 말았다.
어항이 베란다에 있다보니 햇빛이 풍부해서 검정말을 비롯해 수초가 엄청나게 자랐고 마찬가지로 이끼도 엄청나게 끼기 시작해 어항물이 녹빛 물이 돼버렸다. 이끼를 없애는 데 생이새우가 좋다는 글이 생각나 그린피쉬에서 열 마리를 구입해 물 온도를 맞추고 입수했지만 기대한 만큼 단기간 내에 이끼도 녹빛 물도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페트병과 흰 천을 활용해 10W 측면여과기로 녹빛 물을 걸러내는 분진 제거 방식을 썼는데 휴일 하루 종일 시간마다 여과천을 빨고 넣는 수고를 하고 나서야 간신히 맑은 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마눌님과 타협의 산물인 베란다에 어항 두기가 이끼와 녹조 문제로 엄청 고생은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 역시 생태전시관에 올렸던 60어항 사진이다. 이 때는 검정말과 나사말만 정리해서 심은 이후인데 물수세미는 생이새우가 이파리를 다 뜯어서 제거했고 붕어마름은 검정말과 타감작용 때문에 뺐다. 참붕어는 이쁘지가 않아서 가을 경에 고향으로...어항 뒷면의 이끼는 생이새우들이 거의 다 먹어치웠다. >
어항이라는 인위적 공간에서 물고기를 키우지만, 아는 지식과 상식의 범위에서 가급적 자연상태에 최대한 맞춰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어항 벽면에 번져가는 이끼도 관상을 위한 전면을 제외하고 좌우 뒷면은 그대로 두었다. 생이새우들의 먹이감일 뿐더러 자연스런 백스크린도 되었기 때문이다. 물갈이는 수돗물을 하루나 이틀 묵혀 두었다가 1/3정도씩 한달에 두 번 정도 갈아 주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물이 잘 잡혀 닻벌레 사건 이후로는 기생충이나 세균에 의한 물고기 질병 같은 건 전혀 겪지 않았다. 아마 햇빛의 살균효과도 있지 않았나 싶다. 겨울에는 수온이 3~4도까지 내려가는 환경에서 물고기들이 살았는데 이런 변화를 겪는 것이 열대어와 달리 사계절을 겪는 우리 물고기들에게는 적응과 성장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나름 집안의 작은 연못이라 생각하고 만든 60어항이 자리를 잡아갈 즈음 생이새우들이 포란을 하더니 정말 작은 아기새우들이 돌아다니는데, 돌이켜 보면 생이새우 번식은 누구나 쉽게 할 수 것임에도 처음 경험한 번식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돌과 수초 좁은 틈 속에서 부지런히 두 손을 놀리는 아기 새우들의 모습에 신기해하고 있는데 이번엔 대륙송사리가 알을 달고 다니는 것이었다. 사진에서만 보았던 광경을 눈앞에서 보자 이 또한 가슴 벅찬 경이로움...@@; 그리고나서 수면까지 드리운 검정말 줄기 사이로 아기 대륙송사리들이 부화해 돌아다니는데 이건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이었다.
그러나 어미나 왜몰개, 참붕어가 잡아 먹을까봐 아기 대륙송사리들을 건져내 지름15센티 정도 크기의 작은 용기에 두었는데 한 마리도 살려내지 못했다. 수질과 산소 부족 그리고 숨을 곳도 없는 좁은 공간 내에 치어들 간의 경쟁과 스트레스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었다. 이 때의 아쉬움이 얼마나 컸는지 좌절감에 죄책감까지... --; 한편으로 대륙송사리의 암수 구분을 할 줄 알게 된 점 - 번식기에 배/뒷지느러미가 검은 게 수컷, 그리고 암컷은 수컷에 비해 배가 풍만한 모양 -과 갓 나온 치어는 난황이라는 먹이 주머니가 있어 한동안 먹이를 주지 않아도 살아간다는 걸 알게 된 것 등 물생활의 소중한 경험과 앎들을 배우고 익혀가며 2007년의 물생활은 지나갔다. (계속)
첫댓글 이럴때 앗싸 일빠다 하는건가요^^ 아직 글은 자세히 읽지 못했는데 내용도 그렇지만 정성과 노력이 대단하십니다 누가 저보고 공부할래 농사 지을래 물어보면 주저없이 농사 짓겠다고 답할건데 공부보다 더하기 싫은게 글쓰기입니다 명절 지나고 세편모두 자세히 읽어봐야겠습니다 명절 잘 보내시길...
생각나는 거 쓸만한 거 정리해서 쓰는 데도 장황하네요. 경험이 일천하다보니 이제 마무리해서 추석 이후에나 올려야 할 듯 싶습니다. 을지문덕장군 님도 가족 분들과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
ㅋㅋ 제 탐어기를 재밌게 봐주셨다니 감사할 따름이네요^^ 앞으로도 좋은 탐어기로 보답하지요~ ㅋㅋ 조만간 루삥쥔님과 함께 탐어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쉬는 날이 회워님들과 다르다 보니 오프모임에 참석을 못하네요. 휴가내구 탐어갔다간 마눌님께 박살납니다. ^^; 얼마전에 좀 아프게 한마디 들었답니다.
한편의 단편소설입니다~~~!! 너무너무 재미있네요~~^^ 제 4편이 기대됩니당~~
문장이 늘어져서 읽기 불편하실 거 같은데요...재미있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루삥쥔님........ 제발 연탄에 번개탄..... 차에 들여놓으시려는 건 아니지요? 요즘 세상이 흉흉하다보니... 뭔가 정리를 하시는 게 왠지........ 우리 모두 힘차게 살자구요. 궁시렁님이 취해서 아침을 맞을 때도 우리는 힘차게 화이팅..
애가 셋이라 나무꾼의 선녀처럼 어데 갈 팔자도 못됩니다. ^^; 추석 명절 즐겁게 보내세요.
제 닉네임이 나오다니 영광입니다^^
루삥쥔님 글을읽으면 참 공감이 너무 많이 갑니다 ^^ 추석잘보내세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글 쓰는 게 제 직업인데...글로 먹고 사는 저보다도 더 글을 잘 쓰시고...저랑 똑같이 아이도 셋이고...그리고 분명 저랑 똑같이 잘 생기셨을 것이고...꼭 한번 뵙고 싶네요. 갑자기 <무진기행>의 첫 장면의 오버랩 됩니다. 덜컹거리는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