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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써보기"에서 옮겨 온 글입니다.
요즘 신문에서 제일 많이 떠드는 얘기 중 '세종시' 얘기가 있다. 세종시 땅값 들썩들썩, 지주들 돈벼락 번쩍번쩍. 이런 류의 얘기라, 내겐 심드렁할 뿐이지만, 세종시는 많이 다른 이유로 내겐 항상 관심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세종시에 있는 계룡산 자락 한구텅이 사방 수km 이내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큼지막한 공장이 있다. 콜텍. 기타를 만드는 곳이다. 통키타, 전자기타를 만든다.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브랜드도 가지고 있다. 그 곳의 노동자들은 기타를 만들뿐 그 기타로 여흥을 즐기거나 공연을 나누질 못해왔다. 생산 목표 물량을 대느라 잔업과 철야에 몸이 찌들어가 기타소리보다 잠이 더 보약이었을테니, 문화라는 단어를 떠올리기가 아마 귀찮은 면도 있었을 게다.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긴 임금으로 아이들 키우랴, 보모님 봉양하랴, 살림 키우랴, 여유가 없어 봄소풍 다닐 시간조차 만들지 못해왔다. 섬세한 손길로 장인정신을 다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 중의 하나인 질 좋은 기타를 만들었지만, 그 기타가 내는 다양한 감성소리는 그들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지금 거리에 있다. 본드 냄새를 좀 줄이는 환풍기 시설을 개선해달라. 회사가 많은 흑자를 내고 있으니까, 임근을 적정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애기를 하고자 노동조합을 만들었더니 노동조합에 대하여 극단적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사장이 잘나가던 회사를 폐업 조치하고 튀어버린 것이다. 폐업하고 기계를 빼돌리려고 하였다. 사장실을 점거하고 물었더니, 노동조합을 해체하라는 소리만 한다. 위장폐업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사장의 생각은 고분고분 말만잘들으면 돈 쬐끔 올려주고 머리 치켜들고 대드는 티라도 내면 공장에서 10년, 20년 일했던 상광없이 다 내 쫒아 버리겠다는 것이다. 사장은 우리나라 50대 재벌 안에 든다는 자이다. 그러고나서 2009년 10월 말 경에 투쟁 1,000일이 지나갔다. 대전의 모 공원에서 있었던 1,000일 투쟁문화제에서는 난 세시간 동안 손님들이 나눠먹을 부침개를 여성 조합원들과 온갖 춤을 추면서 부치고 있었다.
그 콜텍 노동자들로부터 기분좋은 애기가 들려왔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회 콜텍지회의 이인근 지회장을 포함한 투쟁대오 전원인 26명의 조합원들은 11월 27일(금요일) 오전 10시, 서초동의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금속노조 대전충북지회 콜텍노동자 해고 무효 소송에서 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남자 조합원 12명, 여자조합원 14명으로 총 26명의 콜텍 노동자들은 10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일상 생활과 투쟁과 삶의 꿈을 함께 나누는 강한 공동체 의식으로 강고한 대오를 이루어 투쟁을 지켜오고 있다. 섬세한 손길의 악기 제조공들이 산비탈에서 바위를 캐고 땅을 일구워 농장을 만들었다. 그 농장에서 봄, 여름 키운 고추, 콩, 매실 등으로 직접 고추장, 된장, 조림 등을 만들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판매하고 있다. 큰 규모의 노동자대회에서는 주점을 열어 투쟁기금을 모으고 있고 투쟁하러 돌아다니다가 남는 자투리 시간에는 친환경 수세미 등을 만들어 판매함으로서 생계비 마련을 해오고 있다. 다행히 연대의식이 강한 노조나 단체에서 수세미의 주문량이 많은 날에는 납품 날자에 물건을 대기 위하여 조합원 모두가 며칠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합된 모습으로 치열한 생계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콜텍 노동자들은 죽음을 걸고 고압 송전탑을 올라가는 끝장 고공농성을 마다하지 않았고 독일 악기박람회 원정, 일본 악기박람회 원정 등의 적극적인 투쟁배치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같은 자본에서 동종의 기타를 만들던 콜트와 콜텍의 노동자들은 투쟁 초기부터 함께 싸워오고 있고 2010년 초에는 미국악기박람회 원정 투쟁을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문화노동자 모임'이 있다. 이들은 서울의 명물인 홍대 앞에 있는 클럽 '빵'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후원 공연을 2년째 해 오고 있다 또한 수시로 특별 공연을 진행하여 콜트-콜텍 노동자들의 연대활동 지원과 투쟁기금 마련에 큰 역활을 하고 있다. 파업노동자와 문화활동가들, 다운타운가의 가수들과 모범적인 연대를 가꾸어 가고 있는 콜텍 노동자들은 전국의 투쟁사업장과의 연대투쟁에도 빠지지 않는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연대하고 밝은 모습으로 격려를 나눠주려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 지방의 투쟁대오로서 서울에 제일 많이 상경하는 동지들이 이 동지들일 것이다.
이번 소송을 맡은 우리측 변호사는 김차곤 동지로 새날법률사무소 소속이다. 김 변호사는 금속노조 전 법률원 소속변호사이었다. 금속 법률원 시절부터 이 사건을 담당하여 오랜 기간을 애써온 성과가 큰 빛을 내고 있다. 이후 대법원에서의 싸움이 예상되나, 이 추세라면 대법에서도 승리하는 것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고 한다,
콜텍의 투쟁대오는 월급받는 파업노동자들이 된 것이다. 오늘은 콜텍동지들이 만든 고추조림과 양파조림을 밑반찬으로 하고 콜텍의 고추장에 찍어 먹는 삼겹살 파티를 해야겠다.
폭풍우치는 굳은 날씨엔 자칫하면 감전의 위험까지 있던, 고압 전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윙윙' 거리던 한강 양화대교 북단 고압전류 송전탑에서, 지상 40 높이에 설치한 철제 빔 사이의 고공 움막에서 한달여를 버티던 이인근 지회장이 찾아 오는 이가 너무 적었던 철탑 아래 조합원 천막을 바라보면서 흘렸을 안타까움의 속눈물이 그려진다. 아무 성과없이 망가져 버린 몸으로 내려와야 했을 때의 지회장이 겪었을 절망의 감정도 느껴본다. 밥을 못 넘기는 몸을 병원 침대에 누이면서 찾아온 동지에게는 애써 지어내던 밝은 미소도 다시 떠올려 본다. 많이 환해졌을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콜텍지회 지회장 이인근 동지와 대전충북지부 부지부장으로 콜텍지회 파업투쟁에 올인하여 승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김기덕 동지, 장석천 지회 사무장 동지, 이하 항상 겸손함을 미덕으로 삼고 사는 듯한 조합원 동지들의 밝게 웃으시는 모습을 그려본다. 아마 홍대 앞 클럽 '빵'에서 함께하는 여러 밴드와 가수 분들은 자축 공연을 준비하시리라.... 나도 콜트-콜텍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자축 자리를 만들어야 겠다. 거리생활이 1,000일이 넘었다. 하루라도 빨리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 27일 점심 때 금속노조 문화국장 이장주 |